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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I: 만약 관리자가 그때 떠나기로 결정했었다면

(https://arca.live/b/counterside/55899420)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II: 공익 등장

(https://arca.live/b/counterside/55915019)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III: 스포)리타와 대시는 육익한테 구출받음

(https://arca.live/b/counterside/55929667)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IV: 용과 뱀의 윤무곡

(https://arca.live/b/counterside/55949571)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V: 리뎀션 오브 더 킹

Part I Part II Part III Part IV Part V Part VI Part VII Part VIII Part IX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VI: 뉴건담 카린과 겟타팀

Part I Part II Part III Part IV Part V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VII: 경력사원

Part I Part II Part III Part IV Part V Part VI Part VII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VIII: 악마성 로자리아

Part I Part II Part III Part IV Part V Part VI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IX: 어둠 속의 왈츠

Part I Part II Part III Part IV Part V Part VI Part VII Part VIII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X: 테라사이드

Part I Part II Part III Part VI Part V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XI: 눈을 뜬 마왕

Part I Part II Part III Part IV Part V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XII: 리턴 오브 더 킹

Part I Part II Part III Part IV Part V Part VI




https://www.youtube.com/watch?v=q76bMs-NwRk





 -- 마우스 오른쪽 버튼 눌러서 반복 켜주세요 --


 ○ (음악 꼭 틀어주세요.)

 ○ (내용에 어울린다고 생각함.)

 ● (일단 나는 좋아서 올렸는데 켜지 않아도 좋을 거 같음.)

 ○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음…. 찾기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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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XI: 눈을 뜬 마왕 --




 코핀 컴퍼니의 쉘터 지하에서, 소파에 앉아 리모콘을 삑삑 돌리며 느긋하게 스크린을 보고 있는 레아, 그리고 에디와 찰리와 제시카. 에디는 딸을 옆에 앉히고 머리를 쓰다듬거나 쿠키를 주면서 놀아주고 있었다.


 침식체 네퀴티아가 됬다가 돌아온 이후로, 아직도 머리가 살짝 아픈지 계속 아이스 팩을 머리에 대면서 찜질하던 그녀가 화면을 보다가 말했다. "응? 사장들, 이기고 있나봐? 뉴스에도 나오는데? 몇 달 동안 각지에 박혀진 로스트 쉽들이 지금 철거되었다고."


 그러자 도로시와 수아와 리온과 게임을 하고 있던 대시가 갑자기 눈을 빛내며 뒤로부터 소리쳤다. "정말요? 정말요? 우리 이기고 있는 거예요? 다행이예요! 저는 계속 걱정하고 있었는데…!" 뒤로부터 크게 울리는 소리에 찰리는 잠이 깨 버려서 궁시렁 대며 기지개를 폈다….


 "그래도 말야… 지금쯤 누구 한 명 죽은 거 아냐?" 도로시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리온은 머리를 긁적이며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다. "저, 저기… 그런 말하면 안 돼. 모두 걱정하고 있고…."


 "아직은 아무도 죽지 않았습니다, 휴먼." 호라이즌이 무감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지금 우주에서의 전투는 달에서 출발한 리플레이서 함대를 막지 못해 우주기지까지 후퇴, 그러다가 이쪽에서 출발했던 한솔들이 증원하여 다시 역공. 이후, 관리자는 돌격조를 짜서 리플레이서가 요새화한 다른 이면세계로 공격하도록 명령했다고 말하더군요."


 "헤에?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옆에 앉아서 같이 뉴 에이지 모바일을 하고 있던 수아가 대답했다. "호라이즌… 나처럼 수신을 받을 수 있어."


 "아, 컴퓨터끼리 통하는 게 있나봐… 아, 아얏! 왜 때려!"


 그 말에 묘하게 기분이 나빠진 수아는 도로시의 허벅지를 발로 걷어차 버렸다. 그리고 단지 헬멧의 바이저에 ">:(" 표시를 띄우며 꽁한 표정을 지었다….


 "흐아암… 나 왔어, 밖에 춥네. 비도 오고…." 리타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쉘터의 거대한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했었다. 대충 우산을 옆에 걸어두고, 비에 젖은 옷깃을 툭툭 터는 그녀에게 제시카가 일어나며 물어봤다. "어때, 편의점에 있대?"


