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가론, 제페리 막간의 이야기.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선한 면모와 좋은 면모. 악한 면모와 나쁜 면모가 공존한다. 테살로니아의 국무 장관, 제페리는 그러한 면모가 조금 극단적인 사람이었다. 성실한 태도를 지니고 있지만, 내심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와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엿보인다.

 군단장 가론은 그런 국무장관 제페리가 싫었다. 제왕 카라하의 곁을 따르면서 입바른 소리만 하지만, 내심 위선과 기만이 느껴지는 기분 나쁜 사람이었다.


 어느 날이었다. 최근에 테살로니아 제국에서 도적들의 준동이 심해져 상인들이 피해를 입고, 백성들의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왕 카라하는 군단장 가론과 국무장관 제페리를 파견하였다.


 두 사람은 도적들이 숨어 있는 깊은 숲으로 향했다. 숲 속에서 그들은 도적들의 본진을 찾아냈고, 철저한 작전을 세워 밤을 틈타 공격하기로 했다. 어둠이 내려앉자, 국무장관 제페리는 불의 비약을 준비했다. 이는 강력한 마법 물약으로, 불길을 순식간에 퍼뜨려 주변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었다.


 가론을 따르는 제국의 병사들은 제페리의 신호에 맞춰 도적들의 본진을 포위한다.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국무장관 제페리가 조용히 말했다. 그는 비약을 본진을 향해 던졌고, 순간 엄청난 불길이 일어났다. 도적들은 비명을 지르며 혼란에 빠졌고, 가론의 병사들은 기습을 감행해 도적들을 차례로 무찔렀다. 전투가 끝난 후, 숲에는 도적들의 비명 소리와 타오르는 불길만이 남았다.


 군단장 가론은 전장의 참혹한 광경을 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대부분의 신병들은 처음 살인을 저질렀을 때 큰 충격을 받는다. 평온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소수였다. 군단장 가론은 그런 이들을 불신했다. 죄책감이 없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군단장 가론은 국무장관 제페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전장의 비명과 혼란 속에서도 그의 표정은 흔들림 없이 평온했다. 국무장관 제페리의 차가운 얼굴은 군단장 가론에게 일종의 불신을 안겨주었다.


 ‘전장의 함성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요.’ 국무장관 제페리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군단장 가론이 힘없이 대답하였다.


 ‘함성인가···.’


 도적 소탕 이후, 군단장 가론은 국무장관 제페리에 대한 불신과 반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국무장관 제페리가 보여주는 냉혹한 태도와 죄책감 없는 모습은 군단장 가론에게 불쾌감을 주었다. 시간이 흐르면서도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깊어졌다.


 “우리 두 사람의 첫인상은 최악이었지.” 침대 위에서 벌거벗은 가론이 제페리의 항문에 윤활제를 바르고 상대방이 아프지 않도록 느린 속도로 자신의 성기를 삽입하며 그렇게 중얼거린다. 얼굴이 복숭아색으로 물든 제페리가 대답했다. 침대 위에서는 군단장도 국무장관도 아니다. 그저 서로 아무 것도 감추는 것이 없는 친구가 된다.


 “저도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피차일반이었어요.” 제페리가 하는 말에 가론이 허리를 느린 속도로 움직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정의 기쁨을 느끼기 위한 속도가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 몸을 맞대며 체온을 느끼는 시간을 즐기기 위한 동작이다.


 ‘군단장 가론. 자네는 제프 국무 장관이 마음에 들지 않지?’ 어느 날, 제왕 카라하가 가론 군단장에게 그렇게 질문하였다. 숨기고 있던 마음이 들킨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못했다. ‘제프 그 친구가 조금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녀석에게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네. 그리고···.’

 제왕 카라하가 하는 말을 군단장 가론이 경청하였다. ‘짐이 자네를 군단장으로 영입한 이유는 그대가 단순히 강하기 때문은 아닐세. 그대는 무인으로서 사람을 매료하는 인품을 지니고 있어. 제프에게는 없는 장점이지. 두 사람이 같이 행동한다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일세.’


