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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gTHz6diCla4






 -- 마우스 오른쪽 버튼 눌러서 반복 켜주세요 --


 ○ (음악 꼭 틀어주세요.)


 ● (내용에 어울린다고 생각함.)


 ○ (일단 나는 좋아서 올렸는데 켜지 않아도 좋을 거 같음.)


 ○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음…. 찾기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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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앞으로 파란 마력을 머금은 진한 강물이 우아하고 은은하게 흐르며, 마치 요정이 속삭이는 것 같은 물소리가 고요히 주위에 울려퍼지는 숲에서. 주위엔 밝은 연회색 절벽이나 돌과 바위에 짙은 초록색 넝쿨이나 이끼들이 감싸듯 피어올랐었고, 군데군데 보이는 갈색 나무들은 마치 오래전부터 지켜보고 있었던 자연의 수호신들과 같이 기묘할 정도로 크고 이상한 형태를 띄는 나뭇잎들 사이로 몽환적인 색채를 내리쬤다.


 고대 서양 물활론이 자연스럽게 연상될 분위기였다. 마치 생명의 기운을 머금은 빛깔이 차례로 퍼져, 공간을 어두운 푸른색으로 물들이는 이것은 마치 자신도 잊고 있었던 영혼의 기억을 그대로 되밟는 듯한 감성을 불러일으켰다.


 "평소보다 와글와글하네. 우리가 잠시 없어진 사이에 무언가 재밌는 일이 있었나?" 빗자루를 타고 느긋이 날던 에블린이 말했다. 그녀가 살며시 잡은 완드의 끝부분에서는 마치 별가루와 같은 오색의 색채가 고요하게 흩날리며 떨어졌었는데, 마치 환상을 꿈꾸는 지금 이러한 분위기에 도취된 아키는 멍하니 그녀를 동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다 물었다. "와글와글하다구요? 매우 차분한 것 같은데…."


 에블린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주위를 잘 둘러봐. 정령들이 서로 속삭이며 모여들고 있잖아? 잔디의 숲에 숨어서, 거대한 나뭇가지에 올라타, 그리고 심연의 우주와 같은 강물에 떠올라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


 "잔디의 숲… 거대한 나뭇가지… 우주와 같은 강물…?" 마녀의 어휘가 무언가 신비롭게 느껴지면서도, 사실은 그러한 요정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라고 어렴풋이 이해했던 아키는 무언가 시적인 느낌을 받았다.


 "후후, 왠지 질투가 나는 걸. 내가 푸른 네잎 클로버나 혹은 피안초를 구하려고 이곳으로 산책을 올 때는 아무도 고개들지 않았어. 어쩌면 너희에게 관심이 있는 것일까?"


 그녀들의 말을 듣고 있던 치후유는 허리춤에 차고있던 카타나의 검집을 긴장한 자세로 잡고 있었던 손목에 힘을 느슨히 풀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까전부터 뭔가 적의는 없는, 미약한 기척이 느껴졌었는데. 그런 것이었나.'


 조금 더 걷던 그들은 어느새 비밀스런 화원까지 발걸음을 옮겼었다. 마치 새벽의 축복을 받은 어스름한 공기에 둘러쌓인, 오래된 고풍스러운 검은색 펜스들로 세워진 그곳 미스틱 가든에, 곧 모두가 모였다.

 에블린은 빗자루에서 내리고는, 크리스탈이 박혀있는 두꺼운 책을 펼치곤, 눈이 달린 빨간색 계열의 묘한 꽃을 가리켰다. 아키, 시엔, 에디, 찰리, 제시카, 치후유, 미나토, 마사키 모두 가까이 와서 그것을 보았다.


 "이 꽃, 파이어 플라워라고 불려. 만드라고라와 잎사귀가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니?" 재밌다는 듯이 혼자 쿡쿡 웃는 에블린이었지만 여기있는 누구도 만드라고라가 뭔지는 몰랐다. 어쨌든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을 말하길 좋아하는 에블린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이어서 말했다. "모두, 여기 주위에서 이렇게 생긴 꽃을 찾아줘. 축제 때 쓰일 예쁜 폭죽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하니까, 음!"


 그러자 팔짱을 끼고 있었던 마사키가 물었다. "이거 말야, 그냥 만져도 괜찮은 거야?"


 "응? 그건 무슨 말이니?"

 "무언가 만지면 위험하다거나 그런 건 아냐?"

 "설마! 그러면 너희들에게 부탁하지도 않았어."


 어쨌건 마사키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한숨을 쉬었고, 미나토는 하품을 하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궁도부에 있으면서 계속 활연습을 하고 눈도 좋았었던 그였지만, 다색이 번잡하게 뒤섞인 이런 정원에선 솔직히 알아보기 힘들 것 같다 느껴졌다.


 잠시 곰곰히 생각하던 에블린은 손뼉을 탁 치면서 이어서 말했다. "그러고보니… 론 리도 부탁했었네. 여기 근처에 어떤 사탕이 보이면 가져와 줄래?"


 미나토가 되물었다. "사탕이라고요?" 에블린은 책을 덮으면서 말했다. "응, 레어 캔디. 하지만 우리 궁정과학자 님이 자신의 사역마에게 먹이고 싶다고 해서 말야."


 어쨌건, 평소 성격대로 어떤 임무든 받으면 빨리 움직이는 에디도 손뼉을 딱 치면서 말했다. "좋아, 이해했어. 사탕이랑 눈이 달린 적색이나 주황색의 꽃을 찾는다면 되는 거지? 그러면 바로 끝내고 돌아가자고. 정확히 몇 개까지 가져와야하나?"


 "많으면 많을 수록 좋지만… 아마 백오십 개 정도면 확정적으로 충분할 것 같아."

 "백오십…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 숫자군."


 에디는 언짢은 목소리로 대답하곤, 그대로 손을 털고서 뒤를 돌아서 저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찰리도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따라가며 말했다. "쳇, 그 숫자는 왠지 소름이 돋는단 말이야."

 에블린은 고개를 기울이며 중얼거렸다. "음…? 확정이라는 말이 나쁜 말이었던가?" 그러자, 제시카가 고개를 대충 흔들며 대답했다. "뭐… 당신은 잘 모르겠지만 말야, 그런 게 있어."


