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속담이 있다. 뜻하지 않는 일을 겪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 말대로, 관리자는 이런 상황이 벌어질 거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오전부터 늦은 저녁까지 관리자는 치나츠와 바쁘게 번화가를 돌아다녔다. 카페에 들러 수다를 떨고, 쇼핑을 하며 군것질도 많이 했다. 진심으로 기뻐하는 치나츠의 미소를 보며 간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이건 아니었다.
잠시 쉬어가자며 치나츠가 조르던 끝에 관리자는 치나츠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들어왔다. 손님이 왔으니 냉장고에서 치나츠 몫의 과일음료와 자기 몫의 과일맥주를 꺼내놓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리고 자신이 화장실에 간 사이에 치나츠가 과일맥주 캔을 따서 마셔버린 것이다. 화장실에서 나온 관리자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치나츠의 손에서 맥주캔을 재빨리 빼앗아갔다.
미성년자인 그녀가 술을 마셨다는 것도 문제였으나, 더 큰 문제는 치나츠의 상태였다. 원래 과일맥주는 도수가 높지 않아서 잘 취하지 않는데, 치나츠는 술이 어찌나 약한지 몇 모금 마셨다고 완전히 정신을 놓아버렸다.
“헤헤... 사쟝님. 이거 마싰눈데, 한입만 더 쥬면 안대요?”
치나츠는 관리자가 들고 있는 과일맥주 캔을 가리켰다. 고상하고 우아한 말투는 어디에도 없었다. 혀 짧은 소리와 애교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머리로는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 경보음이 울려댄 반면, 관리자의 마음은 치나츠가 헤롱헤롱거리는 것이 묘하게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갭 모에의 벽 앞에서는 관리자 또한 한 명의 남자에 불과했다.
“하아.... 안돼요.”
“왜요오오~”
“어린이는 먹으면 안 되는 거니까요.”
내가 미쳤지. 관리자는 뒷목을 잡고 쓰러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애초에 자신의 맥주를 꺼내놓는게 아니었다. 치나츠라면 당연히 조신하게 가만히 있을거라고 생각한 자신이 바보였다.
치나츠가 오늘만큼은 당주에서 해방됀, 활발하고 천진난만한 사춘기 소녀라는 점을 크게 간과하고 있었다.
“한입만, 한입만요오~ 네?”
치나츠가 고개를 까딱거리며 애교를 부렸다. 귀엽기는 했지만 이걸 더 먹였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관리자는 차갑게 거절했다.
“안돼요. 자꾸 달라고 하시면 바로 가문에 전화해서 데려가라고 할거에요?”
가문 이야기가 나오자 치나츠의 올망졸망한 눈망울이 순식간에 울상이 되었다.
치나츠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채로 관리자를 원망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먹던 맥주를 주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기세였다.
“흥. 너무해요! 사쟝님 나빠요. 치나츠 삐져써요.”
평소라면 쓰지도 않을 말들이, 보여주지도 않을 표정들이 주저함 없이 튀어나왔다. 평소의 모습과 대조되는 미칠 듯한 귀여움이 관리자의 심장을 때려눕히다 못해 곤죽으로 만들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진짜 전화한다는게 아니라요."
"나빠요!! 오늘 하루 중에 제~~일 나빠요!!"
"......."
몸을 뒹굴지만 않지 완전히 어린애에 가까운 주정이었다. 이렇게 수려한 외모를 가진 소녀가 평소라면 꿈도 꿀 수 없는 언행으로 부탁하는데, 그걸 들어주지 않을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있을까.
몇 번이고 넘어갈 것 같았지만 관리자는 애써 이성을 붙잡으려 들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술이다. 절대 안 된다. 치나츠가 성인이라면 몰라도 결단코 막아야 했다.
“머신갑 맙소사... 알겠어요.”
“쥬시는 거에요???”
울상이었던 치나츠의 얼굴이 바로 펴졌다. 관리자는 맥주캔을 든 채로 냉장고 앞으로 가 문을 열었다. 양심에 찔리기는 해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긴 주돼, 내용물을 바꿔치기 하면 상관없는 일이다.
