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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우스 오른쪽 버튼 눌러서 반복 켜주세요 --


 ○ (음악 꼭 틀어주세요.)


 ● (내용에 어울린다고 생각함.)


 ○ (일단 나는 좋아서 올렸는데 켜지 않아도 좋을 거 같음.)


 ○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음…. 찾기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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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던 힐데는 서윤들의 유해를 회수했다. 다만, 관리자는 코핀 컴퍼니로 바로 복귀하려는 그녀에게 가은이라는 인물이 사용했었던 베타트릭스 시크릿 랩의 위치를 보냈으니까 지정 포인트로 오라고 명령했다. 관리자 본인 외에도 세실리아, 신지아, 루시드, 도미닉, 호라이즌 등도 그곳에서 기다릴 것이라 말하였다.


 '알파트릭스 지아 회장의 친족, 가은이라고…?'


 아직 그녀가 누구인지 몰랐던 힐데. 아직도 전체적인 상황이 이해되진 않았지만 그녀만큼은 이름만 들어도 무언가 위험한… 매우 불길한 느낌이 든다.


 어쨌거나 빠르게 움직였다.


 고작 한 시간도 되기 이전에, 그들은 오스트레일리아 근처의 사모아 섬으로 곧 모였다.


 "아하, 지아 회장님과 코핀 사장님이 기다리던 것은 힐데 씨야?"


 코핀에서 내리는 힐데들을 보며 인사했던 것은 제인 도우.


 세실리아의 승낙과 지아의 결정에 의해서 베타트릭스를 빠르게 합병하였지만, 이제까지 가은이 실험했던 모든 데이터는 이미 어디에도 남지 않고 사라졌다. 하지만 분명히 비밀 실험실이 있을 것이라 예측한 지아는 제인에게 그걸 조사하라고 의뢰했었던 것.


 처음에는 불가능하다고 느꼈지만, 여러 증거를 수집하다가 마치 퍼즐을 풀듯이 이곳에 모든 진실이 있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그리고 몸을 숨겨서 혼자 이곳까지 도착한 제인은, 마침내 이곳이 타락한 대적자의 은신처임을 확인하곤 어제 지아에게 보고했던 것이었다.


 명성 높은 카운터는 전부 조사하고 다니던 그녀와 면식이 있었던 힐데가 인사를 받으며 물었다.


 "녀석이 말해주지 않았나? 아니, 그것보다 제인 당신이 이곳에 있는 이유라면…?"


 "제프티 바이오테크의 딘 코너 대표는 과거 신 가은이라는 여자하고 연루되었지. 딱히 머리도 좋지 않았으며 침식현상이나 침식체에 관련된 분야의 과학자도 아니었던 윌버가 정말 자신의 힘으로 인공침식체를 만들었을리가… 그래서 의심하고 거기서 추적해봤어. 가은 본인은 모든 단서들을 철저하게 숨겼지만, 허술한 윌버 씨 덕에 실마리를 찾았었지."

 "윌버란 남자의 배후에 리플레이서 뿐만이 아니라 가은이라는 여자도 있었단 말인가?"

 "사실 윌버는 그것 뿐만이 아니라 에크하르트 학회나 심지어 마왕하고도 관계가 있었어. 경솔했지만 발이 넓었던 그런 청년이었지."

 "대단하군… 좋아, 사장들이 있는 곳까지 빨리 안내해줘."


 제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식파에 의해 오염되진 구역 깊숙히 그들을 끌고 갔었다.


 그리고 버려진 박물관으로 들어가더니 이후 승강기에서 열림을 누른 채로, 1-1-2-5, 0-4-1-3, 0-6-1-5, 0-6-2-2, 그런 숫자들을 차례로 눌렀었다.


 "저… 뭐하는 거예요?" 대시가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어보자, 힐데가 대충 짐작이 간다는 듯이 말했다. "비밀코드를 입력하는 것이겠지. 그나저나 가은이란 녀석도 낭만적이군, 왠지 고전영화가 생각나는데."


 그리고 열림 버튼에서 손을 뗀 채, 제인이 벽에다 등을 기대곤 말했다. "동감이야. 솔직히 조사하는 동안 탐정 같은 느낌도 났었고, 재밌었어." 곧 승강기가 위잉 소리를 내며 하강했다.


 덜컹덜컹 소리를 들으면서 팔짱을 끼던 힐데는 리타를 힐긋 보았다.


 아까 옆구리를 단검에 찔려버려 피를 흘렸었지만 지금 붕대를 대충 감고서 움직이는 것을 보면, 역시 강하게 나오는 것은 태도만이 아닌 사람이란 생각도 들었다.


 '짐작은 가질 않지만, 이쪽도 적잖이 힘든 인생을 살았겠지….'


 어쨌건 몇 분 지나서, 마치 지옥의 끝까지 계속 내려가는 것만 같았던 엘레베이터는 마치 이 세계의 일부가 아닌 것 같은 적막한 고요한 실험실까지 내려왔었다. 그리고 내려오는 제인들이 보았던 것은, 힐데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누군가….