 그리고, 기이한 문양이 날개에 새겨진 나비들을 바라보던 아키에게 린 다가오며 말하였다. "어떻소, 우리도 찾아봐야 할 것 같사오만…."


 "아… 네. 꽃하고 사탕이라고 했었죠?" 아키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같이 가요."


 "……."

 "린 씨?"

 "아무것도 아니라오. 잠깐…."


 아키를 염려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린은 검지 손가락을 입가 근처에 대고 무언가 생각하고 있었던 에블린에게 물어보았다. "궁정마법사. 하나 여쭈어 괜찮소?"


 "응? 무언가 물어볼 것이라도?"

 "이곳의 화원 내부면, 어디까지 가더라도 괜찮겠지?"

 "물론! 원하는 대로 맘대로 찾아다녀 봐!"


 고맙소, 그렇게 말하고 린은 아키의 손을 잡고는 그대로 저쪽까지 걸어갔다. 사실 꽃이나 사탕을 찾는 것보다도 최근에 변한 아키의 태도나 상태가 매우 신경쓰였다. 그렇기에….

 거센 폭포가 매우 조용히 흐르는, 마치 역설적인 동화와도 같은 한 폭의 그림에 두 여자가 사뿐하게 걸어왔다. 먼지색의 바람이 고요하게 불면서 그곳에는 보라빛, 빨간빛, 파란빛 형광색의 무늬를 뿜어내는 곤충들이 조용히 풀과 풀의 사이를 건너면서 이슬을 마셨었다. 마치 꽃을 바구니에 주워파는 소녀와도 같이 고개를 숙이고 음울한 표정을 지으며 살피는 아키를 말없이 보다가, 린이 선글라스를 끼며 조용히 말을 걸었다.


 "이런 이면세계도 있군… 참 신기하지 않소?"

 "네? 아… 네."


 멍하니 있다가 린이 부르는 소리에 대충 대답하는 아키. 방금 에블린이 말한 파이어 플라워가 발 밑에 딱 보였는데 그것을 꺾으려고 하질 않고 느릿하게 손을 움직이며 대충 풀들을 섞듯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었다. 린도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그녀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고.


 린이 대신 꽃을 꺾으며 말했다. "여기 분위기에 살짝 취한 것 같군. 바로 발 밑에 있는데 말이야… 하긴, 여긴 공기도 좋고, 마왕이 지배하는 곳인데 침식파도 없어. 너무 긴장하지 말게."


 "네? …아, 네."


 그러면서 말을 대충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다시 고개를 숙이고 힘없는 눈길로 꽃을 바라봤던 그녀였다.


 잠시 망설이던 린은 바람에 의해 계속 흔들리는 꽃밭에서 묘한 색깔의 비닐로 덮인 이상한 사탕을 보고는 바구니에 넣으며 말했다.


 "어려운 시대에 누구나 고민을 갖고 있지. 나조차 말이오. 그럴 때는 주위 사람에게 상당하고 그런다오."

 "……."


 아키는 그대로 손을 멈추고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림자에 가려져서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가 않았었고, 린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괜찮다면, 나라도 들어줄 순 있겠지. 어떻소? 도대체…"


 하지만 정작 시엔이 다가가자 아키는 고개를 올리며 억지로 웃는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평소대로의 목소리로 대답했었다. "아뇨, 그런 건 딱히 없어요. 걱정끼쳐 죄송해요."


 그러자 시엔은 그대로 몸을 털고는, 말없이 적당히 멀찍이 떨어져 주었다.


 그리고 멀찍이 떨어진 다른 곳에서 빠른 속도로 화염초를 꺾는 마사키와, 단지 바구니를 들고 마사키의 옆을 쫓아다니면서 그가 옆으로 던지는 꽃을 담는 미나토가 있다. 그들의 옆에서 자신도 눈을 날카롭게 뜨며 살펴보는 치후유였지만, 마사키의 속도엔 따라가지 못했다. 잠시 뒤에, 마사키가 큰 목소리로 물었다.


 "어이, 치후유! 너 몇 개 찾았냐?"

 "삼십 개 정도입니다만…."

 "그럼 됬어, 끝났네! 너랑 나랑 합쳐도 백오십개야."


 바구니에 전부 들어가지 않기에 저쪽 한 곳에 무더기로 쌓아올린 미나토는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마사키 녀석… 예전부터 봤는데 진짜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휘되는 엉뚱한 재주가 있다니까."


 그러자 마사키는 손에서 보라색 불을 지피며 웃고는, 마지막에 꺾은 꽃을 던지면서 말했다. "하! 힘은 다른 비슷한 힘을 부르지! 상식 아냐?"


 "비슷한 힘…?"

 "뭐냐, 치후유. 너도 카운터 아냐? 이건 그냥 꽃들이 아니라니까!"

 "……?"


 치후유는 검술과 직감에 관련된 영역에만 밝았다. 애초부터 갖은 보구들을 사용하고 주술로서 응용하는 것은 치나츠의 몫이라고 생각했지, 자신이 그런 것에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마사키와 달리 꽤나 명백하게 불에 관련된 힘을 가지는 이런 마법초를 보고서도 뭔지 짐작하지 못한 것이었다.


 옆에 있던 미나토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꽃을 바라보다, 잎사귀를 툭툭 건드리며 마사키에게 불어보았다. "근데 말야… 이거 먹어도 될까?"


 "…뭐?"


 황당하게 쳐다보는 마사키였지만, 미나토는 킁킁 냄새를 맡다 한쪽 눈만을 감고 조심스럽게 관찰하였다. "딱히 냄새도 나쁘지 않고, 색깔도 보니까 딱히 독도 없는 것 같고."


 "농담이지? 그래보여도 마법초잖아."

 "먹을 수 있는 풀처럼 보이는데? 치후유 씨는 어떻게 생각해?"


 "네? 아니…." 미나토가 갑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자, 뭐라고 답해야 좋을지 몰라서 가만히 머뭇거리던 치후유의 뒤로 갑자기 마력이 소용돌이치더니, 파란 테두리를 가진 빛이 번쩍이며 빗자루에 탄 에블린이 나타났다.


 텔레포트 마법.


