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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8-oyjFftGQo




 -- 마우스 오른쪽 버튼 눌러서 반복 켜주세요 --


 ○ (음악 꼭 틀어주세요.)

 ○ (내용에 어울린다고 생각함.)

 ● (일단 나는 좋아서 올렸는데 켜지 않아도 좋을 거 같음.)

 ○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음…. 찾기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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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응… 지난 번에 봤던 얼굴들이 있네. 분명히 힐데랑… 용병 아저씨랑 아줌마랑, 론 리 친구하고, 지아랑… 지아 여동생과 아키 친구."

 "누, 누가 아줌마야?!"


 멍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하는 루루에게 냅다 외치면서 항의하는 제시카.


 반대로 세실리아는 지아 여동생이란 지칭이 왠지 마음에 들었는지 자기도 모르게 살며시 웃었다.


 어쨌건 그녀는 아예 들리지 않는 것처럼 무시하고 이어서 말했다. "여기, 춥지? 가아그셰블라가 온다고 하길래 계속 기다렸어… 의식의 준비도 내가 혼자서 마쳤고."


 에델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신기하네요. 이곳, 니알라토텝이 건설했지마는 저는 한 번도 방문했던 적이 없었네요… 문명의 요람과 같은 곳인데. 히프노스, 검은 피라미드가 대체 왜 만들어진 것인지 아시나요?"


 "…나도 잘 몰라."

 "고시대엔 성수들이 마왕들과 침식체에 맞서 싸웠었죠. 외신 니알라토텝은 과거 파라오로서 양측으로 편을 바꿔가며 활동했었고, 침식체화 된 바다민족과 싸우기도 했었답니다. 또한, 침식균열이 일어난 지역에 피라미드를 건설해 봉쇄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줬지요. 그때부터 역사는 시작됬고… 여기 잠들었던 미이라는 그것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나 스스로의 눈을 통해 봤겠지요."

 "그렇구나…."


 둥실둥실 뜬 그녀의 몸 옆으로는 파란색 불빛이 기묘한 느낌을 주면서, 이곳 검은 피라미드의 주위를 으스스하게 비추고 있었다. 너무나도 낯설은 상형문자, 곳곳에 놓여진 돌로 된 가구, 그리고 용도를 짐작할 수 없지만 잔뜩 있는 물건들. 고고학적으로 말하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자료가 너무나도 많았지만, 지금은 그런 학술적인 관심을 가질 때는 아니다.


 마치 영화의 장면과 같아 신기해 하며 모두와 같이 두리번거리던 라울이 물었다. "잠깐, 히프노스?"


 "응. 나, 루루 나이트메어. 하지만 예전에는 그런 이름으로 불렸어."

 "그러면 어째서 루루란 이름을 얻게 된… 아니,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 그러면, 당신도 신이야?"


 이번엔 뭔 엉뚱한 얘기를 하려고 하는지 궁금해진 로조는 라울의 옆에 다가와 어깨를 툭 치면서 말했다. "뭔데 또 그래. 신 처음보냐? 저기 안경 쓴 여자도 신이고, 코핀의 뱀처럼 생긴 여자도 신이고. 로자리아도 신이라고 자칭하잖아." 라울은 손을 탁 치며 말했다. "아니, 오로치는 요괴잖아. 게다가 에델과 로자리아는 마왕이니까, 완전히 다르다니까."


 "…신이라고 불리기는 했었지만, 딱히 그 셋과 다른 점은 없어. 헬라인들도 딱히 내 얘긴 그렇게 하지도 않았고."

 "그리스! 그렇지, 히프노스라고 불리니까 당연히 그리스의 신이겠지? 언제부터 있었는데?"

 "기억 안 나…."


 묘하게 김 빠지는 말을 듣고서 라울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루루는 이어서 말했다. "아! 최근에 하워드 필립스란 사람과 만났어."


 "하워드 필립스…?"

 "진짜 특이한 사람. 그리고 이상한 악몽을 꾸던 사람. 신기해서 오래 동안 같이 놀았는데, 어느날 꿈을 거닐다 실재하는 현실과 시공간을 넘는 저편으로 가보자고 제안했어. 그래서 같이 무수히 많은 경계를 넘다가… 어느새 그는 포기해 꿈에서 깨었고, 나는 하워드를 찾다 첫번째 관문 근처에서 외신 에델에 잡혀서 죽을 뻔 했어."


