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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 꼭 틀어주세요.)


 ● (내용에 어울린다고 생각함.)


 ○ (일단 나는 좋아서 올렸는데 켜지 않아도 좋을 거 같음.)


 ○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음…. 찾기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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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미닉의 뉴 오하이오, 마왕 앙골모아가 나타났었던 현세 최초의 침식균열이 봉인된 네바다에 향했던 그들은, 세라펠이 그곳을 통해서 침공하자 차원융해의 탑을 부수기 위해 침투했었다. 지금 펜드래건은 유럽 피레네 산맥에 귀환해, 힐데들은 로자리아 휘하 마녀들과 있다.


 주포를 쏘며 미속으로 전진, 침입자를 보자마자 스웜처럼 달려드는 타천사들. 그것들은 좌익과 우익에 쏟아지듯 맹공하여 함의 내부까지 바로 침투했고, 도미닉은 함장석에 앉아 지시하며 인원들을 재배치시켰다.


 곤란한 점이 있었다. 들어올 때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지만, 이곳의 침식파 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았다. 도미닉은 물론이고 게르마니쿠스에게 온갖 데이터를 받은 나유빈도 놀랐는데, 이제껏 이 정도로 오염된 환경은 보질 못했던 것이다.


 '청야전술인가?' 도미닉은 인상을 찡그리며 밖을 바라봤다. 마치 이 세계 자체가 거대한 침식체로 보이게 될 정도로, 시꺼먼 타르로 뒤덮인듯한 검은색 하늘에 붉은 번개들이 계속해서 내리치며 안개들을 자욱하게 깔아냈다.

 애초 세라펠과 같은 타천사들은 본질적으로 신성침식체였고 그랬었기에 침식파에 대해 저항력을 갖고 있다해도, 이렇다면 본인들도 견디지를 못할텐데? 더욱이나 이런 정도라면, 카운터 따위는 견디지도 못할 정도였다.


 이것이 에덴이었었다. 다만….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마치 태고의 망각에 떨어진 마신 그 자체와 같이, 저편 그림자에 드리워진 멀리 침식체 티폰이 먼저 타천사들과 싸우고 있던 것이다. 지금 혼란한 전황이 바로 승기라고 판단했던 도미닉과 나유빈은, 도미닉이 함을 지휘하고, 나유빈이 강습대를 선별하여 목표물인 첨탑을 파괴하고 귀환하는 작전으로 결정했다. 날 수 있는 자신하고 호라이즌, 리타하고 카린이다.


 그리고, 공격받는 함선의 내부에서.


 "도대체 저 괴물은 뭐지?! 어째서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나?" 도미닉이 가은의 시크릿 랩에서 탈취했던 반신성체 탄환의 힘을 빌려서 타천사를 처치했던 메이슨은 창 밖을 보고는 크게 놀라면서 외쳤다.


 깨졌던 요요를 버리고 새로 꺼내며 에이미가 말했다. "타락천사를 심판하기 위해 신이 보낸 사자아냐?"


 "농담할 기분 아니야, 젠장! 우리는 함선 안에 있는데 이터니움 실드가 엄청나게 빨리 소모되고 있어! 게다가 저 산만한 괴물딱지도 있다고, 어쩌면 싸우다가 포기하고 퇴각해야 할지도 몰라!"

 "하아… 그래도 육익의 자존심이 있지, 도망치면 쪽팔린데."

 "아니 육익이고 뭐고, 저거 안 보여? 젠장, 내 스카우터엔 저 무시무시한 괴수가 제9종 침식체라고 떠있어! 마왕 급이 둘이라고! 옆에는 제7급, 제8급 타천사들이 계속해서 들러붙는데 가소롭다는 듯이 날려버리고 있잖아!"


 불안해하며 안절부절 못하는 존을 두고서, 지수가 어깨를 툭 잡고는 말했다. "좀 진정하는 게 어때. 우리의 목적은 첨탑의 파괴지, 마왕이나 저 괴수의 처치가 아니야. 일단 작전을 마치고 다시 귀환하면 뒷일은 사장…" 하지만 지수는 말을 마치지 못했다. 멀리서 싸우고 있던 침식체 티폰이, 신고지라처럼 빔을 아무데나 쐈었는데 그게 뉴 오하이오의 측면을 그대로 스치면서 전함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꺄, 꺄아아악!"