 “같이 행동 하라는게, 이렇게 하라고 지시한 것이었을까요?” 가론이 한 쪽 손으로 제페리의 겨드랑이가 보이도록, 제페리의 두 손을 붙잡는다. 가론은 조금씩 올라오는 서로의 체취를 맡으면서 과거를 상기하였다.


 어느 날, 제페리는 악마 셀버트의 공격으로 인하여 중상을 입고 병실에 입원하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제페리의 형제인 제론이 간병을 자처하였는데, 제론은 제페리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잘 웃고, 잘 울며, 감정 표현이 풍부하였으며, 내면에는 한 점의 그림자도 없었다.


 제론이 병실에 도착하자, 제페리는 제론을 포옹하였다. “네가 형제를 바라보는 표정을 보았지. 마치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것 마냥 붙잡고 있더라고. 기분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인간미라는 것이 없지는 않더라.” 가론이 허리를 매우 느린 속도로 움직이며 그렇게 말하자, 제페리는 얼굴을 복숭아색으로 물들이며 대답했다.


 “···당사자가 보는 앞에서 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네요.”


 “서로 고추도 보고, 이런 것도 하는 사이인데 그게 뭐가 부끄러워.” 가론이 그렇게 말하고, 제페리의 볼에 입맞춤을 하였다.


 ‘형제끼리 사이가 좋은 것 같아서 다행이군요.’


 국무장관 제페리가 크게 다친 날, 군단장 가론이 제론에게 그렇게 말하자, 제론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사이가 좋다고? 제프는 나를 싫어해.’ 제론의 대답에 군단장 가론이 조금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제론이 말을 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제프보다 내가 성적이 더 좋았거든. 그 사실을 아직도 질투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제프의 마음을 알고 있기는 했는데, 동생에게 지고 싶지는 않았어. 그렇게 생각해보면 나도 매정한 형이네.’


 ‘제프리 국무장관은 제론 씨를 그렇게 온화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는데···.’ 당황한 군단장 가론이 그렇게 말하자, 제론이 허공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렇지. 그것은 나도 의문이네. 지금까지 나를 싫어하기만 했는데. 심경의 변화라도 생긴 거려나. 원인을 탐구하는 것도 좋을지도.’ 제론이 하는 말에 군단장 가론의 얼굴 근육이 경련한다. 형제의 감정을 탐구할 무언가로 생각하다니 조금 특이한 사람이다.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간병인을 자처했군요.’ 군단장 가론이 하는 말에 제론이 싱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는 제프의 그런 부분까지 포함해서, 그 녀석을 좋아하거든.’ 가론이 해준 과거 이야기에 제페리의 얼굴이 빨간색이 되었다. 얼굴을 가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가론이 제페리의 양손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가론의 성기가 제페리의 성감대를 자극하며 제페리의 입에서 약한 신음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런데, 우리가 어쩌다가 이런 관계가 된 것이지요?” 제페리가 가론에게 그렇게 물어보자, 가론이 다시 과거를 상기하기 시작한다.


 군단장 가론이 병사들과의 연회를 즐기고 술에 흠뻑 취한 날이었다. 제왕 카라하는 국무장관 제페리에게 군단장이 잠에서 깨어나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하였다. ···취한 가론은 절조가 없어진다. 제왕 카라하는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부탁하였다.


 군단장 가론의 지성은 국무장관을 기분 나쁜 사람이라고 판단하고 있었지만, 가론의 본성은 제페리를 내심 귀여운 외모를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지성이 본성을 억누르고 있었지만, 술이 전투에 개입하면 본성이 지성을 능가하기 시작한다.

 국무장관 제페리에게 있어서 가론은 질투심을 부르는 사람이었다. 자신에게는 없는 인품이 있고, 사람을 매료하는 힘이 있다. 병사들은 그러한 가론을 보고 전심전력으로 지지한다. ···그리고 자신보다 키가 크고 외모도 멋지다.


 그날, 군단장 가론은 국무장관 제페리를 끌어안고 입맞춤을 하였다. 제페리는 그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전과 조금 달라졌다. 가론은 휴식이 필요할 때마다 제페리를 찾아가는 사이가 된 것이다. 


