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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5fJtFk48wg8





 -- 마우스 오른쪽 버튼 눌러서 반복 켜주세요 --


 ○ (음악 꼭 틀어주세요.)

 ● (내용에 어울린다고 생각함.)

 ○ (일단 나는 좋아서 올렸는데 켜지 않아도 좋을 거 같음.)

 ○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음…. 찾기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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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우주에서.


 월면에선 리플레이서 룩의 - 실비아의 클론 - 서포트에 의해 포위하는 연합군의 함대들에 맞서 빔포를 쏘는 리플레이서 퀸과, 대함 미사일과 대인 저격총을 써서 대응하는 리플레이서 에이스와 - 카린의 클론 - 그런 에이스에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소총을 들고서 응전하는 리플레이서 잭이 - 제이크의 클론 - 있었다.

 인공마왕이란 이름 값은 하는 건지, 평범한 무기로는 타격조차 주지를 못했으며, 리플레이서 룩이 정보전에서 우위를 점했기에 적 분대의 자세한 위치를 알 수 없었으며, 거리를 멀리 두고서 정밀타격을 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유빈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지금, 관리자는 현상을 최대한 유지하되 손실은 최소화하려고 노력해, 엘리자베스 한 명만 출격을 시켜, 자신과 다른 방향에서 견제하도록 지시했다.


 '어쨌던간 킹은 들어갔고, 지금은 결국 서로가 손실을 피하는 고착된 상황… 하지만 딱히 우리에게 불리한 것도 아니다.' 관리자는 그렇게 생각하며, 몇 분 뒤에 펜드래건에게 다시 알비온으로 귀환해 휴식하라고 명령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카운터도 인간이다. 장시간 전투에 지쳐있는데 만일 역공을 당하면 대처하기 어려워할 게 분명하니.


 달로부터 직결되진 요새화된 킹의 이면세계에선, 혼자서 거닐고 있었던 민서는 - 리플레이서 비숍 - 자신의 뒤에 침식체와 같이 검은 머리칼을 가진 아키가 붉은 눈동자를 비추며 쳐다보는 걸 눈치챘다. 둘은, 그제서야 서로를 인지하고 재회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한편, 멀리서 이 기운을 눈치챈 기사는 치후유에게 일렀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으시오. 리플레이서 킹의 이면세계는 왠지 심상치가 않소. 이곳의 공간은 마치 큐브처럼 블록들이 분해되어 다른 형태로 엮여진 상태인데, 이는 당연하게 적에게 유리하지."


 치후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는 이어서 말했다. "리플레이서 나이트… 이 검에 맞고도 소멸되지 않았군. 아니, 재창조가 되었다고 해야겠지. 그녀가 다시 여기까지 왔소. 그리고 여러 침식체를 우리가 있는 쪽으로 유도하고 있고. 당신은 지금 나로부터 떨어져서 몸을 숨기는 게 좋겠지."


 "한솔 공, 오히려 함께 싸우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당신이 주위에 있다면 내가 칼날을 자유롭게 휘두를 수 없소."

 "…그렇군요. 납득했습니다."


 퀴에투스는 불타는 증오의 불꽃을 괴팍하게 던져대는 검이다. 사방에서 적이 몰려오면 정신없이 싸워야 할텐데, 별로 도움도 되지 않는 자신이 방향을 막고 있으면 불편하기만 할 뿐이란 것은 자신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는 언니들을 찾기 위해 떠나겠습니다. 무운을." 치후유는 그렇게 말하고 급하게 달려갔다. 이후, 기사의 위치에 본인이 예고한 대로 갖가지 침식체들이 포위하듯 몰아닥쳤다. 다만, 썩어버린 나뭇잎과 같이 그것들은 전부 오자마자 견딜 수 없는 온갖가지 고통과 고뇌를 겪으면서 육체가 뒤틀려지고 파멸하였다.


 "……."


