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Black barroca




1회 보러가기







https://www.youtube.com/watch?v=Gg5kZOhSEJk&list=PLoRyB3OVL7hH4GWwXBNjNMaPG3b1VGJdY&index=3






똑같았다. 집에 와서 비 맞은 몸을 씻고, 나오면 남자가 말려준다.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든다. 저린 손발이 있지만 그래도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진다.


아무 말도 안 했지만, 그 이후로.

아무 말도 없었지만.


달라진 건 없었지만.



그래도 뭔가가 부드러워졌다는 걸 느꼈다.



아침에 일어나면, 남자는 언제나랑 똑같이 그 영상을 보고 자고 있다. 그랬다. 그런데, 어제부터인가부터는 일어나있다.


밥을 먹은 뒤에는, 세수하라고 양치하라고 말한 뒤에 집을 나선다. 그러면 나는 할 게 없어서 뒹굴다. 설거지하고, TV를 켠다. 그 여자가 나오면 돌린다. 


여러 가지가 나온다. 헨델이 돌아오면, 그걸 말한다. 우기에 쌓인 물. 하늘을 비추듯이 반짝이는 소금 사막. 그라운드 2에서의 불꽃놀이. 그로니아의 전승축제. 음악이 퍼져나오는 축제. 샤레이드의 눈 축제. 초코 밀크 약과 탕후루. 


그건 이쁘겠네.

곧 여기서도 할 걸?

음악은 잘 모르겠는데.

여긴 눈이 잘 안 내리지.

이 썩어.


머리를 빗으며, 여러 가지 말이 왔다 갔다. 그게 좋았다. 그런 뒤에, 한 마디.



“슬슬 미용실을 가는 게 좋을 거 같네.”




왜? 라고 물어보면, 헨델은 에센스가 발라진 손으로 답한다. 너무 길어. 집에서 관리하기에는. 그런가. 


그러면, 네가 잘라 줘.


미용실 같은 곳은 싫어. 지식으로는 알고 있지만, 가면 또 그 쇼핑몰 점원처럼 꼬치꼬치 캐물을 거 같으니까.



내가? 난 그런 거 못하는데.

이씨, 해달라고.


그렇게 주말. 화장실에서 자른 머리. 허리 너머까지 오던 머리가 어깨까지 온다. 신기 해. 머리 그 자체가 엄청나게 가벼워졌어. 응. 그러네. 거울 앞의 나는, 그 여자랑 여전히 닮았지만, 그 여자처럼 보이지는 않아.



왤케 잘해?

그냥 자른거야. 디테일은 엉망일걸.




아닌데? 괜찮아. 당사자가 만족스러우면 된 거지.




흐른다. 흘러. 아아, 설거지도 지루해지면 모자를 쓰고 바깥으로. 근처 쓰레기장의 고약한 냄새를 지나서 앞의 편의점으로 간다. 아이스크림을 사서 기다리다 보면, 4시. 30분 뒤면 헨델이 언덕을 올라오기 시작한다.


너, 조심해야지 왜 나와.



맞는 말이다. 응 그치만, 심심한걸. 대화할 상대가 없으니까. 언덕을 오르다가, 가드레일 위로 뛰어서 올라간다. 읏차, 중심을 잡으려고 양팔을 펼치면 헨델이 옆에서 야야. 하고, 말리려다가 만다.



왜? 나 카운터라서 이 정도는 아무 문제 없거든.

그게 아니라⋯



헨델이 내 스커트를 가리킨다. 아⋯역시 변태 새끼야.

어, 어어어. 하고 중심이 무너진다. 그러자 나한테 다가오는 헨델. 얼마든지 다시 설 수 있으면서, 그 품에 안긴다.



헨델도 알고 있는 눈치지만, 뭐 어때.

그렇게 다시 서서 걷는다. 언덕 위로.



뭐 먹고 싶어?

