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I: 만약 관리자가 그때 떠나기로 결정했었다면

(https://arca.live/b/counterside/55899420)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II: 공익 등장

(https://arca.live/b/counterside/55915019)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III: 스포)리타와 대시는 육익한테 구출받음

(https://arca.live/b/counterside/55929667)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IV: 용과 뱀의 윤무곡

(https://arca.live/b/counterside/55949571)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V: 리뎀션 오브 더 킹

Part I Part II Part III Part IV Part V Part VI Part VII Part VIII Part IX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VI: 뉴건담 카린과 겟타팀

Part I Part II Part III Part IV Part V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VII: 경력사원

Part I Part II Part III Part IV Part V Part VI Part VII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VIII: 악마성 로자리아

Part I Part II Part III Part IV Part V Part VI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IX: 어둠 속의 왈츠

Part I Part II Part III Part IV Part V Part VI Part VII Part VIII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X: 테라사이드

Part I Part II Part III Part VI Part V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XI: 눈을 뜬 마왕

Part I Part II Part III Part IV Part V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XII: 리턴 오브 더 킹

Part I Part II Part III Part IV Part V Part VI




 -- 마우스 오른쪽 버튼 눌러서 반복 켜주세요 --


 ○ (음악 꼭 틀어주세요.)


 ● (내용에 어울린다고 생각함.)


 ○ (일단 나는 좋아서 올렸는데 켜지 않아도 좋을 거 같음.)


 ○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음…. 찾기 쉽지 않네.)


 ---------------------------------------------




  -- 카운터:사이드 IF - 에피소드 V: 리뎀션 오브 더 킹 --




 "코핀 컴퍼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귀여운 작은 아가씨."


 하나 부사장이 웃으면서 에디의 옆에 서있는 그의 딸에게 인사했다. 산뜻하게 불어오는 향그러운 바람을 맞으며 기쁜듯 미소짓는 소녀는 아버지의 거칠고 듬직한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에디에게 있어 세상 무엇보다 중요한 보물이자… 험난한 용병 생활을 여태 견디게 해줬던 이유.


 하나의 뒤로 베로니카가 다가왔었다. 우아한 핑크빛 머리에 하얀 메이드 옷을 입었던 그녀는 마치 아름다운 인형처럼 보였는데, 소녀는 보자마자 그녀를 동경하게 되었다. 우와아, 하고 바라보는 소녀. 그레이스풀한 몸가짐을 뽐내듯이 베로니카는 그녀에게 기품있게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응! 잘 부탁해!"


 천진난만한 소녀의 웃음을 바라보면서, 상냥한 미소를 짓는 메이드장.


 "그럼, 아빠는 일 얘기하느라 바쁠테니까, 이 언니랑 같이 얌전히 있어요."


 고개를 끄덕이는 소녀와, 베로니카에게 그녀를 부탁하는 김하나. 모두가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건물의 안으로 들어갔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이런 순간이 영원하다면 좋을텐데. 그리고, 코핀 컴퍼니의 뒤로, 도시들의 뒤로, 한반도의 뒤로, 여럿 로스트 쉽들이 박힌 거대한 지구에…. 그리고 인공침식파가 매연과 같이 로스트 쉽을 통해서 계속 뿜어져나오는 지구의 모습이.


 그것이, 또 다른 인연과 만남이 있는 이 세계였다.


 위저드의 헤론하고 연계하여 비인륜적 실험들을 시행했던 윌버. 그를 토벌하기 위해 카린에게 고용됬던 에디들은, 머신갑이 아닌 타이탄의 원형 - 올림피안을 사용하는 관리자에 의해 도움을 받았고 이후 입사했다.

 윌버 자신은 그가 무시했던 대시와 루시드에 의해서 죽었지만, 테라사이드 사태를 일으킨 원흉인 리플레이서 킹은 아직도 남아, 그를 멈추지 않으면 결국 모두가 침식체로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적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다. 세실리아, 맨션마스터, 엘리시움, 이들 모두가 도미닉과 관계가 있단 증거를 입수한 관리자. 이곳 세계에선 대적자가 아닌 나유빈의 육익들과 함께, 마왕들을 비롯해서….