 "너, 넌…?"

 "드디어 펜릴의 소대장도 여기에 도착했나. 빨리 가보게, 사장이 안쪽에서 기다리고 있어."


 도미닉이었다. 그것도 리플레이서 킹이 아닌, 젊은 시절의 도미닉 킹 레지날드 본인이 마치 친구처럼 편한 어조로 말하고 있던 것이었다.


 "당신, 도미닉 준장이 아닌가?"


 지금의 테라사이드 사태를 일으킨 리플레이서들의 수장이 리플레이서 킹이라는 사실은 오직 일부만 알고 있었다. 심지어 리플레이서 퀸과 교전했지만 전장에 직접 나온 적이 없었던 킹의 정체는 카린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알고 있다면 다른 세계의 관리자에게 정보를 받았던 유빈이나, 직접 로자리아에게 들은 힐데 정도일까.


 무언가 의심스럽고 불안해하는 표정을 지었던 힐데였지만, 실내가 너무 어두운데다 도미닉 본인은 선글라스를 항상 쓰고 있어서 그런지 힐데의 표정을 보질 못하고 평범한 목소리로 이어서 말했다.


 "맞다. 힐데… 당신 같이 명성 높은 카운터가 기억해 주다니 영광이군."


 이 흐름은 어떻게 봐도 그가 적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했다. 힐데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대충 지우면서 말했다. "델타세븐의 도미닉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나? 어쨌건, 말한대로 사장 녀석한테 가서 얘기를 들어야겠어."


 그 말을 듣고 도미닉은 훗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왼쪽으로 꺾어서 들어갔다. 제인들은 도미닉이 나왔었던 방향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갔다. 그때, 발소리를 듣고선 호라이즌이 나왔다.


 "이제 왔습니까, 힐데. 잠깐… 리타, 그 상처는 뭡니까?"

 "별 거 아냐, 신경쓰지마."

 "……."


 호라이즌은 자신의 걱정을 어떤 형태로 표현해야 좋을지 여태까지 리타와의 대화패턴을 메모리에서 불러와선 분석하다가, 포기하곤 그냥 한숨을 쉬며 힐데에게 말했었다.


 "관리자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발키리. 같이 안으로 가는 게 어떻습니까?"

 "…나한테는 휴먼이라 부르진 않는가 보군. 왠지 기대했었는데."

 "당신은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르지 않습니까. 신성고대종 오로치한테 들었습니다."


 "입 싼 녀석, 진짜 별 걸 다 말하고 있어…." 힐데는 투덜거리면서 호라이즌이 요청하는 대로 안에 들어갔다. 그곳엔 세실리아와 지아와 루시드와 관리자가 있었다. 거대한 컴퓨터의 모니터가 보이는 가운데 여러 컴퓨터가 주위에 설치되어 있었고, 밑에는 초록색 액체만 담긴 수조가 잔뜩 있었다. 아마도 가은이 이곳을 폐기하면서 실험체들을 전부다 제거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른 손으로 서류를 읽어보던 관리자가 제인들을 보곤 인사했다. "수고했군, 제인 양. 그리고 힐데… 오랜만의 임무는 어떠했나?"


 "클리포트 게임을 걱정할 필요조차 없어서 힘을 아무렇게나 쓸 수 있었으니까… 낙승이었다. 괜한 걸 물어."

 "서윤들의 사체는 코핀에다 싣고 왔나?"

 "지시한 대로. 그것보다… 그게 왜 굳이 필요한 것이지? 묻어주려고?"

 "그것도 있지만, 얼터니움 리액터를 만드는데 필요해서."


 딱히 힐데에게 숨길 필요도 없는 관리자는 그렇게 대답했다. 힐데는 조용히 밑의 수조들을 보곤 물었다. "그것보다… 가은이란 여자는 대체 뭐하는 녀석이지? 여기가 그 녀석의 비밀 실험실이라 하지 않았었던가? 침식체들로 실험을 하는 것을 넘어서, 인공침식체를 만들었다고?"


 그러자 옆에서 러기지 백처럼 보이는 장비를 끌고 다니던 루시드가 힐데에게 설명하였다. "맞아요, 힐데 소대장님은 모르겠지만… 이곳은 브라운 락 캐니언 근처에 있었던 제프티 바이오테크 아메리카 지부하고 건물구조가 지나치게 유사해요."


 그러자 리타가 이를 갈듯이 말했다. "윌버 그 녀석… 우릴 엿먹이곤 그렇게나 날뛰고 다녔었군. 진짜 아쉬워. 녀석이 죽는 꼴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는데."


 "리타 언니, 이젠 그냥 죽은 사람이예요. 미워할 만한 사람이지만… 어쩌면 저희와 비슷하게 윌버도 잘못된 환경에서 태어나 그렇게 자랐던 것인지도 몰라요. 이제는 그냥…."