어⋯




TV에서 본 거 나와라⋯ 음, 어, 그러니까. 돼지고기 탕후루? 하고 말하면 나를 한참을 내려다본다.







돈가스를 먹고, 아이스크림도 또 먹는다. 이번에는 벌집이 올라간 거. 옆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바닥에 앉아서 우는 여자아이가 보인다. 보여서, 내 걸 주려고 가니까. 헨델이 웃는다.




웃었다.

아니, 야, 너도 떼써서 사달라고 한 주제에.

아니거든?




여자아이한테 가서 먹던 아이스크림을 건넨다.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날 제지한다. 더러워 지지야.

응? 하는 와중이 헨델이 와서 날 데려간다.




아, 흐른다.

흐르고 흐른다.








감정이란, 마음이란 굉장한 거구나. 한 번 쏟아내고 나니까 모든 게 반짝여. 반짝반짝, 그다음에 이어질 일도 막연히 괜찮을 거라고. 후련해서.





양치해.

단 거 먹고 나면 이상해.




알고 있는데.

칫솔을 든다. 아로로로로로록, 하고 내뱉는다.



알고 있었는데.






붉은 타액이, 철 내음이 히말라야 어쩌고 소금과 함께 세면대를 미끄러진다.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멋져.

불꽃놀이 이야기로 잘 때까지 떠드니까 헨델이 데려가 준 뒷 산. 무슨 산을 데려와. 골탕 먹이려는 거지하고 몇 번이나 말한 뒤에 겨우 도착한 정상. 나무 사이로 보이는 그라운드 원의 전경.


중심가를 둘러싸는 호수에서 피어오르는 불꽃.

환하게 터지는 빛. 그 불을 봤다.



창가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잖아.



라는 말을 무시하고 달라붙어 본 상어. 갑자기 입을 벌리니까 무서워서, 소리를 지르니 내 입을 막는 헨델. 응응.

그랬었지.




TV에서 하도 광고가 나오길래 떼써서 온 영화관.

도중에 지루해져서 잠들었지만, 헨델은 끝까지 다 본 모양인지 눈이 붉게 물들었다. 우냐고 놀리니까, 화장실 간다고 했었지.

응응.

그랬었지.




흐른다.




알고 있었는데.



전부 흐른다.








-알려드립니다. 현재 기상조절기 긴급 점검으로 비가 쏟아질 예정⋯



그건 미리 말하라고. 하면서 서로 뛰었던 언덕. 겨우겨우 현관에 도착해서 웃었다. 생각해보니, 비를 맞는 일이 꽤 많았지. 헨델은 흐, 하고 코웃음 뒤에 내 머리를 가볍게 친다. 이게? 하고 쫓아가면 이미 화장실로 도망갔다. 아, 내가 먼저 씻으려고 했는데.






거실 소파에 앉았다.

졸려. 하지만 헨델 옆에 앉았다. TV에서는 별 이상한 게 다 흘러나온다. 잘 모르겠다.



내일은⋯




내일은 모처럼 금요일이니까.

어디 가지?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그러게, 어디로 가지.








너, 울고 있어.





그랬다. 이마를 덮은 갈색 반곱슬머리 아래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이, 떨고 있었다.

TV 화면을 본다. 슬픈 게 나왔나?





비가 내려서 그래.




아, 그래?








다음엔 어딜 가지?





어디를 가면 더 기뻐할까.





어디라도 괜찮아.





그 말에 비가 내린다.

미안, 조금 쉴게.

그 말에 내려앉는 고개. 내 어깨에 내려앉은 머리.


축축해.

나보고는 빨리 말리라고 하는 주제에.



손을 잡는다. 어린아이처럼, 쥐어 들어오는 가락. 가슴이 콩콩, 콩콩, 하지만 따뜻하다. 나와 다른, 하지만 같은 온도. 시계는 7시. 그러고 보니, 나 헨델이 이런 시간에 자는 건 처음 보는 거 같은데.




음, 뭐. 오늘은 봐줬다.

