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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auntlet Academy Episode IV: Xiel's Reckoning --



 "…그건 또 무슨 소리죠?"


 "그냥 동맹. 아니… 이 시험에 영원한 동맹은 없으니, 잠시 휴전이라고 할까?"


 빙글빙글 웃는 서윤. 시윤은 의심쩍은 눈으로 보며 말했다. "하하… 그런 동맹을 제안하는 이유가 대체 뭐인지 궁금하네요."


 "별 거 없어, 시윤 선배. 양 팀 상태가 좋질 않으니, 적어도 미나가 회복할 때까진 힘을 합친다는 거야."


 "여우라 불리는 댁을 어떻게 믿죠? 너무 수상쩍은데…."

 "뱀이라 불리는 시윤 선배가 남을 믿고 안 믿고 말하네? 그러니까… 펠리세트라면, 저깄네? 후배님은 내 제안을 어떻게 생각해? 얘들아, 총 좀 벽에다가 걸쳐놔봐. 서로 생각 좀 하게."


 시윤의 말에 2팀의 모두가 말없이 총을 벽이나 책상과 의자의 옆에 기대었다. 그걸 보곤, 펠리세트도 방패를 옆에다가 두고서 턱을 만지면서 생각했다.


 분위기를 읽고 바즈라를 회수한 노엘은 손으로 휙휙 돌리고 놀다가, 궁금증이 생겼는지 펠리세트에게 다가왔다.


 "저기… 팀장? 살짝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뭔가요."


 "이런 동맹 같은 거, 허락되는 거예요? 부정행위로 취급 받아서 실격되는 거 아닌가요?"


 "아니요."


 "네…? 그럼, 그렇다고 치고, 만일 누구나 아무하고 동맹을 맺을 수 있다면 결국 다수의 팀이 소수의 팀만 공격해서 쉽게 이길 수 있지 않나요?"


 펠리세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상식적으로 그럴리 없겠죠. 주말에 역대 시험의 양상을 훑어봤는데, 새벽에 휴전을 파기하고 서로 싸우는 경우가 많지, 그런 경우는 아예 없었어요."


 "어… 왜요?"


 "왜라니… 그야." 펠리세트는 왜 이런 걸 물어보냔 듯이 찡그리며 성실하게 대답했다. "그야, 진짜 전쟁이 아니라 시험이잖아요. 덜 죽이건 더 죽이건 그냥 이기면 끝인 게 아닌, 킬 수 따지는 게임이랑 같은데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선 최대한 전력을 보존하며 남들보다 빠르게 만만한 팀들을 탈락시켜야 하는 건데, 양팀이 협력하는 척만 하다가 어느 한 쪽에 킬 수가 몰리면 더 먹지 못하게 빨리 죽이려는 거죠."


 "하지만 배신은…."


 펠리세트는 한숨을 쉬었다. "이건 실제 전쟁도 아니니까 배신도 단지 전략일 뿐, 당연히 어떤 죄책감도 없고요."


 하품을 하면서 의자에 앉아있다가, 펠리세트의 해설을 전부 들어본 서윤은 놀라워했다.


 "어머, 공부에 열심인 후배님인데? 너무 어리게 보여서 왜 리더로 삼았나 했는데 똑똑한 범생이였네?"


 "고마워요. 당신은 아줌마처럼 생겨서 바로 리더 같은 카리스마가 있다고 보여졌어요."


 서로 욕과 칭찬을 적당히 섞은 말을 주고 받았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서윤이 창 밖을 보다가 펠리세트에 눈길을 돌렸다. "저기,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솔직하게 말하는데, 만일 거절하면 좋은 먹잇감인 너희를 빼앗기는 꼴은 못 보니까 지금 당장 쏴버릴 거야. 하지만 승락하면 최대한 그 신의에는 보답할께."


 …….


 "…좋아요, 받아들이죠."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얘는 생각을 많이 하는 애다. 유진 같이 그냥 내키는 대로 찍은 게 아냐.


 서윤은 라이플을 그대로 두고, 몸만 밑에 내려와서 손을 내밀며 말했다.


 "궁금한데… 무슨 생각으로 우릴 받아줬는지 알려주면 안 돼?"


 펠리세트는 손을 꽉 잡았다.


 "당신들 전원이 평범한 카운터여서 그래요."


 "……?"


 서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평범한…?"


 "이런 동맹을 맺어도 안전한 상대는 얼마 없으니까요. 예를 들어, 투명 마법을 쓸 수 있는 잉그리드 같은 팀원이 섞인 상대라면 한사코 거절했을 거예요. 진짜 암살자인 시엘이나 뭔 짓을 할 수 있는지 모르는 이디스와 치나츠도 꺼려지는 상대구요."


 그리고 펠리세트는 손짓해서 모두에게 따라오도록 시켰다. 자리를 뜨면서 계속 설명했다. "그렇지만 당신들은 카운터인데도 정직하게 총만 쏘잖아요. 잠재적인 야습에 대비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며, 지속적인 경계 아래에선 최선의 동맹이라고 할 수 있겠죠."


 '호오… 이 아이.'


