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가져와보는 개인적으로 느꼈던 인연스 배드엔딩 특징이다. 그동안 여러 캐릭터들이 출시되기도 하고 기존에 있던 캐릭터들의 인연스토리가 추가되기도 하면서 요즘 인연스토리는 그야말로 맛집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각 엔딩별로 느끼는 그런 분위기를 다르게 다가오는 것도 하나의 흥미 요소이다. 그전의 에버톡을 본다면 벌써부터 분위기가 안좋아지거나 행복을 암시하는 메시지들이 와있기에 엔딩점에서 나오는 메시지는 가히 눈여겨볼만한 요소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조금 덧붙여서 이야기하자면 필자 본인은 이전에 '검은방'이라는 게임을 해본 적이 있었다. 그동안 인연스토리 배드 엔딩을 겪어보면서 느꼈던 것이지만 가끔가다가 배드엔딩의 한 장면이 검은방 캐릭터들의 행적과 비슷하게 느껴진다던가 또는 검은방 시리즈에서 이런 장면이 연상하게 되는 등 느낀 점을 다른 게임의 장면을 통해서 적어보는 것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조금 이상하게 보일 수는 있지만 재미로 봐주면 더욱더 좋을 듯 하다.

(+ 리젤로테 배드엔딩 이해를 도와준 분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이전편 목록>

1편: https://arca.live/b/eversoul/88889520

2편: https://arca.live/b/eversoul/92319827

3편: https://arca.live/b/eversoul/93151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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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르 – 이기적 판단

처참한 휴가. 유리아의 강제권과 비비안의 훼방으로 주인공과 함께 휴가를 무인도에서 보내는 상황에서 주인공의 짬 때리기식 선택 몰아주기 태도가 주인공에 대한 클레르의 마음을 산산조각 내버린 것은 물론 그녀의 상태를 더욱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 이후의 클레르의 모습을 본다면 오히려 휴가는 클레르에게 처참했던 것이었을지도. 성당에서의 클레르의 독백과 더불어 누군가를 향한 처절한 SOS 요청은 주인공에 대한 클레르의 마음은 물론 주인공과 그녀의 관계까지 모두 박살난 것에 대한 반증이 아닐지. 휴가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고 즐기면서 보낼 생각을 주어야 하고 비비안의 방해가 껴있다고는 하지만 같이 보내는 것인만큼 낭만 역시 줘야함을 깨닫게 해준 엔딩.

 

*밸레드 – 구원자

잘못된 선의로 인한 신뢰 상실. 인간에게 봉사하는 밸레드이기에 주인공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였으나 적인 케이린 파우스트에게까지 미치는 바람에 정령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것은 물론 주인공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정령들이 다 죽던 심지어는 세계가 멸망해도 상관없다는 케이린과 거의 똑같은 사상을 담은 발언으로 인해 주인공과의 신뢰는 풍전등화에 이른다. 어쩌면 그런 선의가 주인공과 밸레드 간의 신뢰를 어긋나게 만든 치명타가 될 정도로 잘못된 것이 아니었을지. 이후 주인공이 단 하나의 목표인 에덴의 구원을 위해 그녀에게 도와달라고 했어도 이후 오퍼레이터로써의 밸레드를 보면 로봇이 따로 없으며 주인공과의 신뢰 관계도 위태로워 보인다. 말이 위태로운 것이지 사실상 주인공과 밸레드의 관계는 박살난 것이나 다름없었고 병력 소모가 없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밸레드의 심적 부담감은 늘어가고 기어이 자드키엘은 오류를 일으키고 만다. 시뮬레이션 내 확률 연산을 하면서도 주인공으로부터 기대와 칭찬을 받아 행복하다는 그녀의 발언이 진심이 아닌 것이라 생각하면 씁쓸해지는 부분. 주인공과 오퍼레이터는 에덴의 구원이라는 목표에 필연적인 관계임을 항상 유의하면서 밸레드를 제대로 파악하고 설득해야한다고 생각했던 엔딩.

 

*타샤 – 사진 속에서는 웃고 있지만

기억 포맷. 일전에 라리마로부터 구원자 암살 명령을 받았어도 이후 주인공과의 행적을 보면 그야말로 행복한 추억 쌓기였었다. 중간중간마다 폭주했을지라도 함께 있었던 사람이 주인공이였기에 안심이 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전에 자신이 죽인 자들이 많았기에 속죄랍시고 봉인된 문양을 파괴하는 것을 거부해버렸고 이는 주인공과의 관계는 물론 주인공과 함께 쌓았던 좋은 기억들까지 모두 먼지가 되어 사라져버리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이후 기억을 잃은 타샤가 주인공과 함께 촬영한 사진을 지우는 모습은 당연한 일이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그동안에 쌓아온 추억들이 모두 도로아미타불이 되어버린 느낌. 엔딩의 제목처럼 사진 속에서는 웃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우울하기에 더욱더 뼈아픈 부분. 여태 잘해왔다가 끝에서 안 좋게 끝나버린 모습이 너무나도 마음 아픈지라 선택지에서 믿음을 주는 방향으로 가야했었으면 좋았을까 생각해본 엔딩.