그 야한 영상도 계속 보면 질리지?










호흡이 점점 가늘어진다.












“지아야⋯”
















원제

블랙 바로크

-9














“또 시리얼을⋯ 보수라면 받았잖아.”



어두운 방에 들어서자, 먼지가 파고든다. 그 먼지투성이 테이블 위에서 한 여자가 시리얼을 먹고 있다. 남자가 들어왔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먹고 있다.



“후우⋯”




깊은 한숨. 강민우는 검은 비니를 벗는다. 땀에 젖은 머리칼이 흔들리고, 먼지로 가득한 테이블 위로 먼지를 흩뿌린다.



“돈이라면 받았지. 더러운 돈을.”

“후⋯이유리. 네가 말하는 건 알아. 하지만 우리로서는⋯”



“응, 맞아. 어쩔 수 없었지. 이 난민 구역에서 활개 치는 카운터 범죄자들. 힘만 믿고, 우리들의 뼈를 발라 먹는 양아치들.

그 배때기까지 기어올라 기어코 내장을 파먹는 쥐새끼가 우리들이잖아?”



스푼이 멈추지 않는다. 비니를 벗은 남자는 후우, 하고 담배를 꺼내려다 멈춘다. 실내였다.

 이유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가시였다. 장미의 줄기처럼, 찌르고 있다. 그건 비단 남자를 향한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그 행위를 한 것은 이유리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일이야?”



스푼이 멈춘다.




“아니, 일은 아냐. 그냥, 남은 식료품을 전해주러 온 거야.”

“유품이구나.”

“⋯”



달그락, 달그락. 접시 위를 부딪치는 스푼 소리.

식료품이 유품일 리는 없다. 죽고 사람이 없어진 집에 남아있던 것 빼고는. 이유리는 다시 스푼을 움직인다.




“웃긴 세상이야. 사람이 오늘내일 먹을 식료품보다, 총알 더 구하기 쉬워. 죽이러 들어갔던 관리국 직할령이랑 딴판이야. 그래서 그 자식들은 기를 쓰고 직할령으로 들어가려고 하는가 보네.”




“⋯이유리. 들어 봐. 네가 힘들어한다는 거 알아. 나도⋯”

“나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우리 덕분에⋯”



-우우우웅.

-우우우웅.




“미안. 잠시만.”



남자는 단말기를 꺼내 든다. 이 번호는 전에 받은 적 있는 번호다. 그러니 받으며, 그 이름을 말한다.



“헨델인가?”

“어, 헨델이다.”


내용은 알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요청을 했었으니까. 하지만⋯


“우리로서도 도와주고 싶지만, 너도 알다시피 최근 그라운드 원의 경계가 심해져서 어지간해서는⋯”

“알고 있어. 그래서 햄스워드쪽에 물건을 부탁해뒀어.”


그 영감탱이가. 이 미친놈에게 또 쓸데없는 짓을, 하고 강민우는 입술을 훑는다.



“⋯진짜, 하려고? 괜찮겠어? 외벽을 날려버린다는 건.”

“그 정도 소란이 아니면, 죽이러 들어 올 수가 없잖아.”

“⋯흠, 돈은? 그만한 물건이면 상당한⋯”

“돈은 걱정 마. 대체할 만한 건 준비할 거야.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래. 관리국 직할령. 무려 그라운드 원의 외벽을 파괴할 폭탄? 그런 게 있었다면 진작 테러의 표적이 되었을 거다. 있다 한들 규모와 몰래 설치할 인력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햄스워드는 괴짜이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헨델은 그라운드 원에 살고 있다. 분명히, 내벽 건설 현장이라고 했나. 그렇다면 가능성은 있겠지. 다만⋯


“어디서 빌리기라도 한 모양이지?”

“아니, 그 투자기금에서도 빌리진 못했거든. 대신에⋯”





“대체할 만한 걸 찾았거든.”






“⋯그래, 기대하지. 준비되면 말해 줘.”