 "아니,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윌버는 애초부터 그딴 녀석이었어. 꼬맹아, 넌 자신이 성자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쓰레기들 눈엔 넌 단지 멍청한 호구에 지나지 않아. 그리고 나는 너를 그렇게 깔보는 녀석들을 용서할 수 없어."


 본성이 착했던데다 지금은 관리자나 유빈에게 구해진 대시였기에 자신의 천성적인 신념을 잃지 않았었지만, 마사키보다 더욱 시니컬한 성격을 가진 리타는 대시의 말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리타가 대시에게 한 번도 고백한 적은 없었지만, 그녀의 심리는 되려 대시를 보면서 완성되진 것이었다. 친딸인데도 학대하듯이 굴려먹었던 대시의 부모에게서 그녀를 챙겨왔지만, 그녀는 지금도 부모를 원망하지 않는다. 그리고 빚을 졌었던 사람들에게도 최대한 그들의 사정을 이해하거나 봐줄려고 노력했었다.


 …자신도 지옥의 해안에 간신히 서있는 와중에, 다른 사람들을 건져줄려고 노력하는 그런 모습은 성녀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대시 본인과는 다르게, 리타는 오히려 그런 대시를 보면서 수년간 생각이 바뀌었던 것이었다.


 자신은 원래 인간은 모두 악하고 자기 욕망을 위해서 남들을 이용하거나 팔아치운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아직 그러한 세상의 본질적인 규칙에 익숙치 않은 것이다… 그게 진리라고 생각했던 리타였다. 하지만 대시를 보면서, 나생문 같은 곳에도 천사가 길러질 수 있다고, 스스로의 진리가 부정당한 것이다.


 리타의 사상관은 그렇게 완성됬던 것이다. 성악설도 성선설도 틀렸다. 세상에는 환경에 굴복하는 나약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들도, 그냥 본성 자체가 악마 같은 녀석들도 우리하고 같이 살고 있는 것이라고.


 '윌버 그 새끼는… 처음 봤을 땐 그냥 찌질이인 줄 알았어. 하지만 자신이 권력의 위에 선 뒤, 녀석의 본성이 드러났지. 단순히 우리만 미워했었던 것이 아냐.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도 잡아두고 인체개조까지 저질렀던 녀석이야. 솔직히 나도 착한 여자는 아니지만, 그딴 짓거리는 내 의지로선 절대 하지 않아.'


 대시는 마치 미니스트라가 연상될 정도로 굳고 매서운 눈빛을 띄는 리타와 마주보다가, 마치 작은 강아지가 주인의 화난 기색을 느끼며 무서워하듯 눈을 돌렸다.


 "…죄송해요, 리타 언니."

 "뭐가?"

 "그…."


 사실 갑자기 왜 죄송하냐며 진짜로 물어보려던 의도였었던 리타였지만, 대시는 압력을 느끼면서 자신을 계속 추궁하는 것으로 오해했다. 어쨌건, 루시드가 둘의 대화를 멈추듯 말했다.


 "윌버란 사람은… 여기저기 손을 벌리면서 다른 사람들을 이용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이 이용당했어요. 혼자만 그것을 모르고 있었죠. 에크하르트 학회도, 리플레이서도… 그리고 지금 이곳을 거점으로 사용했던 가은 씨도…."


 리타가 대시에게서 눈을 떼며 루시드에게 말했다. "루시드 씨, 그 제프티 뭐시기랑 여기랑 닮았다며?"


 "맞아요. 상대방의 정신적인 약점을 읽어내어 그것으로 변화한다는 목적으로 설계되었던 침식체 나이트메어를 비롯해… 사실, 그런 것들은 전부 여기에서 가은 씨가 완성했던 데이터였어요."

 "잠깐, 이곳의 데이터는 전부다 파기됬다고 하지 않았어?"

 "그것은…."


 루시드가 말을 흐리자, 호라이즌이 대신 리타에게 대답했다. "그게 아닙니다, 리타. 가은이라는 여자는 우리를 도발하고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일부만 남겨둔 겁니다. 이 정도는 그냥 보라는 생각이었겠죠."


 "그건 무슨 말이야?"


 리타의 말에 고개를 돌리면서, 호라이즌은 지아에게 말하였다. "회장, 리타에게도 그 영상파일을 보여주지 않겠습니까?"


 메인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들을 보고 정리하던 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모님, 제가 바빠서 그런데, 자료를 틀어주실 수 있을까요?"


 "그래!" 세실리아가 리타들에 손짓했다. "너희들도 같이 보자꾸나."


 힐데는 힐긋 관리자를 바라봤다. 아까부터 계속 서류를 읽고 있었는데, 오히려 이쪽이 궁금하게 된 힐데는 한솔과 아키가 세실리아의 옆에 가서 화면을 보는 동안,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관리자, 도대체 뭘 그렇게 읽고 있나?"

 "…아니, 그냥."


 그 태도에 불만을 가지는 힐데가 뾰로통한 목소리를 내며 투덜거렸다.


