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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 꼭 틀어주세요.)


 ● (내용에 어울린다고 생각함.)


 ○ (일단 나는 좋아서 올렸는데 켜지 않아도 좋을 거 같음.)


 ○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음…. 찾기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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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에….


 알파트릭스의 회장이 젊은 금발의 부인에게서 얻었던 딸인 세실리아는 어려서부터 그녀 특유의 밝고 영롱한 금발과 마치 바다나 하늘과 같은 푸른 눈을 뽐내면서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었다. 회장은 누구보다도 그녀를 사랑했었고, 어린 강아지나 고양이와 같이 애교 부리던 그녀는 다른 손윗 형제들에 비해 편애를 받았다.


 자신은 단지 모두에게 사랑 받기 위해서 태어난 게 아닐까 항상 생각한 그녀는, 항상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예쁜 사랑스러운 몸이나 혹은 달콤하고 가녀린 목소리나, 애교있고 품위있는 몸가짐에 취해 마치 현대의 공주님 같은 정체성으로서 스스로를 바라보았었고, 그렇기 때문에 약간 자만하면서도 되려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방법을 잊은, 말괄량이처럼 되어졌다.


 사실은 회장은 그것으로 만족했다. 그녀를 진정한 자신의 딸로서 생각했었기에.


 하지만 어느날, 체스에 자신있던 그녀가 누군가와 내기를 하며 판돈을 크게 잃을 때…. 회장은 그녀를 혼냈고 몇 일 동안 보질 않았다. 세실리아는 자신이 세상 모두에 버림받게 된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침대에 누워서 울었다.


 당연히 회장 본인은 아버지로서 엄한 교훈을 주려고 했을 뿐이고, 악의는 없었다. 그래서 몇 일 지나서, 세련되고 교양있는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레스토랑에 그녀를 불렀다. 또한 지아도 함께.


 "아버지, 그 아이는…?"

 "인사하렴. 이 아이는 지아라고 한단다. 오늘부터 같이 사이좋게 지내렴."


 그리고 진정한 자신의 후계자로서 생각했었던 지아를 그녀에게 소개했다.


 회장 자신의 손녀.


 이젠 죽은 자신의 아들이 낳은 그의 마지막 유산.


 이는 세실리아에게 매우 커다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저녁을 먹고 나오며 직감했다. 아버지는 자신보다 그녀에게 더욱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어떤 의미론, 그것은 사실이었었다.


 외모는 뒤지지 않았던 세실리아였었지만, 그녀는 분하게도 자신이 인정할 정도로 영특했었다. 지아는 라틴어를 비롯해, 일본어와 중국어와 영국어와 프랑스어와 독일어와 스페인어와 아랍어와 페르시안어와 인도어를 벌써부터 학자와도 같이 완벽할 정도로 구사할 수가 있었다. 세실리아는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게다가 지아는 초끈이론을 비롯해 우주의 기본적인 구조들과 시간의 정체도 알고 있었다. 세실리아는 오히려 그때서야 지아의 설명을 듣고서, 다시 물리학 서적을 보고서 시간이 대체 뭐였는지 알게 됬다.


 세실리아의 카운터 워치는 그때에 생겨났었다.


 회장은 지아를 항상 데리고 다니며, 중요한 결정이 있을때 그녀를 시험하듯 물었었다. 회장 자신의 선택은 결국 지아가 말했던 어떤 것과도 다르지 않았었다. 그리고 세실리아는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납득과 질투를 동시에 느꼈다.


 어쩌면 딸이 아니라, 마치 후대에 거대한 위인이 되있을 그런 지아를 자신과 동격으로 존중하는 아빠가 미웠거나… 혹은 지아와 아빠가 진짜 이상적인 아름다운 인형과 같은 딸하고, 말끔하고 신사적인 미중년의 부친이라 보여졌기 때문이었을까. 마치 그곳에 자신이 있을 자리는 없듯 소외된 감정을 느끼며.


 어느날 회장이 은퇴를 결심해 지아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갑자기 사라진 그날에.


 세실리아는 자신에게 말도 없이 사라졌던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면서 방에서 혼자 울고 있었다. 그때에 새벽에 문을 두들겨 찾아온 누군가가 있었다.


 "…누구?" 문을 열었을 땐 마치 자신과 대비되는 백은발의 가은이 있었다. 친척들은 모두들 그녀를 지나치게 싫어했다. 하지만 자만심과 허세욕이 강했지만 본성은 순수했던 세실리아. 그녀에겐 단지 모두의 사랑을 받지 못했었던 가은이 불쌍하게 여겨져 왠지 모르게 그녀를 위로하고 싶었다.


 그리고, 한동안 사라진 그녀가 갑자기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


 "세실리아. 사실 지아가 밉지?"


 갑자기 나타나 대뜸 그렇게 물어본 그녀였었지만, 가은은 어릴 때부터 알고서 같이 지냈던 가족이기도 했었고, 세실리아는 말을 고르다 단지 고개만 끄덕였다.


 "……응."

 "따라와."