 뒤틀린 숙명의 장난에 의해서 탄생한, 타락한 대적자 - 가은과 맞서야 했었다.


 그리고 지금 적들의 습격을 예상한 관리자는, 에디의 딸을 비롯해 사원들의 가족들이 코핀 컴퍼니의 지하 쉘터에서 안전하게 보호 받을 수 있게 부른 것이었다. 베로니카의 손을 잡고서 계속 방글거리며 걷는 소녀. 그들의 뒤로 견고한 거대한 문이 닫혔다.


 "할머닌 누구야?"


 "음? 새로운 얼굴의 아이구나…. 어서오렴."


 이곳의 루이제는 정신이 온전했다. 레버넌트가 자신의 협력의 대가로 어머니를 이곳에서 지켜달라 요청하였고, 그녀는 고향에서 죽겠다고 했어도 결국 딸의 고집을 이기지 못한채 한국에 와서 생활중이었다.


 "너무 예쁘구나… 정말로 레아의 어릴 때 모습이 떠올라."


 머릴 쓰다듬자 강아지처럼 웃으면서 좋아하는 소녀. 그런 그녀를 보고, 루이제는 인자한 할머니의 미소를 지으면서 과자를 주었다. "직접 구웠단다. 초콜렛 쿠키야. 먹지 않으련?" 그러자 소녀는 양손을 뻗으며 웃음을 지었다.

 공손히 서있던 베로니카를 보면서 루이제가 말했다. "음? 아가씨도 못보던 얼굴인 것 같은데…." 베로니카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였다. "사장님께서 오늘 부르셨어요."


 "그렇구먼… 항상 감사한다고 전해주세요."


 베로니카는 조용히 목례하면서, 쉘터의 에디의 방으로 소녀를 데려갔었다.


 침대와 컴퓨터 그리고 냉장고 및 화장실. 그게 전부였다. 마치 넓은 호텔방과 같은 구조.


 들어오자마자 하얀 시트에 몸을 던져 버리고는 방방 뛰면서 좋아하는 소녀는, 조용히 문을 닫으며 나가려는 베로니카를 부르며 멈춰세웠다.


 "저기, 저기, 언니!"


 다시 조용히 열며 소녀를 보는 베로니카.


 "나 혼자 여기 있으면 좀 심심해… 좀 더 둘러봐도 돼?"

 "그럼요. 손을 잡고서 같이 갈까요?"

 "응!"


 그리고 소녀는, 루이제에게서 받은 초코 쿠키를 한 입 먹더니, 그대로 봉투를 소중히 들고 베로니카의 손을 잡으면서 밖으로 나왔다.


 복도 바깥에 뭔가 삐익 삐익 거리는 소리가 약간 크게 들렸다. 그것이 소녀의 호기심을 자극해 베로니카를 끌었다. "잠깐… 거기 들어가시면…." 아장아장 걷는 소녀를 못 이기는 건지, 문을 열고서 같이 들어간 그곳. 입원실이었다.

 중상을 당해서 아직도 정신을 잃은 채 누워서 치료를 받고 있는 힐데가 눈에 보였다. 소녀가 왠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기… 이 아이는 누구야?"


 "이분은 펜릴 소대의 소대장인 힐데 님이세요."

 "펜릴… 소대장?"


 베로니카는 안심시키듯 어머니와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곧 나으실 거예요."


 "으응…." 그렇게 안쓰러운 눈으로 힐데를 바라보던 소녀는, 작고 하얀 손바닥을 뻗어, 힐데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빨리 나아야 돼, 힐데!"


 그 모습을 보고 쿡쿡 웃는 베로니카. 그리고 옆에 붕대를 감고서 앉아 있던 찰리가 시트를 옆으로 밀면서 말했다. "뭐야, 누구신가 했었더니… 에디의 따님 아니야?"