 멀리서 듣고 있었던 에델은 헛기침을 했다….


 "그, 그래서 어떻게 됬는데?"

 "에델… 무섭게도 계속 쫓아왔어. 내가 가지고 있는 악몽을 다루는 힘을 추적해서… 그렇기에 잠을 안 자려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었는데, 하워드한테도 좋지 못한 영향을 계속 줬던 것 같아. 계속 각성제를 사서 먹다… 나중에는 헤어졌어. 하워드는 나와의 만남을 글로 쓸테니까 읽어달라 했고."

 "어… 그거, 정말 썼어?"

 "응."


 루루는 뭔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근데… 나를 청년처럼 묘사했어. 마지막 엔딩은 대리석상만 남았다고 적어놓은 것도 왠지 비극적이었고. 안 죽었는데…. 우응…."


 "어쨌던간." 왠지 찔리는 건지, 에델은 다시 헛기침을 하며 루루에게 물어봤다. "오래전의 일은 그만 얘기해요. 루루, 지금 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말했었죠? 그렇다면…."


 그때 루루가 눈을 뜨면서 단호히 말했다. "안 돼! 지금 못 가."


 "네?"

 "나도 여기와서 알아봤어. 검은 파라오의 피라미드는 다른 차원에도 건설되진 동위물질이야. 다른 많은 이면세계들과 달리 거기 진입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통로의 구간을 거치지 않으면 안 돼. 그렇지만, 지금 매우 불안정해."

 "복잡하게 지어놨었네요… 정말 짜증나게."


 손톱을 깨무는 에델에게 루루가 촛등을 바닥에다 툭툭 두들기며 말했다.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던지, 아니면 에델이 직접 모두가 건널 수 있게 안정화를 시키던지…."


 "네? 하지만 제가 없다면 누가 인솔하는데요?"

 "…내가 하면 어때?"

 "흐음…."


 에델은 잠시 루루를 훑어보더니,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도 꿈의 신이죠. 지아 양에게는 이집트의 주술에 관련된 스크롤을 전부 주었으니, 그녀가 저쪽으로 보낼 인물들의 영혼을 전송하면 인도해 주실래요?"

 "응, 할께."

 "그럼 잠시 기다리세요. 네에… 불안정한 터널을 잠재우기 위해 몇 분 걸릴 것 같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가아그셰블라는 자신의 발 밑으로 피어오르는 어둠에 잠겨 버렸다. 처음 그녀를 볼 땐 어둠의 힘을 다루는 위협적인 기술로 보였지만, 지금 그녀가 이렇게 아군으로 활동하는 상황엔 정말로 묘한 느낌만을 줬다.


 "그럼… 잠시 휴식. 에델이 부르면 깨워 줘…." 그렇게 말하고, 공중에서 둥둥 떠다니며 몽환적인 졸린 목소리로 말하던 루루는 그대로 벽에 픽 기대 잠들었다.


 그녀를 보고 뭐라고 말하려고 하며 머뭇거리던 도로시는 그만두었다. 어쩔 수 없나, 그렇게 생각한 도로시는 수아랑 리온이 앉아있는 돌침대 옆에 가서 다리로 툭툭 거리며 지루해하다 리온이 가져온 초콜렛 바를 수아랑 셋이서 나눠먹었다.


 그들 앞으로 계속 파라오처럼 입고 있는 지아가 지팡이를 들면서 말했다. "저는 이쪽에 남을 수 밖에 없고… 힐데 소대장님이랑, 레지나 씨랑, 리타 씨랑, 로조 씨랑, 라울 씨가 가면 좋겠네요." 누가 봐도 뭔가 이상한 편제긴 했었다. 주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호라이즌과 이볼브원은 아예 참전하질 않고 이쪽에서 기다린단 것은….


 레아가 머리카락을 돌돌 말면서 만지다가 물었다. "저기, 역시 호라이즌 씨라던가… 못 가는 거지?"