“대신 조건이 있어요. 첫째, 새 음료수로 만들어 드릴게요."
"왜요오?"
"이건 먹으면 먹을수록 맛이 없어지거든요. 더 달콤하게 해드릴거에요."
관리자의 말은 거짓말이었지만 워낙 당당하고 막힘이 없어 진실처럼 들렸다. 치나츠는 오오 하고 작은 탄성을 연신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째, 딱 한잔만이에요. 다 마시면 자는 거에요. 알았죠?”
"벌써 안쟈거든여?? 다 컸꺼든여??"
두 번째 조건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치나츠가 다시 투정을 부렸다.
"아니 그러니까 지금 자라는 말이 아닌데...."
"그리고 사쟝님 말예요. 다 큰 어른이 여쟈애 집에 데리꼬와서 쟈라구 하면-"
"아아, 알았어요 알았어. 자는거 취소!"
이 소녀는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걸까. 소스라치게 놀란 관리자는 치나츠의 말이 끝맺어지기 전에 조건을 황급히 바꿔야 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아마 문이 열리면서 FBI!! Open up!! 따위의 위화감 가득한 고함이 들려왔을수도 있었다. 이면세계 너머에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쇠사슬이 철컹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딱 한잔만 마시는거에요. 알았죠? 딱 한잔. 그 이상은 안돼요?"
“네에~!”
치나츠는 방긋 웃으며 활기차게 답했다. 취기가 돌은 덕분에 사고가 단순해진 덕분일까. 같잖은 핑계가 통할까 의심했는데, 의외로 통해서 다행이었다.
관리자는 주방에서 칵테일쉐이커를 꺼냈다. 냉장고를 열어 얼음을 몇 개 꺼내 쉐이커에 넣고, 치나츠가 먹었던 과일맥주를 아주 조금, 본래 치나츠의 몫이었던 레몬 과즙 음료를 함께 넣었다. 쉐이커를 들고 수 차례 흔드는 과정을 반복했다.
관리자는 다 만들어진 레몬향 칵테일을 글라스에 담아 치나츠에게 건넸다. 술의 양을 조절해서 만들었기에 사실상 칵테일이 아니라 향이 더 강해진 음료수와도 같았다.
치나츠는 소파에 몸을 기대어 앉았다. 칵테일을 한 모금 마시자, 치나츠의 몸이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좌우로 움직였다.
“맛있써요!”
“그래요? 다행이다.”
소싯적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만들어 먹고 싶어서 독학으로 배워놓은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관리자는 마음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관리자는 치나츠의 옆으로 가서 소파에 앉았다. 음료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는지 치나츠는 또 한 모금을 마셨다. 치나츠는 별이 빛나는 것 같은 눈을 하고 관리자를 쳐다봤다.
"사쟝님 이런것또 할쥴 아라요??"
"네. 어깨 너머로 배운거에요."
"헤헤... 스윗해요 사쟝님. 여자들한테 인기 많~을거 같애."
"...부끄럽게 무슨 말씀을."
"의외로, 사람을 감동시키잔하요."
싱긋 웃으며 치나츠는 한 모금을 더 마셨다. 관리자는 걱정이 서린 웃음을 지은 채로 치나츠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요정은 장난기가 많은 존재여서 함부로 건들 수 없다고 했던가. 누가 했는지 모르지만 참으로 적절한 말이었다.
지금 관리자의 눈 앞에 벚꽃의 요정이 반쯤 제정신이 아닌 채로 있었으니까. 이 무알콜 칵테일로 요정을 속여넘길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관리자는 다시 냉장고로 가서 물을 한 잔 따랐다. 음료수는 이미 치나츠의 칵테일을 만들 때 다 써버렸다. 물잔을 들고 와서 치나츠와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치나츠가 칵테일 잔을 들고 관리자를 가리켰다. 잔을 부딪혀달라는 의미였다.