 "이런, 젠장!"


 메이슨은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며 머리를 찧었다. 인상을 찡그리면서 뒤통수를 만지작거리는 그가 창문 밖에서 본 것은, 또다른 무리의 타천사들이었다.


 "젠장, 진짜 죽이는군! 진짜 지옥에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야!"


 그러자 옆에서 서있던 제리가 중얼거렸다. "흠… 지옥이라."


 메이슨이 제리의 옆에 서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댁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군… 카운터들이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같은 인간 같지도 않아서 나 따위 용병 나부랭이가 전혀 껴들 자리가 아니라고 느껴진단 말이지." 그 말을 듣고, 에이미가 요요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말했다. "그런 것치곤 아저씨도 잘 싸우던데?"


 "아니, 너희들이 있으니까 그나마 억지로 여기 서서 버티는 거라고. 나 혼자였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냥 도망쳤겠지."

 "에~ 겁쟁이."

 "자신의 한계를 아는 현실주의자라고 불러다오."


 제리는 플라즈마 라이플을 장전하며 말했다. "존, 따라오게. 녀석들은 지금 토미와 대시 양이 막고 있는 좌익으로 전력을 집중하고 있어. 우리가 가서 도와줘야 해."

 "오, 오우! 맡겨달라고!" 투덜거리며 방정맞게 소리질렀던 메이슨이었지만, 그래도 남자답게 제리와 함께 총을 들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였다. 팔짱을 끼면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지수는 떨어트린 검을 집어들며 숨을 가파르게 쉬었다. 함선의 외벽을 뚫고서 들어오는 침식파는 자신의 전신을 더욱 강하게 압박하고 있었다.


 메말라 갈라진 대지에 마치 종말의 날 그 자체와 같은 절망에 뒤덮인, 마치 타르타로스 그 자체와도 같은 에덴. 애초 세라펠은 아예 진심으로 현세를 박살내려고 했는데, 이는 오비탈 베이스 낙하작전 당시에 병력들을 잃고서 물러나길 원했던 로자리아나 혹은 애초부터 큰 관심은 없던 에델과 달리 마왕의 진정한 전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만일, 이 에덴이 현세에 강림한다면, 리플레이서의 인공침식파와 비교도 되질 않는 재앙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불타오르는 화염의 날개를 펼치곤 빠르게 달려나가는 유빈, 하얀 봉황의 꼬리에 더해 아후라 마즈다의 신창을 쥐고있는 호라이즌, 오메르타로 날개를 펼치면서 긴장하며 주위를 쳐다보는 리타와 활공 부스팅 장치에 더해 플라즈마 드론들을 자신의 주위로 전개해 날아가고 있는 카린. 지금 그들이 취한 진형이었었다.


 사실 나유빈의 지휘력도 그에 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최적의 대형을 바로 조언한 것이다. 제일 튼튼한 자신이 앞서, 리타를 지킬 수 있게 호라이즌을 중간에 놓았다. 카린은 제트팩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장비가 파손되면 추락할 수 밖에 없는 그녀가 제일 뒤에 섰다. 타천사들과 싸우기엔 부적합할지 몰라도, 토미들이 가져왔던 핵런쳐를 대신 운반하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었다. 첨탑을 찾아서 강력한 핵탄두을 날리고 이탈하려고 했으니.


 "…큿!" 날아가던 도중, 침식체 티폰이 타천사들과 싸우며 아무렇게나 쐈던 레이저가 유빈의 다리에 직격했다. 그렇게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데인 것 같은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이볼브 원의 미니건에 맞을 때만 하더라도 그렇게까지 아프지는 않았어… 저게 바로 침식체 티폰인가?' 유빈은 힐끔 서쪽에 있는 괴수를 노려봤다. 데이터에 의하면 게르마니쿠스와 그쪽의 관리국은 이런 괴물과 정면으로 싸우지 않고 암흑에너지포를 탑재한 함선으로 포격해 처치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의 자신들은 저런 가공할 파워를 가진 최강의 침식체와 가까이서 맞설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괜찮습니까, 휴먼?"


