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세트가 주도하는 훈련은 기초 체력이 부족한 노엘은 물론이고베테랑 라이카조차 땀에 흠뻑 젖게 만들만큼 고됐다

라이카는 흐트러진 머리를 다시 묶으며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대충 손등으로 훔쳐냈다


 꼬맹이훈련이 갈수록 선을 넘는것 같다고 생각하지 않냐?”

후우후우..  모르시네요우린 이제 본선 진출자에요지금보다  빡세게 훈련하지 않으면  된다구요참고로 내일은 오늘보다 고강도 훈련이 계획되어 있어요.”


라이카는 노엘이 펠리세트의 말을 듣기  혼절한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허탈하게 웃었다


얘는 지치지도 않나오히려 눈에 독기가 일렁이는 ..


얼빵이 죽는다훈련도 좋지만 가끔은 팀원들 상태도 돌아보라고 언니는 아직 버틸만 하니까 나를  굴리던가.”


펠리세트는 거의 바닥과 일체화가 되어 뻗어있는 노엘과 땀범벅인 라이카를 번갈아 살피더니 어쩔수 없다는듯이 어깨를 치켜올렸다


그래요대신 라이카는 각오해요.“

어라라괜히 나댔나.“


라이카가 섣불리 내뱉은 자신의 말을 어떻게 다시 주워담아야하나 고민하던즈음그녀의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밸런스가 그리 좋지않은단련되지 않은 발걸음.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스키너의 인기척.


스키너마침 너의 모성애가 그리웠던 참이었어!“

으악라이카최소한 샤워는 하고 엉겨붙어!“


아랑곳않고 스키너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얼굴을 부벼대는 라이카.


 옷이 수건이냐그리고 킁킁대지마!”

킁킁하아아.. 말랑말랑.. 힐링된다...“

.. 떨어.. !“


스키너는 안간힘을 써서 라이카를 떨궈냈지만이미 라이카의 땀이  몸에 묻어 끈적끈적해져버리고  다음이었다


찝찝해라이카사장님이 부르시더라사장실로 오라고.“

나를?”


눈이 휘둥그레진 라이카가 되묻자 스키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지금 바로.”


덕분에 라이카는 땀으로 범벅된 몸을 씻지도 못하고 사장실로 향했다.

돈이면  되는 도시 샤레이드에서 돈을 주시는 고용주가 부르는데 지체할  있을리 없었다.


빠르게 걸으며  잘못하기라도 했나 스스로를 되돌아봤지만 도통 이거다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 와중 사장실 앞에 이른 라이카는 

그녀답지 않게 다소 쭈뼛거리며 문을 두드렸다


크흠코치 불렀어?”

라이카 양인가.”


 ‘’ 이라는 호칭은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질 않는다.

온몸에 닭살비슷한게 돋는 것을 느끼며라이카는 문손잡이를 돌려 열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용주의 눈치를 살폈다


아하하.. 무슨 일로 불렀어코치 훈련 끝나고 씻지도 못했는데.”

그게 문제가 되나내가 지금까지   라이카 양은훈련이 끝났다고  바로 샤워실로 달려가는 여자는 아니었던걸로 기억하네만..”


 남자가 진짜..

라이카는 민망한듯 얼굴을 붉히며 고용주를 흘겨봤다


그렇게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네자넨 무려  흘리는 모습이 아름다운 여성선수 TOP...”

아니 미친그런 개떡같은 인기투표 자꾸 들먹이지 말랬잖아 얼른 씻고싶으니까 용건이나 말해주지?”

하하알겠네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샤워실에서라이카는 바닥에 초점없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깜짝놀랄 정도로  물을 온몸에 끼얹고 있으면서도 왠지 멍하다.

아까  사장실에서 듣고온 말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메아리친다


하아아아아아....”


단전에서 끌어모은 깊은 한숨을 내쉬어봐도 도무지 진정이 안된다.

고무총탄에 머리를 세게 얻어맞았을 때도 이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감정이  이상하게 넘실거리기 시작한다.


이러고 있어봤자 달라질  없어꼬맹이한테 말하긴 해야겠지..’


마음을 정한 라이카는 양손으로 !소리나게 자신의 뺨을 후려치고 얼얼한 뺨을 어루만지며 각오를 다졌다



기세좋게 펠리세트가 배를 깔고 엎드린 침대맡에  것까지는 좋았는데막상 건틀렛 영상으로 전술공부에 한창인 사이코 꼬맹이에게 말을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렇게 앉았다 일어났다서성거리다 멈췄다를 반복하던 라이카는 기어이 신경사나워진 펠리세트가 벌떡 일어나며 씩씩거리는바람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뭔데요똥마려운 강아지마냥 안절부절하지말고 용건있으면 말로 해요.”

꼬맹아그러니까 있잖아... 내일 훈련  빼주라.”


당당할 것이 없는 라이카는 펠리세트의 얼굴을   만큼 시선을 떨구고 있었지만 느낄  있었다.

펠리세트가 얼마나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지.


