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중국 CCTV에서 방영된 다큐 '대국굴기'인데

당시 중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라서 재방영을 했을 정도였고

아마 이 시기에 꼬맹이들이었다면 기억을 못할테지만, 당시에는 우리나라에도 굉장한 인기였던 다큐였음.

내용은 말그대로 대국으로 성장한 나라들이 어떤 면모를 가졌느냐를 국가별로 분석한건데

흔히 중국 국영방송 다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없이 알찬 내용이란 우호적 평이 많았음. 

밑에 목차만 봐도 재미있는게, 18~19세기 열강들에 대한 중국이 레퍼토리로 쓰는 무조건적인 식민주의 비판 내용이 없음.

오히려 개방과 자유무역, 교육, 특허권 등을 강조함. 




이런 다큐가 나올 수 있었던 건 당시의 시대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해야 가능한데

1. 폭발하기 시작한 중국의 경제력에 대해 중국인들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고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관심이 녹아든 결과물.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안되는게, 시진핑처럼 중국국뽕+패권주의 같은 흐름도 나오지 말란 법이 없었으니까. 


2. 당시 중국의 지도자였던 후진타오, 원자바오, 그리고 당시 중국 지도층의 성향.

아마 시진핑 이후 중국부터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라면 상당히 낯설텐데 당시 중국의 지도층은 지금보다 개방적이었음.

후진타오 주석의 정치적 스승은 80년대 중국에서 당내 민주화 등을 주장하고 개혁을 주장한 후야오방이었음.

참고로 1989년 후야오방이 사망하면서 일어난 전국적 추모분위기가 천안문 시위의 시작이었을 정도임.

물론 후진타오는 티베트 문제에서도 유화정책을 폈던 스승과 달리 티베트 독립시위를 강경진압해서 보수파의 눈에 들었던 사람이지만 

기본적으로 후진타오의 파벌이었던 공청단은 당시엔 외국물 먹어본 이공계 엘리트들 위주라 개혁 개방에 우호적이었음.


원자바오 총리 역시 이공계였고(이공계가 왜 중요하냐면 문화대혁명 때 문과들이 박살나면서 중국 엘리트들은 이공계로 빠짐) 

천안문 시위 당시 시위대에게 온정적인 모습을 보이다 실각당한 자오쯔양의 측근이었음.

이러다보니 당시 중국도 티베트나 내부적 인권문제, 패권 확장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긴 했지만

적어도 세계 눈치는 보고 움직였던 경향이 있어서 미-중관계나 중국-대만관계, 그외 국가들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음.




사실 현재 중국정치사를 이해하려면 마오쩌둥보다는 덩샤오핑을 기본으로 설명을 해야하는데

사실상 현대 중국의 설계자는 덩샤오핑이고, 실제 덩샤오핑이 후임자 장쩌민, 후진타오까지 다 낙점해놓았으니까. 

덩샤오핑에 대해선 나중에 쓸 기회가 있으면 쓰기로 하고.

요약하자면, 지금 시진핑은 덩샤오핑이 만들어놓은 중국의 시스템을 안팎 모두 뒤엎어서 본인 맘대로 하려고 하는데

문제는 덩샤오핑보다 능력은 부족한데 욕심만 많다보니 오히려 온갖 어그로를 끄며 중국을 망가뜨리는 중임.

반대로 생각하면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 노선으로 중국이 계속 갔으면 오히려 중국이 더 위협적이었을 거란 생각을 함. 

덩샤오핑의 노선은 한마디로 '100년간 나대지말고 힘을 길러라'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