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우우우우우우웅-


...수송기 밖에서 이유미가 분노가 치밀어오른 표정으로 악을 바락바락 쓰고 있다.

그러다 분을 참지 못하고 수송기에 트윈 블레이드를 던졌지만, 그냥 깡- 하고 

허무하게 튕겨져 나갈 뿐이었다.


털썩-


".....윽."


-나는 수송기 안쪽 의자에 몸을 던지다시피 앉아 숨을 골랐다.

몸 곳곳에 입은 자상이 아까까지의 격렬한 싸움을 증명하고 있었다.

제철소를 거쳐 공항까지, 나와 이유미는 서로 만신창이가 되도록 싸웠다.

내가 순수하게 무력으로만 싸운 것을 기준으로, 나와 그녀는 서로 호각이라 

치명상을 입히거나, 입진 않았지만....











".....아, 빌어먹을, 하필 베여도 오른쪽 눈을..."


"-일단 지혈은 했는데....이거, 오른쪽은 아주 흉터 투성이가 되어 버렸구만."


-아까 썼었던 택티컬 마스크 덕에 실명하진 않았지만, 오른쪽 눈을 길게 베였다.

덕분에 내 오른쪽 얼굴은 완전 흉터 투성이가 되어 버렸다.


"....진짜 싸울 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리네."


".....일단 물이라도 좀 마셔둬, 난 대시 좀 보러 간다."


....대시는 아까 블랙 타이드 용병단의 일제 사격으로부터 호라이즌을 지키기 위해 등으로 전부 맞았다.

평범한 인간 카운터었다면 등이 온통 멍으로 뒤덮였겠지만, 그녀는 나름 좀 치는 카운터에, 지금은 로봇이기도 하다.

그리고....그런 그녀를 고칠 수 있는 건 '그릇'을 만든 관리자나....나 정도겠지.


[업적 달성 - 호라이즌 일행을 수송기까지 호위하기.]

[보상: '개조&수복' 능력 개방.]


-기존의 제작은 공방에 있는 주괴만 이용해 만든다면, 이제부턴 조작할 수 있는 재료의 제한이 없어진다.

그나저나 이 '마'녀석도 참 노골적이다, 아마 이걸로 리타나 대시, 호라이즌의 구조를 알고 싶은 거겠지.

꼴에 지도 대장장이라고, 기술의 결정체인 그녀들을 보니 탐구열이라도 끓은 모양이다.

.....맞겠지? 대장장이 쪽 관련자일 테니까....아마도....맞겠...맞길 바라자.

내게 씌인 게 변태라는 개 같은 가정은 생각 하고 싶지도 않으니.


"....에휴,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스윽-




....몸을 일으켜 대시에게 다가갔다.


"....김식 씨?"


"-대시, 옷 벗고 뒤 돌아봐."


".......넹?"


싸아아아아아아.....


-순식간에 분위기가 차갑게 식고 뒷통수에 분명 기계임에도 분노 어린 살기를 어마어마하게 

뿜어내는 호라이즌의 시선이 느껴졌고, 앞에선 리타가 대시를 감싸듯 내 앞을 막아 섰다.


"-야, 이 변태 새끼야!!!!!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구나!!!!"


"....이건 또 뭔 개소....아, 내가 말을 좀 잘못하긴 했구나."


.....정신이 멍해서 그런가, 말이 필터를 거치지 않고 막 나온다.


"-등 좀 보여 달라고, '수리'해줄 테니까."


"....그게 가능해?"


"그래, 말 나온 김에 다들 한번씩 수리하고 가자고. 호라이즌, 너도 마찬가지야."


"....전 수리 받을 곳이 없-"


"닥치고 점검이나 받으쇼, 기껏 갔더니 '관절이 좀 삐↗↘ 거리는 군요.'이 지랄하며 

재부팅 하려고 정지하면 진짜 농담도 안 나오니까."


호라이즌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수리 받으라고 말하자 리타가 순간 참지 못하고 뿜었다.

그러자 뭔가 뾰루퉁한 표정을 지은 호라이즌이 말했다.


"....리타."


"크흡....음? 왜."












"-돌아가면 월급 20% 감봉입니다."


"아, 왜!?"


"푸흡!!!!!!!!!???!!!!"


.....설마 여기서 감봉 드립을 보게 될 줄이야.










-대시의 등을 수리하고 나머지 둘도 점검을 마친 뒤, 나는 내 앞에 뜬 검은 창을 바라봤다.

거기엔 대시, 리타, 호라이즌의 구조가 나와 있었다.

대시나 리타의 경우엔 설계도와 제작법까지 나왔지만, 호라이즌은....일상 모드의 구조만 간신히 파악한 상태다.

그것도 콜드 케이스 쪽은 구조조차 파악이 안돼 공백 상태다.

아직 내가 못 봐서 그런 건지, 아니면 지금의 나로썬 구조 해석조차 못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저런 걸 보면 저 둘이 지금은 사이보그라는 걸 까먹는 다니까."