 우락부락한 거대한 몸을 보고서 무서운 듯이 베로니카의 뒤로 숨어버리는 소녀. 그것을 보고 제시카가 찰리의 머리를 살짝 치면서 말했다. "애를 겁주면 어떻게 하니."


 "아니, 억울해! 난 아무것도 하질 않았다고!"

 "목소리 좀 낮춰서 말해. 사근사근 말해야지. 남자애들이랑 같은 줄 알아?"

 "아… 맞아, 그래야지. 너처럼 왈가닥인 여자만 보다보니… 크헉!"


 무릎으로 찰리의 허벅지를 쌔게 쳐버린 제시카. 그리고 말했다. "꼭, 매를 벌어요 진짜."


 옆에서 빼꼼히 지켜보던 소녀가 갑자기 다가와서 물었다.


 "아저씨… 아파?"

 "음? 잠깐, 삼촌 기억 못해?"

 "……?"


 에디가 자신의 딸을 보여줬을 때가 언제였나. 하긴, 저 나이면 금방 잊어버릴 수도 있지.


 "삼촌의 이름은 말이야, 찰리야. 너희 아빠의 친구야."

 "친구?"

 "그래. 그리고 너희 아빠도 나도 강하니까 이따위 쯤은 별 것 아냐!"


 옆에서 제시카가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운동하다 삐어서 붕대 감은 주제에…."


 "찰리 삼촌, 아프지마."


 소녀는 그러면서 손으로 찰리의 붕대를 토닥이며 말했었다. 그런 소녀를 보고 찰리는 느긋한 눈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에디가 그렇게 악바리 같이 일하던 이유를 알겠어."

 "뭐야, 갑자기 철든 것처럼."

 "진짜라니까. 정말 귀엽잖아. 사람은 지킬 것이 있어야 강해진다는 얘기가 있는데 진짜 사실일지도 몰라."

 "어련하시겠어."


 딱히 동의하지 않는 제시카는 뭐라고 말하기 지겨운지 그냥 하품을 쉬면서 바깥으로 나갔다.


 "쟤는…. 저런 여자로 크면 안 돼요?" 소녀를 향해서 일부러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찰리였지만, 이내에 문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야! 너 다 들었어!"


 "히익…." 정말로 겁에 질린듯 새파랗게 얼굴이 변하는 찰리.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에 말했다. "그럼 찰리, 안녕!"

 그리고 손을 흔들며 베로니카와 함께 나가는 소녀를 향해, 찰리도 다부진 갈색 손을 흔들며 말했다. "어, 그래! 안녕! 나중에 보자!"


 그리고 복도로 지나가던 도중에 지수와 마주쳤다.


 "응? 언니는 누구야?"


 누군지 모르는 소녀가 있는 것을 보고서 지수는 대충 대답했다. "미안. 지금 언니가 좀 바빠서." 그런데 지나가려던 지수는 갑자기 베로니카를 보고선 멈추며 말했다.


 "설마 당신… 오늘 온다고 했던 메이드 아냐? 베로니카 씨, 맞지?"

 "네. 그렇습니다만…."

 "코핀 사장님이 찾으셨어. 사장실로 와보라고 하시더라."

 "그렇군요. 그렇지만…."


 손을 계속 꼭 잡고 있던 소녀를 보면서 베로니카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지수는 살짝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애들 보는 건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잠깐은 맡고 있을게. 가봐."


 그러자 베로니카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이고는, 앉아서 소녀와 눈높이를 맞추며 말했다. "저는 지금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러자 소녀는 아쉬운 듯이 손을 꼭 잡고 놓지를 않았다. 그러자, 베로니카가 조용히 웃으면서 새끼 손가락을 내밀고 말했다. "하지만 나중에 또 만나요, 약속."