 "별 것 아닙니다. 잠깐, 그보다도…" 유빈은 날아가며 주위를 훑어보다가, 갑자기 든 생각에 고개를 돌리지 않고서 호라이즌에게 물었다. "호라이즌, 시무르그의 양자컴퓨터로 이곳 전체를 스캔할 수 있지 않습니까? 혹시 첨탑이 어느 방향에 있나 알려줄 수 없나요?"


 "…불가능합니다. 침식파의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 서라운딩 인바이언먼트의 데이터를 수집하질 못합니다. 지금 저의 양자컴퓨터는 오직 침식파에 의한 데이터 감염을 저지하는 리소스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나유빈은 실망하는 투였지만, 사실 이런 환경에서 침식파에 대한 면역상태를 완전하게 유지한다는 것이 오히려 대단한 것이다. 뒤에서 카린이 외쳤다. "저기, 유빈 씨! 어떻게 해서 목표물을 찾을 건가요? 이렇게 계속 돌아다녀야만 하는 건가요?!"


 "…지금, 그 방법 외엔 없는 것 같군요."

 "그러면 차라리 반으로 나누는 게 어떨까요?"

 "그건 안 됩니다, 애초에 짙은 침식파에 가려 통신도 불가능한데다, 서로가 어디있는지 몰라서 목표물을 찾아도 서로를 불러오지 못하게 될 거예요. 무엇보다 이곳은 최고위급 타천사들의 본진입니다… 반으로 갈랐다가 갑자기 제8종, 아니 제7종 침식체에 준하는 적들하고 마주치면 저항조차 하질 못하겠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타천사들조차 지금 같은 환경에선 유빈들이 어디있는지 모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실 카운터는 침식파를 감지하는 것이 가능해도, 반대로 침식체가 아닌 존재들은 애초에 공간 자체에 울리듯 방출하는 파장조차 없기에 저쪽에서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세라펠이나 침식체 티폰이 아직 유빈들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곤 했어도, 그들에겐 지금 최악의 상황과 다를 건 딱히 없었다. 거대한 안개가 깔려진 마굴을 맹인처럼 헤쳐가며 목표물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리타가 물었다. "저기, 난 계산에 서툴긴 하지만… 이렇게 무턱대고 날다가 찾을 수 있는 거야? 유빈 씨, 에덴의 지도를 봤다고 했었지?"


 "그렇습니다만…."

 "애초에 에덴은 얼마나 커? 그게 제일 중요한 거 아니야?"

 "다른 이면세계에 비해 협소합니다. 어림잡아 서울시 정도겠죠."


 그 예시를 듣고 이해하질 못하는 리타는 눈썹을 치켜뜨며 물었다. "아… 미안, 그게 어느정도인데?" 유빈이 대답했다. "알렉산드리아의 사분의 일 정도가 됩니다."


 "아니, 그렇게 말해서 알아들을리가 없잖아." 리타의 대답과 다르게, 카린은 잠깐 중얼거리며 계산하더니 호라이즌에게 말했다. "저기, 호라이즌 씨는 마하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지 않았나요? 고작 그 정도면 한 시간도 안 걸려서 이 공역을 전부 체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호라이즌이 대답했다. "…듣고보니 딱히 불가능한 것도 아니군요. 그러고보니 휴먼, 여긴 독립적인 차원치곤 너무 작지 않습니까?"


 "애초 낙원이니까요."

 "어쩌면 그렇기에 이렇게 높은 농도의 침식파를 응축할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군요."


 왠지 모르게 별들로 꽉찬 초소형 은하가 생각나는 호라이즌이었다. 어쨌건 자신 빼고는 모두가 대충 이곳의 면적과 이동거리를 암산한 것을 보고선 왠지 할 말이 없어져 침묵하던 리타는, 자신의 카운터 워치를 보고선 소리를 지를뻔했다. "잠깐… 말도 안 돼!"