 "네."

 "역시 힐데 씨나 레지나 씨가 최선이니까…."

 "네."


 '이길 수 있나? 걱정만 되는데….'


 왠지 매우 불안하게 생각하는 레버넌트를 지나면서, 조용히 호라이즌이 이볼브 원에게 다가갔다. 아까부터 혼자 뭘 하는지 가만히 있는데, 혹시나 중요한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진 않는지 염려되어 조심스럽게 머뭇거릴 뿐이다. 곧, 이볼브 원이 발을 쿵쿵 들었다 뗐다가 하면서 몸을 돌리곤 말했다. "나에게 할 말이라도 있나, 호라이즌?"


 "도대체 뭔 생각을 하는 겁니까, 엠버?"

 "지금의 나는 이볼브 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냐."


 "웃기지도 않는 말은 됬습니다." 호라이즌이 이어서 말했다. "여기 붙고, 저기 붙고… 당신, 대체 무슨 생각입니까? 진짜 예전부터 혼자 뭘 생각하는지 전혀 이해하지를 못하겠습니다."


 "지난 번에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하나? 너의 진정한 숙명에 눈을 뜨도록 만들어 주고, 그것이 우리 모두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메모리에 있긴 합니다만."

 "너도 많이 바뀌었지. 예전처럼 인간들을 싫어하진 않더로군."

 "아니… 저는 그렇다고 치고, 당신이야말로 인간을 싫어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자신은 인간을 초월했다고 계속 말했었던 것이 아닙니까?"


 이볼브원은 푸른 빛을 점멸하듯 계속 부르르 키고 껐다. 호라이즌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뭐하는 겁니까?"


 "졌어."

 "뭐한테 졌다는 겁니까."

 "거기서 그런 패를 내다니…."

 "……?"


 어리둥절하며 바라보는 호라이즌에게 다시 푸른색 불빛이 비춰졌다.


 "너도 시무르그의 연산장치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봤겠지? 봉황의 꼬리로 알 수 있었겠지. 인류에겐 아직도 희망이 있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그들이 만들 영원의 세상을. 너는 그걸 긍정했다. 그러니까 바뀌었던 것이겠지."

 "…엠버, 도대체 당신은 저한테서 무엇을 기대한 겁니까?"

 "화살을 쏘는 모습을 보았지. 세계를 집어삼키는 태고의 마신과 제국의 대신이 서로의 힘을 겨루는 동안에, 동쪽에서 나타난 하얀 성조가 사람들의 희망을 안고서 심연의 어둠을 불태울 광명을 쏘았더군. 나도 그곳에 있었어."

 "그냥 개꿈 아닙니까?"


 그때 이볼브 원은 호라이즌을 쳐다보고는 이상하단 목소리로 물어봤다. "잠깐… 얘기가 맞지 않는데? 호라이즌, 화살은 만들 수 있지 않았나? 활은 어디에 있나?"


 "활이라니, 무슨 말입니까. 화살조차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뭐? 하지만 너 세라펠하고 싸울 때만 하더라도 화살 만들었잖아?"

 "아니, 잠깐. 그거 신창이 아니라 화살이었습니까?! 음…?"


 둘이서 계속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어느새 주위가 조용하게 느껴졌다. 보니, 어느새 리타나 레지나, 로조 그리고 라울 모두 돌침대에 뉘여 놓고 자고 있다. 벌써 준비가 끝난 건지 둘러보니 힐데가 어려운 표정을 지으며 지아의 손가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지아 회장… 잠이 안 오는데."


 계속해서 수면 마법을 영창하던 지아는 매우 곤란하단 표정을 지었다. "어라… 다른 분들은 코코 잘 주무시는데…." 계속해서 오색의 빛을 뿜으며 힐데에게 수면 마법을 걸어도, 왠지 적용이 되질 않았다.


 "커피를 많이 마셔서 그런가…?"

 "설마, 커피 정도로 수면 마법에 저항력이 생길까요?"

 "으음…. 일부러 걸려 줄려고 하니까 오히려 힘들군."


 발키리 특유의 내성 때문인지 눈을 껌뻑이며 계속 집중하던 힐데는, 그렇게 몇 분 걸려서 겨우 잠들었다.


