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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우스 오른쪽 버튼 눌러서 반복 켜주세요 --


 ○ (음악 꼭 틀어주세요.)

 ○ (내용에 어울린다고 생각함.)

 ● (일단 나는 좋아서 올렸는데 켜지 않아도 좋을 거 같음.)

 ○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음…. 찾기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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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움직일 때가 되었다."


 그리고 그때에, 올림피안 주피터가 얼티메이트 얼터리움 제네레이터 모두를 가동시키며, 이론상 도출된 그것의 진정한 힘을 드러내었다. 미친듯이 붉게 타오르며, 전신의 프레임과 동일하게 마지막 기체 중심부에 설치되진 컴퓨터도 더욱 가속하기 시작했다. 기계의 검은 표면은 더이상 이 세계의 물질이 아닌듯이 보일 정도였다.


 IMPERIVM SINE FINE.


 마지막으로 검은색 타이탄의 눈이 번쩍하고 빛나며, 마치 엄청난 증오의 불길이 뒤에 불타오르는듯한 압력과 기세가 몰아치듯이 느껴졌었다. 관리자가 음성으로 입력했던 코드 웨르길리우스 발동, 이후 가히 상상하지 못할 에너지와 리소스를 잡아먹으면서 시스템이 전력으로 개방되어졌다.


 기본형인 기체만은 세계간의 전이에서 보존되긴 했었지만, 파워 서플라이는 워프시키지 못할 영매체 종류의 합성물체로 구성되 분리할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이제까지 모든 힘을 사용하지 못했다. 또한, 지금 시스템을 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동력을 요구했고, 그게 일반적인 얼터리움 리액터와 다른 사양을 요구한 것도 이유들 중 하나다.


 허신의 문이 닫혔다. 관리자는 차갑게 만족한 웃음을 지으면서, 점프하며 올림피안 주피터의 위에 올라앉았다.


 인공신성. 전신에서 무한하게 뿜어내며 뻗쳐가는, 압도적인 힘은 주위 공간들을 완전하게 지배했다. 인류가 스스로의 힘으로서 신성에 달하는 방법을 잊어버린지 천칠백 년 정도가 되었다고 말하지마는, 사실 그 힘이 없어졌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잊혀졌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세계의 밖에서 건너온 여기 이 자에 의해서 그건 현실에서 다시 나타났다.


 올림피안 타입 주피터는 본체부터 그것 이름에 맞는 상징적인 권능을 가졌다. 추가 옵션 장비들의 외에, 기체 자체가 기능 양자확정을 사용할 수 있었다.

 헬렌들의 신화에서 가이아는 땅을 상징했고, 우라노스는 차원축에 대칭되어진 천공역을 상징했고, 크로노스는 천지사이에 흘러가는 만물의 경과와 시간의 관념을 상징했고, 제우스는 결과와 영원을 상징했다. 완성되진 그리스인 신화에선, 제우스는 끝을 볼 수 있고 권능으로 그걸 지배하는 힘을 가졌었다. (마치 유대교의 신화에서 신이 절대적인 힘을 가졌듯이 그는 상징하는 힘이, 경과라는 관념의 인격화인 크로노스를 초월하는 결과 자체였다.)

 마치 끝이 없는 임페리움처럼, 퍼져나가는 인공신성과 함께 올림피안 주피터는 아예 차원영역에 계산되어질 모든 양자활동을 확정시켰다. 달리 말해, 과정이 어떻게 되었건 도달할 결과는 정해진 것이다.


 세피로트의 나무 혹은 클리포트의 나무 스펠과도 비슷하게, 한 번 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초월적인 힘를 요구하나, 이미 한 번 발동되기 시작하면 파손되진 부품들을 한계없이 수복하며 심지어는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도 자력으로 무한하게 공급되는 점에서는 마치 각성하게 된 초월자를 보는 인상조차 있다.


 그리고 관리자는 올림피안 주피터를 가속해, 번개와도 같이 이동했다.


 십몇 초도 걸리지 않는 사이에, 관리자가 여태까지 계속 지켜보고 있던 나유빈이 있는 호수까지 도착했다.


 "음? 그건…!"


 기체로부터 뿜어져나오는 인공신성을 본 유빈은 흥미롭단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게 바로, 올림피안의 진정한 힘이었군요." 관리자는 유빈의 눈동자에 적색과 백색의 마법문양들이 겹쳐져 회전하는 것을 보고서는 의아해 하며 물었다. "그렇다네. 근데 자네의 눈은 어떻게 된 것인가?"


 "아, 이거요." 유빈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대답했다. "네퀴티아가 망령의 야상곡을 연주해 실명되었죠. 처음에는 곤란하게 느꼈는데, 파워 워드로 각각 적외선 시야와 진실의 눈을 쓰니까 보이더군요."


 여태까지 나유빈은 주로 재앙검만 썼었는데, 카타스트로피 블레이드가 제일 효율적이며 효과적이기에 그럴 수 밖에 없던 것이다. 많은 아군들과 같이 싸우는데 라이트닝 어스퀘이크 같은 피아구별이 불가능한 광역계 공격은 사용할 수 없었다. 사실, 많은 서포트계 테크닉도 알긴 했지만 굳이 써야만 할 상황은 딱히 없었다.


 파워 워드는 저번 리플레이서 비숍과 싸울 때 썼던 기술. 치나츠나 라우라가 사용하는 마법 및 주술 계통이고, 게슈펜스트 녹턴이 감각을 마비시켜도 이런 스펠들은 임시적인 감각기관을 부여한다는 기술이라 문제점을 패싱했다. 


 "가끔 있지. 적들은 대단한 기술을 썼다고 착각하지만 기초적인 파훼법으로 해결된다거나."

 "알고 보니 약간 허무하게 느껴지더군요."


 물론 어디까지나 그는 순수카운터다. 치나츠나 라우라는 카운터 워치가 있건 없건 주술과 마술을 쓰지만, 유빈은 카운터 워치가 없다면 이것을 쓸 수 없어질 것이다.