 "한국의 가게는 왜 이렇대? 결국 내꺼 담배만 샀어. 찾는 술은 보이지도 않더라."

 "뭐야, 정말로 담배만 사온 거야? 왜 그렇게 오래 걸렸어?"

 "밖에서 피고 왔지… 안에서 필 순 없잖아."


 두 사람은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밖에서 술을 사오기로 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당연히도 이탈리아나 미국에서 파는 술의 브랜드가 한국의 동네 편의점에 있을리가 없다.


 "젊은 사람이 벌써부터 몸에 안 좋은 것만 잔뜩 하고… 정말 걱정이네요." 그리고 안쪽 부엌의 문을 열고서 들어오는 루이제와 루시드.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피자를 먹으면 어떠냐고 갑자기 말하길래 모두가 좋다고 해서 간만에 요리 솜씨를 발휘하였다. 물론 딱 한 사람…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아, 정말! 엄마, 또 왜 그래? 리타 씨가 엄마 딸이야? 왜 잔소리야!"

 "얘는 진짜… 늙으면 네 나이 또래의 애들은 전부 딸처럼 보여. 노파심에 걱정되서 하는 소리란다."

 "그리고 왜 또 피자야, 정말! 맨날 탄수화물만 먹고, 당뇨 걸리겠어!"


 사실 이 방에 있는 모두가 짐작할 수 있듯이… 레아와 루이제는 항상 집에서 이런 느낌이다. 어쨌건 에디가 쓴웃음을 지으며 진정하게 말렸다.


 "저, 너무 그러지 말고…."

 "민폐잖아요, 진짜. 리타 씨, 죄송해요."


 리타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대꾸했다. "아, 아뇨… 피자까지 만들어 주셨는데 그런 말씀은 하실 자격은 된다고 생각해요. 아마…." 그러자, 옆에 있던 호라이즌이 고개를 젖히며 말했다.


 "이거 놀랍군요, 리타. 제가 뭐라고 하면 귓등에도 들어처먹지 않았더니. 앞으로 피자 만들어 줄테니까 제대로 된 어른이 될 겁니까?"

 "너 임마, 넌 음식을 만드는 게 아니라 숯덩이를 만들잖아."

 "오? 제 요리 솜씨가 맘에 들지 않으면 사오면 되겠군요. 이제부터 맨날 배달하는 피자 시켜줄테니 대표님 말 좀 들으면 어떻습니까?"

 "시끄러워…."


 루시드는 모두를 힐끔 힐끔 보더니, 몇몇이 보이질 않는지 구석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레지나에게 물었다. "저기… 힐데 소대장님, 린 씨, 그리고 두 회장님이 보이질 않는데요? 어디 가셨나요?"


 그녀는 펜드래건의 문양이 그려진, 진짜 금과 보석으로 장식되진 책갈피를 끼워 넣고 책을 사뿐히 덮었다. 엘리자베스가 우주로 떠나기 이전에, 여태껏 미안했다며 우정의 증표로서 선물한 물건이었다.


 "플라즈마 실드라는 것을 만든다고 하더군요. 관리자님이 알파트릭스 회장님에게 플라즈마 기술을 보여줬더니 자신도 뭔가 만들고 싶어졌다면서… 또, 베타트릭스의 시설로 제조하라고 지시할 수 있도록 세실리아 회장님과 같이 가셨네요."


 몇 분 전에, 지아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하지만 매우 열정적인 태도로 이것저것 의논하며 팔짱을 끼고 걸어간 그녀의 모습이 기억나는 레지나였다.


 "플라즈마 실드?"

 "말 그대로 장비자를 위해서 플라즈마 방어막을 치는 거예요. 다만 에너지 소모가 극심해, 무게나 크기에 비해서 그렇게 효율적인 물건은 아니기에 관리자님은 생산하지 않으셨죠. 하지만 지아 회장님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그렇군요. 그러면 다른 둘은 어디에…?"

 "곧 돌아올 거예요."


