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뉘앙스만


A. 일본 만화가들도 다 처음엔 미술 학원이나 학교에서 해부학이랑 빛을 공부했을 거 아냐. 현실을 어느 정도 그릴 줄 알아야 그걸 데포르메해서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 수 있는 거니까. 넌 이 사람들이 그냥 처음부터 씹덕 스타일로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거?


B. 바로 이 사고방식이 바로 서양 사람이 씹덕 그림체를 그릴 수 없는 이유라고. 물론 실제를 그릴 줄 알면 그로부터 본인 고유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겠지만, 씹덕 그림체에 그런 독창성이 필요한가? 독창성이 그림체의 아름다움을 결정한다면 애니랑 만화에는 수백 수천의 각기 다른 스타일이 있어야겠지.

 

근데 일본에서 각 세대에 유행하는 그림체를 보면 서로 별반 다르지 않아. 얘네가 서로를 베끼는 것으로 씹덕 그림체를 공부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그게 씹덕 그림체를 잘 그릴 수 있는 방법이야. 씹덕 그림체를 잘 그리려면 씹덕 그림체를 그려야 해.


물론 기본기는 드로잉에 정말 중요하지.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해부학이니 투시니 뭐니 다 잘 알고 있어야 해. 근데 결국 이걸 씹덕 그림체에 적용하려는 거잖아? 그럼 그걸 굳이 따로 공부할 필요 없이 미소녀 그림을 그릴 때 적용해나가면서 배워도 된다는 거야.


C. 리얼리즘은 디테일의 한 갈래일 뿐이라고 본다. 현실의 사람을 그리면 실력이 늘지만, 이는 보통 현실적인 사람을 그렸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형태력이나 기본적인 해부학 같은 기본기가 늘었기 때문이야. (생략) 이건 좋은 작가를 참고해서 공부하면 미소녀를 그리면서도 늘게 할 수 있어. 


다른 아티스트를 베끼면 안 된다는 소리를 하는 애들이 있는데, 씹덕 그림체는 굉장히 복제적인 스타일이고 이에 능숙해지는 방법은 많이 베끼는 것일 뿐이야. 바쿠만에서 주인공들이 잘 그릴려고 만화를 수백장씩 베끼던거 기억해?


D. 정말로 급격한 실력 향상을 바란다면 모작만큼 중요한 게 없다. 다른 짤이나 사진을 베끼는 것도 능숙하지 않은데 제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겠어? 거기다 베끼는 건 맨땅에서 창작하는 것보다 쉽잖아.


무조건 완벽하게 베껴야 한다는 건 아니고, 이미지의 본질과 인상을 능숙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야. 모작이 늘수록 선긋기에 자신감이 생기고, 형태와 해부학에 대한 이해도 커질 거다.


어느 정도 잘 그리게 되고 나니 모작 소홀히 하지 말 껄 후회되더라. 인터넷에서 보이는 맘에 드는 짤을 저장했으면, 폴더에 처박아두지 말고 오늘 모작해야 할 리스트에 넣어놔. 이 리스트를 매일 클리어하는 게 네 할 일이야.


E. 씹덕 그림체는 외국인이 그렸는지 단번에 알 수 있댄다

백이면 백 존나 못그린거 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