 자신만큼 영리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서윤은 라이벌리인지, 자기도 모르게 살짝 비꼬는 어투가 나왔다. "좋은 생각이야, 꼬마 친구."


 "……."


 "왜 그러니?"


 "아뇨… 아무것도 아니예요."


 그러면서 펠리세트는 자기도 모르는 불안감이 계속해서 느껴졌다.


 '뭐지… 이 불길한 느낌은? 왠지 최악의 실수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다른 장소.


 유메노시마의 폐공장.


 시윤의 예가 있듯이, 시험이라곤 했지만 모두가 전심전력으로 집중하는 것은 아니었다. 역설적으로 이는 학교에서도 최정상급의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학생회도 이런 태도를 공유한 거다.


 "아니! 도대체 왜 가만히 있는 거냐고!"


 나이엘의 찡찡거림. 그리고 가만히 앉아서 홍차와 커피를 마시고 느긋이 있는 모두.


 그냥 아까부터 누워서 잠만 자고 있는 이디스.


 미카는 가져온 만화책을 보다가 이상하단 듯이 되물었다. "저기… 나이엘, 도대체 왜 그렇게 흥분하는데?"


 "왜냐니! 지금 밖에 있는 녀석들은 서로 죽고 죽이고 있을 거 아냐? 우린 여기 먼지구덩이 공장 건물에서 왜 죽치고 놀고 있는 거냐구!"


 "죽고 죽인다니… 아니, 애초에 그런 걸 왜 신경써? 정말 눈에 띄길 좋아하는 성격이라니까…."


 "으아아아, 정말!"


 옌은 이제까지 무릎 꿇고 가만히 명상을 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눈을 뜨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디스가 물었다. "흠냐 흠냐… 음? 회장, 어디가?"


 "사실, 섬에 오기 전부터 도전을 받았습니다."

 "오? 그래? 그럼 우리도 같이 나가서 한바탕 날뛰어볼까?"


 나이엘은 황당하단 듯이 외쳤다. "뭐야?! 내가 나가자고 할 땐 들은 척도 안 하더니!"


 하지만 둘은 그냥 무시하고 대화를 이었다.


 "아뇨… 이번 건 시험이 아닌 사적인 영역의 문제입니다. 저는 그녀의 도전을 받기 위해서 적어도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린 거랍니다."


 "…그랬었던 거야? 난 또, 옌도 시험이 귀찮아서 가만히 있고 싶었다 생각했어~"


 "음…. 리더로서 선택 받은 사람이 나태하게 보였다. 그건 실책이군요. 용서해주길."


 미카가 쿠키를 뜯으며 말했다. "아뇨! 회장님, 저희 그런 거 전혀 신경쓰지 않으니까."


 "그럼."

 "잘 놀다와~"


 나이엘은 짜증난 목소리로 외쳤다. "아니, 뭐야? 쟤는 또 대체 어디가는 거야?! 야! 나갈 거면 어디로 가는지 팀에게 말은 해야하는 거 아냐?!"


 그런 나이엘을 아예 없는 사람처럼 무시하고, 옌은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


 때는 석양이 지는 오후.


 에스테로사가 리더인 5팀은 싸우질 않고, 아침부터 계속해서 돌아다니면서 음식과 탄약을 수집하고 있었다.


 이것은 에스테로사 본인의 전술적인 판단이다. 자신의 팀에 페인트 탄을 쓸 인원은 아예 존재치 않는다. 밀리 카운터인 자신하고 한솔, 그리고 마법사인 유나와 잉그리드. 즉 팀의 구성이 그렇기에, 차라리 총을 쏘는 인원이 힘을 급격하게 잃는 중반부터 나서는 게 좋다고 추측했던 거다.


 겸사겸사 맵의 페인트 탄을 자기들이 수거해서 폐기하는 것이 더욱 유리하지 않겠는가.


 이는 - 자신이 나설 최적의 타이밍을 재는 것은 - 서윤의 2팀과 정반대의 논지였다. 그리고….


 에스테로사가 가장 경계하는 것이 2팀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유나는 강력하지만 반대로 풍선처럼 쉬운 표적이기도 했다. 만일 2팀 전원이 유나를 향해서 집중포화를 한다면 유리대포인 유나는 단숨에 탈락되질 것이다.


 비록 에이스에 대한 의존도가 시엘이 있는 7팀처럼 기형적으로 높진 않지만 어쨌건 그건 피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어쨌건, 오늘의 수색은 마치고 도서관에서 밥을 먹고 있는 도중.


 쫓아오는 사람은 없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밖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황도기사단의 에르테로사에 고한다! 나는 나나하라의 무사, 나나하라 치후유다! 그대에게 결투를 신청하지!"


 안에서 민초 샌드위치를 먹고 있던 유나.


 도서관의 책을 훑어보던 한솔.


 책상에 엎어져 졸고 있던 잉그리드.


 그리고 참가자의 표를 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에스테로사.


 모두 창 밖에 눈길을 돌렸다.


 리더인 자신을 부르기에, 에스테로사는 2층에서 창문을 열고는 치후유를 내려봤다.


 "대화에는 응해주지. 그래… 하지만 어째서 유나가 아닌 나를 지목했지?"