 "너 말야… 내가 귀찮은 거냐?"


 관리자는 힐긋 힐데를 보곤 대답했다. "그런 게 아냐. 아직 확실하게 전할 수 있는 내용이 없어 말하질 못하는 거다. 도대체 가은은 왜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에 걸쳐 인공침식체와 인공침식파의 실험을 했던 것일까? 신성침식체를 직접 만들길 원했나…?"


 '일 생각하는 건가….'


 아니, 그럴 만도 하지.


 '철없이 굴기도 싫고.'


 뭔가 기대하고 있던 힐데는 한숨을 쉬면서 조용히 말했다.


 "방해해서 미안하다."

 "괜찮다, 신경쓰지마."


 주위를 둘러보면 루시드는 인공침식체와 인공침식파에 관련된 어떤 실험이 있었는지 본다거나, 세실리아는 자신의 권한으로 열람할 수 있는 자료는 더 없는지 많은 컴퓨터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었다.


 힐데는 먼지가 묻은 뱃지를 닦고는, 자신도 지아가 틀어준 영상을 보려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초록색 화면에 그냥 대놓고 비웃으며 도발하는 표정을 짓는 가은의 표정이 보였다. 비록 녹음됬는데도,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아니, 살아있는 인간의 목에서 나온다곤 생각되지 않는… 너무나 이상한 목소리였었다. 그런데도 묘한, 기분 나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이게… 가은이란 여자인가?'


 왠지 모를 위압감을 느끼면서, 힐데는 자신도 모르게 숨이 막혀서 셔츠의 단추를 하나 풀고는 넥타이를 밑으로 내렸다. 듣기로는 세계수 이그드라실과 니드호그까지 사용해 좀비들을 코핀 컴퍼니의 근처에 풀어놓고 공성전을 걸었다가 혼자 후퇴했던가 그랬다고 들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눈동자 색을 비롯해 자신과는 닮은 것 같은, 그러면서도 아닌 것 같은… 묘하게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다.


 영상 속의 가은은 계속 말했다. "…나는 재능에 축복을 받아 태어난 여자다. 마음을 도둑처럼 엿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지 않지. 세계의 운명을 결정하는 싸움에 이러한 존재가 개입하는 것은 가히 불공평한 정도라 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을 읽을 수 있어?'


 "…그래서 알려주는 것이다. 내 비밀스런 실험실에 누가 왔던 간에… 세실리아건, 마왕이건, 리플레이서건, 관리자건, 나를 읽어봐라. 그리고 어쩌면, 내가 만들어낼 세계가 무엇인지 이해하게 될지도 모르지…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너희가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나로부터도 가늠하기 쉬울테니까."


 그렇게 초록색 화면에 보여졌던 가은의 얼굴은 그대로 멈추며 비디오가 끝났다. 그것만 잠깐 봤어도, 날 읽을 수 있으면 읽어보라는 듯한 도도한 거만한 태도를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옆으로 지아가 다가와 말했다. "이 영상을 제일 처음 봤었던 사람은 제인 씨였어요. 중요한 데이터들이 삭제된 날은 고작 일주일 정도 전에…."


 "가은은 나를 읽어보라고 했었는데… 지아 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글쎄요… 어렸을 때부터 계속 봐왔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없는 아이였어요."

 "잠깐, 당신과 가은이 서로 알고 있었다고?"

 "네, 가은 씨도 원랜 저의 고모님이세요. 그렇지만… 조모님하고 같이 그로니아로 돌아가시곤, 그때에 연이 끊기고 말았어요."


 "묘한 가정사군… 아니, 실례.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었어."


 힐데의 말을 듣고는, 지아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뇨, 괜찮아요. 확실히 저희가 독특한 집안이기는 하니까요." 그리고 검지 손가락을 펴서 입술에 대고는, 위를 바라보며 생각하듯 말했다. "그게… 거기다가, 가은 씨는 인공침식체만 설계한 게 아니라, 여러가지 군사장비들을 비롯해서 여러 과학이론들도 혼자 연구했었어요."


 그러자 힐데가 고개를 기울이면서 물었다. "그건 무슨 말이지?" 지아는 마우스를 옮기면서 다른 데이터를 스크린에 띄웠다. "이것을 보세요. 대카운터전용 탄환 같은 거라던가…."


 그걸 보곤, 힐데가 짜증나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었다. "이… 이거, 내가 그 알트 애송이들한테 맞았던 것이군."


 "아마 그럴 거예요. 가은 씨는 여기다가 일기를 적었는데, 몇 달 전에… 코핀 컴퍼니를 속이려는 서윤들을 봤었지만 그들은 힐데를 이기질 못할테니까 자신이 대카운터 전용 탄환을 쥐여줬다고 적혔거든요."

 "지나치게 상세한데…."

 "사실은 그것 뿐만이 아니예요. 대침식체전용 탄환이나 대신성체전용 탄환이란 물건들도 여기 언급되었어요."