 가은은 그녀의 손을 강하게 붙잡고, 마치 성과 같이 높은 건물의 밖으로 몰래 나가서, 그리고 바깥에 걸어서, 계속 걷고, 계속 계속 걸어서, 버려진 숲의 안쪽을 지나, 구덩이로 같이 내려갔다.


 지난 번에 읽어봤던 지구 공동설이 떠올랐다. 안은 너무나 넓고, 그리고 이상하게 어둡지가 않았다. 부드러운 나무 넝쿨들을 밟아, 물이 졸졸 흐르는 그런 소리를 들으며, 안쪽에… 거대한 나무가 있었고, 뱀이 원을 그리듯 그곳에 몸을 둘러 잠들어있었다.


 "여기는 어디야?"

 "조용히. 뱀은 지금 잠들었어. 저기 나무에 손을 대어봐."


 의심조차 없이 동화 속의 공주처럼 가은이 시키는 대로 해보는 세실리아. 곧, 나무가 자신의 마음을 읽듯이, 아니면 자신이 나무에 말하듯, 계속 그러한 감정이 왠지 흘러지나갔다.


 그리고 그녀가 손을 뗄 때… 자신의 가슴도 개운해졌다.


 하지만 세실리아는 눈치챘었다. 위에서 거대한 봉오리가 여러개 피더니, 그것이 열리며… 지아의 모습을 가진 뭔가가 그대로 툭 떨어졌다. 당황한 세실리아는 뒤로 걸음을 물려, 도망치려 했었지만.

 그런 지아들은 마치 병아리와 같이 자신을 따라와 얼굴을 가까이 대면서 단지 멀뚱멀뚱 쳐다봤다.


 "뭐, 뭐니 얘들은? 저리가!"


 그러자 그들은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멀어졌다. 놀라는 세실리아에게 가은이 말해주었다. "이 나무는 사념을 양분으로 하는 거야. 지아를 누구보다 이해하고 미워했던 너에겐 감정을 덜어낼 뭔가가 필요했었어."


 "하지만 지금 내 말을 들었는데…."

 가은은 거짓말로 대답했다. "물론, 너로부터 나온 사념이니 네가 말하는 명령은 전부다 듣겠지."


 그러자 세실리아는 우쭐대듯이 그들을 보면서 말했다.


 "그래? 좋아, 지아! 내 어깨를 주물러!"


 그러자 지아들은 모두다 달려와서 세실리아의 어깨를 주무를려 했었다….


 "아, 아얏! 아프잖아! 한 명만 해도 괜찮아! 그만, 그만!"


 어쨌건, 그렇게 가은이 알려준 비밀장소에 갔었던 세실리아는 뭐가 기뻤었는지. 다음날, 그리고 다음날… 계속해서 그곳으로 다가가며 지아들과 놀았었다. 때론 힘들어서, 때론 즐거워서, 때론 심심해서 지아들과 함께 동굴에서 시간을 보냈다. 바깥에선 때로 속상했고, 때로 슬펐으며, 때로 우울했다. 그때마다 나무에다 손을 얹었었고, 더욱 많은 지아들이 나타났다.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뻐?"

 """"고모님이요.""""


 아버지가 그렇게나 아꼈었던 지아를 자신이 맘대로 할 수 있었던 것이 좋았던 걸까. 아무도 모르는 그곳에 어떠한 의심도 없이 그렇게 눌러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녀는 이것이 자신에게 커다란 위기가 될 줄 생각하지 못했었다.


 시간이 흘러서….


 예전부터 세실리아를 아니꼽게 보던 가족들은 회장이 사라지자 그녀를 냉랭하게 무시했다. 또한, 내기를 몇 번 해보긴 했었지만 졌다는 트라우마 때문인지 계속해서 본실력을 내지도 못하면서, 아버지가 자신의 몫으로 주었었던 유산을 전부다 낭비한 채 그대로 몰락했다. 형제들은 그녀를 비웃었다. 지아는 왠지 자신을 불쌍한듯이 쳐다보면서 자신의 비서로 일하면 어떠냐고 제의했다.


 다만, 그것이 조롱이나 모욕처럼 느껴졌던 그녀는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지아 따위가 뭘 안다고! 나갈거야, 나갈거야!! 이딴 알파트릭스 그룹 전부다 박살내줄테니까, 각오해!!"


 후에엥 거리면서 무작정 달려나간 그녀는 다시금 그곳으로 내려갔다.


 이젠 삼십명은 될까. 현실에서 자신들을 미워하던 가족들과 달리, 꽃과 같이 지하에서 기다리는 지아들은 왠지 진짜 여동생보다도 더욱 진짜처럼 느껴졌다. 마치 아버지나 어머니와 같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수 있었다. 그렇게 자신을 안고서 토닥이며 들어주는 지아들의 뒤에서 가은이 다가왔다.


 "듣자하니 체스로 엄청나게 잃었다며? 갬블러."

 "그렇게 놀리듯 말하지 말아줘…."

 "하지만 야망은 인정해주지. 정말로 알파트릭스를 부수고 싶어?"


 "……응."


 "그렇다면 베타트릭스라던가 만든다면 어때?"

 "베타트릭스…?"