 "그대가 나와 같은 전사이기 때문이다."


 "흠… 나쁘진 않은 대답이다. 하지만 무사여, 그대는 기사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은데."


 치후유는 대답을 듣길 원하며 노려봤다.


 "순수한 무인도 나쁘진 않지만, 기사란 자들의 숙명은 군의 심장임을 자처하는 것에 있다. 누구보다 앞서 말을 타고 달려나가 창날 사이로 적의 품에 파고들어 진형을 붕괴시켜, 아군이 도망칠 때에는 그들을 책망하지 않고 최후열에 서서 형제들을 끝까지 보호한다." 그리고 에스테로사는 웃었다. "…음, 그러한 것이다. 하지만 당당함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미덕이지. 결투가 아니라 전투를 요구한다면, 그건 받아들이겠다."


 "훗… 자신의 텀에 맞춰서 싸우자는 건가?"


 치후유는 즐겁다는 듯이 눈을 감았다가, 바로 각오를 다지며 외쳤다. "그것도 좋겠지, 애초에 이 시합은 그런 교전을 의도해 개최된 것! 당주님, 돌격의 명령을!"


 에스테로사는 그대로 1층으로 내려와 모두에게 지시했다. "한솔, 너는 발이 빠르니까 저쪽 치후유나 마사키가 아닌 활을 쏘는 미나토나 리더 치나츠를 처치할 걸 목표로 움직여라. 잉그리드, 마사키를 견제하고 접전은 피하도록. 전황이 교착되면 투명화 마법을 써서 빈틈을 노리고. 유나, 2층으로 올라가서 치후유를 제외한 모두를 포격해라. 너를 공격할 수 있는 건 화살을 쏘는 미나토 한 명 뿐이니 그를 조심하고."


 "알겠어! …근데, 치후유는 왜 공격하지 말란 거야? 스트라이커잖아?"


 "치후유는…." 엘리자베스는 왠지 기분이 좋은지 웃었다. "내가 상대한다. 저렇게 당돌한 검사도 오랜만에 보는 구나."


 도서관의 문을 열자마자, 에스테로사는 적의 진형을 봤다.


 치후유와 미나토가 뒤에, 마사키가 중간, 치후유가 선두에 섰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 꽤나 우직하단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엘리자베스는 큰 목소리로 고함을 지르면서 치후유에게 곧장 달려들었다.


 "하아아아아아!!!"


 "오는가… 진중히 승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결국 전사로서의 혼은 속일 수 없던 둘은 그대로 서로를 향해서 시작하자마자 붙었다.


 거기다가 둘의 클래스도 스트라이커와 디펜더로 어떤 상성 관계조차 아니었다.


 "둘은 그대로 접전을… 그렇다면, 잉그리드! 내가 뒤로 넘어갈테니…!"


 "엇차, 놔둘 것 같냐?"


 "그러면 뚫고서 지나가주죠!"


 한솔은 머리 위로 검을 올려서, 아예 막아보란 듯이 강격을 내리찍었다.


 하지만….


 "오, 오? 이거 어때? 진짜 칼날잡기잖아! 재밌는데?"


 화염에 불타는 손에 한솔의 검이 막혀버렸다.


 '날을 코팅했기에 그냥 손으로 잡을 수 있던 것인가? 아니… 잠깐….' 한솔은 주의 깊게 마사키의 팔에 장착된 기기를 봤다. 수치가 전혀 줄지를 않았었다.


 "데미지가 없잖아…?"


 "하하! 사실 아까, 2팀이랑 한 번 붙었는데, 걔들 총알도 이걸로 막아지더라고!"


 맨 몸으로 막았다고 하더라도 데미진 받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칫…!' 한솔은 인상을 구기며 미나처럼 발차기를 했다. 마사키가 잡고 있던 칼은 놓치게 했지만, 심한 타격조차 없이 넘어졌던 그는 가볍게 일어나며 양손을 툭툭 털었다.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네! 다시 간다…!"


 옆에서 잉그리드가 낫을 휘두르면서 외쳤다. "어이, 한솔! 내가 막을… 칫!"


 무언가 밟았다.


 근데 그것만이 아니라 몸 중심이 무너졌다.


 "후후, 안 될 거 같네요."

 "한 번 치나츠의 부적에 걸렸다면, 카운터 능력도 마법도 못 쓴다구!"


 "동양 음양사의 부적인가…?! 제길!"


 사실 고위 침식체나 카운터를 상대로는 먹히지 않지만, 어쨌건 잉그리드에겐 통할 정도는 됬다.


 게다가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잉그리드가 마법사인데 낫을 휘두르며 근접전에서 잘 싸웠던 이유도, 스스로에게 근력강화(스트렝스) 및 이속강화(헤이스트) 같은 버프 마법들을 시전하고 날뛰었던 건데, 이게 없어지니 양한솔은 고사하고 단지 미나토와 비슷한 수준으로 전락한 거다.


 "윽… 어떻게 뭘 할 수도 없잖아!"


 미나토가 쏘는 화살과 치나츠의 바람의 견제 때문에 움직이기도 어렵게 되었다.