 꿈 속. 힐데는 몽롱한 정신에서 갑자기 슬며시 자신 앞으로 나타난 보라색 불꽃을 보곤, 그대로 그걸 따라서 걸어갔다. 점점 머리가 깨는 감각, 그리고 그 앞으로 점점 루루의 목소리가 들리곤, 모두의 모습도 보였다.


 "뭐냐?!" 자신도 모르게 레긴과 파프닐을 꺼내어 검은 자칼의 머리를 가진 괴인들을 향해 칼날을 세우는 힐데. 하지만 그녀의 옆으로, 갑자기 에델이 그림자 같이 다가와 팔을 사뿐히 잡곤 말했다. "놀라지 마세요. 그냥 경비병입니다, 발키리."


 "으, 음?"


 새나 사자나 늑대나 그런 짐승의 머리를 가진 괴인들이 힐데를 향해 창을 겨누다, 에델의 지시에 다시 거두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서 걸어갔다. 일부는 청소를 하고 있었고, 새 머리에 안경을 쓴 수인은 불빛 아래에 책을 읽고 있었다. 힐데는 에델에게 물었다. "설마 마왕 니알라토텝의…?"


 사실대로, 검은 피라미드는 차원균열을 묶는 기능도 하지만, 여는 목적도 있다. 니알라토텝은 자신의 차원에 접합시키면서 수하를 부르는 차원관문으로도 사용한 것이다.


 "그래요. 왜 이렇게 늦게 왔나요? 다들 몇 분 동안 기다리고 있었는데."

 "최면에 쉽게 걸리지 않더라… 미안."


 왠지 언니가 살짝 화난 목소리로 따지는 것 같은 에델의 목소리에 힐데는 왠지 어색함을 느끼면서 사과했다. 레지나는 팔짱을 끼고 자신을 평범하게 쳐다보고 있고, 리타나 스캐빈저의 로조와 라울도 지루한지 앉아 있다 일어나며 손을 털었다. 자신의 옆에 있던 루루가 말했다. "힐데… 애초에 쉽게 재울 수 없는 체질. 그러니까 어쩔 수 없어."


 "음? 그런가요."

 "내가 최면술을 걸어도… 아마 안 될 거야."

 "꿈을 다루는 신인 당신인데도 그 정도인가요?"


 뭔가 의외란 표정을 짓던 에델은 더이상 따지질 않고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모두가 뒤따라가는 가운데, 피라미드 밖에서는 조각난 대지가 마치 천공성처럼 띄워, 해도 달도 없이 주위의 거대한 공허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갑자기 뭔가 눈치챈 라울이 로조에게 말했다. "흐음, 이거 봐봐. 여기엔 중력이 없나본데?"


 "그런가?"

 "아니, 진짜. 여기 꿈이잖아? 산소도 없잖아. 숨 쉬는 게 아니라 그냥 돌아다니는 거야. 봐봐, 날 수 있어."


 그렇게 말하곤 라울은 땅에서 뛰어 바로 점프해, 하늘에 둥실둥실 뜨기 시작했다.


 "이거, 무중력 공간에서 움직이는 것과는 달리, 꿈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진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데?"

 "흐음…?"


 딱히 자기도 뛰진 않고, 그냥 옆에서 보는 로조. 잠깐 루루를 따라가던 모두는 이내 거대한 구름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봤다. 에델은 뒤를 돌아봐 라울에게 말했다. "미아가 되면 곤란하니까 이제 땅으로 내려와서 저희랑 같이 가요."


 "응? 이대로 가면 안 돼?"

 "철없이 굴지 마세요."

 "…어? 어, 어."


 마치 누나처럼 이르는 그런 태도에 황당해진 라울은 그냥 자신도 모르게 눌려 시키는 대로 했다. 에델은… 말투도 그렇지만, 목소리도 태도도 정말로 묘해졌다. 그렇게 생각한 힐데는 뭔가 꺼름직한 눈으로 에델을 쳐다봤다. "너 말야,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냐?"


 "네?"

 "뭐랄까, 분위기도 그렇고… 너무 많이 달라졌어."

