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주말챈에 올리는 예하 순애물) 하나의 연인, 열의 타인 -1- - 카운터사이드 채널 (arc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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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끝났군. 시간 내에 끝나서 다행이야. 도와줘서 고맙네.”

 

“무얼.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일이니 감사를 표할 필요는 없다.”

 

적의는 딱히 없었지만 그렇다고 전혀 친밀하지도 않은, 딱딱한 말투에 관리자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지만, 모르스는 못 본체 했다. 업무를 조금 도와주기는 했다만, 그녀의 존재 이유는 어디까지나 아우드라…타기리온의 견제였으니. 이 이상 친해질 필요는 없다.

 

“음, 아무래도 내가 첫인상을 거하게 망친 모양이군…그래, 잠시 산책이라도 하겠나?”

 

“별로. 나를 배려하는 것이라면 필요치 않다. 다만 부탁을 들어줄 수 있다면 내 검과 갑옷을 돌려주었으면 하는구나. 너무 오래 쉬면 기교마저 녹슬까 걱정이니.”

 

“음…그래, 지금 산책을 하고 나면, 검과 갑옷을 돌려주도록 하지.”

 

모르스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 둘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군.”

 

“말했잖나. 자네의 몸과 정신을 추스린 다음에 싸움에 대해 이야기하겠다고. 멀쩡히 바깥을 돌아다닐 수 있다면, 가벼운 운동 정도는 괜찮다는 의미겠지.”

 

“무슨 그런 억지가…아니, 되었다. 그래, 어울려주마. 다만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이 능글맞은 남자와 말싸움을 해 봤자 의미가 없다는 것을 빠르게 깨달은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만.”

 

“또 뭔가.”

 

조금 짜증이 난 모르스가 날카롭게 되묻자, 관리자는 그녀를 가리켰다.

 

“그 차림으로 밖에 나가려는 건가? 옷을 준비해줄 테니, 갈아입고 나오시게.”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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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복 차림으로 갈아입은 모르스와 관리자는 나란히 그라운드 원을 거닐었다. 모르스가 이번 세계에 온 지는 제법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역병의 균열이 저리 있는데도 걱정없이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낯설었다.

 

“…역병의 근원이 버젓이 있는데도, 이곳의 사람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듯 하구나.”

 

“음, 생긴 게 저렇긴 해도, 어지간해선 별 일 없다네. 이곳 특성상 침식체가 나와도 근방에 깔린 태스크포스가 대응하기 쉽기도 하고. 그러니 다들 그러려니 하고 사는 거지.”

 

“…엘리시온의 신민들도, 그리할 수 있었다면 좋으련만.”

 

회한의 잠긴 얼굴로 나지막히 중얼거리는 그녀를 본 관리자는 그녀의 얼굴 바로 옆에서 박수를 쳤다. 깜짝 놀란 모르스는 고개를 올려 그를 노려보았다. 그 와중에 키는 또 쓸데없이 커서 딱히 장신은 아니었던 그녀의 목이 아플 정도였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지?”

 

“또 암울한 생각에 잠긴 게 보여서 말이야. 사람이 자꾸 부정적인 생각만 하면 건강에 안 좋다네. 기왕 분위기 전환하러 외출했는데, 가뜩이나 환자인 사람이 그렇게 죽상만 하고 있으면 쓰나.”

 

“…알겠으니 다음부턴 말로 하거라. 난 귀가 예민하여, 큰 소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도록 하지. 아, 저기 붕어빵을 파는군. 한번 먹어보겠나? 여기, 현금을 줄 테니 한번 직접 사 보게.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의 거래는 할 줄 알아야지.”

 

“붕어…빵? 물고기가 들어간 빵이라고? 나는…사양하지.”

 

“그냥 물고기처럼 생긴 틀에 만들어서 붙은 이름일세. 들어가는 건 물고기가 아니라 팥…그러니까 붉은 콩으로 만든 앙금이지. 그리고 이건 일종의 사회화 훈련이야. 이제 그림자도 아닌데, 언제까지 혼자 멋대로 돌아다니기만 할 건가?”

 

“으음…알았다.”

 

묘하게 기분이 나빴지만, 그림자에서 벗어난 뒤 원래의 인간처럼 허기 역시 돌아왔기에 물건을 사는 법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기는 했다. 그녀는 그리 납득하고 상인에게 다가갔다.