 다만 전천사의 힘을 가졌어도 다른 테크닉을 습득하질 않았기에 지금 고전하는 힐데와는 확실하게 대조됬다.


 '그렇지만 유빈 씨는 마법사가 아냐. 지아 회장에 비해서 딱히 많은 주문들을 구사하진 못할 것 같군.'


 관리자는 나유빈을 보며 누굴 남기거나 데려가야 할지 계속 고민했다. 어쨌던간, 관리자는 올림피안 주피터에서 인공신성을 뿜어냈다.


 "눈이 다시 보이는데… 설마?" 나유빈의 시각은 정상으로 복구됬다. 영구적인 저주를 풀어버린 것이다.


 사실, 치나츠나 오로치나 신지아도 이건 치료할 수 있었다. 지수도 대응하는 무공을 가르칠 사람과 비서가 있다면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들과는 달리, 주피터는 어떤 스펠이나 비약등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단순히 양자현상의 변화를 강제로 유도해 즉시 현상과 물질의 상태를 바꿔 버렸던 것이다.


 "허신의 사념이 걷혔군." 관리자는 주위를 돌아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다시 혼돈으로 돌아가는 그런 광경을 딱히 보고 싶지 않았던 유빈은, 단지 고개를 돌려 호수를 보았다.


 "저는 잘했던 걸까요?"

 "그걸 누가 판단할 권리가 있겠나? 아무도 없다네. 아무도 말할 수 없는 것에선 단지 자신의 의견이 정답일 뿐이지. 그리고…."


 관리자가 말했다. "책임이 없는 의무가 없다면, 반대로 말해서 의무가 없는 책임이 존재할 수 있겠나?"


 말을 마치면서 그는 올림피안 주피터를 가속시켜 그대로 시야 밖으로 뛰쳐나갔다.


 유빈은 털어내듯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힐데와 호라이즌이 갔었던 방향을 보았다. 그런데….


 "저게… 뭐지?"


 저편엔, 로스트 쉽이 있었다. 리플레이서 킹이 테라사이드 작전의 일환으로 지상에 떨어트려서 인공침식파를 퍼트렸었던 매개. 하지만, 갑자기 하늘이 하얗게 번쩍여 천둥이 치듯이 울리며,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보라색, 노란색, 오색의 빛에 더해서 아예 평범한 인간의 눈으로 인식하지 못할 색깔까지 카운터의 눈에 비춰졌다.


 폭풍의 눈 중심엔 올림피안 주피터가 있었다.


 "이, 이건…!" 이제까지 본적 없던 괴팍하고 가공할 파워가 저기서부터 쏟아졌었다. 아예 지구를 부술듯한 초현실적인 막대한 에너지들이 그대로 쏟아져 내리며 로스트 쉽을 재생조차도 하지 못하게 증발시켰고, 땅은 울리며 하늘은 폭풍우 치는 밤의 번개가 연속으로 몰아치듯 하얗게 연속으로 점멸하며 꺼지질 않았다.


 마치, 밤과 낮이 뒤바뀐 듯한 광경이었다. 멈춰서 보고 있었던 유빈은 너무 눈부셔서 인상을 찡그리며 보고 있다가 그냥 중얼거렸다. "과연, 그때 에덴에서 봤던 티폰이랑 견줄 압박감이야… 아니, 그렇다고 해도…."


 한편, 갑자기 번개와 천둥이 치면서 땅이 흔들리더니, 박혀진 로스트 쉽의 후미가 그대로 증발되어진 것을 눈치챈 호라이즌은 어둠이 걷히는 것을 보면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뭔지 모를 괴물이 위에 있다.


 아니, 저건 이제까지 익숙하게 보아왔던, 관리자와 올림피안 주피터다.


 "잠깐… 센서가? 이것은…?" 호라이즌은 갑자기 자신의 시야가 돌아왔던 것을 느꼈었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뭔가 뿌얘지며 주변까지 퍼트리는 성수와 비슷한 기운은 아예 리플레이서의 로스트 쉽을 그대로 녹여버려냈다.


 '이곳에선 인공침식파가 계속해서 발생되어졌고, 여기가 허신의 환상을 덧씌운 리플레이서의 로스트 쉽이란 사실은 진작에 알아챘습니다. 다만 자동으로 수복되는 배의 특성상 내벽을 파괴해 탈출하기 어려웠죠. 그렇지만….'


 호라이즌은 멍해지는 눈으로 올림피안을 쳐다봤다. '관리자, 신성의 기운을 사용하는 기계입니까? 우리가 말했던 정점의 기계란, 궁극적인 지향점에 도달한 결과란 이것입니까? 아니… 그것만이 아닙니다. 이게 대체…?'


 그것이, 망령의 야상곡에 의해서 실명되었던 시야마저도 복구시켰다.


 이것은, 올림피안에서 방출되었던 신성의 기운에 접촉하면서 발생한 현상이었다. 관리자가 설계했던, 완성형의 올림피안 주피터엔 이런 기능까지 달려있는 건가?


 호라이즌은 이 정도라면 티폰과 대등하게 맞설 것이라는 안도감과, 동시에 관리자가 자신에게 신경을 덜 써주는 것 같은 실망감을 느끼며 혼잣말을 했다. "처음부터 괴짜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당신의 정체는 대체 뭡니까? 저런 걸 만들 수 있을 능력인데도 저한테 추가장비를 만들어 주는 게 그리 어렵습니까? 아니… 자, 잠깐…."


 '양자 컴퓨터의 계산이 안 돼… 설마?'


 기계인데도 호라이즌은 식은땀을 흘리듯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딱히 기체에 이상은 없지만, 이건 그녀에게 있어 처음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녀는 신창을 지팡이처럼 잡고 몸을 받쳤는데, 그 표면에 노이즈가 끼었다.


 "호라이즌, 괜찮나?" 옆에 있었던 힐데가 그녀를 잡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발키리."