 소녀는 다른 손을 들어서 베로니카와 새끼 손가락을 걸면서 흔들고는, 잡았던 손을 놔줬다. 그리고 말했다. "진짜야! 나중에 또 봐!" 그러자 베로니카는 다정히 웃고는 사장실로 사뿐히 걸어갔다.


 붉은 렌즈로 빛을 비추는 관리국 타이탄. 관리자는 코핀 컴퍼니의 전력이 부족하여 머신갑 대신에 그것을 사용해 숨기던 힘을 꺼내어 직접 싸우고 있었고, 그것의 진정한 정체는 옆에 서있던 지아 회장도 알고 있다.

 그리고, 홀로그램 화면에 비춰진 프리드웬 및 나나하라 팩션. 그들 뿐만이 아닌, 헤론의 마수로부터 구해진 오즈 소녀들과, 힐데의 수제자로서 이제는 울브즈베인과 동격의 검을 다루는 한솔을 포함해 많은 아군들이 보여졌다.


 "왔군, 베로니카 양."


 관리자는 타이탄을 통해 말하였다. 그리고 그 소리에, 지아 또한 고개를 돌려 베로니카를 보았다.


 "기다리고 있었네. 자네도 같이 들어야 할 것이 있는 것 같아서 말이지. 이쪽으로 오게."


 베로니카는 조용히 끄덕이면서 관리자가 원격으로 조종하는 타이탄의 옆으로 갔었다. 그리고 레지나에게 뜨거운 커피를 트레이에 담아 공손하게 건네던 릴리가 홀로그램 스크린의 너머로 그녀를 봤다.


 "메이드장님?"

 "좋은 점심이네요, 릴리."


 그리고 모니터 너머의 릴리는 가볍게 목례했다. 그로니아에 숨어 있던 윌버와 그 잔당을 처치했던 그녀들은, 코핀 함을 돌려 본사까지 다시 귀환하는 중이었다.


 "사장님, 이제 베로니카 씨도 왔으니, 나나하라 쪽의 보고를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영국의 유서 깊은 가문들 중 하나인 펜드래곤의 가주인 엘리자베스와 함께 임무를 맡아 일본으로 파견된 한솔이 스크린 너머에서 말했다.


 "그렇게 해주게."

 "신성을 가졌으나 타락했던 고대종인 오로치는 결국 저희들의 편이 됬습니다. 과거 나나하라의 초대무녀를 도울 때와도 같이, 치나츠 씨에게 빙의해 이번 전투에 갖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관리자가 타이탄을 통해 그에게 물었다. "치나츠 양는 우리의 제안에 대해서 어떻게 말씀하시던가?" 사실 코핀 컴퍼니에 속한 인원이란, 현재 사장 본인을 포함해 김하나, 레나, 클로에, 힐데, 한솔, 아키, 에디, 찰리, 제시카 정도가 끝이다: 엘리자베스를 비롯해 다른 인원이 사원으로 입사한 게 아니다.

 테라사이드 사태로 인해서 프리드웬과 알파트릭스가 일시적으로 협력하는 형태였고, 관리자는 나나하라 가문을 돕는 동시에 그들의 협력도 얻어낼 생각이었다.


 "테라사이드 사태를 끝낼 때까지, 저희들과 함께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좋아… 수고했네."

 "그럼, 준비가 끝나는대로 모두와 알비온을 타고 귀환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양쪽의 인원은 보고를 마치며 교신을 끝냈다. 허공에 떠있던 홀로그램 스크린은 사라졌다.



 .

 .

 .



 황홀한 빛깔의 별들이 무수히 비추는 그곳에, 호라이즌은 스캐빈저 마타도르의 창 밖을 턱을 괸 채로 지켜보고 있었었다. 너무나도 잔잔한 우주의 바다를 느긋이 항해하는 지금은 자신이 과거 엠버라 불려진 여성이었던, 이볼브 원에게 잡혔던 사실도 잊게 했었다. 옆에서 라울이 윤활유가 가득 담겨진 텀블러 컵을 건넸다.