 "왜 그러십니까, 리타?"

 "빌어먹을, 지금 당장 배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겠어. 너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역시 나나 카린 씨는 이런 곳에선 몇 분 버티지도 못해!"


 그 말을 들은 카린은 자신의 카운터 워치를 힐긋 보고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저쪽에서 출발할 때만 하더라도 이십 분은 버틸 것이라 계산했다. 지금, 오 분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은 것이었다.


 "이런… 돌아가기 빠듯할지도 몰라요!" 카린은 당황한 목소리로 주머니에서 이터니움 주사를 꺼내고는, 자신에게 먼저 투여하고는 리타에게도 하나 주었다. 리타도 팔에 그것을 꽂으면서 말했다. "지금 보니까 배도 타천사들에게 공격받고 있어. 그대로 둔다면 침몰당할지도 몰라…."


 유빈은 그 말을 듣고서 자신의 카운터 워치를 봤다. 자신의 CRF가 소모되는 속도는 평상시와 같았다. 이상한데, 혹시 자신의 카운터 워치엔 어떤 특별한 침식파 내성기능이 있었던 것인가? 어쨌거나, 공중에서 같은 속도로 날고 있었었던 그는 잠시 고민하다 몸만 돌리면서 리타들을 쳐다보며 제안했다. "그렇다면 카린 씨와 리타 씨는 전함으로 복귀해 주세요, 저와 호라이즌만 찾아보도록 하죠."


 "그런… 무모해요!" 카린이 외쳤다. 하지만 유빈은 그녀에게서 런쳐와 탄두를 받으면서 말했다. "여태까지 우리가 했던 모든 일들은, 그때 당시에는 전부 불가능하게 보였습니다. 지금도 그렇죠, 미래는 우리 손으로 여는 겁니다."


 그러자 리타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하아, 왠지 나랑 꼬맹이랑 조난당했던 때가 생각나는데…."


 "지금 이딴 상황에서 그런 재수없는 말을 하는 이유가 뭡니까, 리타?"

 "아니, 그냥 그렇다고. 왜 그렇게 까칠하게 반응해?"


 너무나도 불리하고 불확실한 상황이다. 카린은 불안한 표정을 숨기질 못했고, 리타와 호라이즌은 오기부리듯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려고 했지만 속으론 전혀 침착하지 못해 예민한 상태였다. 둘이 함선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던 도중에, 호라이즌은 갑자기 이쪽으로 향해서 튀어졌던 티폰의 빔포를 선회하며 간신히 피했다.


 '미래를 읽을 수 있는 시스템… 하지만 답답하게 앞길을 가린 안개가 깔려있을 때에는 전혀 예지할 수 없다니, 마치 무능한 점술사가 되버린 느낌이군요.' 그녀는 저편에 날뛰고 있는 악몽과도 같은 티폰하고, 성소를 흩뿌리며 양익을 펼쳐 달려드는 케루빔과 스론, 도미니온들을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침식체 티폰은 제9종 침식체로 식별됬다… 그건 마왕하고 동급이란 뜻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동격인 세라펠과, 여타 제8종, 제7종, 제6종 타천사들이 둘러싸서 협공한다면 저걸 이기지 못할리가 없는데.'


 당연히도 지금 타천사들 모두 괴수하고 전력을 다해서 싸우는 중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바보가 아니다. 애초에 호라이즌이 떠올렸던 기초상식적 판단을 하질 못할리가 없다. 그건 달리 말해, 지금 그녀가 보고있는 광경은 아예 그것이 통하지 않는단 반증이었다.


 논리적으론 당연했지만, 왠지 눈 앞의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가은이 올라탄 침식체 티폰은 세라펠과 동급이나, 제8종과 제7종의 침식체들하고 견주는 무수한 전력과 싸우는데도 밀리지 않는다? 자신의 센서가 고장난 것인가?


