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밖을 보고 있었구나 에리어스."

"아 오셨어요 기사님?"

태어날때부터 몸이 허약한 제게 이 세상은 창밖의 풍경이 전부였어요

그러던 어느날 매일 창밖을 바라보던 저에게 조디악나이츠의 기사님이 찾아오셨습니다

기사님은 정말 멋진 분이세요

강한 힘을 손에 얻고도 그 힘을 오직 약자와 정의를 위해 사용한다니

정말 동화책에서나 있을법한 일이죠

그렇게 멋진 기사님은 매일 방에만 누워있어야 하는 제게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시러 종종 찾아오십니다


끝도 없이 푸른물이 가득찬 바다

멋진 드레스와 정장을 입은 분들이 춤을 추는 무도회

그리고 기사님이 사람들을 도와주신 이야기

그런 멋진 이야기를 오실때마다 들려주세요




그런데 어째서인지, 기사님께서는 씁쓸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계셨어요

"노을을 보고 있었구나. 확실히 오늘의 노을은 유난히 예쁜걸."

기사님은 어느샌가 제가 보고 있었던 창밖을 바라보며 말씀하고 계셨어요

"혹시 오른손에 들고 계신건 무엇인가요?"

기사님이 오른손으로 들고있던 봉투를 보자 바깥으로 솜털이 삐죽 튀어나와있었어요

"아 맞아 내 정신좀 봐. 노을을 보느라 이걸 주는걸 잊어버렸네."

제 말을 들은 기사님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시며 솜털에 막대기를 꽃은 물건을 꺼내셨어요

"이건 솜사탕이라고 하는거야. 이곳으로 오는길에 마침 팔고 있길래 사왔어."

"이게 솜사탕..."

"자 여기."

기사님은 솜사탕을 제 손에 쥐어주셨고, 저는 지체없이 바로 솜사탕을 크게 한입 베어물었습니다

"와..."

그러자, 입속이 온통 달콤한 향으로 채워졌습니다


손에 든 솜사탕을 맛있게 먹은 저는 다시금 창문을 바라봤습니다

방금전까지 붉게 타들어가던 노을은 어느새 사라지고 노을이 있던 자리는 점차 옅은 남색이 빈 자리를 채우고 있었어요

"에리어스는 몸이 낫는다면 어떤걸 하고 싶어?"

기사님께서는 제 옆자리에 있는 작은 의자에 앉아 창문 밖 하늘을 보며 말하셨어요

그때의 저는 무슨 바람이 들었던건지 깊은 생각대신 하늘을 보며 생각난대로 말을 해버렸답니다

"언젠가 제 몸이 낫는다면 기사님과 함께 밖으로 나가 별을 보고 싶.."

콜록콜록

방의 온도가 내려가서일까요. 저도 모르게 기침이 나와버렸습니다

"기사님?"

어째서일까요

기사님은 아주 잠깐이지만 슬픈표정을 지으신 기분이 들었어요

"멋진 꿈이야 에리어스. 나도 더욱 분발하지 않으면 안되겠는걸?"

기사님은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셨어요

"오늘도 기사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별말씀을."

기사님은 제 방에서 나가기 전 뒤를 한번 돌아보고서는 그대로 나가셨습니다

무언가를 말하려던 느낌이었는데 그저 기분탓이겠지요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요


얼마전부터 잘 안보이던 왼쪽눈이 더 이상 빛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기침도 이전보다 늘었고 테이블에 올려져있는 물병에 손을 뻗는것조차 고된 노역이 되어버렸습니다


"...어스..내..말...려?"


이런, 정정해야될거 같습니다

이제는 귀마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물병을 향해 뻗던 손을 누군가가 붙잡았습니다


"...가...먹...테니...대로...있어."


자세히보니 언제나 씩씩하고 멋있으셨던 기사님께서 어느새 제 옆에 와 계셨습니다

간간히 들리는 내용으로 추정컨데, 물을 먹기 힘들어하는 제게 물을 먹여주시려는것 같습니다

"콜록콜록"

정말 감사하게도 제가 몸을 일으키자, 오라버니께서는 제게 물을 먹여주셨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바늘로 찌르던 고통도, 하얀 안개로 가려졌던 왼쪽 눈도 보이기 시작했어요



 "조금은 나아졌니?"

"네...그런데 이건 대체..."

"마법이야. 그것도 엄청 멋진 마법이지."

기사님은 마치 이 상황을 예상하기라도 한듯, 씁쓸한 미소를 짓고 계셨어요


"에리어스. 조금만 더 버텨줘. 내가 반드시 너를 낫게 해줄테니까."

아직도 제 손을 붙잡았던 기사님의 손이 사시나무처럼 떨던게 잊혀지지 않아요

어째서였을까요

"오늘은 이만 가볼게. 다음에 또 보자."

기사님은 무언가를 결심한듯한 느낌이었어요

그게 무엇인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지만요


또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저는 그때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기사님을 더이상 만날 수 없었습니다

기사님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와는 다르게,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주는 그런 멋진 기사니까요

당연히 저따위에게 할애할 시간같은건 애초부터 없었을거에요

"콜록콜록"

자책하는 말 한마디 나올때마다 가슴 한켠에 밀어두었던 현실이 고개를 치켜듭니다


-나는 그저 짐일뿐이라고


"...흑"

남들 앞에서 보여주었던 태연한 모습은 부서지고 애써 밀어두었던 나약한 자신이 자신의 차례라고 말하듯, 울분은 가슴을 가득 채우고도 넘쳐흘러, 눈에 고이기 시작했습니다

-죽고싶지 않아

뒤늦게 넘쳐버린 감정을 주워담으려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에리어스. 들어가도 되겠니?"

그때,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와 함께 노크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네."

목소리로 추정컨데 아마도 아버지가 오신것 같습니다

저는 재빨리 눈물자국을 지우고 최대한 태연하게 앉았습니다

아버지는 푸른색의 큰 공을 들고 들어오셨는데 어째서인지 공에게 친숙한 느낌이 들었어요

"에리어스. 여기에 손을 올려보겠니?"

"네."

저는 천천히 푸른구체에 손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모든게 바뀌었어요



마음껏 숨을 쉬어도 기침을 하지 않았고

온몸을 가득 채웠던 고통은 씻겨나갔으며

무엇보다도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어요

"아버님. 이건 혹시..."

"그래. 그분께서는 이 '무구'를 네게 맡기겠다고 하셨단다."

역시, 이 익숙한 따스함은 기사님의 따스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분께서 이제 긴 여행을 떠날예정이라 더 이상은 찾아오기 힘들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하시더구나."


"아..."


저는 순간 아쉬움을 느꼈던 자신에게 혐오감이 생겼습니다


기사님께서 저를 찾아오신게 당연한게 아닐텐데

저말고도 분명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을텐데도 저는 어찌 이리도 이기적일까요


"그래서, 에리어스 몸은 좀 어떻니?"

"이제 더는 아프지 않아요. 아버지."


저는 괜찮냐는 질문을 하신 아버지를 향해 최대한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다행이구나. 그렇다면 에리어스, 만약 네가 괜찮다면..."



-기사가 되어보지 않겠니?













"에리어스 경. 겨울바람이 많이 차갑습니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죄송해요 단장님. 금방 들어가려했었는데 너무 집중해버렸나봐요."


"무엇을 하고 계셨습니까?"


창문 밖 너머의 작은 하늘이 아닌 드넓게 펼쳐진 밤하늘에서


"별을 바라보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