 "베타트릭스의 회장이 되어서 알파트릭스의 회장을 이기면 될 거 아냐? 간단하지? 내가 도와줄게.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해봐."


 그땐 무슨 오기였었는지, 혹은 지아에게 대한 질투심과 경쟁심이 앞섰는지. 결국은 세실리아는 가은이라는 악마와 계약하고야 말았다.


 몇 년 동안 베타트릭스는 불명의 루트로 구한 자금을 통해서 언더그라운드의 세력을 넓히고, 무기들과 약품들을 만들거나 혹은 정체불명의 실험과 연구를 거쳤다. 세실리아는 단지 이름만 회장인 그냥 허수아비가 되었다. 하지만 친족회의 때 그녀는 알파트릭스 그룹을 능가했다며 마음껏 잘난척 할 수 있었다.


 그건 정말로 좋은 결정이었을까. 세실리아도 바보는 아니라 가은이 무엇을 만드는지 대충 짐작만은 할 수 있었었다. 게다가, 사실은 가은이 매우 위험한 무리인 리플레이서들과도 알고 그들에게 협조했던 것도. 또한 맨션 마스터처럼 뭔가 매우 악취미인 사람들과 어울렸던 것도.

 다만, 세실리아는 현실에서 도망치듯 지아들에게 안기며 아무것도 하지를 못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가은은 더이상 자신을 친구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자신은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 하루종일 그런 생각만을 하며….


 가은이 어느날 말했다.


 "코핀 컴퍼니는 이제 비었어. 전력이 분산된 지금 그들을 공격하면 이길 수 있을 거야."

 "…정말 이렇게 해야만 할까?"


 요즘들어 그런 말만 계속 하는 세실리아.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예전의 친구 같았던 가은처럼 돌아오면 좋겠다는 간절한 소원을 그렇게 표현한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은은 무시했었다.


 "도미닉은 지금 공격해도 관리자는 이기지를 못할 거라 생각해서 북미쪽에 공세를 계속한다 했었지만, 너는 달라. 알파트릭스, 부수고 싶잖아?"

 "자, 잠깐…."


 가은이 희번득거리며 무언가 섬짓한 웃음을 지었다.


 "아하하하, 하하하하! 그거 재밌겠네! 회장의 모습을 가진 클론에 의해서 배신당하듯 모두 죽어버리는 것도! 어떤 모습일까 너무, 너무 기대되져! 아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가은이 손가락을 튕기더니, 지아들은 갑자기 눈에 생기를 잃어버려, 바깥으로 걸어갔다.


 "자, 잠깐? 얘들아? 어디가? 잠깐…."

 "네가 원하는 결과를 곧 만들어줄게."

 "자, 잠깐! 가은아, 부탁이야, 제발! 저 아이들은…."


 가은이 마치 영혼이 없는 눈으로 쳐다보면서, 살아있는 사람에서는 나올 수 없는 목소리로서 말했었다. "저건 그냥 너의 사념으로 이루어진 침식체다. 도대체 무엇이 아깝지? 내가 말했었던 것을 잊었던가?"


 "안 돼… 안 돼, 맞아, 가은이 네가 말했어! 내 사념이니까 내 말은 무조건 듣는다 했어!" 그렇게 말하며 세실리아는 마치 소녀처럼 애처롭게 달려나가 붙잡으려 했었다. 그렇게 울면서 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가은은 중얼거리며 비웃었다. "정말…." 그리고 혼자 남겨진 그곳에서 침식체… 위그드라실을 보면서 중얼거렸었다.


 "험난한 시대는 강인한 사람을 만들지."

 "강인한 사람은 안락한 시대를 만든다."

 "안락한 시대는 연약한 사람을 만들지."

 "연약한 사람은 험난한 시대를 만든다."


 "훗, 후훗, 후후, 후…. 나를 미워하지 않았기에 전혀 생각조차 읽을 수도 없었었다. 그래선지 경계했지. 다만… 그냥 말괄량이 공주님에 불과했나. 애초 위그드라실은 나의 지배에 있었다. 그걸 몰랐다니… 길었지만 너의 역할도 이제 끝나졌다, 세실리아."


 그리고, 나무의 둘레를 원처럼 그리는 뱀에게 안광을 밝히며 말했다. "니드호그."


 매우 큰 뱀이 쉬익거리며 가은을 보았다.


 "너의 독으로 이제 녀석들을 끝낼 때가 됬다… 아니라면, 네가 끝나게 될 것이다."


 그때에 침식체 니드호그는 가은을 보다가 자신 스스로가 몸을 웅크렸다. 애초에 이 세상에 원래 존재해서는 안 될 목소리에는 침식체조차 정체모를 공포감을 느꼈었던 것인지도.

 그러자 가은은 침식체의 생각을 읽고는, 그대로 나가며 말했다. "그게 싫다면 스스로 승리를 쟁취해라. 곧 있으면 맨션 마스터가 온다. 그리고 그 녀석의 인형들에게… 독을 발라놓도록."


 그리고 가은은 그 자리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금반지를 사용하는 그녀 자신의 카운터 능력. 뱀은 단지 쉬익거리면서 계속 그곳에 누워서 몸을 스르륵 움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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