 

“그러니까…음, 붕어빵 다섯 개…”

 

가격과 지폐를 번갈아 바라보던 그녀는 주황빛의 화폐를 내밀며 말했다. 주인은 지폐를 집어들어 현금이 든 통에 집어넣었다.

 

“넵, 붕어빵 5개 여기 있습니다!”

 

“고맙구나.”

 

“…? 손님 그 말투가 좀…”

 

“…? 내 말이 무언가 이상하느냐? 어찌하여…아.”

 

그제야 그녀는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이 자연스럽게 하대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에야 어지간한 사람은 하대하는 것이 당연했고, 모르스로서 돌아다니던 시절에도 거대한 체급의 갑옷을 입고 묵직한 할버드를 휘두르는 그녀에게 감히 말투를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지만…지금 그녀는 겉으로는 그냥 평범한 여성일 뿐이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이곳은 엘리시온이 아니었으므로, 그녀가 멋대로 남을 하대해도 되는 곳도 아니었다.

 

즉, 상인 입장에서는 새파랗게 어린 여자가 뜬금없이 반말부터 하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모르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 미안하구나. 아니, 그, 죄송…죄송합니다. 네.”

 

당황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던 상인을 뒤로한 채, 모르스는 냉큼 등을 돌려 관리자에게로 도망쳤다. 관리자는 고개를 돌린 채 그녀를 외면했다. 그 모습을 본 모르스의 입꼬리가 가라앉았다.

 

“…이쪽을 보거라.”

 

“아, 잠깐 다른 곳 구경을 하느라 말이야…큽.”

 

“…도대체 무엇을 보았길래 입꼬리가 그리 올라갔는지, 고하거라.”

 

“아니, 뭐 그냥 어떤 분이 모르는 사람한테 대놓고 반말부터 하는 게 웃…크헉!”

 

모르스가 정강이를 걷어차자, 관리자는 비명과 함께 다리를 감싸쥐었다.

 

“잊어버리거라. 당장.”

 

“아니, 뭐 그럴 수도 있지. 그 모습으로 다니는 건 처음 아닌가. 이해하네.”

 

“시끄럽다. 그만 말하거라.”

 

“어지간해서 남을 존대할 일이 없었을 테니, 그럴수도 있지. 그래도 다음부턴 이러면 안 된다네.”

 

“이익!”

 

그녀가 이를 악물고 다시 발을 휘둘렀지만, 관리자는 자연스럽게 다리를 들어려 피했다.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다른 쪽 다리를 걷어찼다.

 

“어억! 폭력은 좋지 않다네…”

 

“아녀자의 실수를 그리도 물고 늘어지며 비웃다니, 심성이 참으로 고약하구나.”

 

“하하…미안하군. 자네가 실수하는 일을 좀처럼 볼 일이 있어야지. 자.”

 

“읍? 으음…”

 

관리자가 입에 물린 붕어빵을 씹자, 안에서 따듯하고 달콤한 앙금이 흘러나왔다. 아주 오랫동안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했던 혀에 물려진 단 것의 자극은 제법 강렬했다.

 

“단 것이라니. 정말이지 오랜만에 느껴보는구나.”

 

“원래 울적할 땐 일단 단 것부터 먹으라는 말이 있다네. 음, 맛이 괜찮군. 몇 개 더 사가야겠어.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게. 퇴근하는 직원들한테 조금씩 들려줘야겠군.

 

관리자가 붕어빵을 사러 떠나자, 모르스는 빵을 우물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예하! 이거 진짜 맛있네요! 추기경들은 다 이런 좋은 것들만 먹는 건가요?’

 

‘천천히 들거라, 아우드라. 아무도 뺏어가지 않는다.’

 

‘아뇨, 그냥 너무 맛있어서…우물우물…’

 

툭.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상념에 잠긴 그녀의 머리에 무언가 얹어졌다.

 

“…그냥 건네주어도 내가 알아서 들 수 있다.”

 

그녀의 눈앞엔, 양 팔에 가득 붕어빵 봉투를 든 관리자가 봉투 한 쪽을 그녀의 이마에 얹고 있었다.

 

“또 안 좋은 생각하는게 눈에 훤히 보여서 말이야.”

 

“그냥 옛날 생각을 좀 했을 뿐이다. 이리 주거라.”

 

그리 말하며 봉투 뭉치를 받아든 그녀의 얼굴은 회사에서 직원들이 밝은 얼굴로 그녀에게서 봉투를 받아들 때가 되어서야, 약간의 미소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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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씬까지 합쳐서 대충 총 6-7화 정도에 끝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