 "그렇다면 됬어. 음… 외관으로 봐도 딱히 데미지는 없어보이는군. 안심해도 좋아, 전부 끝났으니."


 힐데도 인공신성을 맞으며, 관리자가 일으킨 여파를 눈치챘다.


 그리고 카르멘과 셰나가 빔을 비롯해서 온갖가지 공격들을 쏟아내는 것과, 스쿠툼 배리어를 켜놓고 그냥 데미지도 없이 받아내는 올림피안을 올려봤다.


 힐데는 자신의 눈으로 보고 확실하게 이해하질 못했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것의 정체는 차원증설이다. 인공신성하고 연계되어 차원들을 올림피안 주피터의 옆에 계속해서 쇄도시킨 것이었다. 다만, 이것은 차원을 급조해 창조하는 것이 아니었고, 단지 외부적인 이면세계 차원들의 구조체를 덧붙이는 원리였다.

 이것의 진정한 목적은 세라펠과 같은 차원삭제 및 차원변형 종류의 공격을 사용하는 적과 혹은 침식체 티폰과 같은 월드이터를 상대하는 것에 있다. 단순하게 차원장을 방패처럼 덧치는 것 외에도, 올림피안 주피터가 위치하는 차원 자체가 원래 X가 아닌, 차원증설을 발동하면 X'로 옮겨지는 현상을 야기했다.

 달리 말한다면, 침식체의 공격들은 아예 증설되진 차원들을 투과하질 못하면서, 또한 세라펠과 같이 차원을 비틀거나 지운다고 하여도 원래의 X만 바뀌게 될 뿐이지, X'는 영향을 받지 않는단 것이다.


 4종 침식체나 되는 존재들이 계속해서 공격해도 어떤 영향조차 끼치질 못하는 모습을 관리자는 냉혹하고 날카로운 검은 눈동자로 내려보며 침묵했다.


 "……."


 그게 바로, 압도적인 힘의 차이였다. 라우라나 에블린이 에델하고 싸운다면 애초부터 이길 수 없듯, 지금도 다를 게 없다. 관리자는 팔을 뻗어내며, 그냥 글라디우스 런쳐를 아무렇게나 향해, 쉬지 않고 연속으로 쏘아댔다.

 대지가 파이고 지각이 무너져 하늘은 연이어 천둥소리와 번개빛을 뿜어대었다. 단순히 화력만 강했던 게 아니라, 아예 궤적에 있던 침식파마저도 애초부터 그곳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지워졌다.


 맞으면 그냥 죽어버린다는 것을 알기에, 셰나하고 카르멘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숨소리도 내질 못하고 계속 피해다닐 뿐이다. 주피터는 독백했다.


 "애초부터 이런 것이었다. 너희들은 자신 스스로가 영원의 권리를 가로채, 진정한 힘에 완전히 도달했으며 죽음마저 초월했다 생각하지. 너희에게 지혜라는 것은 무엇인가? 너희에게 지식이란 것은 무엇인가? 사실은 너희에겐 그런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단지 침식파에 절여졌던 몸을 과시하며 자신들이 궁극적인 미래라고 힘으로 설득하면 된다고 믿었겠지. 진정한 힘을 보고 싶었나? 아니면 가지고 싶었나? 그러나 이해하지 못하는 자에게 도달이란 없었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애초부터 그런 것이었다. 인간들을 하등하고 하찮다며 무시했던 너희들은, 실상 침식파에 의해 퇴화된 것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자들에게 영원이란 되려 저주와도 같을지도 모르겠지."


 이전에 세라펠의 공격을 미친듯이 사력을 다해서 피했었던 호라이즌은, 왠지 모르게 카르멘과 셰나의 저런 움직임이 꼭 자길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묘하게, 가은하고 관리자는 지금 너무나도 비슷한 인상을 주었다.


 힐데는 그 광경을 보며 중얼거렸다. "관리자 녀석… 설마 이렇게 자랑하고 싶어서 여태까지 힘을 드러내지 않았던 건가?"


 그녀는 그때에 알아챘다. 그런 생각이 지나간 거다.


 '잠깐… 근데 그래야만 할 이유라도 있나? 구관리국이 무너질 때도 녀석은 진심으로 보였어. 그런데 저런 괴물을 준비할 수 있다면, 왜 시간이 넘칠 때 진작 이러지 않았나?'


 게다가 여태까지 보여준 행동이나 성격등을 종합해서 고려하면, 단지 이런 힘을 극적으로 보여 주겠다고 아군의 희생까지 장난의 일부로서 준비하는 그런 비정상적인 남자도 아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지금 이 관리자에게 구관리국이 주어진다면, 그냥 관리국을 계속 그대로 유지했을 것이다.


 '설마….' 힐데는 눈치채고 말았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 보였던 관리자는 마치 우주와도 같이 침묵의 거대한 어둠이 깔린 것 같은 눈동자로 셰나하고 카르멘을 훑어봤다. 움직임이 멈춰졌다. 힐데는 관리자가 인공신성을 사용하여 저들을 아예 속박했음을 알아보았다. 지금 올림피안 주피터는 침식체라 하더라도 아예 입자부터 뒤바꿔서 인간처럼 반전시킬 힘에 달한 것이었고, 저런 상태로 그냥 멈춰버리는 것은 어렵지도 않았었고 즉시 일으키는 것도 가능했다.


 마에스트로 네퀴티아는 단지 죽은 눈빛을 한 채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관리자는 내려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환상의 경계에.


 여태까지 올림피안 주피터의 완성형이 가졌던 힘을 사용했던 관리자는, 침식체 티폰과 공상개변력 자체를 힘으로 사용하는 리플레이서 킹을 생각하면서 진지하게 표정을 바꾸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티폰은 사실 티폰이 강한 것도 있었지만 그걸 조종하는 가은이란 여자도 문제였고, 무엇보다 공상개변력을 사용하는 리플레이서 킹은 다른 이면세계의 킹과 비교할 수 없었다. 완전한 자아를 가진 허신… 아니, 그러한 비교는 틀렸다. 그것보다 더욱 정교하고 능숙하게 힘을 다룰테니.