전화를 끊는다.

남자는 알고 있다. 이 헨델이라는 작자의 분노를, 처음부터 끝까지. 미친놈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 긴 세월 동안 불태울 수 없다. 왜냐하면⋯





“카운터 범죄자야?”

“어. 하지만 이유리. 너도 알다시피 우리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라운드 원의 경계가 심해졌어. 쉽사리 들어갈 수는 없으니까⋯”


“간만에, 카운터 범죄자네. 진짜, 범죄자.”




“⋯그래. 그렇네.”







그도 이미 닳아버렸다. 카운터 범죄자들을 일벌 하기 위해 만든, 난민 구역에서의 자치 조직. 세상이 벌하지 않는다면 우리라도 벌하겠다고 만든 민병대는 지금, 막다른 길에 몰려있다. 성냥팔이를 잡은 것까지는 좋았다. 아니, 좋지 않았다. 최지훈을 잃은 것은 스토퍼를 잃어버린 것과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을 설명할 수 없다.



남자는, 지금, 살아남기 위해서⋯




카운터 범죄자가 아닌, 일반인도 죽이고 있으니까.

대의가 그저 사적제재의 수단으로만 쓰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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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LmYf9N5wSR4&list=PLoRyB3OVL7hH4GWwXBNjNMaPG3b1VGJdY&index=85













-3년 전.

-그라운드 2. 카운터 전용 교도소. B-34.







“모처럼의 면회인데, 참 오래도 기다리게 하는구나.”



면회, 면회라. 흐흐흐, 그래 누가 오나 했더니 이 년인가. 면회실에 앉은 여자. 40대는 훌쩍 넘었겠지만, 이제 3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얼굴. 하지만 관리했다고 하지만 쳐지기 시작한 눈두덩과 입가. 우아하게 웨이브 진 검은색 머리칼과 재킷으로 가리고 있지만 알만하군.



별로 의외랄 것도 없네.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이라니? 가족이 가족을 면회 올 수도 있지 않니?”



뭐?



“하, 하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 하하하하하.”



“기분 좋아 보여서 다행이네. 자, 이거. 요새 유행한다는 불족발이란다.”



테이블 위로 차려진 불족발. 아니, 잠깐 웃음이 안 멈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너나 먹어. 미친 할망구야.”




“입버릇 하곤⋯가정교육이 제대로 안 된 모양이네. 하긴, 교육을 해줄 가정이란 게 없었던가?”

“이 씨발년이 아가리 찣기고 싶어?”




철컥, 뒤에서 총이 겨눠지는 소리.

할망구가 웃으며 손을 들자, 내려간다.




“자, 어서 들렴. 너 때문에 일부러 포장까지 해왔단다.”

“흐, 용건이나 말해. 뭐 알만하지만.”



그래, 어차피 승계권 바깥의 여자. 이뤄놓은 것도 없고, 까먹기만 한 도박중독자. 그 여자가 복역 중인 날 만나러 왔다? 이유는 뭐 뻔하지.



“흐음, 초읽기는 시작도 안 했는데 급하기는.”

“바흐, 난 말이지. 아버지의 모든 걸 빼앗을 생각이란다.”



되겠냐 그게.



“도박에 이어 약까지 했어? 싸구려로 했나 보네. 이까지 올 수 있는 거 보면. 진짜 죽이는 거 소개해 줘? 똥오줌 다 지리면서 천국 간다?”

“너도 어리구나. 아직 상황이 이해가 안 되니?”

“뭐?”



“내가, 왜, 어떻게,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을까?”




가만, 이 여자는 분명히. 연이은 사업 실패로 그 늙은이가 감옥에 보내버렸을 텐데.


왜 여기에 있지? 당당하게. 설마.


“이건, 지금의 모습으로는 마지막 인사야. 그리고 내 마지막 가족애고.”

