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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간 빼먹으려던 구미호가 지나가던 선비한테 당하던 시절에... 어. 이런 대본이 잘못 되었네요. 뭐, 그래도 넘어갑시다. 어느 여유가와 정이 넘치지만 너무 가난한 마을의 근처 산속에 한 아줌마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아줌마한테는 햇님과 달님이라는 오누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불행이도 남편은 돌림병에 걸려 죽어서 홀몸으로 열심히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줌마는 아이들을 먹여살리기위해서 떡을 만들어서 근처 마을의 시장에 나가 팔아왔지만 그럼에도 떡은 잘 팔리지 않았습니다.


"떡 사세요~! 맛있는 떡 사세요~! 아, 아주머니! 이 떡을 한번 드셔보세요!"


아줌마한테 돌아온 건 고객님들의 찡그린 표정과 욕설이었습니다. 심지어는 그 떡을 먹은 이후로 엄청난 복통에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고소를 안 한게 다행이었죠. 그럼에도 아줌마는 아이들을 먹여살려야 한다는 이유로 항상 떡을 만들고 시장에 팔기 위해 갔는데, 사람들은 그 아주머니가 오시면 이런 말을 했습니다.


"큰일이다!! 햇님달님 어머님이 오셨다!!"


"모두 대피하라!!! 저 떡을 먹었다가는 우리가 죽어!" 


네. 알고보니 아줌마가 만든 떡은 흉폭한 이무기마저 승천시킬 정도로 맛없는 떡을 만들었군요. 그래도 아줌마는 상관없었습니다. 자기 아이들이 자신이 만든 떡으로 잘 먹고 잘 크기만하면 소원이 없었으니까요. 아줌마는 팔고 남은 떡을 갖고 집에 돌아가면 아이들은 항상...


"얘들아! 떡이 많이 남아서 갖고 왔단다!"


"오빠야! 어무니가 떡을 갖고 오셨다! 이를 어쩐다냐!"


"흩어져서 숨어!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어!"


피하는군요... 네 압니다. 아줌마의 떡은 제사상에 올리거나 저승사자한테 뇌물로 주다가는 조상님들의 분노도 사고 저승사자들은 또 죽는 극악한 떡이었군요...


그러던 어느 날 오누이의 어머니는 시장의 문들이 유난히 일찍이 닫고 사람들이 집에 들어가자 평소랑 다름없이 지옥에서 만든 것 같은 떡을 다 팔지 못하고 남은 떡들을 보따리에 싸서 집에 돌아갈 준비를 했습니다. 오누이의 어머니가 떡을 들면서 그래도 자기를 기다리느라 배고픈 자식들을 위해서 힘차게 걷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장남인 달님은 위험을 감지하였습니다!


"햇님아! 방금 12등급 떡이 감지되었다!"

 

"오빠야! 우린 어찌하면 좋노!"

 

두 오누이는 엄마가 팔다 남은 떡의 위험성을 느끼면서 살기 위해 먹을 것을 찾아다녔습니다. 먹을 거라고는 봄나물들이 전부였는데, 아이들이 싫어하는 풀반찬을 먹을 정도였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것도 모른 채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오누이의 어머니앞에 성질이 사납고 모든 것을 잡아먹을 듯한 사냥꾼의 탈을 쓴 호랑이가 나타났습니다. 오누이의 어머니는 그 호랑이의 등장에 매우 놀라서 겁을 먹었습니다.

 

"아이고! 호랑이다!"

 

"어흥! 어이! 아줌마! 지금 난 매우 배가 고프다!"

 

"호랑이님!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제가 없으면 아이들은 굶어죽습니다!"

 

"집에 아이들이 있다고? 그럼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그러자 호랑이는 오누이의 어머니를 잡아먹는가 싶었는데, 떡을 달라고 하시네요. 그래도 잡아먹혀서 아이들을 못 돌보는 것보다야 나으니 떡을 하나 주었습니다. 호랑이는 오누이의 어머니한테 떡을 받아먹었습니다. 호랑이는 이에 만족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니! 이런 살인마 같으니! 부인은 떡을 발로 만들었소!?!"

 

아니! 이 무슨 고든 램지가 호두까기 인형에 들어가서 호두 맛이 영국산이라고 평가하는 소립니까?!

 

"그건 너무 지나친 평입니다! 어떻게 호랑이님께서 떡에 대해 아신다고 말씀하십니까?!"

 

호랑이의 엄청난 독설에 오누이의 어머니는 아까까지 겁 먹었던 모습이 어디갔는지 호랑이한테 따졌습니다. 자신이 그 떡을 만드느라 큰 힘을 썼는데, 짐승한테 이런 말을 듣는 게 열받았습니다. 그러자 호랑이는 오누이의 어머니가 만든 떡을 평가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면밀하면서 독설넘치게.