 올림피안 주피터가 부상하며, 가은의 침식체 티폰과 공상개변력을 사용하는 킹에 맞서면서 비로소 삼파전의 구도를 갖췄지만, 다른 둘도 성수나 마왕의 급은 진작 초월했던 괴물들이다.


 '레아는 지금 설득하는 것이 좋겠군.'


 다만 관리자가 다른 점이 있었다면, 현인류를 없애거나 바꾸려는 둘과 달리, 유지하는 쪽이었다. 그리고 힐데가 짐작한 그대로, 쓸데없이 아군과 시민의 희생은 내지 않으려고 하며, 될 수 있는대로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은 구하려고 시도하는, 평범한 구세기 로마나 그리스의 장군과 동일한 마인드셋을 가졌던 것이다.


 에디와 같은 용병을 보는 입장도 그랬었다. 강하거나 약하거나 힘으로서 판단하는 것이 아닌, 애초부터 국가라는 인공적인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선 그러한 남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니까. 이런 철학적인 혹은 사상적인 관점 또한, 약하면 죽이고 강하면 쓰다가 버리는 마왕 같은 침식체들과는 다른 것이었다.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였었다. 지금 시점에서 관리자는 인간 측의 대표였고, 자연스레 이런 사고관을 가진 인물상이 그런 위치에 떠오른 것도 이상할 건 없었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던 관리자는, 네퀴티아의 내면에서 레아가 깨어나는 걸 보았다. 레버넌트를 꿰뚫어보던 그는 눈길을 왼쪽 위로 돌렸다 다시 보면서 넥타이 근처를 털었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자연침식파가 아닌 인공침식파를 썼기 때문인가… 단순히 형태가 변했을 뿐이지, 아전의 몸을 허물과 같이 버린 게 아냐.'


 레아와 눈을 마주친 관리자는 고개를 털고는 그녀를 보았다.


 "넌…… 사장님? 여긴 어디지?"

 "자네와 내가 있는 곳이네."

 "…그러면,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된 것일까."


 "내 존재를 기억하게나. 내가 자네의 존재를 기억하듯이."

 "나는… 미안하지만 다른 누구에게도 기억되어지고 싶지 않아. 그리고 아무것도 기억하고 싶지 않아. 오직 고뇌와 고통만 남아있는 이 세계의 어떤 것조차…."

 "그 눈에 담겨진 것들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는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수없이 많잖아."

 "그렇기에, 그것이 내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는 이유겠지."


 "내가… 그들과 다른 게 뭐지? 아니면, 왜 나를 그들과 다르다 생각하는 거지?"

 "자네가 인간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군. 인간은 눈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이상을 좇기 때문에."

 "하지만 세상에는 그것에 도달하지 못하는 자들이 더욱 많아."

 "결과는 단순히 계산일 뿐이야. 알렉산드로스나 아우구스투스는 자신의 인생을 마쳤어. 하지만 그들이 실패했건 성공했건 - 세상이 그들을 알지 못한다 하여도 - 스스로서 그들은 자신이며 그건 변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었겠지. 실패나 성공이 중요한 게 아닐세. 그걸로서 자신을 정의하는 것이 아냐. 자신이 그곳에 있다면, 그곳에서 자신과 같이 행동할 뿐일테니."


 "어째서 당신은 엘리시움을 부정하려는 거야?"

 "인간이란 사육되는 것이 아니기에 그렇다네. 단지 어항 속에 사는 물고기가 되고 싶었다면 생명체는 바다에서 벗어나지 않았어야 했었겠지. 그것은 스스로를 인류로서 깨닫기 이전 영장류가 선택했던 길과, 혹은 인간이란 종족 자체가 가지는 정신과 어긋나. 단지 길러지는 것들에겐 어떤 의미나 가치도 없지."

 "어째서 당신은 모두가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는 세계를 거부해?"

 "그런 낙원에 현인류의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어차피 존재에 있어서 탄소로 구성된 육체란 길몽이건 흉몽이건 나비의 꿈에 지나지 않아. 진정한 인간의 힘이란 현실을 자신의 눈으로 보고 받아들이는 것과,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손으로 바꾸는 의지를 말하네. 다만 그것만이 아냐. 그때부터 우리는 잊고 있었지, 결과가 어떻건, 자신의 존재로 그것을 마주할 수 있는 자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어째서 그렇게 생각해?"

 "이것들은 인간의 영역을 죽음으로 벗어나더라도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었다네. 바깥을 보게나. 애초에 이 세계에 낙원은 존재하지 않았어. 하지만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낙원의 바깥을 두려워하며 보기만 하거나 혹은 그곳에서 벗어나면 죽어버릴 것들에게 무슨 대단한 의미나 가치가 있는가?"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했어?"

 "인류가 지구란 자연을 정복한 이후로, 그들의 운명과 숙명은 정해져 버렸지. 천국을 갈구해 떠도는 것들이 아니라, 제국을 세우는 것임을. 그리고 뭐가 나타나던 맞설 수 있는 남자들이 바로 그때에 나타나게 되었다네."


 "……눈을 뜨면, 나는 무엇이 되어있을까?"

 "인류를 위하는 자에겐 인간이 될 자격이 있네."


 레아의 표정엔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마치, 마에스트로 네퀴티아와 같이. 하지만 그것으로 관리자는 알았다. 그녀는 곧 꿈에서 깨어나겠지. 그렇기에, 그녀에게서 떨어졌었다. 그녀가 빛을 보면서 눈을 감으며… 그때에, 자신은 검은 눈을 돌리며 현실으로 걸어왔다.


 차가운 밤바람이 불면서, 그리고 진짜 달이 그들을 비추는 가운데. 관리자는 그녀를 내려봤다.