 애초에 잉그리드는 치후유처럼 카운터 워치가 D급이어도 본인의 초인적인 노력과 천재적인 감을 통해서 극복하는 수준도 아니었다. 의존하던 힘이 없어지니 치명적인 위기에 부딪친 것이다.


 "이, 이거… 안 떼어져!"


 발목과 종아리에 덕지덕지 붙었던, 붉은 문양이 그려진 노란 종이들.


 "칫… 어떻게 도와줄 수도…!"

 "어딜 한 눈 팔고 있나, 한솔!"


 그리고 계속 화살을 쏘던 미나토가 외쳤다. "이걸로 끝인가…! 네 체력이 두 자리 수가 됬다고, 잉그리드!"


 "……."

 "치나츠?"


 치나츠는 뭔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곤 외쳤다. "모두, 조심하세요! 적은 아직 한 명 더 남아있습니다!"


 그때였다.


 천공에서 수직으로 전신에 화염이 타오르는 괴조가 강하했다.


 "정말… 대마녀의 힘을 이런 꼬꼬마들 시험에다 사용하는 것도 기가 막히는데."


 레일리다.


 "하지만 일단 부르긴 했으니까, 이름 값은 해줘야지!"


 대마법사의 격에 도달한 자만 소환할 수 있는 불사조가 나타난 것이었다. 그것도, 자기들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치, 치나츠! 피해!"


 "……!"


 당연히 피하질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냥 웃기게 생긴 불닭이 아닌 진짜 신화 속의 피닉스다. 동양의 주작과 같은 격에 있고, 적어도 3종 침식체 정돈 그냥 이길 수 있는 존재였다.


 그나마 애들 상대란 걸 알고서는 힘을 조절해준 것은 다행일까. 심각하게 다치진 않게 넓게 자폭해 터트렸다.


 하지만….


 "큿, 누, 눈이!"


 상황은 의도치 않게 완전히 난장판이 되버렸다. 양한솔은 치나츠가 있는 쪽을 보고 마사키와 대치하고 있었으며, 그것 때문에 폭발시 퍼진 빛 때문에 눈을 찡그렸다.


 "옷, 기회!"

 "으윽…!"


 서로 견제와 방어만 하며 체력을 깎던 둘의 싸움은, 레일리의 폭발을 등지고 서있었던 마사키가 필살기를 먹임으로 결정이 나게 되었다.


 "하하하하! 잘 봤냐구! 이 몸이 기사 님에게 이겼다니까!"


 하지만….


 "어이, 미나토! 봤냐? 이 몸의… 윽!"


 "?!"


 마사키도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갑자기 사라졌다.


 도대체 뭐가 공격한 거지? 혹시 저 불사조의 자폭의 영향을 받았었나? 그렇게 생각하다 눈길이 바로 지면에 떨어져 타고 있는 부적들에 갔다.


 "잉그리드… 잠깐, 투명화를 쓴 거 아냐? 그러면… 치나츠, 뭔가 다른 수는 없어?!"


 하지만 눈길을 돌리면, 간신히 화염 방어 주술을 쓰긴 했어도 데미지가 상당한지, 쓰러져 계속해서 도트 데미지를 받으며 숨을 가쁘게 쉬는 게 보였다.


 "치, 치나츠?"


 아무리 싸움에 정신이 팔렸어도 이걸 눈치채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치후유도, 멀리서 빠르게 달려왔다.


 애초에 뻔히 보이듯, 치후유의 성격은 방랑무사가 아닌 주군을 섬긴단 그런 전국시대 무사의 충성심에 가까웠다. 당연한 것이다. 치나츠가 쓰러진 걸 보고선 본능적으로 발이 움직였겠지.


 "당주님!"


 그리고 미나토를 보면서 말했다. "제가 업고 갈테니까, 미나토는 호위를…"


 "자, 잠깐! 아직…!"

 "음?!"


 살기.


 아니, 그것보단 누군가의 인기척에 가까웠다.


 하지만 어느 쪽이건 딱히 상관은 없었다.


 "보, 보였나? 어떻게…?"


 쉬익 소리와 함께, 낫으로 내려치려던 잉그리드는 허벅지부터 어깨까지 카타나에 일자로 베여졌고, 그대로 탈락되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 잉그리드는 자신의 패배를 납득하지도 못했다. 어째서 당한 것인가? 그것도 이렇게 정확히?


 밟는 발자국을 보고 들켰었나? 그건 아니었다. 애초 자신은 그렇게 눈칠 채일까봐, 습관적으로 살짝 공중에 뜨는 반중력 마법도 투명화 마법과 함께 사용하니까. 아니면 공기의 일렁임이 있었나? 그것도 아니다. 애초에 자신의 투명화 마법은 그렇게 허술한 수준이 절대 아니다.


 '그냥 찍은 건가…?'


 계속해서 추측하는 잉그리드. 다만, 치후유가 마음의 눈으로 보았다고 답해줘도 그녀는 납득하지 못했을 거다.


 한솔에 더불어 잉그리드가 탈락됬다는 소리가 섬의 전역에 울려퍼지며, 치후유와 미나토는 치나츠와 함께 도망쳤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던 에스테로사의 뒤로 유나가 날아왔다.