 "그런가요? 저는…."


 힐데는 묘한 눈초리로 보다, 이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뭐, 내가 신경쓸 건 아니지. 근데… 솔직히 말하면." 그리고 눈을 마주쳐 이어서 말했다. "예전에는 왠지 믿지 못하겠단 인상이 강했어. 지금의 당신은 묘하게 다른 거 같아."


 "그럴만 하겠죠. 발할라의 몰락 이후, 당신은 성수들의 편에 섰으니까 저와는 결국 적에 가까운 입장이었으니."

 "후, 또 지난 얘길…."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당신과 저는 딱히 그렇게 개인적인 원한은 없었던 것 같네요. 그쪽… 터키인들의 제국이 부흥하기 시작할때 당신이 제2차 성수-마왕 대전에 참전한 거니까. 16세기 이후부터… 그러네요. 몇 일 전의 제5차 성수-마왕 대전까지 합쳐도 당신과 제가 적으로 대치한 상황이란 거의 없었죠."


 하얀, 여러 빛깔이 감도는 그런 구름을 밟으며 자신도 과거를 회상하던 힐데는 문득 궁금한 것이 떠올랐는지 에델을 돌아보곤 물었다. "잠깐, 구관리국이 몰락한 직후에 마왕들이 갑자기 지구를 침공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로자리아가 다른 마왕들과 분쟁을 일으켜서 그렇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벨룸 로자리쿰… 그렇게 명명할 수 있겠네요. 사실이랍니다, 힐데."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었길래? 그때 나는 관리국의 인원들을 생환시키기 위해 퇴각의 지휘를 맡았어. 언제 너희가 다시 공격할지 몰라서 긴장하고 있었는데… 결국 끝까지 오질 않았더군."

 "지금 이 세계, 우리 셋… 아니, 이젠 둘만 남았지만, 이곳의 지구권을 정복하면 어떻게 땅을 나눌지 의견차이가 있었죠. 결국 세라펠과 저는 로자리아에게 붙고, 나머지 마왕은 로자리아와 싸워서 전부다 져버렸죠. 일부는 그대로 자신의 클리파 차원까지 박살나서 죽었고, 나머지는 당신이 있던 지구에 간섭하지 않겠단 조항이 들어간 협정을 체결하고 물러났죠. 그래서 저희 셋 밖에 없었던 거랍니다."


 둘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어느새 망각까지 도달했다. 그 너머에는 궁극적 공허의 혼돈이며, 이는 나선처럼 휘몰아치는 검은색이 지배하는 영역이다. 가려져서 아자토스는 보이지도 않지만, 어쨌건 그 안으로 들어가서 회오리에 휘말릴 이유는 없었던 모두는 거기에서 기다렸다. 곧, 니알라토텝이 도착했다.


 니알라토텝은 맨 처음에 검은 파라오와 같은 모습을 취했었지만, 외신 가아그셰블라를 보곤 바로 에델과 같은 모습을 취했다. 남매간의 장난인지, 그걸 보고서는 에델은 볼멘소릴 했다. "또 이상한 장난을…."


 특이하게도 니알라토텝은 말투마저도 에델을 똑같이 따라했다. 같은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어머나, 장난이 아니랍니다. 당신 때문에 귀찮게 가은인지 뭔지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녀석이랑 싸우게 됬는데요. 그렇지… 이 모습이 되려 우리에게는 유리하겠죠. 진짜 가아그셰블라가 누군지 모를테니까."


 "가은은 생각을 읽을 수 있지 않나요? 이런 조잡한 방법이 통할리가…."

 "네? 감히 외신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고요? 아뇨, 당신이 읽도록 내버려둔 것이겠죠. 둔해졌군요, 가아그셰블라. 외신의 수치네요…."

 "묘하게 짜증나네요. 제 말투 좀 그만 따라하세요."


 그러자 니알라토텝은 - 에델의 모습을 취한 - 아이처럼 비웃더니 똑같이 말했다. "묘하게 짜증나네요. 제 말투 좀 그만 따라하세요." 그러자 에델은 마치 철없는 남동생을 다루는 것처럼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더니 그냥 관두고 공허에 슬쩍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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