“하, 그쪽 감방에서 좋은 친구들 많이 사귀셨나 보네. 좋겠네. 여기는 살인 강간에 약쟁이밖에 없는데 말이지.”

“넌 모르겠지만, 난 네가 꽤 맘에 든단다. 우리 둘 다, 내놓은 오리알이잖니? 그리고 넌 적어도 세실리아처럼⋯”




“물정 모르는 바보는 아니니까.”




“그년으로 골랐다 이거구만.”




도발인가. 하필이면, 세실리아라⋯하, 뭐 좋아.





“그래서 나한테 뭘 시키려고? 말해두지만, 난 내놓은 오리알 수준이 아닐 건데?”

“신지아.”

“신지아?”



아아, 그⋯손녀딸인가 뭔가인가.

본 적은 없다. 매스컴에서 나오는 건 몇 번 봤지만.

회장이 총애했던 모양이지만, 사실상 신동혁이 회장 대리가 되고 나서는 뭐⋯




“그래, 난 그 년이 싫어.”

“걔도 당신 싫어할걸? 아~ 듣자니 걔한테 체스를 졌다던가 당신?”

“그건⋯! 방심, 봐준 거고!”



일어섰다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큼큼하며 다시 앉는다. 알만하네. 이러네, 중책 같은 걸 못 맡지.



“아버지가 그 애로 뭘 꾸몄는지 들으면, 너도 내 계획에 동참하고 싶을걸? 후후훗.”

“어차피 팽 당할 거 다 아는데, 들어가는 바보 있나 보지? 아~ 그거 당신이었네. 유명한 호구잖아. 저번엔 미술관, 이번엔 어떤 걸 도박으로 날리시려나. 가지고 계신 거 빤쥬 한 장 뿐이지 않으신가?”





“뭐, 그래도 너한테 맡길 거야. 바흐.”



솔직히, 놀랐다.

이런 인물인 줄은 몰랐으니까. 아니지, 이건 자신감이다. 어지간하면 도발에 넘어올 텐데, 자신이 세운 계획에 일말의 불안조차 없는 거다. 그러니, 뭘 말하든 밀어붙일 셈이겠지.





“그래 뭐, 좋아. 그래봐야 깜빵에 있는지라 할 수 있는 건 없지만.”

“훗, 농담도. 그럼, 콜이라고 알아들을게. 자, 먹으렴.”




몇 가지. 내가 살면서 느낀 게 몇 가지 있다. 하나는 사람을 믿지 말 것과 절대로 자신이 남보다 앞서 있다고 자만하지 말 것.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머리 위에 있다고 하는 순간, 그 머리에 가로막혀 내 발밑이 보이지 않게 되는 법이니까.


실제로 그 발밑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나다.


여자는 내가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자, 음? 하고 고개를 갸웃. 하하, 확실히. 저 모습을 그 세실리아라고 생각하니 귀엽긴 하겠다는 생각은 드네.



“왜, 독이라도 들었을까 봐? 아휴, 그럼 내가 먼저 먹어보마.”



흘러내리는 옆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한 젓가락.

씹으며, 자연스레 볼로 올라가는 손.

음, 하고 웃는 얼굴.



할망구가, 액션은 소녀 같네.



나도 젓가락을 든다. 사식은 처음이긴 하니까.

음, 불족발이라. 매워 보이긴 하네.

그럼 어디⋯



“악! 꺄아아악! 잠깐, 잠깐, 물. 물. 매웟! 아흐흐흐흐! 뭐야 이거, 왜 이렇게 매워! 흐으으으, 우유.우유우유우유. 여기 우유 없어요?”


“얘얘얘얘, 바흐 이거 너무 맵⋯아으으윽, 으으윽! 우유 안 팔아요?!”


일어서서 난리도 아니구만. 면회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교도관을 손짓하며, 부르는 모습 좀 봐.


“여기는 면회실이라 그런 건⋯”


“아! 됐으니까 돈 줄 테니까, 우유우유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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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시간 3시간. 보지팡팡이 갈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