 "우와… 레일리를 보내는 게 아니었어. 왜 그걸 좋은 생각이라고 했담…."


 "……."


 에스테로사는 왠지 웃으며 말했다. "아니다. 잘했군, 유나. 좋은 트레이드였다."


 "에? 아… 물론 레일리가 치나츠를 결국 잡을 거 같긴 한데… 벌써부터 한솔이랑 잉그리드가 탈락됬잖아."

 "손실이 없는 전투는 있을 수 없다. 전쟁이란 그런 거지."


 그녀가 검을 넣으며 손짓했다. "잉그리드 몫의 케이크는 네가 먹어도 될 것 같구나. 도서관에 돌아가지. 전단장님께 보고해야만 하고."


 "와아! 케이크, 케이크!"


 다시 도서관의 안에 들어왔다.


 그때 쯤에, 치나츠의 탈락이 섬 전역에 공표됬다.


 아마 아직 학생인 치나츠로선 레일리의 저주를 해제하지 못한 것이겠지.


 유나가 책상에 음식들을 늘어놓고 무엇을 먼저 먹을까 고민하는 도중, 에스테로사는 통신기로 오지만디아스에게 연결했다. 학교에서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던지, 굳이 상황을 설명하질 않아도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다.


 "이야~ 수고했어! 그래, 이 정도면 그냥 잘 된 거지!"

 "전단장님…. 질책하실 것 같았다고 예상했습니다만."

 "레드시프트 나온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그렇게 불러?"


 학교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대충 물어보는 줄리아. "근데 왜 내가 기분 나빠할 것 같았는데?"


 "명백한 실책이지 않습니까, 우린 한솔도 잉그리드도 잃었고…."

 "뭘 그런 걸 갖고. 애초에 거기서 아무도 잃지 않을 능력이 있었다면 네 이름이 카이사르겠지, 에스테로사일까?"


 유나의 앞에선 만족할만한 결과였다고 자평했지만, 그걸 코치 앞에서 말했다간 지적을 받을 걸로 예상하여 겸손한 척을 하는 에스테로사였다. 하지만 반응은 평상시의 줄리아답달까, 그렇게 따지지도 않았다.


 "블루시프트 단장 후보, 네가 싸웠던 치후유가 얼마나 강한 적이었다고 생각해?"


 "…잘은 모르겠습니다."

 "뭐야, 은근히 둔하네? 어쩌면 유나를 리더로 맡길 걸 그랬었나?"


 줄리아는 하품을 하며 말했다. "하아암…. 잘 들어, 선생들 사이에선 누구나 알지만, 너희둘 중에선 레이가 제일 강해. 그 바로 밑이 누군지 알아? 대충 코치들 의견은 치후유로 통해."


 "……."


 "고작 D급인데, 일반인이랑 거의 똑같은데도 실적으로 증명했었지. 걔 실력은 진짜야. 그런데 넌 혼자서 그 치후유를 막았어. 여태까지 너희 둘이 겨뤄봤던 적이 없으니까 나도 내심 조마조마 했었는데, 어쩌면 진짜 너희가 우승할지도 모르겠네."


 "그럴까요?"

 "그래. 그리고 그 치후유가 없던 게 뭔지 알아?"


 "유나군요."

 "유나… 맞는 말이지만, 나는 지휘능력 말한 거야. 너는 핵심전력인 유나와 자기 자신을 살려내었어. 저쪽은? 리더인 치나츠하고 그나마 강했던 불꽃남을 잃었지. 일견 무승부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평가하면 전술적인 승리라고 할 수 있어."


 "……."

 "여기서 유일하게 레이를 단독으로 이길 수 있는 스나이퍼는 우리 유나 밖에 없어. 어쨌건, 오늘 내가 해줄 말은 여기까지고… 너무 부담 갖지는 마. 이겨도 져도 신경은 안 쓰니까. 아! 다만…."


 "다만…?"

 "우리 단장 후보가 이기면, 원하는 만큼 파르페 사줄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줄리아는 통신을 끊겄다.


 "아니… 파르페 정도야 제 돈으로 사먹어도 되지 않습니까." 얼떨떨한 표정으로 중얼거린 에스테로사는 갑자기 피식 웃었다. "그래, 그것도 이 작은 토너먼트의 승리와 영광의 보상이라고 한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군."


 옆에서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유나도 말했다. "파르페! 원하는 만큼 사준다고 했지?" "응, 코치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민초 파르페! 민초 파르페!"


 "아, 아하하…."


 '원래 마녀들의 입맛이 특이한 것일까, 아니면 유나만 특이한 걸까… 도대체 왜 그런 괴식을?'


 한편, 2팀은 1팀과 함께 폐주차장에 진지를 차렸다. 초조하게 고민하던 서윤은 외부에서 우릴 쫓는 팀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밖을 정찰하겠다며 유진만을 남겨두고 떠났었다.


 그것은 섬 전역에 탈락자가 계속해서 발표됬기 때문이다. 다른 팀들이 서로 죽이고 죽이며 점수를 얻고 있다. 시험 진행이 가속화가 된다는 것을 의미했고, 앞서 그녀가 모두에게 설명했듯 이는 서윤 자신의 팀에겐 불리했다.