 어쨌건 모두가 둘러앉아서 먹기 시작하는 와중, 갑자기 힐데가 한숨을 쉬면서 마이크를 통해 레지나를 불렀다. "레지나 양, 혹시 있나? 손님이 오셨다. 회사의 정문으로 나와줘."


 "…누구일까?"

 "우응… 언니 시원해서 좋았는데."

 "미안해요, 잠시 가봐야 할 것 같네요."


 묘하게, 자신이 차갑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형처럼 달라붙는 에디의 딸에게 점잖게 말하곤, 밖으로 나왔다.


 가로등에 하얗게 비춰지는, 계속해서 쏟아지는 빗줄기들. 뭔가 유럽적인 분위기에 취해 우산을 쓰고 나왔던 레지나는 진지한 냉엄한 표정으로 경계하는 힐데와… 마타도르에서 나온 리벳하고 에델, 스캐빈저들과 재회했다.


 "히야아아! 겨우 도착했네, 으음? 뭐야, 레지나, 혼자서 맛있는 거 먹고 있었나 봐! 치사하게!"


 레지나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건강해 보이셔서 다행이군요, 리벳… 그런데 오랜만에 한다는 말이 고작 그런 건가요." 그리고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 에델. 다시 만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너무나도 이른 재회네요. 그보다 저들은…?"


 복잡하지만 그래도 반가운 표정을 짓는 레지나와, 무언가 자신의 앞에 떨어질 몰락을 예측하고 있었기에 서글픈 눈으로 보는 에델이, 너무나도 고요한 빗소리에 취해 자신의 가슴 깊숙히 어렴풋한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있었다.



 .

 .

 .



 수리한 코핀을 타고서 바로 이집트로 가는 모두들. 그렇다, 이집트.


 피자를 먹고 있었던 모두는 식사를 허겁지겁 끝내고 코핀하고 마타도르에 올라탔다. 에델이 자신의 클리파 차원인 아포크리파가 가은의 티폰에 의해서 함락되었다는 얘길 하고, 이를 호라이즌이 급히 관리자에게 보고했더니, 관리자는 급하게 에델하곤 반가은연합을 맺었으니 가은을 추격해야 한다고 지시했던 것이다.


 "이젠 이집트인가. 세계 곳곳에 다녀 본 나도 이번만큼은 놀라지 않을 수 없군…." 린이 기지개를 피며 혼잣말을 했다. 코핀의 함장석에 앉은 힐데는 왠지 엄숙하고 진지한 어두운 표정으로 밖을 보고 있다.


 '힐데 소대장은… 아키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있는 것 같이 보이는군.'


 린은 힐데의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코핀의 작전지휘실에선 에델과 레지나, 지아와 루시드와 세실리아가 앉아있다. 앞으로 할 작전에 명확하고 간략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었는데, 에델은 어디서 났는지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 스크롤과 여러 종교의식 도구들을 가져와서 지아에게 전부 떠넘겼다.


 "아… 저, 이게 다 뭔지…."


 하지만 에델은 대답조차 하지 않고, 외투를 벗기곤 로브를 덧씌우곤, 우자트의 눈이 새겨진 서클렛을 이마에 씌워주고, 황금으로 빛나는 팔찌와 밴드를 채워주고, 거대한 앙크와 길쭉한 지팡이를 쥐여줬다. 또, 부츠도 벗겨서 신발도 신겨줬다.


 무언가 강압적인 분위기를 내었지만 지아는 순수한 것인지 아니면 자기도 즐기는 것인지 웃었다….


 "와아! 마치 파라오가 된 것 같은 느낌이예요!"


 "……." 침묵하던 레지나는 황당하단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이게 대체 뭐하는 거야, 에델?"


 그리고 에델은 고대 이집트어로 적힌 - 콥틱어가 아닌, 벌이나 새나 그러한 상형문자로 적혀진 그 언어가 맞다. - 주술서를 재차 확인하곤, 지아에게 넘겨주며 훑듯이 짚었다. "이것은 바에 관련된 주술서이고, 이것은 카에 관련된 주술서이고, 이것은 아크에 관련된 주술서예요."