 본능적으로 주위를 경계했었던 치후유. 자신도 모르게 그 기척에 반달처럼 발걸음을 놀리며 카타나에 하얀 긴 손가락을 뻗어 올려놓다, 상대를 눈으로 확인하고는 쥐었던 손을 풀었다.

 어쨌거나 에블린은 왠지 빙긋 웃으면서 손뼉을 짝짝 치고는, 마치 여교사 같은 톤으로 말했다. "대단하네, 둘 다! 이거, 유나하고 잉그리드에게 시켰을 땐 엄청 오래걸렸는데."


 마사키는 훗 웃으면서 손으로 보라빛 불꽃을 과시하듯 보여주며 말했다. "흥, 그래봤자 마녀 견습생들이다. 이 몸과 비교할 수 있을까?" 그러자 옆에 있던 미나토가 팔꿈치로 툭 치면서 말했다. "실례되게… 그런 말 하는 게 아냐."


 "어프렌티스… 음, 틀린 말은 아니니까. 그렇지만 미나토라고 했었니? 맞아, 이건 먹어도 되는 풀이야."


 그러자 오히려 치후유가 놀란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네? 정말인가요?"


 "여기 오면서 봤지? 엘릭서들의 주재료는 마법초니까. 먹을 수 있냐 없냐 묻는다면 당연히 먹어줘야 의미있는 물건이라 분류될 수 있겠네."


 에블린은 빗자루에서 내리고는, 사뿐한 걸음걸이로 다가와 오른손의 손등으로 초록빛의 머리카락을 어깨 뒤에 넘기고는, 살며시 미나토가 쥐고 있던 파이어 플라워를 잡고선, 풀잎을 뜯어먹고는 말했다. "음… 신선하네. 그냥 폭죽으로 쓰긴 아까울 정도로 상태가 좋아." 그리고는 눈동자는 윗편을 향하면서 우물우물 씹다가, 그대로 꽃 부분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꽃잎은 먹어도 되지만, 꽃부분은 너무 많이 섭취해선 안 돼."


 "네?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요?"

 "비타민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몸에 이상작용을 일으키잖니? 비슷해. 이 풀 자체가 인체에 무해한 건 맞지만, 꽃을 너무 많이 먹으면 몸에 변이를 일으켜. 손에서 불꽃이 나가거나, 머리카락 색이 변하거나…."

 "어… 우와."


 왜인지 감탄하는 미나토.


 어쨌던간, 에블린이 손뼉을 탁 치면서 말했다. "수고했어! 아무튼, 이제 일도 끝났으니 그냥 돌아가는 게 좋겠지? 저기, 에디 씨하고 아키 좀 불러줄래?"


 그러자 마사키가 도끼눈을 뜨면서 물어보았다. "에? 뭐야, 왜? 그냥 당신 마법으로 불러오면 될 거 아냐. 게다가 당신 말야, 방금 순간이동해서 여기 왔잖아."


 딱히 틀린 지적은 아니다. 그렇기에 평상시엔 그가 건방진 말투로 말하면 계속 핀잔을 줬던 미나토도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에블린이 웃으며 거짓말로 대답했다. "미안… 그거, 한 번 쓰면 이 분 정도는 기다리지 않으면 안 돼."


 "…뭐?" 마사키가 마법에 대한 조예는 없었지만, 그도 바보는 아니라 이게 거짓말인 것은 눈치챘다. 여기서 잉그리드나 유나와 싸웠을 때 마법을 어떤 형태로 쓰는지 관찰했기 때문에.


 에블린은 품에서 완드를 꺼내고는, 끄트머리에서 스타더스트와 같이 떨어지는 마력의 기운을 공간에 휘젓듯이 그려, 북쪽이랑 북서쪽을 가리켰다. 서늘한 푸른 밤길에, 우윳빛 하얀 색채가 에디와 아키의 얼굴을 그려내었고, 에블린이 그걸 톡톡 가리키며 말했다. "어쨌던 둘은 저쪽 방향에 있으니까… 나는 치후유 씨랑 같이 꽃을 들고 가든의 정문까지 갈테니, 모두를 불러줘."


 "후우… 할 수 없지. 어이, 미나토. 아키가 있는 쪽에 가봐라. 나는 용병 아저씨들을 불러올테니." 귀찮다는 표정으로 마사키는 손뼉을 툭툭 털면서 터벅터벅 걸어갔다. 팔짱을 끼고 있었던 미나토도 말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둘이 사라진 뒤에, 에블린은 조용히 프랑스어로 주문을 외우더니, 곧 투박한 모습의 수레를 툭 소환했다. 놀란 표정을 짓던 치후유는 말없이 무더기로 쌓아올린 화염초들을 양팔로 끌어안고서 살며시 수레에 올려놓았다. 그때 뒤를 봤었는데, 에블린이 손가락으로 텔레키네시스를 사용하면서 나머지를 그대로 부유시키곤 똑같이 쌓아놓았다. 치후유가 그런 눈으로 바라보자 에블린이 물었다.


 "응? 왜?"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에블린이 완드로 톡톡 쳤더니 이내 수레는 혼자서 천천히 굴러가기 시작했다.


 딱히 서양 - 사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서유럽풍, 치후유 본인은 스칸디나비아 혹은 남유럽계, 서아시아등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었다. - 문화에 대해 묘한 거리감을 가진 그녀는 지금 이러한 동화적인 환상적인 분위기는 너무나도 생소했다.


 제대로 된 마녀를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어색한 침묵을 깨고 그녀가 말했다. "마법은 정말로 흥미롭군요."


 "그래? 하지만 네 언니도 이 정도는 하지 않을까?"

 "저는 무사이기에 딱히 확언하지는 못하겠습니다만… 이런 염동력은 쓰지 못하실 겁니다."

 "동양에는 부적을 붙여서 무언가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을텐데… 여기서도 자주 봤어."


 "아마도 신력을 담아서 방출시키는 방법이겠죠. 순수한 염동력은 아닙니다. 저희는 그것을 다르게 분류합니다."

 '…그랬던가? 기를 이용해서 물건을 날리거나 혼자서 날거나 그러는 것도 봤는데….'