 

"그렇다면 알려드리겠소. 부인이 준 그 가래떡! 필시 이 가래떡은 부인이 자신있게 만들었을 거요! 하지만 그 떡에는 쫄깃함이 하나도 안 들어 있었소. 이는 분명 떡을 찌는 시간이 너무 짦았던 거지. 거기다 가래떡은 황달걸린 병아리처럼 노랳소. 겨자를 섞어만든거군. 맞소?!"

 

그 말을 들은 오누이의 어머니는 그 호랑이의 말에 놀랐습니다. 그 호랑이의 말대로 가래떡이 노란 것은 겨자를 넣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평소 어머니는 어떻게 하면 떡을 더 팔 수 있을까 고심하면서 새 맛이 필요했던 차에 겨자를 넣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팥떡은 팥의 달콤함이 완전히 죽었소. 찌는 시간이 너무 길었소! 화떡은 또 어떻고. 꽃이 너무 익어버려서 풍미가 죽었소! 인절미의 찰짐이 너무 물렀소. 거기다 이 감자떡! 미묘한 단맛은 고구마를 넣었구려. 이건 그나마 괜찮지만 이런 떡들로는 세상을 살아가기 힘드오!"

 

오누이의 어머니는 계속되는 호랑이의 독설과 사실을 세심하게 들으면서 자신이 만든 떡의 방법과 재료를 다 파악하자 문득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어떻게 해서 짐승은 물론 인간도 그런 섬세한 미각을 가질 수 있었는지 말이죠.

 

"저어, 호랑이님. 궁금한게 있습니다만.. 어떻게 그런 뛰어난 미각을 가지신거죠? 그 미각은 매우 대단한 능력인데..."

 

"알고싶소? 이것이 내가 떡에 대해 아는 이유요!"

 

호랑이는, 오누이의 어머니의 질문에 잠시 멈추더니 앞발로 든 무언가를 보여주었습니다. 오누이의 어머니는 호랑이의 호통과 동시에 손에 든 무언가를 보더니 곶감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호랑이는 자신이 곶감을 맛보기 전의 회상을 떠올리면서 말해줍니다.

 

"내가 아직 어린 호랑이던 시절에 어느 산속의 민가에 있는 닭이라도 잡아먹을까해서 어느 집에 몰래 들어가다가 우연히 한 아이가 우는 걸 보게 되었소. 그 아이가 너무 울어서 그런지 아이의 어머니는 우리 호랑이 이야기를 꺼내서 그치게 하려했소. 그런데도 안 그치자 그 아이의 어머니는 곶감을 줄테니 뚝 그치라고 하자 거짓말같이 뚝 그쳤소."

 

호랑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도 울음을 멈추지않는 아이가 곶감을 준다는 말에 뚝 그치는 회상을 지금도 기억하면서 눈을 감고 얘기를 계속했습니다.

 

"난 그 곶감이 무엇이길래 나한테 겁을 먹지 않으면서 뚝 그치는지 궁금했소. 그 때 그 아이의 어머니가 말린 감을 창고에서 꺼내든 걸 보고 곶감이라는 걸 눈치챘소. 그래서 땅에 떨어진 곶감을 먹었을 때 난 신세계를 본 경험이었소!"

 

그렇습니다. 그 날 호랑이가 오누이의 어머니한테 자신이 느꼈던 그 신세계를 장엄하게 설명했습니다. 맨 처음 호랑이가 느꼈던 감정은 뭐지에서 그 감미를 느꼈을때의 감성은 오.. 오오오오오오!!라고 외치면서 美味 라는 한자가 보였습니다. 그 곶감을 먹은 이후로 호랑이는 다른 동물들은 물론 인간도 갖지 못한 미각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먹을 때마다다 고기를 먹으면 산짐승들이 힘차게 달려가는 모습을, 회를 먹으면 광활한 바다를, 심지어 과일을 먹으면 강렬한 숲의 태동으로 이미지화되어 맛을 느꼈습니다.

 

"허나 그 대신 난 다른 것도 줘야했소. 모든 것을 먹을 수 있는 비위를 잃고 만 거요. 아주머니. 그 곶감을 먹은 뒤로 나는 고기의 비릿함마저 알아버리고 말았고 결국 인간이 만든 음식밖에 먹을 수 없었소."


받는 것이 있으면 잃은 것이 있었으니 호랑이는 섬세한 미각 대신 모든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비위를 잃어버리고 만 겁니다. 아! 이 얼마나 잔인한 소립니까!


"그렇다면 전 어떻게 해야하죠? 아이들을 먹여살리느라 밤새서 떡을 만들어야 하거든요."