 "…이건 뭡니까, 휴먼?"

 "대장님이 주라고 하시던데?"


 라울 자신은 다른 손에 들고 있었던 맥주를 까서 마셨다. 캬, 하고. 소리를 내는 휴먼. 뭐가 그렇게 좋은지.


 호라이즌은 조용히 빨대로 윤활유를 마시면서 다시 바깥을 보았다. 그러자, 라울이 물었다. "어때, 별이라도 보는 거야?" 호라이즌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이 너저분한 해적선 내부보단 흥미로우니까요."


 "엇차, 우리가 좀 그렇긴 하지. 하하!"

 "…칭찬 아닙니다, 휴먼. 그보다 저 혼자서 있게 좀 놔두십시오."


 라울이 다리를 꼬면서, 다른 팔은 상에 기댄채 말했다. "귀찮게 했다면 미안해. 원래는 거기가 내가 앉아서 맥주 마시며 보던 곳이라서 말야. 스타게이저 동료가 있을 줄은 몰랐지."


 "……."


 "이왕 이렇게 된 거, 조금 내 말을 들어줄래?"

 "비논리적인 비이성적인 휴먼들의 사고관을 비평하는 것도 재미있겠군요. 해보시죠."


 라울은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곤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어렸을 땐 말야,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온갖 생각들을 했었어. 맞춰볼래?"

 "이건 당신의 얘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저의 생각을 묻는 것이 아닙니까."

 "아, 쪼잔하게 그러지 말고, 응? 맞춰봐."


 그러자 호라이즌은 한숨을 쉬면서 대충 말했다.


 "아름답고 순수하다?"


 그러자 라울은 맥주를 상에다 올려놓고는 턱을 괴면서 말했다. "오, 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던 거야?"


 "당신이 저보고 당신의 생각을 짐작해봐라 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제 생각이라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휴먼."

 "그렇지. 그런데 그렇긴 해도, 너도 그런 생각을 방금 *했다는* 거잖아? 여자 터미네이터인 줄 알았는데 꽤나 감성적인 면모도 있구나, 놀라워."


 뭔가 짜증이 났던 호라이즌은 눈을 돌리며 말했다. "절 놀릴 생각이라면 그냥 말 자체를 하질 마십시오, 첫번째이자 마지막 경고입니다."


 "아, 미안, 미안! 너무 차갑게 생겨서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냥 그래본 거야! 그러니까…."


 라울은 머리를 긁적이고는 말했다.


 "내가 소년이었을 땐 말야, 밤하늘을 보면서 왜 별들은 다른 색깔을 가졌을까 궁금하게 생각했어."

 "호오? 의외군요. 과학적인 관점에 가깝군요."

 "그리고 생각했지. 별사탕이 다른 맛이 났었듯이, 저런 별들도 다른 맛들이 날까."

 "…저능아입니까. 방금 한 말은 취소합니다. 별 같은 건 먹을 수 없습니다."


 라울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통쾌하게 웃더니 맥주를 다시 마시며 말했다.


 "뭐, 그런 머리니까 해적단에 있지 않겠어?"

 "……."


 나참, 그러는 표정을 자신도 모르게 지으며, 호라이즌은 다시 별들을 보았다. 왠지, 이런 바보들과 중이병 엠버를 버리고서 자신도 끝없는 우주를 방랑하고 싶어지는 밤이었다.


 지금 유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리타와 대시는 무사히 구했나? 소식이 끊겨진 이후로 무언가 불안한 호라이즌이었지만, 그때에 보았었던 유빈의 실력으론 실패할 수 있지도 않으리라 계속 계산됬다.


 '카타스트로피 블레이드하고 라이트닝 어스퀘이크라 했었지요. 촌스러운 기술명이지만, 이볼브 원하고 직접 싸울땐 매우 강한 모습을 보여준 남자였습니다. 일반적인 사도들도 확정적으로 죽일 수 있을 실력이었고.'