 그리고 방금, 치나츠가 탈락됬단 소리가 울렸다.


 '탈락자의 명단을 본다면… 당연히 양한솔이 있는 5팀하고 미나토가 있는 6팀하고 싸웠던 것이겠지. 치나츠가 떨어진 건 유나가 뒤쫓아서 죽인 건가, 아니라면 다른 팀과 마주쳤던 건가….'


 통신기를 써서 코치에게 물어 확인한 서윤은 얼굴이 굳어졌다.


 '안 좋아… 우린 기껏해야 1점. 5팀과 6팀은 서로 손실을 입었어도 2점이야. 게다가 저쪽 둘은 자기 팀의 에이스를 잃은 것도 아냐. 저런 전력이면 후반부에도 힘 좀 쓰겠지.'


 "모두, 저기 보이는 건물의 옥상까지 올라가자."


 소빈이 물었다. "…무슨 이유라도 있어?"


 샤오린이 설명했다. "별 거 없어. 대장은 섬 일대를 확인하고 싶은 거야."


 망원경을 통해 주위를 둘러본 서윤은 자신의 행운을 믿지 못했다.


 '저건… 옌과 시엘? 둘이 강하다곤 하나 자기 팀원들을 떼어두고 해변에서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다니!'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근데 그딴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흥분을 감추질 못하고, 샤오린을 불러 저격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무리야, 대장. 이것은 애초 페인트 탄이고, 또 상대는 카운터야. 쟤들은 결투 중이라 서로 체력이 많이 깎이긴 했지만, 내 총으로 죽이려면 십몇 발은 맞춰야 할 거 같은데… 학생회장이 가만히 다 맞아줄리도 없겠지?"


 "…그것도 그렇지."


 소빈이 제안했다. "루크레시아를 끝냈을 때처럼 최대한 가까이 가서 화력을 쏟아붓는 것이 답일지도 몰라."


 서윤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그럴지도 몰라. 그래, 그렇게 하자. 서둘러!"


 약속은 약속이다.


 하얀 반달이 모래사장을 비추는 저녁. 과정은 기묘하나 어쨌건 흑동의 문주와 백서의 도전자가 서로를 마주보고 칼날을 겨누고 있었다. 어떤 심리전도 없이, 단지 서로의 실력을… 아니, 그 이상의 무언가를 견주기 위한 싸움.


 낮의 동굴에서 있던 싸움과 격이 달랐다. 경공을 써서 발을 휘저어 공중에서 날며, 보법을 통해서 도약을 통해 상대의 약점을 찌른다. 이렇게 태풍처럼 몰아쳐도 시엘은 전혀 숨을 고르지 않았다. 외공과 내공의 정갈한 조화를 이뤘던 그녀에겐 이런 움직임에 지칠 이유도 없던 것이었다.


 반면, 옌은 그렇게 현란한 움직임을 보여주진 못해도, 광풍이 자신을 옭아매질 못하도록 손과 발을 놀리었다.


 둘은 진심이다.


 칼과 칼이 부딪치는 소리.


 잔상조차 보이질 않는 빠른 움직임.


 침식체 상대가 아니라면 아카데미의 누구라도 소도 하나만 꺼내 상대하던 옌이, 지금은 이도류 검술로 전력으로 맞서고 있었다. 시엘을 상대로는 적당히 싸울 수도 없었다.


 "빈틈!"


 옌은 움직임을 읽어 시엘에게 붙도록 발을 튕겼다.


 몇 분 넘게 싸우도록 탐색전을 마친 그녀들도 어떻게 싸워야만 이길지 감을 알아챈 거다. 초근접전에선 소도를 쓰는 옌이 유리했고, 그보다 멀어지면 리치 때문에 시엘이 유리했다.


 그리고 시엘이 휘두르는 칼을, 옌은 한쪽 칼날로 쳐내곤….


 "……!"


 다른 팔로 찔러넣었다!


 "웃…!"


 애초 여러가지 기술들을 쓸 줄 알았던 옌이지만 지금은 아예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직감적인 확신이 들었다. 옌의 오의, 무형검무 같은 복잡한 현란한 기술은 시엘 상대로는 그냥 막혀질 것이며 오직 자신만 지치게 만들 것이다.


 여기서는 순수한 검술로만 겨루지 않으면 안 되는 거다.


 "…역시, 그대는 내가 눈여겨 본 사람이오."

 "저도, 인간을 상대로 이렇게 진심으로 싸워본 적은 정말로 오랜만이군요."


 벌과 같이 천공에서 춤추던 그녀들이 무릎을 꿇으며 땅에 착지했다.


 옌은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었지만, 습관적으로 칼날의 예리함을 손끝으로 확인하던 도중 착각임을 깨달았다. 확실히 시엘의 어깨에 부착된 장치를 보면 방금의 일격은 꽤나 크게 먹혔다.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옌의 소도 자체도 날에 코팅이 되있어, 실질적인 피해를 주지 못했었던 거다.