 기사는 단지 걸었다. 반침식체의 영역에 도달한 이 남자의 앞에선 제5종 침식체까지 전부다 죽어버렸고, 제6종 침식체라고 해도 반침식파에 의해 제1종 침식체처럼 약화되졌다. 더군다나 카운터의 영역을 초월했기 때문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내구력을 가졌다.


 애초에 반침식체 자체가 침식파를 초월하는 존재이며 어떤 침식체나 심지어는 마왕조차 승산이 없는 것이다. 아르토리아의 존재가 느껴지는 방향을 향해 계속해서 걸어가던 기사는 이내에 그녀들을 보았다.


 "……."


 리플레이서 조커와 리플레이서 비숍도 또한 기사를 눈치채었다. 민서는 - 반침식파의 힘을 눈치챘기에 - 당황한 표정을 역력히 지었지만,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 저쪽에서 멀찍이 지켜보는 기사를 확인하곤, 아랑곳하지 않고서 자신에게 계속 물어보는 아키에 집중했다.


 아키가 말했다. "하나 묻고 싶었습니다." 리플레이서 조커로 변신했었던 직후, 완전히 성격이 변했던 그녀다.


 "무엇이죠, 아키?"

 "저의 추측대로라면, 당신은 리플레이서에 가담할 인원을 찾기 위해서 리플레이서 조커로 변이할 수 있도록 주사를 놓은 겁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어째서 히로세 아키가 그 대상이 되었던 겁니까?"

 "…아키?"


 무언가 잘못됬다고 느꼈다. 문장도 논리도 잘못된 게 아니다. 분명히 리플레이서 조커의 힘은 완전하게 발휘됬다. 그녀는 순간이동을 카운터 능력으로 쓸 수 있었으며, 또한 침식파를 흡수해 에너지로 쓰는 희망이란 카운터 능력도 보유했다. 그렇지만… 무언가가 매우 이상했다. 마치 완전히 잘못된, 실패한 실험의 결과물을 보는 것 같이.


 "아키 씨, 제가 예전에 준 리본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잃어버렸습니다."


 아까부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하던 아키였다. 슬퍼하는 것인가, 귀찮다는 것인가. 그것조차 짐작하지 못하는 민서는 고갤 털고서 말했다. "그래… 그렇군요. 하지만 그건 됬어요. 자아, 아키…."


 양팔을 뻗치며, 억지로 웃고는.


 "힘이 없는 게 죄인 지금 세상에서… 당신은 이제 누구도 얕볼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답니다. 이제까지의 아키 씨는 자신의 인생에서 이길 수 없이, 단지 비굴하고 처절하게 사회에서 길 뿐이었죠. 하지만 지금의 당신은 모든 것을 실현할 힘이 생겼습니다. 이제… 저에게도 말씀해주세요, 당신이 원하는 그 히어로가 무엇인지…!"


 그리고, 눈을 부릅 뜨면서 아키를 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를 않았다… 마치, 실험작인 프랑켄슈타인처럼.


 "아키…?"

 "아직 저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 아하! 그렇군요. 무례하게 혼자 이상한 말만 했었네요… 하하, 그러네요."


 어색하게 웃으면서 뭔가 정체모를 불안감을 느끼던 비숍이 대답했다. "저는, 아까 전에 말씀드렸듯이,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당신에… 뭐든 할 수 있는 힘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답니다. 네, 그거네요. 리플레이서 따위 처음부터 저에겐 아무 의미도 없었어요."


 "당신은 어째서 자신이 만들고 싶어하는 세상을 직접 만들지 않은 겁니까?"

 "네?"


 민서는 난처한 듯이 웃으며 말했다. "저는… 그때부터 너무나도 더러워져, 당신처럼 순결하고 아름다운 히어로가 될 수 없게 됬답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신의 몫이랍니다."


 지금의 아키는 너무나도 이상했다. 그리고 어렴풋이 느껴지는 이러한 감각을 애써 부정하려고 했는데, 이제 본인도 눈을 돌릴 수 없이 마주하였다. 이것은 아키가 아니라, 단지 리플레이서 조커라는… 자신이 모르는 누군가였다.