 하지만 지금 이렇게 말을 걸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치후유가 이어서 말했다. "그때 칼날을 서로 마주했던 잉그리드 요한나란 분은… 저로서는 처음 마주하는 상대였습니다." 그리고 눈을 감고는 말했다. "자만했던 것일까요, 마법사가 상대라면 접근전에서는 절대로 지지 않는다 생각했습니다."


 에블린은 쿡쿡 웃으면서 말했다. "뭐, 날지 못하는 마법사라면 치후유 씨가 완전하게 압도하는 것이 상식이겠지. 너무 신경쓰지마. 걔가 마녀 치고는 유달리 별난 애야."


 "아뇨, 전장에선 상식이란 없습니다. 무슨 테크닉을 사용하건, 무슨 스타일을 사용하건, 결국 이기는 것이 스스로를 증명하는 길입니다." 그리고 치후유가 단호한 눈매를 지으며 말했다. "저의 주군을 위해, 저는 최고의 검이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지만 저도 알 수 있었습니다. 잉그리드 공에 맞서기엔 부족했다는 것을…."


 명경지수에 달해, 그리고 심안으로 세상을 보며 일섬으로 치나츠의 앞길을 막아선 적들을 베어왔던 치후유는 자신이 진정한 무사의 길에 올랐다 자부했었고, 관리자의 코핀 컴퍼니에 합류하고서도 그러한 정체성에 자존심을 가졌었다. 자신은 근접전에서 제일 강력한 급이 아닐까… 아니, 분명히 맞을 것이다.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아니다. 왠지 힐데도, 그리고 한솔도… 자신보다 강하다고 느껴졌다.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는 있을까.


 …지금 치후유는, 그녀 자신조차 눈치채진 못했지만, 어렴풋이 왠지 그러한 느낌이 들은 것이었다. 자신이 주군으로서 섬기는 언니. 하지만 그녀가 자신에겐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존재긴 하여도, 그녀는 지금의 자신을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나.


 이 모든 걸 에블린이 완벽히 알 수 있을린 없었다. 하지만, 묘하게도 대화의 요지는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에블린이 말했다. "치후유 씨는 지금보다 더욱 강해지고 싶어?"


 "당연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총이라도 드는 게 어때?"

 "네?"


 에블린은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인간은 침식체가 아니기 때문에, 무슨 수단으로 싸우냐는 것에 의해서 힘의 형태가 구체적인 한계를 가져. 치후유 씨도 알고 있겠지? 음… 일본에 있던 친구가 그런 말을 했었어. 검을 다루는 게 아니라, 검과 하나가 되는 거라고."


 매우 친숙한 격언을 듣고 치후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중얼거렸다. "그건… 맞습니다."


 "그렇지만 애초에 철학적… 아니, 과학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있어? 검의 예리한 칼날에, 신체의 에너지를 싣어서 밀어넣는 것이잖니? 그렇다면 애초에 그걸로 물질을 베지 못하면?"

 "그건…."

 "검과 하나가 되도, 애초에 검 자체가 가지는 힘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


 에블린은 팔짱을 계속 낀채로, 부드러운 웃음을 짓고는 일렀었다. "그래도 그건 우리 잉그리드도 마찬가지야. 마녀라면 빗자루에 타서 날 수 있고, 그렇게 다양한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는데, 굳이 땅을 밟으면서 낫으로 싸우고 싶다고 그렇게 날뛰니까 말이야… 이상하지?" 그녀의 말이 끝난 뒤에도 치후유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단지, 터덜터덜 혼자 굴러가는 수레의 소리만 들렸다.


 "……."


 "그래도 진짜 솔직히 말하자면…." 에블린은 팔을 풀면서, 수레에 손을 올려놓고는 말했다. "내가 보기에 치후유 씨는 이미 훌륭한 무사 같아. 검으로 발휘할 수 있는 힘을 전부 쓰는 느낌?"


 "굳이 위로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냐. 만약 어떤, 치후유 씨에게 맞는 아티팩트를 찾을 수 있을 경우에는… 치후유 씨도 무시무시하게 변할 수 있을 것 같아."

 "…훌륭한 검, 입니까."


 왠지 모르게,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변해버린 한솔의 모습이 떠오른 것은 왜일까.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강함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자신이 걸어가야만 하는 길일까?


 …모르겠다.


 "지금의 제가 그러한 검을 원한다면, 저는 단지 무기에만 의존하는 검사가 되어버리겠죠."


 그런 괴인으로 변한 상태 이전의 한솔도, 자신의 상대를 해준다고 했을 때엔 검에 의존하지도 않고 산과 같은 자신감을 갖고 맞섰었다. 그 남자는 무슨 검을 썼어도 강했다. 지금의 자신에게 강력한 마검을 쥐여봤자… 검의 성능에만 의존하는, 자신이 제일 혐오하는 것이 되버릴 거다.


 단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혼자 독백하듯 말하는 치후유의 대답을 듣고서는, 에블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힘이 모자라면 다른 마법도구를 찾고, 그래도 모자르면 충분한 시간과 준비를 들이며 온갖 마법약을 들고가고, 만일 충분히 강력한 마법을 쓰질 못한다면 친구들에게 의논하여 같이 연구하거나 익힌다거나 하는 그녀에겐 당연히 이해하지 못할 문제였다….


 한편, 에디들을 찾으러 갔었던 마사키는 단지 전투자세로 수풀 뒤편에 숨어있는 그들을 보고서는 자신도 모르게 손에 붙인 불을 끄고서, 조용히 다가가 물었다.


 "…어이, 아저씨들.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귓가에 조심스럽게 속삭이는 목소리를 듣고서, 에디가 조용히 손가락으로 저편을 가리켰다. 긴 소매와 그보다 더욱 긴 하얀 수염을 가진 장삼풍과, 하얀 가면을 쓰고 있었던 카나데가 만나서 무슨 애기를 하고 있었다.


 '음? 무틀딱 할배하고… 저 여자, 오로치 옆에 항상 있었던 하야미 가문의…?'


 둘을 단지 이곳의 팩션을 이끄는 수장 정도라고 인식했던 에디와는 달리, 사나에만은 누군지 알아보았던 마사키였다. 어쨌던간, 그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채로, 장삼풍과 카나데는 회화를 계속했다.


 "오랜만에 만드느라 오래 걸렸었군… 외부인인 귀공에게 이런 일을 맡기는 것도 딱히 운은 아니겠지만."