 "바… 카… 아크…?" 애초에 귀족적인 느낌의 세실리아는 고대 이집트는 너무 요상하고 촌스럽다 생각해서 아예 관심도 없었다. 근데 묘하게도, 이들 다섯 명 중엔 그녀만이 이것을 몰랐다.


 여러가지 책을 많이 읽어 봤던 루시드가 간략하게 설명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죽음 이후에, 착한 사람은 심판을 받아 이승으로 돌아와서 후손들을 도와준다 믿었어요. 바는 비물질적 영혼이고, 카는 물질적인 차원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정수이며, 조상의 신령이 귀환해 정수에 융화해 활동하는 상태를 아크라고 지칭해요."


 "헤, 헤에…." 물론 사전에 지식을 알고 있었던 에델과 지아와 레지나는 그녀가 정확하게 짚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세실리아는 아예 들어본 적도 없었기에 그냥 대충 이해하는 척만 했다….


 에델이 말했다. "지아 씨는, 신성 로자리아 제국에서 바로 대마법사의 기질을 발휘했다고 들었는데… 제가 틀리지는 않았겠죠?"


 "맞아요! 마법도 써보니 정말 재밌었어요."

 "다행이네요, 그러면 지아 씨에게 의식을 치루는 역할을 부탁드리고 싶은데… 여기서 잠깐 읽고서, 바로 검은 피라미드 내부에서 집행할 수 있겠죠?"


 세실리아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 지아가 이집트어로 말한 적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그러자 에델은 파라오처럼 코스프레를 마친 지아를 보고 물었다. "어라, 지아 씨는 이집트어 못 읽으세요?" 지아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뇨! 쉽게 읽을 수 있어요!"


 "……."


 황당해하는 세실리아에게 에델이 말했다.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네요."


 "아… 뭐, 이젠 놀랍지도 않는구나."


 옆에 계속 서있던 레지나도 미묘한 눈길로 지아를 쳐다봤다.


 어쨌건, 지아는 스크롤을 훑어보다가 에델에게 질문했다. "저기,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저는 뭘 해야만 하는 걸까요? 살아있는 사람들의 바를 - 영혼 - 떼어내는 것이겠죠? 유체이탈의 주문을 시전하나요?" 그것을 듣고서 에델은 손뼉을 치면서 웃었다. "맞아요. 역시나 레지나 님만큼 똑똑한 분이세요… 우리는 검은 파라오 니알라토텝이 삼천 년도 전에 지었던 피라미드를 통해 아자토스가 기다리는 곳까지 가야만 한답니다."


 "뭐?!" 이번에는 레지나가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자, 잠깐만. 아자토스? 어째서? 에델, 지금 너무 비약적이지 않아?"

 "급하니까요."

 "아니, 어째서 거기로 가야만 하는데?"

 "가은은 티폰으로 저희의 고향 아포크리파를 삼킨 직후에, 제가 도망친 것을 알고는 광분하여 날뛰면서 찾겠다며 그쪽으로 가더군요… 가아그셰블라 녀석은 대적자의 명예를 걸고 무조건 죽여 버리고 말겠다면서."


 "정말 그 여잔 미쳤어…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레지나는 고개를 젓고서 말했다. "에델, 그렇다면 그냥 가은이 혼자 그쪽으로 가게 내버려도 되지 않아? 아자토스도 니알라토텝도 강하다면서?"


 "아자토스는 고신들과 - 고대종들과 - 싸우다가 패배했었죠. 지금은 눈도 뇌도 불구가 된, 맹인 멍청이 신이라 불린답니다. 결국 니알라토텝 한 명만이 있을 터인데… 저랑 동급인 걔 혼자선 절대 티폰에게 이기지는 못하겠죠." 에델은 고개를 살짝 기울여 한숨을 쉬곤 이어서 말했다. "게다가 가은은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답니다. 결국, 침식체 티폰을 이끌고 나타나면 니알라토텝과 함께 협공해서 요격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아…." 이건, 분명 관리자하고 의논해 결정한 판단이겠지. 레지나는 한숨을 차갑게 쉬었다.


 그 사이에 스크롤을 죄다 훑어봤던 지아가 에델을 보았다.