 "당신은 히로세 아키의 무엇을 보고서 좋아했던 것입니까?"

 "설마…."


 완벽하게 무감정한 목소리로 조커가 말했다. "당신은 나에게 모든 카운터의 능력을 부여하여 리플레이서 조커로 만들었습니다. 독심이나 예측조차 그 능력 중 하나입니다. 지금 당신의 짐작은 딱히 틀리지 않았습니다."


 "……!"

 "묻고 싶어하신 것은 많았겠죠. 아직도 히어로가 되고 싶냐던가, 이제는 모든 걸 아는 저에게 당신은 어떻게 보여지냐던가, 당신이 주었던 힘은 어떻게 느끼는가. 저에게는 그에 대해 대답해줄 권리가 없습니다."

 "말도… 안 돼…."


 다리에 힘이 풀리며 털썩 주저앉는 비숍에게 조커가 말했다. "히어로라 말씀하셨습니다만, 지금 대화를 하는데 있어 필요하다 판단하여 당신의 생각을 읽어봤습니다. 하나만은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내가 처음부터 이런 사람이었다면, 당신은 나를 원하지 않았었겠죠."


 "설마… 저 때문에 이렇게 변한 건가요?"

 "리플레이서 조커로 변하는 과정은 그 대가로 카운터의 정수를 변질시킵니다. 아키란 에고가 가지고 있던 기억들은, 이제 저에게는 마치 다른 사람의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그, 그런…!"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이 사람은, 단지, 히로세 아키와 이름과 얼굴만 같은 별개의 인물에 지나지 않았다.


 조커는 붉은 눈동자를 돌려 영혼을 읽듯이 비숍의 기억을 꿰뚫어 보았다. 카운터 능력들 중 하나였다. "당신이 원했던, 연약하나 순수함을 잃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길 원했던 히어로. 당신에게만은 그게 진짜 영웅처럼 보였을지 모릅니다." 그녀는 이어서 말했다. "진짜 용기도 희망도 아닌, 저능아의 헛소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지만."


 "왜…?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결국 당신에게 진짜 용기나 희망을 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건… 이런 건 아키가…!"


 조커는 검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계속 말했다. "삶은 결과를 만드는 과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기계적인 물리적인 계산이라 불러도 틀리지 않겠죠. 인간은 자신의 재능을 깨달아, 자신이 정의한 목적에 맞춰 그것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실패라는 것은, 단지 적합치 못한 수준의 능력을 가졌거나 혹은 임의적 계산의 과정이 그런 형태로서 도출됬단 증거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건 아키가 아니야…!"

 "어린 아이가 괴로워하는 이유는 자신이 속하는 사회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뭐?"

 "그건, 당신과 같이 타자를 욕하거나 공격하는 것에 어떠한 이유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납득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 혼돈을 막기 위한 인공적인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법이라는 것을 만들었고, 그것이 최초의 국가의 탄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인위적인 힘에 의해 유지되는 상태기에, 영향력이 닿지 않는 곳에서 당신과 같은 경우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야, 이제와서 걔네들을 용서하란 거야?! 별 거 아니니까 극복하란 거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아키는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아무것도 하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그것이 당신이란 말을 했을 뿐입니다."


 "그러면… 그러면…!" 민서가, 악에 받혀, 소리지르며 물었다. "리플레이서 조커, 이제 당신은 뭐든 알고 뭐든 할 수 있는 존재니까 대답해줄 수 있겠지요! 나는… 나는 뭐였던 겁니까? 뭘 해야만 했다고 말하고 싶은 겁니까?!"


 "오히려,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었던 겁니까?"

 "…뭐? 그, 그야…."

 "……."

 "생각을 읽을 수 있으니 당신도 알겠죠, 내가 원하던 것은, 아키하고 같이 히어로가 되고 싶었던 것…!"