 

 

*에리카 – nEVER-been-kissed

무관심과 자학의 콜라보레이션. 그녀는 결국 자신의 내성적인 성격을 이기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도움 요청 하나 없이 스스로를 실험체로 삼아 신약 개발에 힘썼지만 이는 자신을 죽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렇게 죽은 그녀가 깨어나기까지는 500년이 걸린다고 하니 비극이 따로 없다. 또한 제이드가 페이렌 출장길에 “곰돌이 교수님” 상품을 사서 주인공과 함께 에리카의 집으로 간 내용은 운수 좋은 날의 아픈 아내를 위해 설렁탕을 사가는 김첨지를 연상하게 하는 듯 하다. 이런 상황에 대하여 주인공은 검은방3의 서태준이 하무열에게 “네 녀석 때문이다. 더 확실히 보조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어 !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거냐. 무슨 수로 !” 라고 외친 것처럼 에리카에게 무관심했던 스스로에게 그렇게 질책할지도. 이전에도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었다면 이런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임을 깨닫게 해준 엔딩.

 

*칸나 – 누군가의...

성급한 판단이 부른 참극. 갑작스러운 습격으로 인해 칸나가 납치당할 위기에 처하였지만 데빌건에 대해서 ‘데빌건은 제멋대로인데 정조준하면 오히려 빗나간다’ 라는 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로 총을 쏘니 당연히 맞지 않았다. 마치 검은방4의 에피소드2에서 ‘단 한번이야’ 라는 강성중의 말을 재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허강민에게 빈 총을 쏜 류태현의 모습과 겹쳐보인다. 사실 목적 자체로 보면 칸나를 구하겠다 라는 마음이 있었기에 비판의 여지는 없다. 하지만 그런 성급한 판단으로 주인공 자신도 제압당하고 칸나도 그대로 끌려가는 결과로 돌아오고 만다. 이는 마치 검은방4 에피소드1에서 강성중에게 선동당한 임선호에게 공격당하여 끝내 강성중과 백선교 신도들에게 끌려가는 류태현을 구하지 못하는 하무열이 연상되는 듯하다. 또한 이전에 저질렀던 독단이 설상가상이 되어 칼라르와의 외교문제까지 터졌으니 앞으로의 입지도 더욱더 불투명해진 상황. 이후 칸나를 찾았어도 구출 작전이 너무 늦어졌기에 그녀는 사랑스러운 주인공만의 공주가 아닌 타락해버린 그들만의 공주가 되어있을 뿐. 주인공의 호칭을 왕자님에서 구원자로 바꾸는 모습은 이미 주인공에게 줄 마음 따위는 더 이상 없음을 나타낼지도. 그녀가 앞으로도 관심과 사랑을 원한다고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다. 성급하게 내린 판단이 얼마나 큰 참극을 가져오는지 알려준 엔딩.

 

*오토하 – 죄의 대가

부정이 불러온 비극의 나비효과. 아케나인 연속 실종 사건의 용의자로 꼽히는 오토하를 주인공은 돕고 싶어했지만 이것이 방아쇠가 되어 또 다른 오토하의 주인공 살해로 번지고 말았다. 과거 오토하가 자신의 수련 과정에서 누르지 못했던 살육의 마음을 부정하면서까지 떼어낸 것이 큰 실수가 되어버린 셈. 제아무리 다른 인격이라지만 근본적으로 이는 본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법. 결국 이 사태로 인하여 오토하는 주인공에 대한 사랑을 자신의 손으로 박살낸 것은 물론 또 다른 자신에 의한 조롱을 받으며 기사단 연합에 의한 현행범 체포까지 당하고 만다. 그로 인해 아케나인에 자신의 의상실을 오픈한다는 계획은 처참히 산산조각 나버렸고, 한때 유명한 디자이너였던 그녀는 하루아침에 최악의 연쇄살인마로 추락해버리고 말았다. 그야말로 검은방3의 허강민이 말한 “엘리트 소리를 듣던 몸이 하루아침에 최악의 쓰레기가 되어버렸죠” 에 해당될지도. 이후 사형도 종신투옥도 상관없다고 한 그녀지만 살해 죄목만 2건이 있음을 감안한다면 사형만이 그녀를 기다리지 않을지. 이쯤 되면 검은방3에서 백선교 진압도 실패하고 경찰에서도 좌천되며 서태준을 무너뜨리고 자신의 누나인 하은성까지 간접적으로 살해한 과거 하무열을 연상하게 만들 정도로 등골이 서늘해진다. 또한 마지막에 모든 것을 잃은 그녀가 말하는 모습은 마치 검은방2 트루 엔딩에서 “이젠 지쳤어요”라고 말하는 양수연과 겹쳐보인다.