 호라이즌은 단지 한숨을 쉬면서 쪼르륵 빨대를 빨았다.


 "왜 갑자기 한숨을 쉬어?"

 "지루해서 그럽니다, 휴먼."

 "아… 알 것 같아. 확실하게 지루하지. 그게 말야, 너도 뭐 하나 물어보는 것은 어때?"


 그러자 대충 기대도 안 하고 던지듯 묻는 호라이즌.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무엇 때문에 어디로 가는지 알려주는게 어떻습니까?"


 "좋아."

 "역시 안 될 줄 알고 있… 뭐라고 하셨습니까?"

 "좋다고. 네가 포로도 아니고 그 정도도 말해주지 못할 것도 없잖아? 그렇지? 아, 대신 내가 말했다고 하지마. 그냥 주워들었다고 해줘."


 그러자, 호라이즌도 텀블러 컵을 상에다 올려놓으며 말했다.


 "기계는 거짓 약속을 하질 않습니다. 누가 물으면 그냥 어쩌다 보니 엿들었다고 하겠습니다."

 "좋아, 그러니까… 우리는… 저번 항해 때 어떤 이면세계에서 고치를 보았어."


 "고치?"

 "관리국이 소울리스 원이라고 부르는 침식체의 유해를 거기서 봤었대. 우리는 별 거 아닌가 했었는데, 대장은 고치 안에 있는 것을 봐야만 한다고 했어."

 "소울리스 원…?"


 그러자 라울은 팔짱을 끼면서 고민하듯 말했다.


 "그게 말야… 대장은 진화하는 머신이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그딴 게 뭐가 중요합니까. 기계는 기술의 진보에 따라서 부품을 교체하는 것이지, 생물처럼 무언가에 적응하는 것이 아닙니다."

 "적응… 그렇지. 그거야. 억지로 진화를 하려고 해봐도, 그러한 환경이 되지를 못하면 변화 자체가 일어나지도 못해서."


 호라이즌은 지루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 적이랑 계속 싸우면 그냥 진화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건 아냐. 이프리트에 얼마나 강한 화염을 끼얹어도 결국 불로서 죽이진 못할 거 아냐?"

 "이프… 뭐라고요?"

 "화염정령이야. 뭐야, 책도 안 읽어? 아무튼 간에 자신과 다른 환경에 있었던, 너만이 가진 힘이 주목한 것 같은데?"


 호라이즌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결국 그거겠죠. 짜증나게 저를 납치하고 원하는 대로 부려먹고서 다시 내던질려고. 여자였던 때의 과거이건, 머신으로 변한 지금이건, 정말 이기적입니다."


 "난 그게 아니라 생각해."

 "왜죠?"

 "그야, 너도 기계잖아? 생각해봐. 기계이건 생물이건 전부다 삼켜버리며 스스로가 진화의 화신이라고 떠드는 자신 밖에 모르는 대장이, 이번에는 전혀 다른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거야. 게다가 우리한텐 너한테 크루처럼 대접하라고 했었어. 대장은 지금 자신의 진화보다도 더 큰 무언가를 원하고 있는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까, 호라이즌은 그 말을 듣고 단지 창 밖을 다시 보았다.


 맥주를 다 마셨던 건지, 라울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러면, 별구경 계속 하든지. 나는 갈게." 호라이즌은 눈길을 다시 돌리며 말했다. "후… 그래도 무의미한 대화는 아니었습니다, 휴먼."


 "그래? 그거 고맙네."


 그렇게 터덜터덜 걸어가는 라울을 보면서, 호라이즌은 윤활유가 담겨진 텀블러 컵을 들고는 다시 마셨다. 빨간색, 노란색, 하늘색, 황갈색, 파란색, 여러 빛깔이 뒤섞여 넓게 퍼트려진 우주의 구름들을 보며, 호라이즌은 단지 낭만적인 무드에 잠기면서 다시 사색에 빠졌다.



(Next): https://arca.live/b/counterside/5658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