 "아………! 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여자는 찢어질듯한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쥐었다. 일순, 마치 무한의 심연에 빠진 것 같이 머릿속을 계속해서 휘저었던 침식파의 파동이 갑자기 걷어지며….


 그곳에 남아있던 것은, 단지 코트를 입은 평범한 한 명의 여자에 지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 광경을 보고 카르멘과 셰나는 경악했다.


 "단장님…."

 "그런가, 연주는 여기서 끝이야? 아쉽게 됬네…."


 힘겨워하며 눈을 뜬 레아는 단지 그녀들을 노려볼 뿐이었다.


 "카르멘에게는 실망했어. 날 가축 취급이나 하면서 즐기고 있었다니."


 하지만 깨어난지 얼마되지 않았던 레아는 현기증에 비틀거렸다. 곧, 그렇게 바닥에 쓰러질려고 할때에, 옆에서 서있던 나유빈이 그녀를 잡으며 외쳤다. "레버넌트 씨!! 정신 차려요!" 그리고 그의 뒤쪽에, 힐데와 호라이즌이 뚜벅거리며 걸어왔다.


 말없이 냉정하게 그녀들을 바라보던 관리자는 그대로 둘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로자리아가 너희들을 아끼는지는 모르겠지만, 걔가 나에게 호의를 베풀은 이상, 나도 그럴 수 있단 것은 보여야만 하겠지."


 "자, 잠깐…! 살려서 보내주는 것은 좋은데 말야, 우리 지휘자님은?" 셰나가 말했다. 웃기지도 않는다는듯이 앞에 다가와서 칼을 목에 들이미는 힐데. 그녀의 옆에서 카르멘도 같이 말했었다. "저기… 어차피 홀리 로자리안 엠파이어에 돌려보내 줄 생각이면, 우리 아기 지휘자님도 같이 보내줘도 되지 않니? 응?"


 "풉!" 그녀의 말을 듣다가 호라이즌이 뿜었다. 나유빈이 이상한 표정으로 보고, 힐데가 물었다. "왜 그러나, 호라이즌?"


 "아니… 웃기지 않습니까, 홀리 로자리안 엠파이어라니."

 "…솔직히 웃기는 이름이긴 하지."


 "……." 유빈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관리자는 그녀들을 보고 있다, 그대로 레아에게 눈길을 돌리며 물었다. "그것은 내가 아니라 자네가 결정할 몫이네, 레아. 어떻게 하겠나? 어쨌건 자네의 가족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계속 보호해 주지."


 하지만 이마를 손으로 받치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던 레아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장님, 그런 건 왜 굳이 물어보는 건데?"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으윽… 머리 아파. 지켜준다 했었더니 결국 이렇게 됬었네. 근데, 이렇게나 못미더운 사장님이지만… 그래도 이쪽이 더 마음에 드는데."


 "……."

 "……."


 침묵하는 카르멘과 셰나에게 레아가 노려보며 말했다. "나는 너희 같은 침식체 괴물이 아니야. 꺼져버려."


 마치 얼굴에 침을 뱉듯이 쏘아버리는 말을 듣고서 셰나는 슬픈 목소리로 대답했다… 왠지 레아가 약간 미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도 우리는, 지휘자님이 무엇을 말하던지 존중하니까…." 그리고 카르멘도 말했다. "새로운 친구를 잔뜩 사귀어서 좋겠네, 지휘자님. 그래도… 우릴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 잊혀진 자들이 모두 그렇듯, 언젠가는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조차 못하니까… 그게 이별보다 더욱 슬픈거야."


 "……." 어쩌면 자신이 심하게 말했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곧바로 머릴 털고서 계속 노려보는 레아였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것을 묻지 않고서 강제로 네퀴티아로 변신시켰던 녀석들. 좋게 봐줄 이유는 없었다.


 셰나하고 카르멘도 그건 알고있는지, 아니라면 명령받은 대로 수행했지만 이런 취급을 받게 되어서 정말 서운했었던 건지,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카르멘의 그런 얼굴을 보고 셰나가 달래며 말했다. "저기, 이제 됬으니까 돌아가자. 거기 건국절은 아직 끝나지 않았을걸? 가서 맛있는 거나 많이 먹고… 이젠 해야할 것도 없으니까, 편히 놀고 쉬고 자고 그러면서 생각하자."


 "…응. 그래."


 둘은 그대로 악기를 들고, 날아올랐다. 가기 직전에 카르멘이 말했다. "그러면… 언젠가 우리가 다시 지휘자님을 마주하러 올때까지… 잠시나마 좋은 꿈을 꾸길."


 아직도 막강한 인공신성의 기운을 뿜으며, 붉은 렌즈를 계속 번쩍이는 올림피안. 관리자는 주머니에 왼손을 넣고 다른 손으로 넥타이를 만지고 있다. 옆에 있던 호라이즌이 그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관리자, 이게 당신의 진정한 힘입니까?"


 관리자는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는 팔을 교차해, 머릴 뒤로 까딱이며 대답했다. "나의 힘이 아냐. 올림피안 주피터의 힘이겠지." 호라이즌은 딱히 따지는 것은 아닌,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결국 당신이 만든 게 아닙니까. 아니라면 공동 설계자가 있습니까?"


 "순수하게 내가 개발했던 거네.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서 언제 완성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힐데도 유빈도 관리자의 말을 듣고서는 올림피안 주피터를 힐긋 바라봤다. 하지만 둘은 아무런 말도 하지를 않았다. 아무래도 그냥 원래부터 이런 사람이니까 이런 것도 만들었겠지, 그런 생각만 대충 했었던 것이다. 관리자가 코핀이나 외부 집단까지 미치는 영향력도 보았고, 여태까지 그의 전략적인 및 전술적인 판단력도 봤다. 새삼스럽게 뭔가 대단하다고 느끼거나 그런 게 아닌, 그냥 원래 그런 사람이지 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호라이즌은 달랐다. 그녀가 한숨을 쉬면서 중얼거렸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진짜 반신반의 했습니다. 침식체 티폰을 직접 보았고 그것과 맞서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있나… 근데 이건 그냥 괴물 아닙니까. 인공신성이니 차원증설이니…."