 여태까지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었던 아키가 놀라면서 물었다. "네? 대침식체? 대신성체?" 그러자 지아가 대답했다. "네, 문자 그대로 침식체들에게 엄청난 위력을 가지는 탄환이예요. 혹시나 남아있는 샘플이 있진 않을까, 아까 도미닉 준장님이 찾아본다고 하셨었어요."


 한솔이 말했다. "타락했다고 말해지지만, 결국은 대적자에 걸맞는 능력을 갖춘 자다. 이런 힘을 취한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겠지. 이곳에 증거는 없지만, 어쩌면 대마왕용 탄환도 개발했을지도 몰라."


 힐데는 한솔의 옆에 다가와 서면서 중얼거렸다. "도대체… 가은이란 녀석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 녀석은 대체 뭘 하려는 거지?"


 "……."


 다들 아무런 말도 하질 않았다.


 알면 알 수록, 더욱 복잡한 미궁을 파헤치는 느낌이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그냥 리플레이서들만 이긴다면 될 줄 알았는데…. 힐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숨을 쉬고는, 가은이란 여자가 도대체 누구인지 무엇인지… 그리고 왜 이렇게나 위협적으로 느껴지는지 본인조차 알 수 없어 여러가지 상념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그러던 와중에, 갑자기 전화를 받던 관리자가 큰 목소리로 모두를 불렀다.


 "마왕 녀석들이 차원침식을 시도하고 있어!"


 "뭣…? 관리자, 차원침식이라고?!"


 "서두르지, 당장 코핀 컴퍼니로 돌아가야 하네!"



 .

 .

 .



 이 세계의 전체적인 판도는 다음과 같았다. 구관리국 붕괴 직후, 신생관리국이 백업 플랜에 의해 결성되어졌다. 이후 리플레이서가 준동하여 로스트 쉽들을 지구상에 떨어트려 인공침식파를 뿌린다는 테라사이드 계획을 실행하였고, 진짜 관리자가 아닌, 마더 컴퓨터에 의해 처리되던 수뇌부는 매우 미흡한 대처를 했다.


 총수 리플레이서 킹은 북미공략작전을 오비탈 베이스에서부터 집행하였지만, 마왕들의 배신으로 인해 후퇴했다.


 이에 세 마왕, 로자리아와 에델 그리고 세라펠 그들 모두는 리플레이서의 오비탈 베이스를 지구에 낙하시켜서 저항세력에 막대한 타격을 주기를 기대했지만, 이제까지 지구권의 다른 팩션들과 동맹들을 구축했던 관리자에 의해 저지됬다.


 곧, 마왕들은 지체하지 않고 클리파 차원과 이곳의 지구를 일체화시키는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애초에 클리포트 게임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였고, 그녀들에게 지킬 차례도 규칙도 없어, 현실세계 자체가 이면세계로부터 공성전이 걸린 상황이나 다름 없는 것이었다.


 에델은 유럽 갈리아와 이베리아의 중간에 위치한 피레네 산맥 근처에, 로자리아는 타르타리아의 한가운데에, 세라펠은 아메리카의 네바다 에어리어 51 구역에. 아직 마왕들의 휘하 침식체들이 나오진 않았었지만… 세계 자체가 아예 말그대로 침식되어지는 상황이었기에, 관리자는 서둘러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오비탈 베이스 낙하 저지작전 이후, 코핀 컴퍼니의 카운터들과 공동작전을 펼치기로 했던 카린은, 지금 비행장에 서서 분주히 움직이는 모두를 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어떤 절망감도 조급함도 느껴지지 않고, 되려 차분한 기분이 들었다. 단지 차가운 바람을 기분 좋게 맞으며,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뒤로 넘기었다.


 "마왕이라… 나는 저쪽 세계의 멸망까지도 그런 게 있다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지."


 카린의 옆에 서있던 도미닉이 말을 걸었다. 아직 리플레이서 킹의 정체를 몰랐었던 카린은, 그는 사실 다른 세계에서 온 도미닉 준장이라는 설명을 듣곤 어떤 의심도 없이 그를 동료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아마 관리자가 직접 설명했던 탓이 컸을 것이다.


 "이쪽 세계의 도미닉 준장님도 클리포트의 마왕들이 활동을 개시하기 전에 사라지셨습니다. 여기 계셨었다면 분명히 똑같은 반응을 하셨겠지요."

 "사라졌다고?"

 "기록상 그렇습니다. 사실, 저는 이 세계의 준장님을 직접 본 적도 없었으니까요."

 "그렇겠지… 자네는 유능하지만, 또한 능력에 비해 유달리 젊어. 자네가 델타세븐에 들어오기도 전에 이곳의 내가 없어졌다고 했어도 딱히 이상하진 않을지도 몰라."