 “문란한 사람···. 다시 술에 취하면 그 때는 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겠지요.” 제페리가 가론을 보고 그렇게 중얼거리자, 가론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제페리의 시선을 피하고 대답한다.


 “술은···. 자제할게···.” 가론은 그렇게 말하고 제페리의 몸을 들어 올려서 포옹하였다. 두 사람이 같이 벌거벗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이 시간을 오랫동안 즐기고 싶었지만 슬슬 하복부에서 정욕이 분출되려고 하는 것을 참기 어려워진다. 가론은 제페리와 입맞춤을 하면서 제페리의 신체 내부에 사정하였다.


 “가론···. 남아있는 것은 제가 청소해드릴게요···.” 가론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고, 하얀 액체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는 자신의 성기를 제페리의 입에 갖다 대었다. 그리고 아직 사정하지 못한 제페리를 위하여 자신도 제페리의 성기를 혀로 햩아준다.


 ···군단장 가론과 국무장관 제페리가 친해진 후, 국무장관의 표정이 이전보다 온화하게 변했다던가, 군단장 가론이 심하게 취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던가 하는 소문이 들린다. 제왕 카라하는 그 소문을 듣고 미소를 지으면서 두 사람을 친구로 만든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자화자찬 하였다던가···.


 ◇


 부제 : 게이 볼그 막간의 이야기.


 중립 도시 쿠산이 악마 발레포르와 악마의 군세에게 공격의 대상이 되고, 도사 이사무가 그것을 격퇴한 며칠 후의 이야기다. 사람들은 파괴된 건물과 도로를 복구하기 시작하면서, 이사무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였다. 이사무의 활약을 기리기 위하여, 거리 중 하나에 ‘이사무 거리’라는 이름을 붙인다는게 그 내용이었다.


 “그 때, 만들어도 된다고 말하긴 했는데···. 이런 형태로 만들 것이라 상상하지는 못했어···.” 이사무가 거리에 설치된 엄청나게 아름다운 종교화를 보고 기겁하고 있다. 종교화의 주제는 다름이 아니라 도사 이사무와 그를 따르는 사도, 엑스칼리버와 하쿠마이다.

 이사무를 더욱 기겁하게 만든 것은 거리에 상주하면서 종교화에 대해 설명하는 라피마니아 성국의 사제의 존재였다.


 “···한때 평화로웠던 이 세상은 천사와 악마가 서로 다투는 전장이 되면서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대지는 거칠고, 마을은 불타고, 길에는 도적들이 들끓며, 괴물들이 나타나 사람들을 위협한다.

 이러한 혼돈의 시기에 원신왕 아르케는 하늘에서 지상으로 한 명의 영웅이자 현인신을 파견하였다. 그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연을 힘으로 구현하고, 고대 보물을 각성하는 것으로 세상에 평화를 가져와, 우리들은 그를 ‘도사 이사무’라고 부르며 칭송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대지는 다시 한 번 녹음을 되찾고, 사람들은 원신왕 아르케에 광휘 아래에서 복된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사제가 연설하자, 사람들이 거리에 설치된 종교화를 보고 기도하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보고 이사무는 입술의 근육이 경련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일단 그 이유를 말하자면 종교화에 등장한 이사무와 실제 이사무가 엄청나게 안 닮았다.

 화가가 종교화의 등장인물들을 단순한 조형과 기호로 묘사한 것도 있었지만, 분위기가 너무 엄숙하고 경건하였다. 


 “저런게 나라니···. 완전 안 어울려···.” 이사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카독 젬루푸스가 팔짱을 끼고 맞장구를 쳤다.


 “예수 그리스도가 21 세기의 영령으로 소환되면 비슷한 기분 아닐까.”


 “비교 대상이 너무 과해!” 혼비백산한 표정으로 기겁하며 말하는 이사무에게 엑스칼리버와 하쿠마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기독교의 신과 구세주는 베스트리아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 때였다. 멀리서 야외 식당의 식탁에 앉아 있던 남자가 표표한 목소리로 이사무에게 말을 걸었다. “테살로니아 제국···. 라피마니아 성국···. 스틸리아 공화국···. 이번에는 물의 도시 쿠산에서 영웅담을 만든 것인가. 대단하군. 아직 명성을 누리는게 익숙하지 않은 모양인데 슬슬 즐기는게 어때?”