 "왜 그렇게 신경쓰는 것인가? 자네가 말했던 대로 친구가 강해지면 좋은 게 아니던가?"

 "그렇다면 당신에게 저는 대체 얼마나 가까운 친구입니까? 아니, 질문을 바꿔서 해보죠. 당신은 제가 이것에 견줄 정도로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도대체 이보다 강해질 필요가 뭐가 있는가? 힘이 전부는 아냐. 또한 자네는 이미 충분히 강해. 우리 중 자네와 대등한 자는 손에 꼽을 정도야."

 "힘이 전부는 아니라 하곤 이런 것을 만들었군요…."


 호라이즌은 말을 머뭇거리며 다른 곳을 보다, 그냥 자신도 확신이 가지 않는 발언을 했다. "저를 만든 엠버의 영향을 받은 건지, 뭔가… 지금 자신이 정말 괜찮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 관리자는 호라이즌을 쳐다보다 이내 말했다. "자네는 아직 자신의 힘에 도달하지 않았겠지. 물론 이건 단순한 나의 짐작에 지나지 않지만, 그때부터 계속 그렇다고 짐작되었어. 어쨌던간, 자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네."


 "뭡니까?"

 "자네는 아까 갑자기 이상한 현상을 겪진 않았나? 짐작대로였어. 자네의 양자컴퓨터는 무언가 올림피안하고 비슷한 형태로 작동하는 건지도… 서로의 기능을 방해해. 아니, 정확하게 말한다면 내가 자네를 방해하는 것이지."

 "…역시 그랬군요."


 호라이즌은 자신의 짐작이 맞았단 것을 느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관리자가 말했다. "가은의 티폰은 아직도 밖에 있으며, 우리들 중 일부가 리플레이서들을 공격하기 위해 우주로 갈 때, 일부는 만약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지상에 남지 않으면 안 돼. 자네가 리타나 대시와 함께 코핀을 지켜주지 않겠나?"


 "제가 말입니까?"

 "자네가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는가. 상정한 목적에 맞지 않도록 설계된 장치는 원하는 결과를 얻질 못한다… 반대로 말하면, 지금 자네의 성능은 현재 제시되진 기준에서 그런 목적으론 충분하게 부합하네."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바로 우주까지 올라가서 에드먼드 장군하고 합류하지 않는다면 안 돼. 현실적으로도 지금 내가 여기에서 멈추고 자네를 분석하고 강화하는 플랜을 고집할 수도 없지 않는가. 대신, 모든 일이 끝난다면 그때 다시 얘기하지."


 호라이즌은 관리자의 말을 듣곤, 편하지 않은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그렇게까지 신경써서 말해줄 필요는 없습니다, 관리자. 저는 단지 당신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물어봤던 겁니다."


 "어쨌거나 약속하지. 자네가 질문할 때 내가 피했던 적은 없잖은가."

 "아니… 그런 약속을 할 필요도 딱히 없습니다."

 "……."


 관리자는 아무 말도 하질 않았다. 자신은 엠버도 아니고, 아후라 마즈다도 아니다. 그녀의 마음도 신체도 모르고 또한 이해도 하질 못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더욱 강한 힘에 집착하는 건가? 그녀에게 있어 힘은 뭐지?


 하지만 관리자는 그녀를 인격체로 대했었지, 딱히 프로그램 덩어리로 대하진 않았다. 그렇기에 기계적인 관점에서 짐작하지 않기로 생각하고 그녀에게 말했다. "솔직히 자네랑 말하는 게 귀찮은 건 아니야. 후에 같이 의논하지."


 호라이즌은 눈을 감곤 한숨을 쉬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후… 필요없다고 했었습니다, 관리자." 그리고 그녀는 눈을 뜨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저는 지금 코핀으로 복귀하겠습니다. 혼자서 있고 싶군요."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코핀 컴퍼니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여태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던 힐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호라이즌… 도대체 왜 저러는 거지? 관리자, 너 뭔가 이상한 말 했었지?"


 "아니."

 "거짓말."

 "…너까지 왜 그러는 거냐."

 "넌 이상한데서 세심하지만, 반대로 이상한데서 둔감하니까."


 "뭐…? 아니… 됬어, 그냥." 관리자는 등을 돌려 점프하여 올림피안에 올라타곤, 레아의 손을 잡고서 같이 올려주었다. 그리고 둘을 보면서 말했다. "아슈세이버로 돌아가지, 모두가 기다리고 있으니." 힐데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듀얼 블레이드를 꽂았고, 유빈은 번쩍이며 불타는 날개를 뻗어내었다. 올림피안 주피터의 위에 서있었던 관리자는 둘을 내려보며 평가했다.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다른 세계의 힐데와 비교해 딱히 다를 게 없어. 그렇기에 문제지만… 고기동, 배리어, 이도류. 이런 스타일은 자신보다 약한 적을 상대로는 매우 압도적인 힘을 발휘하나, 모든 측면에서 압도하는 적을 상대로는 한없이 약해져. 배리어는 맞고 깨질테며, 티폰하고 킹이 힐데보다 근접전에 약하다고 생각되진 않아. 펜드래곤 양은 빨리 날아다니면서 쉬지 않고 안전하게 견제하는 것이 가능해도, 힐데는 붙지 않으면 싸우지도 못해.'


 몇 분 동안 날아가며 관리자는 계속 생각했다. 다들 딱히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리고 아슈세이버에 도착한 셋. 대시가 고개를 들곤 손을 흔들며 외쳤다. "어? 사장님이예요! 다 끝나셨나요?" 리타가 힐끔 보더니 말했다. "음? 뭐야, 호라이즌 녀석이 보이질 않는데?"