 

워낙 유리아와 브라이스 그리고 최근 출시된 이브보다도 임팩트가 가장 셌기에 한동안 오토하의 절망과 당시의 분위기가 잔상으로 강하게 남았기에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간신히 잊을 수 있었다. 오토하를 조금만 더 이해해보고 그녀는 물론 또 다른 오토하가 베푸는 호의가 진심인지를 파악했다면 상술한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던 엔딩.

 

*레베카 – 피지못한 봄

과거 회귀. 레베카는 결국 헤이즐이 전달해준 ‘타브리아로 돌아와 달라’의 칙령대로 돌아갔다. 주인공과 헤어지는 과정에서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라고는 해도 50년의 시간은 정령과 인간에게는 확연히 길이가 다름이 체감되는 법.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고 정령의 생명은 무한함이라는 점을 알면 더더욱. 여하튼 그렇게 타브리아로 돌아왔지만 주인공과 그동안 만들어왔던 추억들은 물론 저택에서 주인공에게 외쳤던 진심들을 생각하면 레베카의 타브리아 복귀는 뼈아플 수 밖에 없다. 또한 그녀의 상태가 굉장히 안 좋음에도 주인공을 위해 참아내가며 하겠다는 그녀의 독백을 미루어 보면 실로 주인공에게 보내는 신뢰가 크다고 하지만 차후에 주인공과의 만남이 있다고 할지라도 웃으면서 재회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부분. 그전에 그녀가 계속 살아있을지부터 생각하면 이 또한 안타깝다. 이제는 주인공에게 다정했던 정령이 아닌 이전의 잔악한 정령으로 회귀하였기에 스토리 내내 그녀의 행적이 더욱더 슬프게 다가오기도 하였음을 느끼게 해준 엔딩.

 

*리젤로테 – 끝

불명예 은퇴. 주인공은 리젤로테의 비밀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달라는 그녀의 약속을 메피스토펠레스를 비롯해 세간에도 떠벌리고 다님으로써 결국 이를 시원하게 깨트리고 만다. 이런 주인공의 트롤링은 결국 리젤로테와의 관계를 악화시킨 것은 물론 보는 이들까지 답답하게 만드는 하나의 요소가 아니었을지. 그래도 리젤로테가 화 한번 내지 않는 것을 보면 보살이 따로 없다. 결국 ‘안녕’을 말하고 은퇴를 선언하지만 마무리가 굉장히 좋지 않기에 오히려 찝찝함만 남는다. 이는 결국 남이 가지고 있는 비밀을 함부로 퍼트렸다간 돌이킬 수 없는 후폭풍으로 되돌아올 수 있음을 뼈저리게 알려준 엔딩.

 

*이브 – fallen

타락의 끝. 무저갱에서 구출하였으나 정령과 인간인 주인공에게 가리지 않고 자신의 저주 때문에 가까이 할 수 없었던 이브에게 주인공이 야심차게 저주 버티기 내기를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내기의 패배라는 비수를 받아내면서도 세상보다 이브를 구하겠다는 말을 하면서까지 떠나려는 그녀를 붙잡으려는 주인공의 모습은 제아무리 매혹의 저주에 제대로 걸렸다고는 하지만 타락한 것은 다름없었고 더하여 선을 심하게 넘어버리고 말았다. 마지막 순간에 들렸던 칼소리는 이브도 주인공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저질러야 했던 것일까. 이후 이브의 “너만큼은 계속해서 고결한 존재로 남아있길 바랬어”라는 말은 그만큼 그녀가 주인공에게 크게 실망하였음을 드러낸 걸지도.

 

다만 이것은 주인공이 이브의 저주에 대한 저항을 마무리 짓는 하나의 방식이다. 때로는 이브의 말을 잘 파악하고 선택지 간의 뉘앙스를 염두하는 것은 물론 다른 정령들에게 베푼 호의가 과연 이브에게는 플러스 요소가 될지 생각해보는 등 자잘한 요소들이 이브가 마음의 문을 열게 할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음을 느꼈던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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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편은 여기까지. 본래 니콜까지 하려고 했었는데 니콜이 밀려버리는 바람에 오늘 레베카까지만 보고 올려본다.


앞으로는 한 분기별로 이 시리즈의 게시물들이 올라오지 않을까 싶다. 인연스토리를 하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특히 유리아 그리고 앞으로 나올 헤이즐과 도미니크와 같은 대제 위치의 정령들의 인연스토리는 대하기가 의외로 무서워진다. 왜냐, 이들의 관계가 어찌보면 사적인 관계에서 풀어나가는 이야기일 수는 있어도 좀 더 넓게 보면 국가 간 관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욱더 많이 인연스토리가 나올텐데 그 스토리들을 접해보면서 특히 배드엔딩을 어떻게 느끼게 되었는지 적어서 다음에 5편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할게.

항상 글 잘 봐주셔서 감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