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건 (잡음) 커다란 고치 (잡음) 원인 (잡음)]

 

뚝-

 

"여기까지가 류드밀라가 수집한 정보입니다. 비록 크게 변질되어서 알아보 수 있는 건 별로 없는 상태입니다만...."

 

이수연이 말했다.

 

"고치라."

 

배부된 자료를 훑어보던 힐데가 처음 듣는 내용인지 고개를 갸우뚱 했다.

 

"이런이런 보아하니 스승님도 잘 모르시는 것 같군요. 미나 양도 대단하네요. 이런 걸 보고 청출어람이라 해야하나요."

 

주시윤의 뼈 있는 농담에 힐데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꾸했다.

 

"시끄러워. 그나저나 이정도로 접근했다면 그 녀석도 몸이 성할 것 같지 않군. 괜찮나?"

 

이수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당분간 움직이기 힘들 거라고 하더군요. 애초에 거기까지 접근한 것도 류드밀라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렇군.“

 

”그리고 기동로는 들고 계신 지도에 표시해 놨습니다. 포인트마다 임시 등대를 설치해 놨으니 길을 잃진 않으실 겁니다."

 

"그래.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하지. 너도 관리자 녀석들이랑 고생이 많겠어."

 

"후후 스승님도 그런 말씀을 하실 줄 아는군요. 괜찮습니다, 기업인이라면 익숙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이번에는 도망가시면 안 됩니다."

 

"칫, 또 바가지로군. 필요한 정보는 얻었으니 먼저 나가보겠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즉시 알려주도록, 관리자 임시대행."

 

"물론입니다. 스승님도 몸조심하시길."

 

짧은 인사를 뒤로한 채 힐데와 주시윤은 부사장실은 나섰다.

 

또각 또각

 

말없이 긴 복도를 걸으며 힐데는 생각에 잠겼다. 관리자 실종 후 최근 발생한 일련의 침식재난에는 분명히 기존과 다른 이질적인 면이 있었다. 아직 정제된 정보가 없어 속단할 순 없지만 이미 세간에선 이를 ‘시공간 붕괴현상’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왜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지는 간단했다. 이미 과거에 벌어졌던 일 혹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이 잔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는 목격담이 여기저기서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가령 정체불명의 함선이 관측되어 확인해 봤더니 해당 기체는 대정화 전쟁 당시에 운용되었던 함선이며 지금은 운용되지 않은 기체이다, 그리고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 이런 종류의 목격담들 말이다.

 

관리국은 시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침식파에 의한 착시현상일 뿐이라고 대응하고 있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엇보다 미래의 잔상 덕분에 벌써부터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걸 보면, 이런 초현실적인 현상도 돈의 힘보다 못하다는 쓴웃음마저 나왔다.

 

“뭐야, 부사장님이랑 무슨 얘길 하느라 이렇게 늦게 와. 기다리느라 혼났잖아.”

 

“어머! 나이엘 씨, 소대장님께 그게 무슨 말버릇이에요!”

 

“흥, 나 같은 엘리트를 이렇게 방치하는 곳이 여기 말고 또 있겠냐구.”

 

나이엘과 시엘이 둘을 반겼다.

 

‘나이엘 블루스틸.’

 

유미나의 갑작스러운 이탈로 새롭게 영입한 전력으로서 아카데미에서도 실력으로 이름 높은 카운터라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성격도 그렇고 유미나랑 다른 의미로 사람 신경 쓰이게 만드는 꼬맹이라고 힐데는 생각했다.

 

“미나 씨의 행방을 대충 알 것 같거든요.”

 

“뭐야, 역시 뜨거운 감자였구나, 그 녀석. 아카데미에서부터 알아봤다구.”

 

“역시 미나 선배, 역시 아카데미에서도 유명했군요! 하긴 너무너무 멋지시니까요.”

 

“그런 의미가 아니야 이 멍청아!”

 

“전 멍청이 아니에요!”

 

‘실력은 출중하지만 미덥지 않은 놈 하나에, 애송이 둘이라.’

 

또 서로 투닥거리는 두 애송이를 보며 힐데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스승님, 사내에선 금연입니다만.”

 

“나도 알아.”

 

어느덧 소란이 잦아들고 나이엘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그래서 부사장이 뭐래?”

 

“고치.”

 

“뭐? 고치?”

 

“그래, 류드밀라가 가져온 자료에는 그렇게 나와 있더군. 여기 브리핑 자료니까 궁금하면 읽어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