"그래요. 건배."
"건배~!"
잔이 부딪히며 청명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시곗바늘은 벌써 밤 11시를 가리켰다. 쉬어가기 위해서 들렀는데 어느새 치나츠와 관리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었다.
취기가 조금 가셨는지 치나츠도 아까 전처럼 주정을 부리는 경우는 없었다. 아직도 혀 꼬인 소리를 내기는 하지만 말투는 상당히 안정되어서 술이 많이 깼음을 알 수 있었다.
집에는 어떻게 갈 생각일까. 안가도 괜찮은 걸까. 나나하라 가문에선 난리가 나지 않았을까 하는 여러 고민들이 관리자의 머릿속을 빼곡히 채워나갔다.
정작 당사자인 치나츠는 그 문제들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걱정어린 마음에 치나츠를 바라보면 치나츠는 고개를 갸웃하며 헤실헤실 웃었다.
아무 걱정 없는 해맑은 미소를 보고 있자니 걱정이 모조리 사라지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되겠거니 하고 관리자는 치나츠와의 이 시간을 그저 즐기기로 했다.
"저택에서는 어떻게 지내세요?"
"우웅.... 지킬거 많아요. 예전부터 어르신들한테, 꾸중 많이 들었꺼든여. 특히 나유카 가문 어르신한테."
"어릴 때부터?"
"넹."
치나츠의 말에 의하면, 어릴 때부터 받은 당주 수업을 담당한 것이 나유카 가문의 어르신이었다고 했다.
그는 아주 엄격하게 치나츠를 가르쳤다. 당장 구심점이 필요했던 나나하라 가문연합의 실정 상 어쩔 수가 없었겠지만, 어린 치나츠에게 그 과정이 여간 혹독한 것이 아니었을 터였다.
"나유카 가문 어르신도 그런데에, 오오가미네 어르신은 지인~짜 못됐어요. 막 이건 하면 안댄다, 저건 하면 안댄다, 내가 아직도 꼬마애인줄 안다니깐여?"
"어우... 그랬어요?"
"녜에! 오늘도 그냥 나가겠다는데 막 차 타구 가라구, 가문의 위신이 어쩌네 저쪄네. 그런거 필요 업따는데 자꾸 그러는거 있죠?? 웃겨증말!"
생각만 해도 화가 나는지 치나츠는 볼을 부풀리며 성질을 부렸다. 본래 화를 잘 내지 않는지라 화내는 모습도 신선했지만, 혀가 꼬여 있어서 그 모습이 더욱 귀엽게 느껴졌다.
"우와... 그런 어르신들이랑 함께 얼굴 맞대고 지내는구나. 진짜 대단한데요?"
"그쵸그쵸? 대단하면 칭찬해쥬세요!"
치나츠는 고개를 돌리고 머리가 관리자 쪽으로 향하도록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 관리자의 눈에 풍성한 갈색 빛 머리카락이 아른거렸다.
대뜸 칭찬을 해달라니, 관리자는 무엇을 해줘야 잘 했다는 소리를 들을까 고민했다. 뭘 해달라는 것인지 알 것도 같았지만,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행동인데 해도 되는걸까 하는 갈등이 수십 번씩 관리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잠시간의 고민 끝에 관리자는 손을 들어 치나츠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만졌다. 치나츠는 미소 지으며 관리자의 손에 머리를 부볐다. 상당히 기분이 좋아보였다.
애교가 많은 여동생이 하나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치나츠가 보여주는 색다른 모습에 마음이 살짝 두근거렸다. 관리자는 뿌듯한 웃음을 머금고 치나츠의 머리를 몇 차례 더 쓰다듬었다.
"잘했어요. 정말 잘했어. 고생 많았겠네요 그동안."
"헤헤~"
치나츠의 웃음소리와 함께 머리로부터 피어오르는 푸근한 향기가 관리자의 코를 간지럽혔다.
“있자나요, 사쟝님.”
“네?”
“사쟝님한테에, 항상 고마워요.”