 

"부인, 걱정마시오. 우선 떡은 아침밥을 만든 후 여유있게 만드시면 되오. 떡이 맛이 없었던 건 어제 밤에 만들었기 때문에 떡의 찰짐과 온기가 없었던게요. 아침 먹은 후에 떡을 만들고 간간히 쉬어서 하면 되오. 그리고 화전은 꽃의 향기가 남기기위해서 맨 나중에 만들고, 인절미는..."

 

오누이의 어머니는 호랑이의 깊이있는 충고를 들으면서 요리법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누이의 어머니는 호랑이하고 헤어진 후 집에 도착하고는 머리 속에 깊이 새겨두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오누이의 어머니는 호랑이가 말한 레시피대로 만든 떡을 시장에 내놓았는데, 거짓말같이 햇님과 달님의 어머니가 만들었던 떡이 맞았는지 떡의 맛이 상승했습니다. 그래도 이미지가 이미지였던터라 아무도 오누이의 어머니가 만든 떡을 사려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처음 온 지나가던 선비님이 떡을 사가면서 먹자 금세 소문이 퍼졌니다.

 

 "오오? 오오오오오오오!!! 美味!! 세상에 이런 떡이 있다니!! 아주머니! 이 떡을 더 주시오!!"

 

이 마을에 처음 온 선비님이 햇님이 달님이의 어머니가 산 떡을 먹으려고 하는 걸 본 마을사람들은 명복을 빌다가 이런 놀라운 평을 남긴 것을 보고는 믿기지 않아 각자 그 떡들을 사먹었는데 정말 그 선비가 말한 대로였습니다.

 

"아니! 햇님이 달님이 어머니가 만든 떡이 맛있다니!! 대체 무슨 소리지?!"

 

"그... 그러게?! 이건 예전에 먹었던 그 떡에서 완전히 환골탈태했어!!"

 

"가래떡의 찰짐이 더 좋아졌어! 그것뿐만 아니야! 이 무채떡은 무의 아삭함과 팥의 달콤함이 잘 섞였어!"

 

"이봐! 달님이 어멈. 어떻게 이런 맛있는 떡이 나올 수 있는거야?! 예전에는 죽도록 피했던 떡이었는데?"

 

그런 동네사람들의 궁금어린 대답에 오누이의 어머니는 살짝 이런 말을 내뱉었습니다.

 

"내가 집에 가는 길에 있는 언덕에 호랑이님이 떡 하나 달라고 했을 때 뛰어난 미식으로 제가 잘못된 요리법들을 고쳐줬지 뭐에요?"

 

마을사람들은 오누이의 어머니의 생뚱맞지만 사실이었던 대답을 들으면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그냥 제 갈길로 갔습니다. 하지만 몇몇 그 말을 진지하게 들었던 음식점 주인들은 햇님이 달님이의 어머니가 말했던 그 언덕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각자 자기들만의 요리를 챙기고 갔습니다. 그리고는...

 

"아가씨. 이 잡채는 너무 간장이 들어갔소. 너무 짠맛이 들어가서 잡채의 맛을 죽였소. 5리터 더 줄이시오. 아, 거기 아저씨. 너무 강렬한 양념때문에 고기 맛이 너무 약하오. 양념소스를 조금 더 줄여보시오. 마지막으로 애송이. 그 빈대떡. 내 미각을 시험하려 들다니. 건방졌다. 하지만 훌륭해! 네 아버지가 만들었던 빈대떡에 없던 미나리를 넣어서 청량한 맛을 넣어서 깊이가 더해졌어. 대각선으로 썰면 더 입체감이 살아날거야. 그럼 아버지도 널 인정하실게야."

"네 감사합니다! 호랑이님!!"

 

"젠장! 그래서 손님들이 내 양념고기를 전혀 먹지 않았군."

 

"어머님께서 괜히 트집을 잡았던 게 아니었구나..." 

 

그 후, 호랑이한테 자신의 요리를 평가받았던 음식점 주인들은 그 호랑이의 뛰어난 미각을 신의 혀라고 칭송하였고, 그를 맛의 신선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호랑이의 평가와 비법을 들었던 아주머니를 비롯한 다른 음식점 주인들은 많은 이익을 남기면서 전국에서 알아주는 가게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호랑이님은 언덕에서 평가를 받으러 온 음식점 주인한테 신랄한 평가를 남기고 있을 겁니다. 너무 많은 요리를 먹어서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진짜 신선이 되었지만요.

 

후일담...

 

햇님 "오빠야~ 주인공이었던 우리는 뭘 하면 되나?"

 

달님 "우린 팝콘만 먹으란다. 팝콘이나 가져와라 햇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