 옌은 분명히 시엘의 배에, 그리고 기가 통하는 혈맥에다가 날을 찔러넣었다. 중심이 어그러져 더이상 기공술을 사용하지도 못했어야 했지만, 애초에 검이 무디어 날을 매개체로 흘려넣지를 못했기에 시엘은 멀쩡했다.


 단지 가상적인 체력만 줄어들은 거다.


 '이번 결투의 특수성 때문에… 제가 완전히 졌군요.'


 그리고 옌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더이상 싸워도 의미는 없겠지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오?"

 "애초부터 저에게 불리했던 승부였습니다."

 "무슨 뜻인지 본녀는… 설마."


 시엘도 그때 옌이 의미한 걸 깨달았다.


 방금의 그 공격은 치명타였다. 하지만 그걸 맞고도 유효타가 아닌 것처럼 멀쩡한 거다.


 "그래… 꽤나 안타까운 일이로군. 무대를 잘못 골랐지."

 "……."


 옌은 검집에 칼날을 넣곤,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변명하며 승자를 축하해주지 않는 것은 추하겠지요. 당신의 승리입니다."


 "…본녀는…."


 시엘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이걸 정말로 원한 것이었는진 모르겠다오."


 그러면서 모래 위에 앉는 시엘. 옌도 옆에 같이 앉으며 물었다. "저를 이기고 싶어한 것이 아니었나요?"


 "……."

 "표리부동하군요."

 "어째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오?"


 옌은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단순히 절 원했던 것이라면, 당신은 싸우지도 않고 항복하면 됬어요. 아닌가요?"


 "그건…."


 시엘은 달을 보면서 읊조리듯 말했다. "우리는 무인이요. 그것이 우리의 업이자, 인생의 길이지. 하지만 상대에게 평생을 약속하기 이전에 서로의 진심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건 해괴함의 극치라고 할 수 있을테지."


 "…음."


 "또한, 본녀는 이제 흑동의 문주요. 그런 자가 애욕에 눈이 멀어서 싸우지도 않고 항복한다? 세간이 비웃을 거요. 그리고 그대도… 그런 패배자와 어울리는 것은 싫을테지. 나는 나를 그대에 증명하고 싶었소."


 그러자 옌은 그녀의 옆에 몸을 기대면서 조용히 말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자신을 증명했습니다."


 "그렇소?"


 "하나… 청이 있습니다."


 "무엇이오?"


 "이번 시험이 끝나면 다시 도전을 해도… 웃?!"


 달빛이 비추는 저편의 숲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을 느꼈다.


 옌은, 자신도 모르게 시엘을 위해서 몸을 던졌다.


 그리고 울려퍼지는 총소리. 날카롭게 공기를 꿰뚫는 소음.


 그렇게, 시엘 대신에 총알 세례를 받은 옌은 그대로 모랫 바닥에 쓰러졌다.


 "…옌?"


 눈을 동그랗게 뜬 시엘은 뭐가 일어난 건지조차 몰라서, 그대로 쓰러진 옌을 붙잡고선 안았다. 하지만….


 그녀는, 곧 형체조차 남지 않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이런… 대체, 누가…!"


 그때.


 눈이 마주쳤다. 자기들이 하는 말소리도 들렸었다.


 애초 최적화된 기의 순환으로 감각이 극도로 민감해진 시엘이다.


 "대장, 옌이 대신 맞았는데?"

 "칫…."


 원래는 시엘을 먼저 처치하려고 했다. 학생회인 4팀은 옌을 잃어도 강적이나, 7팀은 시엘만 없어지면 양팔이 잘리는 것이다 - 성공했다면 아예 밤을 새가며 추적해 전부 탈락시킬 생각이었는데.


 서윤은 계획이 매우 틀어져서 짜증냈다. "그것보다, 쟤들 대체 뭐야? 징그럽게… 여자들끼리 결혼이라니 그런 취미가 있었나?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아, 아하하… 서윤아, 그런 애들도 있을 수 있지."

 "소빈아. 넌 내가 널 그런 눈으로 쳐다보면 좋을 거 같아?"

 "그건 좀… 좀 그렇지 않아?"


 "나도 싫어."


 "우리 팀엔 정상인만 있어서 다행이네… 진짜, 모범생인척 하고 다녔던 회장이 저딴 괴상한 성벽을 가진 줄…."


 그리고, 시엘과 서윤은 눈이 마주쳤다.


 "……."

 "얘들아."


 "서윤아?"

 "뭐, 대장?"


 "튀어. 당장."


 그리고 손바닥에 남겨진 공허함을 씁쓸히 느끼며, 시엘은 단지 서윤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단지 달을 올려볼 뿐이다.


 마치, 맹세하듯.


 "…후후."


 "이럴 줄은 몰랐는데. 동영의 무사여, 이제는 알 것 같다오. 진정 영웅들을 방해하는 피라미의 성가심이 뭔지."


 "이 정도의 불쾌함을 느꼈던 건 이제까지 없었으니… 서윤이라 했었던가. 만일 그대가 우승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면, 이제는 본녀가 그대의 방해자의 역할을 맡겠소. 긍지를 모르는 들개들이여."