그도 그럴것이 당장 몇시간 전에 노엘 대신 자신을 굴리라고 큰소리를 떵떵 쳐놨던 라이카였다.

그랬던 그녀가 쭈뼛거리며 내일 훈련을 빼달라고 하고 있으니훈련의 악마이자 건틀렛에 모든   펠리세트 입장에선 어처구니가 없음을 넘어극대노를 해도 모자랄 것이 당연했다


“..어이가 없어서내일부터 훈련 빡세게 한다니까 바로 꼬리 내리는거에요?”

그런거 아니야.. 사정이 생겨서 그래.”

좋아요 잘난 이유나 한번 들어보죠.”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는데.


라이카는 고개를   수그렸다


.. 코치가  보재서...“


 정도면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만은펠리세트가  정도 변명에 

넘어가지 않을거란것쯤은 라이카도 알고 있었다

그냥 제발하며 던져본 말에 불과했으니까


코치가요무슨 일인데요 라이카만소대장은 나인데!“


기어이  말을 하게 만드는구나사이코 꼬맹이.

라이카는 말을 하기 마지막으로 숨을 골랐다


코치한테 ... 고백.. 받았어.“

”..고문?“

”..고백짜식아.“


입에 올린 것만으로도 얼굴을 화끈거리게 하는 단어고백.

가까스로 올려다  펠리세트의 표정은 뭔가 못볼거라도 본듯한 표정이었지만 라이카는 이해할  있었다.

사장이 대뜸 마음을 전했을때 그녀도 그런 표정이었으니까


 쪽팔려...”

뭔가   들은거 아니에요코치가?”

“..‘?’ 얌마언니도 나름의 매력이..”

아니 그렇잖아요코치가 뭐가 아쉽다고 라이카를.”


사실 그녀도 그걸 모르겠다.

사장은 지나가는 사람이 다시 한번 돌아볼 정도로 잘생긴 미남이었다

키도 크고비율도 좋아 수트핏이 죽여주는 남자.

물론 조금 괴짜같은 면도 있긴 했지만 그만한 얼굴을 가진 이상그것또한 개성이요 매력이었다


하지만 그런 남자가 대체 자신의 어떤 면에 끌렸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라이카는 샤워하는 내내 되물어봤지만 끝내 해답을 내지  한참이었다


나도 몇번이나 확인해봤어.. 뭣이냐내가 좋대그래서 내일 데이트라도 하자고 하더라...“


데이트좋다따위의 말을 입에 올리는 것이 이토록 부끄러운 일일거라고 상상해본  없었던 라이카는 새삼 말의 위력을 느끼며 머리를 빙글빙글꼬았고펠리세트는 천천히 다가와 라이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라이카괜찮아요머리 아픈거 아니에요?”


 망할 꼬맹이가.


진짜라고!”

알았어요그렇다고 칠게요그런데 되게 의외네요.”

뭐가?“

라이카는 스트립이니 뭐니 야한 얘기는 잘도 하면서고백 받았다는 얘기하면서는 엄청나게 부끄러워하네요.“


어라.


정곡을 찔린 사람처럼라이카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생각해보니까 그랬다.


차라리 사장이 돈을 줄테니 옷좀 벗어봐라 했어도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가격흥정을 하고  자리에서 스트립쇼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녀는 그러고도  하나 깜짝   자신이 있는 여자였다


하지만 전혀 예상도   고백공격에 사춘기 소녀마냥 이렇게 동요하고 있다는 것이그리고 그것을 다른 누구도 아닌 펠리세트같은 꼬맹이한테들켰다는 것이 상상이상으로 수치스러웠다


뭐래부끄럽다기보다.. 당황한거지당황!“

어쨌든 코치는 저보다 높은 사람이니까코치랑 만나는 약속이라면 저로선 어쩔  없네요.“


펠리세트는 침대위에 철푸덕 엎어지며 보고 있던 건틀렛 영상을 다시 재생시켰다


“..데이트라니 어울리게.”


엉겁결에 훈련 휴식 허가를 받아낸 라이카는 자신의 침대에 털썩몸을 던졌다

사실 라이카도 알고 있었다

데이트라는 단어와 자신은 1억광년정도 떨어져 있다는 .


여지껏 변변한 남자친구도 없어봤으니 어찌보면 당연했다.

그녀는 위태롭게 살아왔고연인같은 달달한것을 곁에  겨를따윈 없었다


가끔 억누르기 힘들정도로 들끓는 성욕은 술집에서 마주친 그나마 괜찮은 남자와 하룻밤 몸을 섞는 것으로 해결하던 그녀에게 사장같은 남자가 가당키나 할까.


비록 그녀는 3등시민이었지만 염치와 양심만큼은  잘나신  1등시민 보다도 낫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타일러서  같은 여자한테서  떨어지게 만들어 줘야겠다.’


자신같이 더러운 여자를 연인으로 삼지 않게 밀어내 주는 .

 정도면 펠리세트의 지옥훈련 1 면제권에 대한 답례로는 꽤나 적절하다고 생각하며 라이카는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