 함선으로 들어오는 올림피안 주피터의 본체하고, 그것 위로부터 점프해서 내려오는 관리자로부터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코핀으로 돌아갔네. 잠시 혼자 있고 싶다면서 먼저 날아갔지.""


 치나츠의 입술에서 두 목소리가 동시에 들리는 것 만큼이나 해괴한 느낌이다.


 아직도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러며 몽롱해하는 레버넌트의 손을 잡고서 내려주는 사장을 보며, 리타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녀석, 최근에 신경이 좀 날카로운 것 같아.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


 관리자가 말했다. ""우리들은 지금 당장 우주까지 올라가서 에드먼드 장군하고 합류할 계획이야. 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지상에 전력을 일부 남겨둘 필요가 있는데… 호라이즌엔 지구권에 남아달라고 말했지. 자네들도 그녀를 도와주게.""


 관리자의 말을 들은 대시는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안도의 한숨을 쉬다가, 곧 고개를 털면서 왠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참으로 감정이 풍부한 아이다… 관리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물었다. ""왜 그러나, 대시?""


 "아, 아뇨… 그게…." 우물쭈물하며 얼굴을 붉히고 고민하던 대시가 말했다. "그게, 저처럼 약한 아이가 위험한 우주전쟁에 빠져서 다행이지만, 반대로 모두와 함께 우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서…."


 ""…우주여행은 지금 일이 해결되면 언제든지 보내주지. 그런 건 신경쓰지 말게.""

 "네? 아… 정말요?! 너무 기대되요! 저기, 그러면 사장님도 같이 가실거죠?"

 ""아니.""


 딱 잘라 말하는 관리자의 대답에, 대시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면서 증얼거렸다. "히잉…."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었던 에이미는 뭐가 웃긴지 깔깔거리면서 대시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우주라고 별 거 없어, 솔직히 말해서 별 빼고 뭐 볼 게 있긴 있나? 게다가 그 별들은 지구에서도 다 보이잖아? 대시 말야, 너 같이 평범한 아이가 여태 이곳저곳 뛰면서 노력했고, 엄청 수고했으니까 이젠 쉴 때가 됬다고 생각해. 으음~ 나도 코핀으로 돌아가서 햄버거나 먹고 영화라도 볼까!"


 그러자 관리자가 말했다. ""아니, 자네하고 지수 양은 유빈 씨랑 같이 우주로 가지 않으면 안 돼.""


 "에~~~~~~~~~?" 마치 피망을 먹으라는 소리를 들은 짱구처럼 싫어하는 표정을 짓는 에이미. 하지만, 팔짱을 끼고 구석에 앉아서 바라보던 지수는 뭔가 기분이 좋은지 눈을 감고 쿨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흥…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뭘 빼려는 거냐, 에이미. 우리는 어둠 속에서 활동해왔던 다크 히어로… 세상이 우리의 힘을 인정하고 필요로 하는 때가 왔다. 좀 더 기뻐하라구."


 "이… 이… 아, 정말!" 머리를 쥐어뜯으며 짜증을 부리는 에이미와, 목을 살짝 돌리면서 웃는 지수. 힐데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렇게 싫어할 줄은 몰랐는데. 왠지 아키 녀석이랑 비슷하군….'


 그리고 관리자가 힐데를 돌아보며 말했다. ""너도 지상에 남아라, 힐데.""


 "잠깐, 나도?"

 ""그래.""

 "아니… 야, 내가 없어도 괜찮아?"


 관리자가 힐긋 힐데를 보곤 대답했다. ""너 얼마 전까지 누워있었잖아. 그런 사람을 억지로 일으켜서 싸우게 시키는 것도 내키지 않으니까.""


 힐데는 그 말을 듣고 머리카락을 넘기며 말했다. "…걱정해주는 거였냐? 아니, 다 나았다니까. 그… 됬다. 왠지 네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니까… 뭐, 어쩔 수 없나. 괜히 걱정시키기도 싫고."


 그리고 관리자는 메이슨에게 고개를 돌렸다.


 ""하나 묻지. 존, 자네는 형의 복수를 하고 싶은가?""


 다리를 꼬고 앉아서 위스키를 마시고 있던 존이 술잔을 내려놓고서 고민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이거 영광이군. 그렇지만, 사장님은 딱히 내가 필요해서 묻는 게 아닐텐데?"


 물론, 메이슨이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하지만 관리자도 인간의 정신을 가진 존재라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인생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개인이 그것을 어떻게 선택하며 바라보는 것인지. 존에게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많건 적건, 진짜로 전쟁에 참여해 리플레이서들의 끝장을 직접 그 눈으로 보길 원하고, 그것으로 모든 것을 매듭짓고 싶어할 것이다… 그렇게 쉽게 알 수 있던 것이다.


 메이슨은 자신이 따라가면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되기만 할 것 같아서 그렇게 반응하긴 했지만, 어쨌건 관리자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이란 오직 물자하고 화력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냐. 내가 자네를 돕듯, 자네도 나를 도울 수 있네."


 "진짜… 사람이 좋군, 당신은."

 ""하지만 강요는 않겠어. 자네가 결정할 일이네.""


 존은 술잔에 가득 위스키를 따라붓곤 그걸 쭉 들이키며, 쾅 책상에 놓았다. 그리고 외치듯 말했다. "남자가 되서 형제의 복수를 않고 꽁무닐 뺄리 없잖아! 하아… 어쨌건 고마워, 사장님. 정말이지… 당신은 좋은 친구야. 억지로 이런 기회까지 만들어 주고 말이야."


 관리자는 훗 웃으면서 존을 보았다. 그런 관리자의 얼굴과 눈빛을 옆에서 보고있던 유빈은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들었다. 당연한 소리 같지만… 진짜 인간답다. 그리고 자신은 인간의 편에 서서 괴물과 싸우고 있다, 새삼스럽게 그런 인상이 갑자기 들은 것이다.