치나츠의 취기어린 얼굴이 홍조를 머금어서 사랑스럽게 보였다.
“저랑 같이 시간도 보내주시고, 힘들 때도 이야기 많이 들어주시고... 무엇보다 이런 얘기 하는거. 사쟝님 아니면 못하니깐요...”
관리자도 어렴풋이 눈치채고는 있었다. 치나츠라면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주라는 위치는 본인의 약함을 함부로 토로할 수 없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또 언제 솔직한 마음을 품을 수 있겠는가.
“가주로 지내는거요오. 생각보다 많이 힘든거 아세요?”
사람들의 앞에 서서 지도자로써 활약하는 것은 큰 노력을 요구한다. 관리국의 리더였던 관리자는 이해할 수 있었다. 관리자는 대답 대신 가만히 치나츠의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써요. 아니다. 좋았던거 같애요. 당주가 됐을 때 가문의 모두가 기뻐했어서. 그런데 막상 당주 수업을 받게 되니까 아니더라구요."
당주로써 발돋움하기 위해 수업을 받던 과정들이 하나 둘씩 마음 속에서 피어올랐다. 예법도 익혀야 했고, 카운터로써의 능력을 다루는 법도 익혀야 했다. 수많은 양의 지식을 머리에 우겨넣는 것은 기본 사항이었다.
치나츠는 그 모든 것들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저도 저대로 고생했었고, 치후유도 제 호위무사로써 어려운 수업을 받아야 했고요."
"...그랬었군요."
관리자는 묵묵히 치나츠의 말을 긍정했다. 어린 치나츠가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초를 치뤄야 했을지는 안 봐도 뻔했다.
능구렁이라는 표현을 써도 모자랄 정도로 간교한 어른들을 한데 모아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당주라는 자리이다. 어른이어도 힘든 일을 10대 소녀에 불과한 치나츠가 해야 한다니, 누가 봐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저 가문의 시조가 갖고 있던 힘이 발현한 카운터 능력자라는 이유만으로, 치나츠는 10대 소녀로써 겪을 수 있는 평범한 것들로부터 멀어져야 했다.
재밌는 것들, 예쁘고 귀여운 것들, 이성에 대한 동경 대신 치나츠는 간교한 어른들을 상대로 한 소리없는 투쟁을 수없이 봐왔고 겪어왔다.
가문에 묶여, 그녀만의 인생을 빼앗겼다.
"그렇게 당주가 되고 나서도 많이 힘들더라구요."
관리자는 이해할 수 있었다.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에, 남들은 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을 자신은 누리지 못한다는 것에 스스로도 수없이 한탄했을 것이다.
"많이, 힘들었어요."
그 말을 할 때, 치나츠의 눈에는 묘한 감정의 응어리가 뭉쳐 있는 것처럼 보였다.
뭐라 말하려다 말고 다시 한 모금. 치나츠는 관리자가 만들어준 칵테일을 마셨다. 토로해낸 괴로움을 칵테일과 함께 다시 삼킨다. 그것이 마지막 잔이었다. 치나츠는 다시 관리자를 보고 헤실헤실 웃었다.
"그래두요. 사쟝님이랑 있으면 이런거, 저런거, 다 얘기할 수 있어서 죠아요. 뭐랄까. 믿음 가는 윗사람이 생긴 느낌?오라버니가 있었다면, 이런 느낌일까요?"
치나츠의 소망을 듣자 관리자는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여러 세계를 넘나들어 더 이상 나이의 구분이 애매해졌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을까.
신체 나이만 20대로 설정했을 뿐, 실제로 나이 차이는 어마어마하게 나는 자신을 그렇게 부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관리자는 낯선 느낌에 괜히 마음이 간질거렸다.
두 사람 다 잠시 말이 없었다. 갑자기 대화가 끊기자 자신이 괜한 말을 한건 아닐까 싶어서 치나츠는 살짝 관리자 쪽을 흘겨보았다.