 그런 것을 추론하고 있을 때에, 유빈이 호라이즌을 돌아보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적과 마주치지 않는다면 딱히 어렵지 않은 일이라 생각해요. 애초 우리가 찾는 건 거대한 탑이고, 그것이 세워질 만한 평평한 넓은 지형을 중심으로서 수색한다면 쉽게 발견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렇습니까." 어쨌건 짧게 대답해 나유빈을 따라가는 호라이즌이었지만, 지금 이 모든 상황이 전혀 석연치 않게 보였다. 무언가 자신도 모르는 매우 위험한 뭔가가 숨어있지 않을까 느껴지며.


 한편, 파괴된 센트리 봇들의 잔해가 깔려있는 뉴 오하이오 전함 내부.


 뜯어진 플레이트의 안쪽에 뜯긴 전선들은 푸른 스파크를 지직거리면서 방출하고 있고, 다가오는 타천사들마다 화염방사기로 녹여내고 있던 토미와 그 옆에서 계속 덩실이를 쥐고 보조하던 대시가 있었다. 제9종 침식체와도 맞먹는 괴물들이 합세한 코핀이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강한 것은 아니다. 대시는 제2종 침식체 정도만 안정적으로 상대할 수 있었다.


 과거 도끼와 샷건만 써서 수많은 침식체들을 살해한 토미가 없었다면 지금쯤 무너졌을 것이다. 대시는 평소처럼 리타를 보조하듯, 토미의 옆에 살짝 서서 거들 뿐이다.


 "타락한 천사들이면 악마라 부를 수 있나? 어찌되도 상관없지만 말야." 토미는 그렇게 말하면서 불타버린 타천사의 머리를 밟아서 터트려버렸다. 대시는 옆에서 불안한 눈초리로 토미를 보았다.


 "왜 그러지?"

 "밖에서 더 많은 타천사들이 더 오고있어요… 게다가 CRF도 급격하게 소모되고 있고요."

 "자신감을 가져. 당신 같은 카운터는 이 정도는 견딜 수 있지. 이것보다 더한 렐름들도 있어. 그렇다고 지금 여기가 딱히 심각하지 않단 말은 아니지만…."


 토미는 등을 돌리곤 말했다. "힘들테지만, 싸울 수 있을 때까진 싸워보도록." 대시는 주머니에서 이터니움 주사기를 꺼내서 자신에게 꽂으며 대답했다. "네, 좀 더 힘낼게요!"


 그들은 좁은 통로에 길을 막듯이 서있었다. 내로우 플랭크. 당연히도, 화염방사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토미가 골랐었던 지형이었다. 날개가 달렸던 타천사들은 높게 날아올라 싸운다는 이점을 활용하지 못하면서 화염에 녹으며 떨어지고 있다. 물론, 이것도 화염방사기란 무기 자체가 가진 화력의 한계가 있기에 능천사나 역천사의 급만 되더라도 먹히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다음 웨이브도 딱히 권천사급 이상은 오지도 않았었다. 토미는 맹렬하게 화염을 뿜어내며 적을 밀쳐냈다. 물론 4종 혹은 5종 클래스의 능천사나 역천사나, 심지어는 마왕 세라펠이 오더라도 바로 인식하고 다음 행동으로 넘어갈 계획들을 짜긴 했었지만… 어째서 이런 약한 적들만 보내고 있었나?


 '아무래도 저 괴수 녀석을 처치하기 위해서 고위천사들을 집중해 보냈었고, 이쪽도 견제를 하지 않을 수만은 없으니 비교적 약한 애들만 보내면서 시간을 적당히 끌고 있는 것 같군.' 그렇게 생각했던 토미고, 그러한 예측은 정확히 맞았다. 치천사인 세라펠 본인의 위치는 모르지만, 어쨌던간 지천사나 좌천사를 비롯해서 최강급의 타천사는 전부 가은의 티폰을 쓰러트리기 위해서 보냈던 것이었다.


 수가 점점 많아져도 딱히 토미에겐 어려운 전투도 아니었다. 과연 베테랑 전사, 혼자서 다 태우고 날뛰고 있는 토미를 보면서, 대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곧, 존과 제리가 왔다.


 "뭐야, 역시 우리가 올 필요는 없었던 것 같은데? 예상했던 대로 토미 형씨가 꽤나 잘 싸우고 있잖아."