 카린은 가방에서 드론들을 꺼내어 다시 점검했다. 원래는 경량화를 위해 레이저 장비들을 장착했었지만, 관리자가 경비로봇에도 설치했던 플라즈마 암즈를 제공하여 같은 속도에 더욱 강력한 화력을 갖추도록 강화했다. 뇌파로 그것들을 공중에 빙빙 날리면서 움직인 뒤에, 카린은 다시 드론들을 가방으로 넣으며 중얼거렸다.


 "역시, 용병들과 함께 제프티를 공격할 당시 갑자기 나타나셔서 구해주셨던 때부터 알았습니다. 이곳의 사장은 정말로 평범한 사람이 아니예요… 아무리 봐도, 지구권의 기술이 이 시점에 여기까지 도달할 순 없어요."

 "음? 제프티 바이오테크 말인가?"

 "…전에 말씀드렸듯이, 이쪽의 마리아 중장님과 델타세븐의 일원들이 리플레이서들에게 습격당해 죽도록 정보를 누설시킨 윌버라는 남자가 설립한 회사입니다. 고아들을 납치해 온갖 악행을 저질렀던 조직이죠."

 "그래, 그가 나에게도 말해줬다. 그딴 버러지 같은 녀석들 때문에 허탈하게 당하다니…. 죽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우릴 떠났었어."


 분노하며 중얼거리는 도미닉의 말을 듣고서, 카린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곤 말했다. "맞아요…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들이 너무나도 빨리 우리 곁을 떠났었죠…."


 그 말을 끝으로 서로 침묵하던 카린들에게, 메이슨이 다가왔다.


 "군인 아가씨, 무슨 일이야? 표정이 매우 어두운데?"


 메이슨의 가벼운 말투에 약간 불편함을 느낀 도미닉이었지만 딱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카린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냥, 옛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무슨 일이죠?"


 "우리 말야, 코핀은 타르타리아… 라고 했었던가? 몽골 스텝으로 가고, 알비온이 유럽으로 가고, 오하이오가 우리나라로 간다고 했었잖아? 한솔도 코핀이 아니라 우리 쪽으로 온다고 했었어."

 "그렇군요. 코핀의 힐데 씨가 아스모데우스를, 알비온의 엘리자베스 씨가 가아그셰블라를, 그리고 저희가 타락한 치천사를 제압해야만 한다고 했었으니까 말이예요. 힘이 편중되면 곤란하죠."

 "편중이라… 불안하지 않아? 그 홍차 아가씨 쪽엔 전력이 조금 부족해보여."


 그러자 카린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유럽으로 출항하는 알비온엔 레지나 씨랑 엘리자베스 씨랑, 베로니카 씨만 있었죠. 그래도 그건 펜드래건 양의 판단이자 사장님의 결정이기도 해요. 또 알비온은 여기서 가장 강력한 전함이기도 하고, 괜찮을 거예요." 오비탈 베이스 낙하전 당시 관리자를 비롯해서 모두와 함께 싸웠던 카린은 그들에 대한 신뢰감을 자랑스럽게 드러냈다.


 카린의 말을 듣고 도미닉이 놀라며 물었었다. "잠깐… 그게 정말인가? 펜드래건 양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그들만으로선 마왕에 대항하기엔 부족할텐데?"


 "마왕 중에서도 에델이 다른 둘보다 약한 것은 아닐까요? 저도 본 적은 없어서 모르겠군요."

 "……."


 선글라스를 꼈음에도 어려운 표정이 역력히 보였었던 도미닉은, 그냥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뭐, 어쨌던간, 그 사장이 결정한 문제니 편성에 대해서 내가 뭐라고 따질 이유는 없겠지."


 저편에선 에이미가 아키에게 프리덤 라이더즈에 대해서 묻고 있었다. 린은 선글라스를 쓴 채, 팔짱을 끼고 듣고 있었다. 아키의 표정은 어두웠는데, 아마도 새벽 때의 서윤이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가 않았던 건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카운터가 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 히어로가 되고 싶었다고 너무 방방 뛰었던 건지도 몰라요."


 "……." 린은 어려운 표정으로 침묵했다. 자신도 카운터는 맞지만, 그럼에도 결국 총만 쓰는 용병들과 다를 것도 없었으며, 그마저도 특출난 게 없었다.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없었다.


 저런 소녀의 꿈을 어리숙하다고 비웃고 싶은가? 그것 또한 아니었기에.


 하지만 에이미는 방글방글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건 없잖아? 카운터는 전부 히어로가 아니었어? 모두 범인들과는 다른, 특별한 힘을 가진 기인들이라 할 수 있잖아?"


 "정말 그럴까요… 저는 말이예요, 카운터가 되기 전에는 정말 무시받던 한심한 소녀에 지나지 않았어요. 도대체 왜 시계가 저한테 왔었던 건지도 몰라요. 원래부터 부족했던 바보가 시계를 받아서 겨우 평범한 수준이 된 것 같아요."


 그러자 에이미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키는 자신의 힘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몰라서 그런 거야."

 "…네?"

 "생각해봐. 단지 몸이 튼튼하고 강해지는 것이 카운터 능력의 전부겠어?"

