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키스트 던전 공략/리뷰 채널

난 어릴 적 아버지의 다리 없는 개였다. 



몸을 질질 끌고서 그가 짖으라면 짖고 꼬리를 흔들라면 흔드는 충직한 개.

그리고 항상 그는 내 행동에 대해 아버지 만의 사랑으로 보답하였다.



그것이 익숙해서일까, 세상은 물에 불어버린 시체의 살결같이 불쾌한 하늘과 

창녀의 음모처럼 더럽고 어두운 숲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도축장의 가죽이 벗겨진 새끼 양처럼


목적도 의지도 없이 떠돌다 한 마차가 위태롭게 들썩이며 달려가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난 무엇인가에 홀린 듯 수레바퀴의 굉음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 한 영지에 도착하게 되었고

폐허에 가까운 마을과 희망이라곤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그런 깊고 어두운 둥지의 장면에 어디선가 마음속 깊이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그 감정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나 자신을 채찍질해가며 검붉은 빛의 더러운 액체를 거머리들에게 먹이면서까지 생각해보았지만 아직도 모르겠다.

지금은 현가주가 친애하는 용병이 되어 내 주인을 찾은듯했다. 




창녀촌에서 공허하게 시간을 보내며 쾌락에 빠진 비명을 지르고 있었을 때쯤, 가주는 용병들을 긴급히 소환하자 


옆방에선 후다닥 소리가 들려오며 급히 방을 나서는듯했다.

나는 구시렁대며 바지를 입었다. 창녀 한 명이 나의 어깨를 그윽한 시선으로 감상하다 나에게 갑옷을 입혀주었다.



"매춘부가 갑옷을 입히는 법도 알다니."

"우리 기사님이 다시 나를 찾아주니깐 이 정도 서비스는 해주는 거지요." 

"요새 대접이 좋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다음에도 나를 찾아줄 거죠?"

"다른 사람들은 나를 만족시키지 못하지만 너는 좀 다르긴 하지. 색다른 맛이 있어."




나는 다음에도 오겠다고 약속하자 창녀는 나를 덥석 껴안았다. 순간 당황했지만 나는 그녀를 제대로 안아주지 못했다. 안아주는법을 몰랐다.


"들은 소문으로는 이번 원정은 자살행위에 가깝다고 들었어요. 정보도 없고 이번엔 새로 선발되는 인원들3명은 영지에 입성한지 1주도 되지않은 풋내기래요."


그는 창녀를 손으로 살며시 밀어냈다.


"마치 나에게 가지말라고 말하는것 같군."


그녀의 눈은 촉촉하게 젖어 애절한듯 그의 양손을 감싸쥐고 한참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지말아요. 우리 그냥 이곳을 떠나서 좀더 나은곳에서 새로 시작해봐요. 창녀와 손님이 아닌 부부로써요."


그는 아무런 대답도 남겨놓지 않고 그저 그녀를 한번 지긋이 쳐다본뒤 여관을 빠져나왔다. 




영지의 분위기는 들떠있었다. 


안뜰마당이라고 백작부인의 땅을 탐험해야하는 인원을 선발해야 하는데 모두가 가길 꺼려하고 오히려 용병들은 선발된 3명의 풋내기중에서


누가죽고 누가 살것인지에 대해서 이미 내기를 하느라 바뻤다. 


가주는 마지막 한명을 고르기 위해 희망자를 찾았지만 그 누구도 나서질 않았다. 깊은 한숨을 쉬며 그는 용병 리스트를 꼼꼼히 들여보고있었다.


"내가 지원하겠소."


나는 손을 번쩍들어 가주에게 보이자 웅성거림이 시작되었다. 깊고 어두운 던전을 탐험하기 위해 엘리트들중 한명이 손을 들었기에 가주또한 놀란듯 그를 뚜렷히 쳐다보며 말했다.


"확실한가? 자네는 우리 영지의 희망이자 피어나는 장미란 말일세. 내가 자네를 돌보느라 많은돈을 쏟아부은건 생각하지도 않고 손을 드는건가?"


나는 아랑곳 하지않고 자신있다는듯 나의 크고 아름다운 성검을 내 어깨에 올리며 호탕하게 소리쳤다.


"이 어린양들을 이끌어줄 희미한 촛불이 되고싶소! 비록 위태로울지라도 저들에겐 희망의 빛이 없기 때문이지!"


 가주는 깊고 어두운 던전의 붉은촉수처럼 얼굴이 붉어졌다.


"빌어먹을 사명감이란 말인가? 이 얼마나 쓰잘데기없는 감상인가 성전사!"


"우리 성전사들은 각자 자기만의 성전을 펼치기 마련이오. 지금방금 나의성전은 시작되었고 난 이를 행해야만 하오."


"젠장!"


가주는 깃펜으로 사정없이 나의 이름을 선발대에 적자 종이가 살짝 찢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돌일킬수없는 배덕감과 쾌락의 향연의 막에 오르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