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0년 2월 4일
판교 비사센트럴파크에서 열린 카운터사이드 60주년 간담회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벤츠 E클래스 216세대, 포르쉐 911 카레라 73세대, 제네시스 G290..
길가를 수놓은 고급차와 외제차들이 떠난 자리에는 병들고 죽어가는 한 노인이 있었다.

"어르신, 전자오락도 하세요?"
지나가던 한 청년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그럼.... 몰론이고 말고."
"자네가 살았던 때보다 오래 했을게다..."
노인은 기침을 한번 하더니, 청년에게 답했다.

"어르신. 그러면, 혹시 카운터사이드 2.0이라는게 뭔지...아세요?"

"윽!"
2.0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노인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어르신! 어르신!!"


....


한 노인이 눈을 떴다.
낯선 천장이다.
분명 이곳은 병원인 것 같았다.
노인은 누워있던 몸을 천천히 세웠다.
갑작스레 노인의 뇌리에 무언가 까먹고 있던 것이 스쳐지나갔다.
.
잠시 후, 간호사가 점심을 들고 병실에 들어왔다.
노인은 다급히 간호사에게 말한다.
"핸드폰.. 핸드폰 좀 갇다주시오..."

"예? 핸드폰은 대체 왜.."

"아직 칵테일 공물을 397개밖에 못 채웠단 말이오..."

"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신지..."

"..카운터사이드라고..."

"그게 뭔데요?"

'그게 뭔데요.' 이 한마디 만으로 노인을 다시 쓰러지게 만드는 데엔 충분했던 것 같다.
간호사가 확인한 노인의 진료카드에는 '치매' 두 글자가 당당히 적혀있었다.

노인은 다시 한번 눈을 떴다.
그는 어디선가 보았던 헬리패드에 서 있었다.

"분명 여기서.."
이 장소를 어렴풋이 기억해 낸 노인은 옛 추억에 잠겼다.
아플때마다 뷰지를 닫으라며 소리쳤던 추억.
힘들때마다 흔들었던 기억.
절망에 빠질 때마다 천박한 글을 올렸던 과거.
지나고 보면, 사실 그때가 내 불꽃의 절정이 아니였을까. 라고 노인은 회상했다.

순간, 뒤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헬리콥터 소리는 한 구둣발 소리로 변하였다.
노인은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익숙한 뒷모습이였다.
벙찐 얼굴을 한 노인은 절뚝이는 다리를 끌고 천천히 다가간다.
그녀가 누구인지 단번에 파악한 노인은 그리움에 젖어 눈물을 흘린다.
"힐......데..."

"내가 길을 열겠다!"



댕강.



- 김카붕 (1998.6.4 ~ 2080.2.4) -


심심해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