 "대인의 결정에 의구심을 품는 자는 없었습니까?"

 "모두가 원하고 있네."


 마사키는 눈가에 힘을 주면서 그들을 노려봤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있나?


 "잘 이해가 되질 않는군요."

 "랑인들은 눈엣가시 같은 집단이지. 만일 그 여자를 독살할 수 있다면… 귀공이 다음 선제후가 될 수 있을테야. 축제가 끝나기 이전에 그를 독살해야 하네. 그렇다면… 귀공은 반대표를 던지며 우리는 현세를 심판하기 위한 속전을 할 수 있겠지."


 카나데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대답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어떻게든 암살할 수 있다면…."


 "그렇지, 유스티스가 죽어버리면… 아니, 그건 우리 모두가 원하는 길이네. 동쪽에 명성이 자자한 인자의 힘을 지켜보겠네."

 "…밤이 늦었습니다. 돌아가시죠."

 "흐음… 부탁하지."


 그렇게 말하고 천마 장삼풍은 바로 먼지를 일으키며 마치 자전거를 타듯 발을 구르더니, 그대로 퍼벅퍼벅 옷깃을 크게 흔들면서 하늘을 밟듯이 날아갔다. 카나데 또한 중지와 검지를 세워서 잠시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펑 터지는 연기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그 자리에 숨어 있었던 에디와 찰리와 제시카 그리고 마사키.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던 찰리가 묘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야… 진짜로 하늘을 날거나 갑자기 순간이동해서 사라져 버렸어. 이게 동양의 신비라는 것인가?"


 제시카가 머리를 긁적이며 에디에게 물었다. "이거 말야… 유스티스인지 뭔지 누구인지 모르지만, 만일 걔가 죽으면 우리에게 안 좋은 거 아냐?"


 "…그렇겠지. 이곳의 정치가 정확히 어떤지 그건 잘 모르지만, 정말로 투표해서 속전의 결과가 나온다면…."

 "그렇지만 늑대인간… 였나? 그 사람에게 말해도 들어주지 않을 거 아냐? 솔직히, 우리가 말한다고 믿겠나?"

 "……."


 단지 침묵하는 모습을 보며, 찰리가 에디에게 물었다. "저기… 에디?"


 "이건 내가 오로치의 무녀 씨나 힐데 소대장에 전달하지. 로자리아도 마녀들에게 소대장을 수색하라고 시켰다니까 지금쯤 돌아왔을지 모르고… 너희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만일 잘못 떠들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찰리는 긴장하는 목소리로,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오, 오우…."


 그리고 에디는 고개를 돌리면서 마사키에게 말하였다. "어쨌던간, 꽤나 눈치가 빠르군. 만일 저들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는 것을 들켰다면 무슨 짓을 당했을지 몰라… 위험했어."


 마사키는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저 중국인은 모르지만, 확실히 카나데는 강하니까 말야."


 "…누구인지 아나?"

 "아주 오래전부터 오로치의 오른팔로서 요괴들과 오니무사들을 이끌었던 여자야. 오로치가 우리편으로 들어왔을 때 쟤는 어떻게 됬나 궁금했는데… 아마 대장의 책임을 버리고 도망친 오로치를 대신해서 요괴들을 이끌었던 것이겠지."


 에디는 마사키의 무언가 살짝 뒤틀린 말투를 눈치채곤 말했다. "흠… 묘하게 날이 선 목소리군."


 "불만은 없지만,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말이야… 대장인 오로치는 그냥 자기가 혼자 치나츠 녀석하고 친구가 되고 싶다고 부탁하면, 그냥 그걸로 끝이야. 그 긴머리 뱀여자가 여기에 들어와서 불만인 사람 아무도 없잖아? 강하고 똑똑하니까. 누가 거부해? 그건 그렇지만, 남아있는 걔 밑의 요괴들은? 누가 원하는데?"

 "……."

 "걔네들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자신들이 원래 살고 있던 땅에서 쫓겨나서… 이젠 어디로 갈 곳도 없고. 뭐 그냥 그런 거지. 오로치 본인은 그냥 언제 인간들한테 돌아간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해. 그냥 예전처럼 신으로서 존경 받고. 하지만 저쪽에서 느낀 배신감은 정말로 엄청날걸?"


 그렇게 주절대던 마사키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머리를 탁 치면서 말했다. "아, 이런 쓸데없는 거 말하려고 온 게 아닌데."


 "뭐? 무슨 할 말 있나?"

 "에디 아저씨. 꽃 말야, 얼마나 모았어?"

 "…많이는 못 모았다. 한 삼십 개 정도…?"


 그러자 마사키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흑막과 같은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거 다 쓸모없어. 그냥 버려도 돼, 우리쪽에서 백오십 개 전부다 꺾어 놨어."


 "정말? 대단하군."

 "어쨌던 이제 돌아가도 되니까. 그거 말하려고 왔던 것이었는데 말야… 하, 별 이상한 걸 다 봐버렸군."

 "…훗. 어쨌던간, 그렇다면 이제 빨리 돌아가지."

 "그러자구. 모두 꽃발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어쨌던 에디는 기지개를 피며 일어났고, 조용히 듣고 있었던 찰리도 왠지 기쁜 표정을 숨기지 않고 웃고 있었다. 왠지 이런 소녀 감성에 어울리는 정원은 지루했고, 애초에 꽃을 꺾는단 것도 자신에겐 맞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게 세 남자가 터벅터벅 남쪽으로 돌아갈때… 제시카는 뭔가 미심쩍은 얼굴로 장삼풍과 카나데가 서로 말했었던 그곳을 흘깃 쳐다보곤, 그냥 에디들을 따라 돌아갔다.


 저녁식사 이후….


 도착하니 힐데하고 세실리아까지 돌아와 있었다. 유나하고 잉그리드가 불러와서 같이 식사를 했던 이후에. 엄청나게 큰 벽난로가 설치된, 중앙엔 비싸보이는 카펫에, 카펫의 위에는 진한 갈색의 마호가니 원탁에. 원탁에는 뽑기에나 나올법한 철갑기사 체스말이 단지 목소리에 반응하여 움직이는 체스 게임, 미스터 하우스나 레가투스 라니우스가 그려져 있는 카드들이 있다.