 ""지금, 우주에선 에드먼드 장군 휘하 미우주군하고 관리국이 동원했던 태스크포스가 리플레이서의 함대하고 교전하고 있다. 베로니카, 코핀 컴퍼니로 간 뒤 이하 인원들을 소집하고 알비온으로 이면세계를 경유하여서 우주기지 루나 투로 와주게나. 유빈 씨와 나는 지금 바로 여기에서 우주까지 올라가지.""


 베로니카는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그 말씀은… 알겠습니다. 황송하지만, 어디에서라도 주인님을 모시겠습니다." 그녀에게 주어진 편성표는 다음과 같았다.


 우주: 관리자(주피터), 한솔(퀴에투스), 엘리자베스/라이언/모건/로이, 베로니카/릴리/리코리스, 나유빈/이지수/에이미, 치나츠(오로치)/치후유/미나토/마사키, 존메이슨. 토미/제리/미키 및 카린/도미닉은 이미 루나 투에 있다.

 지상: 힐데/아키, 도로시/허수아/리온, 에디/찰리/제시카, 루시드, 레지나, 리타/대시/호라이즌, 레버넌트, 신지아/신세실리아/린시엔.


 표에서도 보여졌듯, 성수/마왕급의 전력들은 우주와 지상에 비등하게 갈려졌다. 푸른 용과 하얀 뱀과, 조력자와 올림피안 주피터는 우주. 발키리와 시무르그 및 대마법사 셋은 지상. 관리자는 아까부터 계속 고심했고 이게 최선이라 판단했다. 타락한 대적자 가은이 침식체 티폰을 현현해 기습한다면 상대하기에 부족하지만, 반대로 리플레이서 킹을 상대하기엔 적절한 편성이었다.


 또한 자신이나 지아 혹은 오로치는 어느 한 쪽엔 무조건 있어야 했었다. 그래야만 누군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더라도 바로 치료해줄 수가 있으니까. 둘의 차이라면, 신지아는 멀티캐스팅을 할 수 있고, 오로치는 자연/마법/신성 타입들을 전부 다루면서 스펠의 사용에 한계도 없었다.

 마법이 안 통하는 상대와 싸울 때 지아는 극도로 취약해진다. 물론 마법저항력저하 주문을 쓸 순 있지만, 그것조차 마력을 소모하며, 퀸이라면 몰랐어도 리플레이서 킹을 상대로서는 그게 어디까지 통할지도 모른다. 공상개변력 즉 카운터 판타지 포스는 애초에 제한이 없이 환상계 영역 전체를 자신의 의지로 바꾸는 것이다. 이러한데, 지아가 주문을 통해서 킹의 정신을 붕괴시킬 수 있을지 없을지 도박을 거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문제라면, 그것 외에 지아란 카드는 여기서 딱히 쓸 곳이 없었다. 함대전에 더욱 유능한 힐데도 빼는 상황인데, 그런 기믹으로 보스킬을 내질 않겠다면 그냥 자신이나 오로치의 대신으로 지상에다 남겨두는 것이 최선이다.


 '아마 함대전을 마친 뒤에, 달의 뒷면에 있는 테라사이드 총괄 시스템을 파괴, 그리고 리플레이서의 본거지 차원에 돌입하는 것으로 끝나지겠지. 하지만 거기가 도대체 어떤 곳인지도 모를테니 유빈 씨와 펜드래곤 양과 오로치를 보내 놓고 먼저 정찰을 해야만 하겠고… 대충 그렇게 될 것이다.'


 관리자가 움직일 준비를 하는데, 옆에 서서 표를 읽던 리코리스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에? 아, 그렇구나. 카린이랑 만나겠네." 마크 핀리가 없는 여기서는 카린의 정보원으로서 활동한 리코리스. 처음엔 단순히 릴리와 베로니카하고 어울릴 뿐이라 생각한 그녀는 이제 메이드 옷을 입고서 우주까지 간다는 현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감동의 재회, 운명의 만남, 해후의 우주. 만약 신이 존재해 운명을 조작하고 있다면, 카린 씨와 리코리스처럼 잘 계산된 관계가 또 있을까요?" 릴리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게 짜증났는지, 리코리스는 대충 대답했다. "어련하시겠어? 너와 메이드장님을 이길 수 있을까?"


 그러자 베로니카는 살며시 웃으면서 다가왔다.


 "리코리스, 투덜거리기만 하면 좋은 메이드가 되지 못합니다."

 "네, 네. 알겠다구…."

 "대답은 한 번만 해주세요."

 "……."


 속상한 표정으로 손톱을 씹는 리코리스를 무시하면서, 베로니카는 관리자에게 정중히 말했다. "그렇다면, 속히 저쪽에서 뵙겠습니다." 관리자도 손으로 입을 가리며 생각하다 짧게 대답했다. "부탁하네."


 그렇게, 사념의 혼돈이 휩쓸고 지나간 그로나아의 도시에, 아슈세이버는 마치 백조와도 같이 코핀 컴퍼니를 향해 뱃머리를 돌렸었다. 측면에선 인공신성을 흩뿌리며 번쩍이는 붉은 눈과 함께 우주까지 치솟아오르는 올림피안 주피터와, 에테리얼 오버드라이브로 날카롭게 뻗친 기하학적 날개를 더욱 크게 펼치며 상승하는 조력자가 보인다.


 현인류를 없애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와, 유지하는 자가 지금 여기에 전부 모였다. 이 세계의 운명이 영원히 결정될 마지막 전쟁이 시작되었다.




-- EP.IX END




 이 팬픽은 먼저 썼었던 초판본을 기억에서 거의 잊혀졌던 이후 다시 읽고 편집했던 재판본입니다. 서술자의 리뷰 혹은 해설 및 작법 등에 관련된 내용을 읽고 싶다면은 이쪽의 개인 채널로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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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운터사이드 뿐만 아닌 단간론파 및 드래곤볼 같은 다른 것도 언급하기 때문에 스포일러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