 "그게 아닌가요?"


 어리둥절하며 반문하는 아키를 두고서 에이미는 쿡쿡 웃으면서 말했다. "거봐, 아키는 아직 아무것도 이해하질 못해. 그런데도 고민하고 있는 거야. 마치, 커서 무엇을 해야만 할지 고민하는 고등학생처럼.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그것도 아직 모르는데 무턱대고 고민만 하는 거야."


 그러면서 언니처럼 웃으면서 아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럴 필요는 없어. 일단 우리랑 같이 다니면서 많은 것을 배워봐."


 …….


 저렇게 말해줄 수도 있구나.


 선글라스 너머 린의 시선을 느낀 에이미가 허리를 기울이며 물었다. "응? 왜?"


 "아니, 별로… 당신도 매우 성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 뿐이오."

 "뭐래! 자기가 나보다 더 어른스러운 거 아는 거야?"


 깔깔 웃는 에이미와, 모자를 푹 누르며 눈을 감추는 린.


 "그보다 아키, 그러면 프리덤 라이더즈 계획은 어떻게 할건데?"


 "네?"


 "그만둘려고? 자기가 원하고 싶었던 것을 해본다, 그게 인생이잖아?"


 아키는 고개를 돌리며 겸손하게 사양했다. "하지만 역시… 죄송해요."


 시엔이 말했다. "역시 민서란 그 친구를 잊을 수 없군."


 "…너무 신경쓰지는 말아주세요. 과거의 추억은 그냥 가슴 한 켠에 담고 싶어하는 거니까요."


 흐음….


 벌써 시간인가.


 "어쨌건, 난 고향에 가지만… 아키랑 린은 코핀을 타고 가잖아? 나중에 다시 보자구."


 핑크빛 자켓에 양손을 넣고 그대로 가는 에이미에게 손을 흔드는 아키. "그, 그래요…. 에이미 씨도 다치지 말고요." 그리고 린도 말없이 주머니에서 손을 빼며 배웅하였다.


 아키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멍하니 서있다가, 힐데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린과 함께 코핀으로 같이 걸어갔다.


 그리고 유럽으로 향하는 알비온의 옆에서 지아가 도로시들에게 떠나기 전에 불러서 무언가 얘기하고 있었다. 알파트릭스에서 개발했었던 시제품들을 다른 누구보다 앞서 그녀들에게 장비시켰던 것.

 도로시의 다리는 부스팅을 할 수 있고, 허수아는 특수파장 감지 등의 정보수집 처리능력을 강화했다. 리온에겐 토토를 더욱 강하게 휘두를 수 있도록 근력보조장치를 주었다. 지아가 세 명에게 착용감을 물었다.


 "도로시, 발은 어떤가요? 출력이 이상하게 느껴지면 재조정을 해보세요. 수아는 영리하니까 새로운 소프트에 쉽게 익숙해질 것 같고…. 리온은 팔에 끼는데 불편한 점은 없어요? 되도록 항상 착용해도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만들라고 지시했는데요…."


 도로시는 비행장을 마치 활주로처럼 계속 달려보고, 심지어는 잠시 활공하다, 이내 땅에 내리더니 미소짓곤 엄지를 올렸다. 도로시를 멍하니 바라보던 리온은, 지아가 부르는 것을 듣고는 놀라듯 대답했다. "아, 네! 그게… 어쩌면 저도 모두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어요."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애초에 리온이 앞에 나서서 싸워야 할 상황이 와선 안 돼요. 알겠어요? 당신들 셋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서포트예요. 싸우는 건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고, 위험해지면 빨리 도망치세요."


 고개를 바로 끄덕이는 리온과 달리, 도로시가 다가오며 볼멘소리를 내었다. "지아 언니에게는 항상 고맙지만 말야… 우리도 진짜 수많은 강적들과 싸워봤다구."


 그러자 지아는 날카롭게 눈을 뜨곤 목소리를 낮게 내리깔며 경고했다.


 "전쟁에선 그런 사람이 죽어요."


 "…뭐?"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말라고 말씀드린 거예요. 도로시는 스스로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


 도로시는 지아와 눈을 맞추다, 마치 젊은 어머니처럼 훈계하는 듯한 지아의 기에 눌리면서 고개를 돌리곤 말했다. "뭐… 나 혼자서는 불가능한 때도 많았지만 말야."


 "지금은 평상시처럼 이면세계를 방황하는 야생침식체를 사냥하는 것도 아니예요. 음험하고 교활한 마왕들의 세계에 들어가는 거잖아요?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그건 아무도 몰라요. 저랑 약속해요, 도로시. 꼭 엘리자베스 씨의 지시를 잘 따르고, 무서우면 그냥 도망쳐요. 누가 뭐라고 하면 제가 대신 막아줄테니까요."


 도로시는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아는 수아에게 말했다. "그리고 수아에게 직접 전해달라고 사장님이 말씀했어요… 에델은 광기의 마왕이라고, 그녀의 세계에 진입하는 것은 다른 마왕의 클리파 차원보다도 위험하지만, 환술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다면 딱히 어려울 점은 없다고 했어요."