 방 안에는 모두가 모였다. 과연 체스를 잘하는 것은 거짓말은 아니었는지 계속해서 연승하는 세실리아, 차례로 재밌겠다고 도전하다가 져버린 린, 미나토, 루시드, 에디, 심지어는 힐데까지.

 마사키는 찰리와 제시카와 아키와 함께 원카드를 하고 있다. 원래는 평소에 질리게 했었던 포커나 하자고 제안한 에디였지만, 찰리도 제시카도 내키지가 않는다고 했기에 투덜거리며 체스나 했던 것이다…. 아무튼, 한 쪽에선 오로치와 지아가 유나와 잉그리드와 함께 쌓아놓은 마법서들을 보고있다.


 낮 동안에 세실리아는 마법 도서관에 가고 싶다고 졸랐었는데… 혹시나 자신도 마법을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간단한 마법은 배워서 돌아갈 수 있지는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당연히도, 세실리아는 몇 시간이나 노력했지만 기본적인 마법조차 배우지 못했다. 당연했다. 애초부터 마력이란 무엇인지 인지도 못했던 그녀가 이질적인 힘을 정교하게 다룰 수 있을리 없다.


 하지만… 지아는 달랐다.


 이쯤되면 그냥 지아니까 평소랑 똑같다며 질투와 납득을 동시에 느끼는 세실리아였지만, 옆에서 쳐다보던 유나와 잉그리드에겐 그만한 충격과 공포도 없었다. 어제까지 마법이 뭔지도 몰랐던 머글이 갑자기 책을 읽었다고 상위 마법을 쓰더니….


 엄청나게 복잡한 마법조차 한 번 훑어보곤, 몇 초 만에 마법진을 복사기처럼 그려내며 똑같이 구사했던 것이다. 마치 인쇄기에서 펄럭거리는 소릴 내면서 시끄럽게 마법서를 뒤적여, 이내 자신들조차 계속 연습해도 완벽한 효율과 효과를 가진 형태로 구사하지 못했던 주문들을 모두 익혔었다.


 어째서? 어째서 가능한 것인가? 잉그리드가 물었을때 지아는 단지 이렇게 대답했다.


 '전 되던데요? 쉽지 않나요?'


 그때 유나는 단지 멍한 표정으로 지팡이를 툭 떨어트릴 뿐이었다….


 어쨌던 저녁을 마치고 지아가 그녀들에 제안했다. 스펠 시뮬레이션 게임.


 분명 마법은 흥미로운 것이나, 각기 마법들을 연계해서 사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생각하여, 그렇기에 오로치가 심판이 되어서 마치 워게임과 비슷하게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자고 지아가 제안한 것이다.


 '신지아라 했었던가? 정말 대단하구나. 몇천년도 살아왔던 첩이건만, 이러한 여자는 정말 본 적이 없었다.'


 그 오로치조차 놀라버렸다. 노비스가 고급주문들을 시전한단 사실을 넘어서, 신지아는 몇십년은 마법을 쓴 것처럼 유기적인 연계적인 판단을 보였다. 장난치는 게 아니라 이 여자는 오늘 처음 마법서를 보고 따라했던 순수 카운터이자 그들 입장에선 일반인이었다.


 분명 백지상태였을텐데 즉시 몇십 년간 수련한 경지의 대마법사 수준이 될 수 있다고?


 진짜 천재란 이런 것인가? 오로치는 이번에도 한숨을 쉬면서 지아에게 판정승을 내려줬다.


 그러자 잉그리드가 무언가 분하다는 듯이 항의했다. "아니, 왜? 도대체 어째서?!" 그녀가 자신에게 갑자기 소리쳤는데도, 오로치는 왠지 이해가 간다는 듯이 바라보곤 조곤조곤 지적했다. "알파트릭스의 회장이 지연화염구를 깔아두지 않았더냐? 그런데도 너는 자신에게 화염 방어막을 시전하고 그냥 몸으로 뚫고 가길 결정했지. 그럴 동안에 너의 상대는 다른 주문을 쓸 수 있었던 거다."


 "그게 뭐가 나쁜데?!"

 "그때에 회장은 네녀석에게 앵커를 시전했었지. 순간이동으로 도망치질 못하도록."

 "그래, 그건 알아!"


 점점 짜증이 났던 오로치는 한숨을 쉬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때부터 네녀석은 졌던 거다. 앵커에 한 번 걸리면 블링크도 텔레포트도 쓰질 못하는데다, 날아서 도망친다고 하여도 너를 따라가는 주술들을 쓴다면 될테니까."


 "어째서 도망치는데?! 나는 날아서 쫓아간다고 했잖아!"

 "정말 아둔하구나! 뭘 어떻게 쫓아간다는 말이냐? 너희 둘은 애초에 동일한 속도라 가정하고 게임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텔레포트를 쓰질 못하는 경우, 네녀석은 대체 어떻게 대항할 셈이냐? 온갖 주술에 계속 맞아가며 단지 떨어지길 기다리는 먹잇감에 불과해!"

 "…아."


 잉그리드는 이해하질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는 오로치로부터 떨어졌다. 왠지 지금, 옛날에 넌 왜 그렇게 멍청하냐며 라우라에게 혼나던 그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그냥 멍하니 옆에서 듣고 있었던 유나가 볼을 긁적이며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와… 오로치 님도 마법을 잘 알고 계셨네요?"


 "당연하지 않겠느냐? 첩들은 네녀석들의 여왕인 로자리아와 옛날부터 싸워댔다. 게다가 녀석도, 지금에야 데스볼만 던지지만 예전에는 화려한 싸움을 즐겼지."

 "아… 아하하하…."

 "그렇지만 대단하구나. 블링크를 비롯해서 여러가지 텔레포트 마법들을 무력화시키는 앵커라는 마법은 호바스란 대마법사가 개발하고 처음 썼었던 주문인데 말이다. 흐음… 어느새 이 정도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니."


 그러자 유나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네? 혹시 그 분이 누구신지 아시나요?"


 "음! 아니까 첩이 말하지 않았겠느냐?"