 "히로세 아키의 문제는, 단지 애니메이션만 보고 실제로는 어떤 목적이나 기능조차 하지 못할 관념으로 세상을 바꾸겠단 이상한 말만 하던 소녀란 것에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지금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려하지 않고 자신이 직감적으로 맞다고 느낀 선만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길 좋아했습니다. 역사도 현실도 모르고, 능력도 없었던 그녀에게서 배울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 이게… 심리학자인 척 그만해요! 당신이, 당신 따위가 도대체 아키에 대해서 무엇을 안다고…!"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외친 민서는, 이성적으로 저것이 아키의 기억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감성적으로 그렇게 외칠 수 밖에 없었다.


 민서가 물었다. "그러면… 그러면, 나는 도대체 무엇을 했어야 했나요? 여태껏 나는 도대체…! 왜 그런 지옥에 빠져 살았었던 건지…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던 건지…!"


 하지만 아키는 적월과도 같은 눈동자를 통해서 내려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인생, 계산, 실패. 폭력, 혼돈, 질서. 결국 감정을 달래줄 뿐에, 같은 말만 반복한단 것을 어렴풋이 알아 그런 것일지 모른다.


 "한 가지는 말해도 좋을지 모릅니다. 아키의 기억에 있는 서윤, 그리고 당신을 혐오한 무수히 많은 사람들. 일반적인 국가에선 그런 종류의 사람들을 질서의 기준 자체에 어긋난 잘못된 사람들로서 취급합니다. 하지만 당신 스스로에게 물리적으로 막을 힘이 없었다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겠죠."

 "뭐야, 그게…? 전혀 위로가 되질 않잖아…. 바보…. 아키가, 아키가 더 좋았어… 너 같은 뭔지도 모를 이상한 녀석보다도…!"


 단지 납득하는 것으로서 모든 감정들이 그냥 해결되는 지금의 리플레이서 조커와 달리, 민서는 아키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된 관점에 거부감만 강하게 느꼈다.


 "아키… 미안해요. 내가, 당신을 완전히 없애 버렸군요… 이 세계에서."


 조커는 비숍에게 주머니의 녹음기를 꺼내서 휙 던졌다. 민서가 에델과 만나기 이전에 녹음한 것, 방금 그녀가 아키에게 주었던 물건.


 그녀가 말했다. "저는 단지 다른 생각과 감정을 취할 뿐, 아키와 동일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아키의 측면을 염두하고 말해졌던 것이겠죠. 돌려 드리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었던 민서가 중얼거렸다. "그래… 그런, 것일까요? 그렇다면… 아키는, 사라진 게 아니라, 그냥 당신이란 거죠?" 그녀의 마지막 말 한 마디가 오히려 민서에겐 이상한 희망을 주었다. 그것을 의아하게 생각한 리플레이서 조커는 아무런 말도 하지를 않았다.


 "아키, 그렇다면… 그렇다면 괜찮아요. 당신이 이전의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사람이 되어서… 더이상 외로움도 괴로움도 느끼질 않고 저랑 다르게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은… 저는, 그것으로 만족해요. 후후, 그럴지도 모르네요. 애니를 보지 않는 아키는 상상조차 안 되지만은… 만일 아키가 강한, 지혜롭고 엄격한 스승님을 만나서 길러지면… 이렇게 됬을지도 모르고. 그러네요, 만일 저도 그랬다면 어쩌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됬을지…."


 민서는 떨어진 녹음기를 주워 다시 아키에게 주면서 말했다. "하지만 저를 불쌍히 여겨주시면… 제발, 받아주세요. 마지…"


 하지만 비숍의 말은 거기서 끊겼다.


 여태껏 자신의 반침식파 때문에 아키를 해칠 수 있단 판단에서 접근하지 않았던 기사는, 이내 천장에서 숨어있던 아르토리아가 내려오며 공격했던 것을 목격했다. 차원검 엑스칼리버는 그대로 비숍과 그녀의 녹음기를 자르면서, 리플레이서 나이트와 함께 드러났다.