-리타와 대시는 거로 어깨를 맞댄 채 잠들어 있었다.

나는 수송기를 조종하는 호라이즌의 옆에 앉아 가만히 바깥 풍경을 보고 있었고.


"....김식 휴먼은 참 이상하군요."


"왜."


"-분명 가만히 보면 평소의 당신은 정상인, 아니.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범인(凡人)이 틀림 없는데."


"......"


호라이즌의 눈과 내 눈이 마주친다, 이해가 되지 않으니 설명을 요구하는 눈이다.


"-아까 저희를 점검하면서 구조를 파악하려던 것도 그렇고, 지금까지의 행보도 그렇고."


.....이런, 내가 그녀를 너무 얕봤던 모양이다, 어디서 들킨 건진 모를 일이다만.


"....왜 굳이 일부러 미친 척을 하시는 겁니까?"


...그 질문엔 이미 답을 내렸었다. 그러니 똑같은 답을 돌려줄 뿐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도저히 버틸 수 없을 테니까."


"......"


"호라이즌, 난 미친 척을 하는 게 아니야, 미치려는 거지."


나는 얼굴에 난 흉터들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싸울 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려."


"-무기로 무언가를 죽이고 시체를 볼 때면 속이 울렁거려."


"-상처를 입을 때마다, 너무 아파서 울부짖고 싶어져."


"-몸에 난 흉터들을 볼 때마다 멀어져선 안될 무언가가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강력한 적을 마주할 때면 몸이 떨리고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어져."


"-예상치 못한 악재가 벌어졌을 땐 그대로 주저앉아버리고 싶어져."


"....나는, 그런 겁쟁이야."


.....호라이즌은 잠시 아무 말도 없이 나를 바라봤다, '그런데도 어째서?'라고 묻는 표정으로.


"-그럼에도, 나는 살고 싶어, 죽고 싶지 않아."


"-지키고 싶은 사람, 지키고 싶은 곳이 있어."


"-나름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비명을 지르거나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싸우는 법도 제대로 모르지만, 그걸 가르쳐 줄 사람이 있고, 나름 사기적인 능력도, 이젠 갖췄지."


"-도망칠 수 있었다면 진즉에 도망쳤겠지, 하지만 호라이즌, 난 그럴 수 없는 운명이야.

그렇다면 있는 힘껏 발버둥 쳐야지, 가만히 앉아 목에 칼 날아들길 기다리는 성격은 아니라서."


-안타깝게 죽었어야 했을 사람을 살리고.


-'원작'에서 벗어난 변수들을 내 능력으로 커버하고.


-아직 뒈질 운명이 아닌 적들을 미리 죽인다, 먼저 나를 파악해 대비하기 전에.


"-그렇게라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남을 수 있다면, 난 기꺼이 미쳐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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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에 드디어 잠이 든 휴먼을 바라봤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지키기 위해 미치기로 한 사람.

이건 또, 처음 보는 형태의 휴먼이로군요, 지금까지 봤던 휴먼들 중에선 가장 강렬한 인상을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본 혐오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휴먼들은 다들 이미 마음가짐부터 달랐습니다.

하지만 김식, 이 휴먼은....마음가짐이 그 누구보다도 엉망이었습니다.

길가에 흔히 굴러다니는 돌맹이처럼 흔한 마음을 지닌 이 휴먼은, 대체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을까요.

대체 무엇이, 이 휴먼이 스스로를 망가뜨리게 만들었을까요.

김식 휴먼은 범인에서 영웅으로 성장하는, 그런 흔한 성장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스스로를 변질 시켰습니다.

범인에서, 광인(狂人)으로.


"-지금은 아직 흔히 말하는 '광기 조무사'같은 느낌입니다만...."


-제겐 보입니다, 그의 여린 마음을 서서히 비집고 들어와 변질 시키는 '광기'가.

그런데 그 광기가 역설적이게도 선한 목적을 지녔으니, 

이 휴먼은 '착하게 미친 놈'이라는 세상 해괴한 혼종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네, 재밌네요. 지켜보는 맛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번 일로 쭉 늘어져 쉴 일은 없을 테니.

그나저나, 이렇게까지 자신을 변질 시켜서, 그는 무엇을 이루려는 걸까요.


".....과연 이 휴먼은 제게 무엇을 보여줄까요."


이번 휴먼 관찰은, 지금까지의 그 어떤 휴먼들보다도 자극 하나 만큼은 굉장히 강렬할 것 같습니다.


"....아까도 잠시 어디 빠져서 어딜 갔다 왔나 했는데."


-공항으로 향하던 도중, 그는 돌연 이유미라는 경찰을 제가 상대하게 만들곤 

잠시 어디론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었습니다.

커다란 철제 케이스를 오메르타에게 맡긴 채 말이죠.

물론 저는 저 안의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만, 대체 어디에 쓰려는 건지 도저히 감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저 안에 든 건 무기도, 도구도, 심지어 무생물조차도 아니었습니다.

























"-대체 저 대량의 '코코넛 크랩'들을 어디에 쓰려는 겁니까, 휴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