 "우와… 뭔가 대단하시네요. 여기 마법 도서관에 있는 마법서들 중 일부는 그 호바스라는 분이 직접 저술하신 책이거든요. 그렇지만 전설적인 마법사와 알고 계셨다니…."


 그러자 오로치는 머리를 자신의 손으로 빗으면서 말했다. "아니… 여기서 보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친한 관계는 아냐. 지나가다 본 정도란다."


 "네?"

 "과거에 첩은 요괴들을 이끌었지. 로자리아하곤 싸우지 않고 친하게 지낸 시절도 있고… 이곳의 객실에서 묶었던 적도 많았으니까 말이야. 몇 번, 이곳에서 직접 마주친 적이 있었단다."

 "…아. 뭐랄까, 그래도… 뭔가 대단하게 느껴져요."


 어쨌건 지아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판단이 적힌 로그의 체크를 마치고는 하품을 하였다. "후아아… 오늘 하루종일 책만 보면서 마법에 대해서 공부했는데, 재밌었어요."


 오로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었다. "뭐, 네녀석이 재밌었다면야 좋은 거겠지…."


 그녀는 왠지 검지를 치켜세우고 입술에 가까이 대며, 주홍빛 은은히 타오르는 등불을 보다가, 고개를 살짝 기울여 물어보았다. "저기, 오로치 님?"


 "왜 부르느냐?"

 "오로치 님도 분명히 강하시겠죠?"

 "후… 도전하면 받겠지만, 네녀석들의 게임에 심판 역할도 하고, 선생 역할도 하고, 정말 지치는구나."

 "아! 그런가요. 정말 죄송해요, 갑자기 이런 부탁을 드리고… 피곤하셨죠?"


 오로치는 너무나 밝고 순진한 표정으로 사과하는 지아를 슬쩍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정말로 여우 같은 녀석이구나. 이렇게까지 부려먹었는데 미워하지도 못하겠어.'


 어쨌건 그녀는 조용히 일어나, 세실리아들이 앉아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팔짱을 끼면서 쳐다보는 에디, 떫은 표정으로 왼뺨을 긁는 힐데와, 그냥 쓴웃음을 지으면서 보는 루시드와, 감자칩을 먹으면서 서서 쳐다보는 미나토의 옆에. 거만하게 양쪽 손등을 허리에 대고 내려보며 여왕처럼 명령하는 세실리아가 린을 상대로 이기고 있었다.


 차례차례, 작은 강철기사와 같이 생긴 검은 체스말들은 린의 하얀색 체스말들을 그대로 부쉈다….


 "아… 고모님, 또 이기셨네요."


 여태까지 그냥 마법서만 보느라 관심이 없었던 지아가 이제서야 그걸 알아보고 중얼거렸을 때, 린은 빠르게 체크메이트에 걸리곤 졌었다….


 "…흐음, 장기라면 자신이 있겠지만."

 "오호호호, 어때?!"


 마치 허풍심한 귀부인과 같이 손가락을 늘어트리듯이 들어올려 웃어대는 세실리아. 루시드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하하, 정말로 체스를 잘 두시네요."


 에디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며 말했다. "내가 딱히 실수한 것도 아니고, 오프닝을 제대로 뒀었지만… 하다보니까 왠지 느끼겠더군. 지고 있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어."


 어느새 유나에게 자신의 검을 받았는지, 레긴과 파프닐을 허리에 꽂고 있었던 힐데가 검의 손잡이를 툭툭 털면서 말했다. "잘하는 것은 인정해. 그렇지만 세실리아… 혹시, 당신 여태까지 살면서 체스만 연습했던 건 아니지?"


 그러자 세실리아는 찔린듯한 얼굴로 당황하며 부정했다. "아, 아니거든? 괜히 폄하하긴! 지니까 분해서 그렇지?"


 "아님 말고…." 시큰둥한 목소리로 대답한 힐데는 그대로 일어섰다. 지아가 그녀에게 물었다. "저, 힐데 소대장님. 어디 가세요?"


 "신경쓰이나? 그냥 바깥에 나가서 바람이나 쐬려고 하는 거다."

 "아… 그렇군요. 혹시 커피라도 마시려고 가시는 줄 알고…."


 그러자 힐데는 날카로운 눈썹을 부드럽게 푸는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 "그건 지아 회장님이 마시고 싶으신 게 아닌가?"


 지아는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면서 소녀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글쎄요? 후후, 그럴지도요?"


 "따라오라고. 욕심쟁이 로자리아는 자기 방에다 온갖 과자나 주스를 챙겨두고 있으니까."

 "아까부터 계속 머리를 써서 그런지 단 게 먹고 싶은데…."

 "음, 커피에 초콜릿 한 조각을 녹여서 마시면 좋을 거 같아."


 그렇게 말하면서 떠나는 둘을 보고서, 에디도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면서 중얼거렸다. "후우… 나도 잠깐 나가볼까." 그러자 옆에서 원카드를 두고 있었던 찰리가 말했다. "담배 피려고? 책잡히면 안 되니까 아무데나 꽁초 버리면 안 돼."


 "그 정도야 알고있어."


 제시카는 투덜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담배 좀 끊어, 정말…. 딸도 끊으라고 부탁하지 않았었나?" 그러자 에디는 한숨을 쉬면서 대충 못들은 척 무시하고 밖으로 조용히 나갔다….


 감자칩을 다 먹은 미나토는 대충 비닐을 접고 쓰레기통에 휙 덩크했지만, 실패했다…. 그래서 그냥 터벅터벅 걸어가서 줍고 다시 넣곤, 손을 툭툭 털며, 마사키와 에디와 제시카와 아키가 놀고 있는 카드를 보았다.


 '어디보자… 조커를 가진 것은… 뭐야?'


 원카드의 룰이 그렇듯이 2와 A와 조커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게임의 상황이 진짜로 묘했다. 다른 셋과 달리, 아키는 2와 흑색 조커를 갖고 있었는데, 계속해서 카드를 먹고 있을 뿐이고, 그걸 사용하진 않았다.


 '도대체 뭐하는 거지? 그냥 지려고 하는 건가?'


 딱히 방의 조명이 밝지 않아서 잘못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아키의 표정은 딱히 즐겁게 보이지도 않았다. 도대체 아키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그렇게 멀뚱멀뚱 바라보는 중에 마사키가 탁 에이스 카드를 놓으며 말했다. "자, 내 마지막 카드는 사실 이거였다고!"