 메이슨의 감탄을 제리가 부정했다. "아니, 방금 전에 봤던 숫자와 틀려. 이건 아무래도…." 그렇게나 많은 타천사들이 이쪽에만 전력을 집중하고 있는데, 아무리 토미라고 했어도 혼자 이렇게 여유를 부리며 장판교의 장비나 호라티우스 코클레스처럼 다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과연, 밖을 보면 리타와 카린이 아직 함선의 내부에 침투하지 못한 득시글대는 타천사 병력들 중 일부와 교전하고 있었다.


 "밖에 카린 준장하고 리타가 남은 적들과 싸우고 있군."

 "네?! 리타 언니가요?"

 "그래. 대시, 무기고에 가서 총을 가져오게. 낫으로는 그녀들을 원호하기 어려우니."


 "네, 네!" 대시는 제리의 남자다운 저음의 침착한 목소리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무기고를 향해 뛰어갔다. 제리가 토미의 왼쪽에, 존이 오른쪽에 서며 남은 적들에게 총구를 향하며 쏘았다.


 마치 검은색 구름이 아예 저주받은 얼굴을 그려내듯, 천정까지 뚫린 공허한 먼지구름 구멍들 사이로는 격렬한 침식파의 폭풍이 몰아쳤었다. 카린은 느린 타천사들의 화살을 피해내면서, 눈을 감았다가 바로 떠내며 플라즈마 펄스포를 여러 방향으로 날려댔다. 오비탈 베이스 저지작전 때 쓰였던 레이저 드론들보다 모든 면에서 월등한, 관리자가 직접 개조해준 물건이었다.


 날아가는 속도는 빨랐지만 애초 샤오린의 저격총에 맞고 파손됬던 내구력과, 레이저를 단지 응축하며 발사할 뿐에 지나지 않았던 장난감 수준의 드론은, 이젠 눈으로 보이지 않을 속도로 움직이며 또한 오버히트만 하지 않는다면 연속적인 발사조차 할 수 있는 살인병기로 거듭나졌다. 맞지만 않으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단 것도 엄청난 장점이었고 이 정도 수준의 장비들을 받았단 것도 카린에게 묘하게 자신감을 주었다.


 "떨어져라!"


 강렬한 적의를 발산해, 노려보는 적을 마치 뇌파로서 찔러 죽이듯이 노려보는 카린. 방패를 든 권천사는 뒷통수와 목과 심장과 허벅지와 종아리, 그리고 양손이 뚫리며 일순에 죽어 버렸다.


 여덟 개의 드론들을 마구 날려대는 카린의 옆으로, 리타가 옆에 붙으며 말했다. "…열심히 싸우는 건 좋은데, 이대로 가다간 우리가 죽겠어."


 날렵하게 쏘아대는 플라즈마 빔의 맹공에다, 자신도 라이플을 쏘면서 다른 타천사들을 격추시키던 카린이 말했다. "네? 하지만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은…"


 "어림잡아도 여기에는 이백 명이 넘는 녀석들이 있어. 하나하나 죽이기엔 어렵지 않겠지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결국 몇 분 되질 않아… 게다가 우리가 함선의 안에 간신히 들어가 봐도 저들이 전함 내부에서 아군과 싸우고 있을지도." 리타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젠장… 상황이 너무 좋지 않잖아. 엘리자베스나 힐데 쪽은 지금쯤 어떻게 싸우고 있을까?"


 엘리자베스 본인과 레지나, 허수아 그리고 베로니카를 제외한 모두를 광기에 빠트린 아포크리파나, 봉신들의 야망을 경계하여 정치적인 이유로 대충 싸웠던 신성 로자리아 제국과는 달리, 에덴에서의 싸움은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특히나 가은과 침식체 티폰이 여기에 강림하여서 삼파전을 일으키고 있다는 게 큰 차이다.


 '엘리자베스 씨가 가아그셰블라의 광기에 오염되지만 않으면… 아니, 애초 레지나 씨가 우리를 배신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있나요?' 그곳의 상황을 짐작하던 카린은 고개를 젓곤 스스로를 부정했다. 지금 이 상황에 동료를 의심하는 발언과 생각은 타인 뿐만이 아닌 자신의 기력을 떨어트리는 일이다.