침묵 속에서 관리자는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네. 치나츠 양이 그렇게 느낀다면,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셔도 괜찮아요. 여기는 나나하라 가문이 아니니까."
무엇을 하더라도 다 받아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오자 치나츠의 눈이 놀라움으로 살짝 커졌다.
불러봐도 괜찮은걸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도 되는걸까.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이 망설임의 벽을 마침내 넘어섰다.
".....오라버니."
나지막히 읊조린 뒤, 치나츠는 부끄러운지 관리자의 허리를 끌어안고 얼굴을 묻어버렸다.
"불러버렸다. 헤헤."
오전에는 남자친구, 밤에는 오빠를 연기해야 한다니. 자신이 연기자가 된 것 같아서 관리자는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그래도 치나츠를 위해서 그 정도의 연기는 별 것 아니었다.
부끄러워하는 그 모습도 사랑스럽기만 했다. 관리자는 부드럽게 치나츠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5분 정도 그렇게 껴안고 있었을까, 치나츠는 포옹을 풀었다.
"저요. 아직 하고 싶은거 남아있눈데."
오전과 똑같은 말이 튀어나왔다. 또 무엇을 하고 싶어할지 관리자는 기대감에 차서 물었다.
"그래요 치나츠 양. 뭐가 하고 싶으세요?"
"비밀 이야기에요.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기."
"그럼녀. 아무한테도 말 안할게요."
귓속말을 한다기에 관리자는 몸을 살짝 숙여 귓가를 치나츠에게로 기울였다.
이윽고, 치나츠는 머리카락을 살짝 귀 뒤로 넘기며 관리자의 뺨을 향해 얼굴을 서서히 가져갔다.
".....??!!"
들려온 것은 귓속말이 아니었다. 귓속말 대신 쪽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꿈 속에 있는 것 같은 부드러운 감촉이 관리자의 뺨에 진하게 퍼졌다.
관리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치나츠의 얼굴을 바라봤다. 뭐라고 말하려던 것을 치나츠는 손가락을 들어 관리자의 입에 갖다대었다. 무슨 말을 할지 다 알고 있다는 눈을 하고 치나츠는 쿡쿡 웃었다.
"비밀, 지켜주실거죠?"
그 순간만큼은, 술에서 완전히 깬 것처럼 치나츠가 요망하게 속삭이는 듯 했다.
관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필요 없었다. 그의 마음도 치나츠에게 전해졌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관리자는 치나츠를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청금석을 빼다박은 눈동자가 그를 향해 고맙다고 말하고 있었다.
취기가 거의 가신 걸까. 마냥 정신이 없었던 치나츠의 마음 속에서 다시 바람의 목소리가 관리자의 마음을 속삭였다. '그래요. 우리 둘만의 비밀.' 이라는 목소리가 바람의 형태를 하고 치나츠의 귓가에 들려왔다.
치나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띈 채 다시 그의 뺨에 입을 맞췄다. 이번에는 입맞춤에서 그치지 않고 치나츠가 관리자에게 안겼다. 푸근한 감촉과 함께 기분 좋은 향기가 공기를 향긋하게 달궜다.
어딘가에서 바람이 선선하고 기분좋게 불어와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관리자는 자신도 치나츠처럼 바람의 목소리를 듣는 능력이 생긴 것인가 싶었다.
고작 입맞춤 한 번에 그 능력이 생길 리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관리자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바람에 색깔이 있다면 지금 부는 바람은 벚꽃 색깔의 바람일 것이라고.
"고마워요."
- Fin
--------------------------------------------------------------------
다썼다!! 1편 2편이 묻혀버려서 에이 가망없네 ㅎㅎ 하고 던졌는데 막날에 미친듯이 달렸네. 늦지 않았지 주최자야???
그래서 야스 했냐고?? 그건 너희들의 상상에 맡길게. 게임이 조져서 ㅈ같겠지만 카붕이들이 eagle을 보면서 마음의 안정을 얻었으면 좋겠다.
아 나도 글 좀 잘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