 수아는 고개를 기울이며 '?' 표시를 바이저에 띄웠다. 그러자, 지아는 난처한 듯이 웃으며 말했다. "후후… 저도 그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예요, 아무튼 지금 수아가 사용하는 오퍼레이팅 시스템은 사장님이 직접 설계하셨던 거랍니다."


 "…그래? 음… 전뇌전사 허수아… 이제 무적."

 "무적까진 아니겠지만은, 아무래도 사장님이 손수 설계하신 물건이니, 아무래도 마왕이 어떤 환각을 쓴다거나 할 때 효과가 있을 거예요. 그럴땐 침착하게 주위의 사람들에게 경고하고 도와주세요."


 수아는 바이저에 'O' 표시를 띄우면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아가 살짝 웃으며 셋을 바라볼 때, 레버넌트가 알비온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저기, 이제 알비온은 출발하겠다고 하겠다네. 얘기는 다 끝났지?"

 "네. 힐데 소대장님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저도 그쪽으로 가봐야 하겠네요."

 "그러면, 그쪽을 부탁해. 우리도 어린 아가씨들이 다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테니까."


 레버넌트의 말을 듣고선 도로시는 한숨을 쉬었다. 어린이 취급을 받는 것이 싫어서 그런 것일까. 리온은 쓴웃음을 지으며 도로시의 등을 토닥였다. 어쨌거나, 지아는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한 뒤에, 힐데가 있는 코핀으로 걸어갔다. 도로시들과 레버넌트를 태운 알비온도 비행장에서 붕 떠올랐다가 그대로 미속으로 순항했다.


 그리고 코핀 지하 쉘터의 컨트롤 룸에서, 클로에가 타왔던 커피를 마시면서 자료를 읽고 있었던 관리자는, 곧 힐데와 카린이 떠나는 것을 스크린 너머로 보고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치고는 편성표의 홀로그램을 바라봤다.


 코핀의 힐데가 아시아로, 알비온의 엘리자베스가 유럽으로, 뉴 오하이오의 카린이 아메리카로.


 아시아(로자리아): 힐데/아키, 루시드, 에디/찰리/제시카, 치후유/치나츠/미나토/마사키, 신지아/린시엔

 유럽(에델): 도로시/허수아/리온, 레지나, 엘리자베스/라이언/모건/로이, 베로니카/릴리/리코리스, 레버넌트

 아메리카(세라펠): 한솔, 나유빈/이지수/에이미, 리타/대시/호라이즌, 존메이슨/토미/제리/미키, 카린/도미닉


 '인공위성으로도 보이긴 했었어. 차원융화를 막는 방법은 그런 프로세스를 발생시키는 차원의 첨탑을 부숴야만 하는 것이라고 함의 지휘관인 힐데와 엘리자베스와 카린에 설명하긴 했지만… 아니, 괜찮겠지. 힐데는 이런 작전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데다, 엘리자베스와 카린도 이 정도는 처리할 수 있겠지.'


 뒤에서 같이 편성표를 보던 레나가 물었다. "저기, 사장님의 그 타이탄은 지금 작전에 참여하지 않나요?"


 "이 기지를 지킬 전력이 부족해서 말이네. 게다가, 얼터니움 리액터를 제작하여 올림피안에 장착시킬 예정이야. 그러니까 이건 지금 상황에 맞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지."

 "생각해보면 그렇겠군요. 적절한 방비를 해놓으셨네요."

 "그럴지도."


 관리자는 편성표를 서류 사이에다 끼워놓곤, 커피를 책상에 놓으면서 생각했다.


 '올림피안 주피터에 얼터니움 리액터를 장착하면, 지금 퓨처앳워 타이탄에 설치되는 동일 사양의 미사일과 런쳐가 아닌, 고화력 장비로 교체할 수 있겠지.'


 사실, 올림피안 자체가 애초 그런 무장을 운용하도록 설계되진 기체였고, 드디어 진정한 힘에 도달한 것이다.


 '기체의 포지션을 생각해 어떤 무장이 좋을까 고려한다면….' 관리자는 지금 주력멤버들의 구성과 연계를 고민하다가, 그냥 올림피안 기체 자체의 개별적인 신뢰성과 범용성을 중시하여 글라디우스 런쳐와 스쿠툼 배리어를 장착하기로 결정했다.


 '모두가 돌아온다면 그때는 이쪽에서부터 리플레이서를 향해 반격할 수 있겠지.'


 '이제는 저쪽도 서두르고 있다.'


 이곳은 클리포트 게임이 없는 세계.


 그렇기에 지금 이곳에서 마왕들을 제압하고 리플레이서들도 끝낸다면 그것이 곧 종장일 것이다. 모든 배우가 무대에 올라, 지금 끝을 향해 치달아가고 있다…. 그리 생각하면, 관리자는 무언가 기대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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