 "……."


 하품을 하면서 기지개를 피는 찰리하고, 그냥 카드를 툭 던지며 손을 펴보이는 제시카. 아키는 그대로 카드를 엎어서 내려놓을 뿐이었다. 뭔가 기묘하게 느껴지는 이걸 보면서 미나토가 걱정하는 목소리로 마사키에게 물어봤다. "저기, 야… 이거 어떤 룰로 하고 있었어?"


 "어? 원카드 처음봐? 공격 받으면 다음 티어의 카드로 반격할 수 있는데."

 "아니, 그건 아는데… 혹시, 무조건 시계방향으로 돌리는 거야?"

 "그러면 재미없잖아? 자신이 공격 받으면, 순방향 뿐만이 아니라 역방향으로 카드를 놓으며 반격할 수 있다는 룰이야."

 "그래. 우리가 항상 하던대로의 그 룰."


 그러자 마사키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그래, 그 룰. 알면서 왜 물어?"


 미나토는 단지 아키의 뒷통수를 쳐다보면서 중얼거릴 뿐이었다. "아니… 그냥."


 그런 미나토를 보며 마사키는 마치, 이상한 녀석, 그렇게 입술을 우물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의자 등받이에 걸은 자켓에 왼팔을 올려놓으며, 오른손을 뺨에 받치면서 턱을 괴고는 중얼거렸다. "하… 한솔들은 지금쯤 뭐하고 있을까나."


 찰리는 손가락을 뚜둑이며 풀면서 말했다. "그러고 보니 끝났었다고 들었었는데…." 제시카는 뒷목을 잡고 풀면서 말했다. "타천사랑 싸우는 게 걔들이지? 하지만 뉴 오하이오가 우리의 가장 강력한 전력이었잖아."


 "어? 잠깐, 한솔들이 이겼어요?"


 갑자기 놀란 목소리로 묻는 미나토에게 제시카가 대답했다. "에델도 세라펠도 졌으니 로자리아도 그냥 포로로 잡은 우리를 대충 넘기고 사장님하고 화평하고 싶었다던가… 그랬었잖아?"


 "아… 그랬지." 하품을 하면서 기지개를 펴는 미나토였다. 원래는 이 시간에 잠들고는 했었는데… 요새에 모두와 함께 다니며 잠자는 시간이 계속 달라졌다. 원래 생활습관이 딱히 일정하지 않은 마사키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졌지만….


 어쨌던 눈을 비비며, 미나토가 마사키에게 말했었다. "나는 졸리니까 이만 들어간다… 맞다, 내일 축제라고 했었었지?"


 "그래. 여기 건국절이라고 했어… 아니, 뭘 벌써 잘라고?"

 "내일 놀려면 오늘 제대로 잠을 자둬야지. 너도 적당히 해라."

 "쯧…."


 마치 수학여행 온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미나토는 졸리면 참을 수 없는 자신의 체질을 거스를 수 없었기에 그대로 등 뒤로 손을 흔들면서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에디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서는 포커나 하자는 찰리의 우렁찬 목소리, 그리고 이번에는 대체 뭘 걸거냐고 불만스런 목소리로 말하는 제시카나, 루시드와 체스를 하다가 갑자기 이상한 실수를 했는지 봐달라며 애교부리는 듯한 목소리를 내는 세실리아나…. 그런 행복한 흥분된 목소리들이 들렸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아키가 약간 이상한 상태였다는 것을 까먹고 말았다.


 그날 새벽.


 거대한 살색의 표면 위, 아키는 마치 누군가에게 쫓겨 도망쳐, 벗어나지 못하는 공포에서 단지 절망하며 무한히 쳇바퀴를 돌려대는 햄스터가 된 느낌이었다. 어디로 가도 그것의 존재감을 지울 수 없다. 어디로 가도 그것의 위압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계속 자신의 등 뒤에 붙어서 다가오는 느낌….


 그것의 정체는, 자신의 그림자였다.


 일본으로 돌아갔을때 리플레이서 비숍에게 잡혀 기절했던 사이, 자신의 몸에 무슨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단지 의식은 꿈의 안쪽에서 계속, 계속해서, 계속 달리기를 원했었다. 마치 자기 자신의 몸을 남이 조종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엄청나게 뛰는 가슴. 거대한 살색의 기둥에 손을 기대고 뜨거운 땀을 닦아내고 있을 때에… 무언가 자신의 새끼손가락에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


 '이… 건….'


 도대체 무엇을 보는지 이해하지도 못하겠지만… 왠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었다. 이것은… 자신의 손가락이었다. 왠지 알 수 있다. 거대한 자신의 손가락을 만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검은, 안개가 짙게 깔려진 위에, 드디어 그것이 걷히며 보았다.


 마치 거대한 악마처럼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지는 뭔가. 그것이, 연회색의 - 아니 검은색의 - 머리카락을 정적인 바람에 흔들리며 붉은 눈동자로 자신을 내려보고 있었다. 그때에 알 수 있었다. 그건 자신이었다. 리플레이서로 변한… 인격과 힘이 변질된 자신의 모습, 그리고 피할 수 없이 미래에 도달하게 되어질 자신의 모습.


 그렇지만 그때… 그것과 눈이 마주쳐 완전히 의식과 자아를 뺏기는 느낌이 들었을 때.


 파란색, 보라색, 두 색이 섞인 그 도깨비 불들이 공간감을 흐트리는 이질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며, 자신의 주위를 돌며 왔다. 도대체 이것은 어디서 왔던 걸까? 자신의 주위를 계속해서 돌며 거신과 같은 악몽의 환상을 가리던 그것들의 옆으로는, 갑자기 검은 뿔이 나타나… 눈부신 아이보리 햇빛의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자신의 옆에 다가왔었다.


 "…이제, 괜찮아."


 아키는 그녀를 보고서 놀랐다. 그리고… 대답했다. 마치, 머리에 직접 대고 말하는 감각이었다. "너는… 누구?"


 하지만 대답하질 않고서, 루루는 단순히 웃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지치고 피곤한 자신의 의식이… 꿈 속에서 비로소 잠들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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