 - 현황 -



 제1팀: 유미나/레인저, 주시윤/스트라이커, 노엘/스나이퍼, 펠리세트/디펜더(리더)



 제2팀: 서윤/스트라이커(리더), 김소빈/레인저, 샤오린/스나이퍼, 유진/디펜더

 점수: 2점(루크레시아, 옌.)



 제3팀: 레이/스트라이커, 샬롯/디펜더, 카일웡/스나이퍼(리더), 루크레시아 - 탈락 -



 제4팀: 옌 - 탈락 -, 이디스/스나이퍼(리더), 나이엘/스트라이커, 미카스타/레인저



 제5팀: 유나/스나이퍼, 에스테로사/디펜더(리더), 양한솔 - 탈락 -, 잉그리드 - 탈락 -

 점수: 2점(마사키, 치나츠.)



 제6팀: 치후유/스트라이커(리더), 마사키 - 탈락 -, 미나토/스나이퍼, 치나츠 - 탈락 -

 점수: 2점(양한솔, 잉그리드.)



 제7팀: 시엘/스트라이커, 아이리/디펜더, 제나/레인저, 린시엔/스나이퍼(리더)




 이것으로, 시험의 첫날이 종료되었다. 그 날, 특별히 다른 활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모니터 룸에서 카메라를 여기저기 돌리면서 실시간으로 전투상황을 보여주는 실비아와, 그녀의 옆에서 여러가지 코멘팅을 하며 녹화했던 캐시. 수고했다며 알렌이 둘에게도 야식을 가져다줬다.


 피자 빵을 씹으며 실비아가 중얼거렸다. "카일 녀석, 꼴사납게 이게 뭐야? 그냥 멍하니 당하기만 했잖아."


 알렌의 옆에서 짐을 거들던 루크도 한숨을 쉬었다. "그러게… 그땐 우리가 미나들을 탈락시키고 재빠르게 4점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했는데."


 다만 알렌은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선 무관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실전도 아닌 이런 시험의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마라."


 "아니, 할 수 밖에 없죠? 코치 님은…."

 "침식체들은 이런 전술을 쓰지 않아. 실전과 양상이 다르니 신경써야만 할 것도 아니다."


 옆에서 가만히 듣던 캐시도 묘하게 맞다고 생각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하루만 해도 진짜 조난당한 느낌보단, 그냥 각자 원하는 대로 날뛰는 시합의 성격이 강했다.


 "뭐, 어쨌건 레이도 아직 남아있으니까."


 루크가 손뼉을 쳤다. "맞아, 레이 혼자서 쟤들 전부다 이길 수 있을 거예요!"


 "…그럴지도."


 알렌은 나가면서 말했다. "아무튼, 너희도 일이 끝났으면 휴식을 취하도록. 내일도 아침부터 일해야 하니까 커피 같은 거 마시지 말고."


 교장실.


 화면을 통해서 모든 것을 보고있던 교장, 그의 옆에 즈외유즈를 들고 서있는 교감.


 "클라레스, 여기까진 어떻게 생각하나?"


 "어떻게고 뭐고… 딱 평범한 학생들 수준이 아닌가." 클라레스는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런데 현자여… 언제까지 이 광대짓을 계속할 셈이지?"


 "광대짓?"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낙원을 만들고 싶다… 네녀석의 바램이다. 하지만 깨어나지 않는 꿈이란 - 결국 존재하지 않아."


 "……."


 클라레스는 책상을 손바닥으로 누르며 팔을 대고선, 몸을 기울여 눈빛을 맞췄다.


 "피학의 마왕도, 지식의 마왕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과 비교하지도 못할 정도로 엄청난 힘을 자랑하는 초월의 마왕조차…."


 "네헤모트."

 "그래."


 "…알고 있어. 언젠가는… 하지만, 지금은 그 때가 아냐."


 "……."


 교장은 모니터를 끄고서, 단지 일어나 창문 바깥을 봤다.


 클라레스는 팔짱을 끼고는 물었다. "나도 모르는 뭔가를 읽을 수 있는 건가?"


 "아니, 나는 단지… 시간을 읽을 뿐이지. 탐미엘도, 관리자도, 네헤모트도, 레이도, 가아그셰블라도, 세라펠도, 클라레스도… 우린 모두 거대한 흐름의 일부에 지나지 않아. 서로가 그곳에 있는 이상, 때는 결국 맞물리며 어떤 예견된 정해진 모습을 향할 뿐이니까."


 "……."


 클라레스는 눈을 감으며 한숨을 쉬었다. "변함없이 너는 자신만이 아는 얘기만 하는 군. 재미 없다."


 "하하, 미안하네. 그건…"


 교장은 몸을 돌리며 눈을 마주쳤다. "그건, 예전부터 가진 버릇이었기에 이젠 고칠 수도 없어."


 그리고.


 오늘 데이터를 직접 보고하기 위해서 파일을 갖고 들어오려고 하다 문 너머에서 얘기를 엿들은 카린은.


 무언가 자신이 알 것 같은, 그렇지만 잘 기억이 나질 않는 단어에 매우 혼란스러워했다.


 '…관리자? 가아그셰블라… 세라펠…?'


 그런 그녀의 뒤로, 조용히 나유빈과 주시영이 다가왔다.


 "카린 선생님. 잠깐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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