 “게이 볼그!” 이사무가 놀란 표정으로 남자에게 대답한다. 엑스칼리버 다음으로 각성한 신기이자, 이사무와의 동행을 거부한 신기이다.


 ‘게이 볼그, 동료가 되어줘!’ 이사무가 그렇게 말하자, 마창 게이 볼그는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대답하였다.


 ‘싫어. 나의 영혼은 하나의 길에 얽매이지 않아. 나는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살겠어.’ 그렇게 말하고 게이 볼그는 당황한 이사무를 뒤로 하고 그대로 떠났다. 이유 없이 대가도 받지 않고 동료가 되어준 엑스칼리버와 달리 차갑고 쌀쌀맞은 반응이라, 이사무에게 있어서는 큰 충격이었다.


 “지금은 신기마다 성격과 개성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때는 엄청 힘들었지. 그나저나 게이 볼그는 한동안 어떻게 지냈어?” 이사무가 그렇게 질문하자, 게이 볼그는 음료수를 한모금 마시고 대답했다.


 “자유를 찾아서 발걸음을 옮기고, 돈이 다 떨어지면 거기서 잠시 정착해서 시간제로 일하면서 돈을 벌다가, 돈이 조금 모인다 싶으면 자유를 찾아서 다시 발걸음을 옮겼지.” 게이 볼그가 씩 웃으면서 농장, 여관, 식당에서 일한 경험을 말해준다. 게이 볼그가 하는 말에 이사무가 눈을 크게 뜨고 대답했다.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구나.”


 “뭐, 그렇지.” 게이 볼그가 말했다. “자유롭기 위하여 여행을 시작했는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까 자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더라.”


 게이 볼그는 자유를 추구하였지만. 자유가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규정하지는 못하였다. 그것은 그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속박에서 벗어나는 순간을 즐기는 것일까. 어쩌면 자유는 아마도 바람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손으로 만질 수는 없지만,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게이 볼그가 찾고 있는 자유일지도 모른다.


 이사무는 게이 볼그의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게이 볼그의 여행은 분명 의미가 있는 것이라 생각해. 그리고···..” 게이 볼그는 이 도시를 관광하기 위하여 방문했다가, 악마들의 침략 전쟁에 휘말려서 쿠산 방어전에 참전하였다고 한다.


 “게이 볼그가 세상을 여행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어. 실제로 이 도시의 사람들을 지켜주었지?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에는 동행하지 않은게 마냥 아쉬웠는데, 네가 나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었던 것이 기뻐.” 이사무가 하는 말에 게이 볼그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별 것도 아닌데 기뻐하는군. 나도 오랜만에 네 얼굴을 보니까, 나름대로 반갑다. 앞으로도 종종 만나면 인사하자고.” 그리고 식탁에서 일어나서 어딘가로 떠나는 게이 볼그. 이사무 입장에서는 작별하는 것이 아쉽지만 붙잡을 수는 없다.


 “그래. 다음에 만나자, 게이 볼그.”


 “그리고, 이사무 거리에 대해서는 너도 즐기는게 어때? 내가 아는 친구가 말하기를 명성을 즐기는 것은 영웅의 특권이라고 하더라.” 게이 볼그가 그렇게 말하자, 이사무가 잠시 잊고 있었던 엄청나게 겅건한 종교화를 상기하기 시작하고, 이사무의 표정이 구겨지기 시작한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저것은 즐길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야···.”


 한편, 카독 젬루푸스는 이사무와 게이 볼그. 두 사람의 대화를 경청하며 게이 볼그의 손을 관찰하고 있었다. 손등에 그려진 붉은색의 마법 문자가 인상 깊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의 정체는 영주로 영령을 소환하여 속박할 수 있는 계약자의 증거이다. 당장이라도 어딘가로 떠나는 게이 볼그를 그것을 어떻게 얻은 것인지 붙잡아서 조사하고 싶었지만, 카독 젬루푸스의 능력으로는 그리 할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하는 거지···.” 멀리 희미하게 사라지는 게이 볼그의 모습을 주시하며, 카독 젬루푸스가 그렇게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