 "그쪽도 열심히 할테니… 꺄아아악?!"


 갑자기 저쪽에서 날라오는 티폰의 거대한 빔 공격을 간신히 피하면서 소리를 지르는 카린. 그녀가 몸을 돌리는 각도에다 화살을 쏴버리는 타천사들을 보고선 리타는 급가속하여 카린을 낚아채고는, 날개로 자신을 방패처럼 가렸다. 애초에 화살 자체의 관통력은 그렇게 강하진 않은지 오메르타를 뚫지는 못했다.


 '밖에 있는 얘들이 딱히 강적인 건 아니야. 하지만… 음?' 그렇게 주위를 보던 리타가 카린에게 외쳤다. "저, 저기! 저거 봐봐! 카린 씨, 배가 맞았는데?!"


 뉴 오하이오의 오른쪽 날개 가까운 부분이 빔을 맞고서 뚤렸던 것이었다. 그것을 눈치챈 적들도 후열의 일부를 떼어내 보내고 있었다. 카린이 리타에게 말했다. "안 돼! 리타, 저쪽으로 가야만 해요! 당장!" 그러자, 리타도 옆에서 안듯이 양팔로 카린의 허리를 안았다.


 "자, 잠깐? 뭐하는 거예요?"

 "꽉 잡아, 그리고 전력으로 날자고!"

 "아… 아! 네!"


 리타의 의도를 이해한 카린은 바로 제트팩을 최고로 점화시켜 폭발적으로 뛰쳐나갔다. 그녀를 잡고 있었던 리타도 한계까지 가속하여, 뉴 오하이오의 오른쪽을 향해 날아가며 타천사들을 추월하였다.


 "이잇… 차!" 하지만 지나치게 빠르게 가속했는지 속도를 멈추지 못하고, 함선의 내벽에 몸을 박아 버리며 부딪쳐 버린 둘은 튕겨나가며 굴러갔다….


 "아, 아야…!"

 "으윽… 너무 빨랐나?"


 머리를 잡으면서 간신히 일어난 카린은 인상을 찡그리고는, 집중력을 다시 발휘하여 드론을 전부 불러들였다. 둥실둥실 떠다니는 그것들은 곧 카린이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와 함께 함선의 그늘진 천장과, 패여진 바닥과, 기물의 뒤에 숨었다. 마치 트랩처럼.


 옆에서 그것을 보던 리타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호오… 제법인데.' 자신이 저런 장비를 가졌었다면 지금 같은 트릭은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마치 엄폐한 병사와 같은 느낌. 훑어보면 드론을 숨긴 위치도 적절했다.

 아마 오메르타를 어떤 무기로 변형시켜 상대의 약점을 찔러야만 좋을지 고민하는 자신과는 다르게, 군사훈련을 받은 카린이니 이런 판단을 빠르게 할 수 있었던 건지도. 어쨌건, 더이상 날 필요도 없던 리타는 오메르타를 창으로 바꾸며 말했다. "하, 언젠가 천사들에게 심판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지만 말야… 버려진 낙원에서 타천사들하고 싸운다곤 꿈에도 생각하질 못했어."


 리타는 자세를 잡으며 외쳤다. "와라, 죄를 지은 것은 너희나 나나 똑같지? 내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그게 오늘은 아냐!" 그리고 카린도 결의에 가득찬 리타의 눈을 보면서, 다리에 힘을 주면서 일어나며 라이플을 장전했다.


 하지만….


 "죄… 입니까. 어쩌면 그것만큼은 필멸자도 불멸자도 공평하게 논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나지막히 읊조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위에 서있었던 하급 타천사들 모두, 정적으로 멈춰섰다. 그리고 그들은 좌우로 서서히 물러났다. 갑자기 느껴지는 이질적인 감각에 리타는 본능적으로 좋지 않은 예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거대한 악마와도 같은 날개를 우아하고 겸허하게 펼치며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너,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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