 의도한 검격으로부터 아르토리아의 다분한 적의감이 느껴졌다. 반절로 나눠진 녹음기 조각을 발로 밟아서 부숴버리며, 나이트는 민서가 죽었는지 발등에 턱을 대고서 올려보고 확인하곤, 다시 머리를 베어 죽였다.


 "항상 의문이었지. 어째서 다른 마왕도 아닌 가아그셰블라만 그렇게 우리의 내부사정과 기술개발을 훤하게 봤던 것인지. 그게 너였군… 이제와서 죽인다 해도 의미는 없겠지만, 도미닉도 너 같은 배신자는 없애고 싶어할 테니까."


 싸늘했다.


 또한 이상한 어색한 침묵이 계속 겉돌았다. 리플레이서 비숍을 처형했던 직후에, 옆에 서있던 조커, 그리고 멀리 서있는 기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를 않았다. 지나치게 정적인 상황에서 목을 긁으며 눈치를 보던 아르토리아는 칼을 쳐들면서 도발했다. "너희들이 여기에 침입했던 이후, 서로 흩어져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실로 한심하군…."


 "……."

 "……."


 "뭐야 이 녀석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얼터그레시브 아키, 그냥 갑옷처럼 멀리 서있으며 미동조차 하지 않는 화염 기사. 몇 초, 십몇 초나. 그러다 그것이 망토를 펄럭이며 말했다. "공격할 것이면 당신이 먼저 오시오."


 "내키지 않는데. 그대가 이쪽으로 온다면 어떤가?"

 "……."


 그렇게 일 분 넘게 다시금 침묵이 이어졌다. 엄청나게 짜증나는 표정을 짓던 아르토리아는 그냥 차원검을 들어 공간을 잘라 틈을 만들었다.


 "어차피 너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테지. 나에겐 더 중요한 계획이 있으니… 그럼." 그렇게 말하고, 리플레이서 나이트는 그대로 공간을 넘어갔다. 바로, 가은과 에델이 동시에 목적지로 삼은, 마왕 아자토스의 혼돈 속으로.


 하지만 아르토리아가 나가자, 둘은 바로 서로에게 얘기했다. 그냥 나이트란 적이 있어서 상황을 경계했던 것이었다.


 "힘에 거부감을 느끼는가?" 기사의 첫마디는 특이한 질문이었다. 리플레이서 조커는 아군에게 담담히 대답하였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힘이라… 물질계의 간섭력만 아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완전하게 지배하는 것은 결국 누구에게나 필요하겠죠. 마치 당신이 결국 그렇게 되었듯."


 친구. 서로가 완전히 다르게 됬다고 볼지도 모르나, 그때부터 있었던 한솔과 아키의 관계는 묘하게도 기사와 조커의 대화에서 동일한 구도로서 찾아볼 수 있었다.


 "……."

 "만일 당신이 그 정신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지금쯤 폭주하는 괴물만 남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가정은 의미가 없습니다. 당신은 결국 늦던 빠르던 이렇게 되었을 것이고, 그러한 존재에게 실패란 결국 일어나지 못할 것이기에."

 "카운터 능력으로 나를 꿰뚫어서 보았군."


 아키는 고개를 살짝 들면서 물었다. "싫습니까?"


 "상관없소.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냐." 기사는 이어서 말했다. "당신도 오시오. 이곳의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소."


 아키는 - 이제서야 인생이 무엇이며, 자신에게 필요한 관점이나 여타 지식들이 무엇인지 그때 깨달았다. 하찮은 사람들과 만나며 하찮은 일로 다투고, 그리고 서윤과 같은 사람은 두려워 피하면서 스스로는 어떻게 해결할 방법조차 모르는 아이와도 같은 상태에서 지금 벗어나진 거다. 사람을 무서워해, 사회에 관심 없어, 세상을 망상하던 그러한 여자는 어른이 되었다. 애초 모든 소년들은 단지 덜 자란 남자들에 불과한 것처럼.


 그렇게, 아키는 빛을 따라서 저편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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