 "으음… 그래서요? 제가 의식을 치뤄서 모두의 영혼을 그쪽 이면세계의 카에 접목시키는 거죠?"


 확실히 영리한 여자다, 그렇게 생각한 에델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어머, 딱히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는데… 정말 영특하세요. 다만 모두가 아니라 일부만 보낼 거랍니다. 게다가… 만약에 상황이 위험하게 되면 의식을 중단해 영혼을 바로 이쪽으로 귀환시킬 예정이예요."


 "티폰하고 싸우다 죽을 뻔하면, 잠에서 깨운다는…."

 "후후, 그거예요."


 지아는 대충 전부다 알았는지, 그대로 스크롤들을 품에 안고선 말했다. "그러면, 저는 모두에게 설명해줘야 하겠네요."


 "네? 벌써 다 보신 건가요?"

 "네."


 그렇게 짧게 웃고는, 지아는 세실리아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루시드도 로자리오폴리스에서 데려왔던 박쥐가 신경쓰이는 것인지, 먹이를 주고 싶다고 말하고는 똑같이 나갔다.


 방 안에 둘만 남겨진 상황. 잠시 짧게 고민하던 레지나가 에델에게 물어봤다. "저기 에델, 대체 무슨 바람이야?"


 "레지나 님?"

 "이렇게 도와주는 이유는 뭔데? 저 우주해적들은 왜 갑자기 나서는 것이고?"

 "으음… 관리자한테 딱히 신뢰받지 못하시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불쌍한 레지나 님."


 팔짱을 끼고 있었던 레지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갑자기 무슨 엉뚱한 소릴…."


 "사실 코핀의 모두에게 말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지만, 관리자는 이미 저와 로자리아랑 말을 마쳤답니다. 지금은 서로 돕는 거예요. 세라펠이 티폰에게 죽어버린 직후, 가은의 힘을 경계해 콜리션이 - 반가은연합 - 형성되진 것이죠. 여태껏 관리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스캐빈저를 감싸고 돌며 보급도 수리도 해준 로자리아는 지금 마타도르를 보냈었고요."

 "…그런 거야?"

 "그런 것이네요."


 사정을 들은 레지나는 머릴 넘기며 대답했다. "그런 외교적인 상황은 힐데도 몰랐잖아. 바쁘니까 설명하지 못한 것이겠지." 에델은 검지를 입술에 대면서 말했다. "으음… 그렇기도 하겠네요. 또 로자리아는 변덕이 심해서 갑자기 연합을 취소한다고 말할지 모르고…."


 "……." 레지나는 잠시 발로 바닥을 툭툭 치다가 말했다. "그럼, 나도 잠시 나가볼게. 리벳과 할 얘기가 있어."


 "저, 레지나 님…."

 "왜?"


 에델은 그녀를 멈춰 세우고는 품에서 책을 건넸다. "이거… 다시금 집에 온다면 가져가겠다고 말씀하신 책이예요." 네크로노미콘. 저택에서 외부로 유학하던 레지나가 집에다 두고 갔었던 책이다. 여러 금기되진 주문들만 아닌 외신들을 강림시키는 소환서인데, 바깥에선 에델의 도움에 의존하지 않겠단 레지나의 뜻이었다.


 오히려 그것이 섭섭했던 것인지 에델은 계속 자신이 보관하고 있다가 지금 그녀에게 다시 건네줬다. 레지나는 묘한 표정을 짓곤, 그대로 받았다. "아… 응. 잊고 있었네. 지난 번에 아포크리파에 갈 땐 소란만 피웠고…."


 "후후, 신경쓰지 않아요. 어차피 가은에게 완전히 먹혀졌는데요."

 "그거… 웃으며 말할 건 아니지 않아? 이제 다른 마왕들이 공격하려 할지도 모르니."

 "……."


 그래도 레지나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지, 책을 가슴에 안고 나가면서 말했다. "…그래도 에델이 누구한테 당할리도 없겠지." 하지만 그렇게 방을 떠나는 그녀의 휘날리는 하얀 머리칼을 보면서 에델은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누구도 들을 수 없게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지금 저는 행복하답니다… 레지나 님도 저와 함께한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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