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시즌의 가은이었던 나는 오늘도 카챈에서 할배들을 욕하고 난 뒤 깔깔 웃으며 카운터 사이드를 켰다.


내가 좋아하는 힐데 마망이 눈에 처음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쓰레기라고 했지만 나는 힐데 마망이 마음에 들었기에 종신계약도 해주었고 레벨 110까지 했다.


나는 나를 웃으며 반겨주는 힐데 마망을 뒤로 한 채, 오랜만에 스토리 뽕을 받기 위해 스토리 도감을 켰다.




...이상하다.


내 눈이 침침해진걸까.

아니, 아니다.


어느정도 나이를 먹었다곤 해도 아직 눈이 침침해질만큼의 나이는 되지 않았다.


그러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건 대체 무엇일까.






"...98%?"


손과 발이 떨린다.

놀란 가슴은 진정되지 않고 등에는 오로지 싸늘한 감각만이 멤돈다.


그럴리가 없다. 이럴리가 없다.


눈앞의 말도 안되는 이질적인 숫자가 내 눈을 의심케 한다.


이윽고 왼쪽의 이벤트 이름을 본 순간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발렌타인 이벤트를 봤다고?


아니, 그것보다 더욱 궁금한 건.



발렌타인에서 류금태가 운영을 한 걸 전부 보고도... 새학기의 스킨을 보고도, 새학기의 운영을 보고도, 크로스로드 이벤트에 복귀를 했다고?



믿을 수가 없다.

그 어느 병신새끼라도 이 정도로 병신은 아닐터다.


그래, 이건 분명 내 계정이 아닐거다. 분명 다른 사람의 계정이겠지.


도감을 끈 뒤, 메인화면으로 나가자마자 보인 것은




레벨 110의 종신 계약을 맺은 힐데였다.




....아니다. 이것만으로는 내 계정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힐데를 110까지 키운 사람은 많으니까.


이게 만약 내 진짜 계정이라면....


힐데의 전용장비 강화 레벨이 10 일거다.


110까지 키운 사람은 많지만, 전용 장비 강화까지 10찍은 사람은 없다시피 했으니까.


나는 관리부에 들어가 힐데를 누르려 했다.


...두렵다.


이것이 만약 내 진정한 계정이라면 미쳐버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닐거다. 

아닐거라 믿는다.


분명 내 기억속에서의 나는 그런 미친놈이 아니었ㅡ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나는 바닥에 누워있었다.


정신을 잃어버린건가.


....아무래도 나는 발렌타인 때부터 게임을 시작한 것 같다.


그렇다면 내 기억속의 '여름 시즌'부터 시작했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떠올리려 해도 머리속의 잔재들은 허락해주지 않았다.



우선 도감을 다시 켰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도감에 다가갔다.



'그래, 분명 나는 이벤트를 하던 도중 이 게임이 개병신겜이라는 걸 알고 중간에 이벤트를 그만두었을거다.'



나는 마음 속 한켠의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한 채, 마치 현실을 회피하는듯한 생각을 하며 도감의 이벤트를 하나하나씩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벤트를








하나하나








볼 때마다







점점







현실을








깨달았다.



















-PROLOGUE [미친놈, 김카붕]


END










-NEXT TITLE [할아버지 따라가는 김카붕]


보시겠습니까? [YES/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