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자님 왜 이 분실의 소재지가 되는 건물의 창문들은 죄다 작은 지붕을 설치했는지 아십니까?"


수사관이 구원자를 보며 말한다 구원자는 몇 시간째 음식은 커녕 물 한잔 조차 받지 못해 말라가고 있었지만 그 앞의 수사관은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모를 탄산음료를 구원자 앞에서 천천히 마셔대며 놀려대고 있었다.


"보안을 위해서?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서? 틀린건 아니지만 절반의 정답입니다. 진짜 이유는 당신같은 중죄인이 감히 태양을 볼 자격이 있는가?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공식적인 이유는 대충 그런식인데 저는 다른 의견도 있거든요 이곳에선 지지않는 솔레이의 태양의 빛도 이곳에 있는 자들을 비출 수 없다는 의미 말이예요 하여튼 구원자님 왜 이리 고집이 세십니까 벌써 16시간 째입니다. 채찍으로도 벽돌로도 심지어 지금 이렇게 굶기고도 있는데 이거 정말 독한거 아닙니까? 제가 구원자님께 뭐 큰거 바랍니까? 그냥 이 서류에 서명하나만 하시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왜 자꾸 고집을 부리시면서 몸을 망치시고 계십니까?"


수사관이 구원자 앞의 책상에 올려놓은 서류는 이번 아케나인에 침공한 마물들과 이로인해 유리아 여왕이 납치된 문제에 대해서 아케나인의 영주의 자격으로 구원자가 모든 책임을 진다는 내용의 각서였다.


"제가 뭐 구원자님을 의자에 묶어놓기라도 했습니까? 그냥 종이랑 펜만 드리고 모든걸 구원자님께 맡겼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고집을 부리시면 안되죠 솔직히 구원자님이 가온에 가신이유가 뭔지 관심도 없고 이번 상황에서도 딱히 도움은 안될겁니다. 서로 다른 사건이니까요 이번 참사의 책임은 이 도시의 책임자가 지셔야죠"


구원자는 침묵하고 있다. 이에 수사관은 마시고 있던 탄산음료를 바닥에 쏟아붓는다.


"마셔도 좋습니다. 어디 한번 핥아보세요 에라이 씨발새끼가 유리아 여왕 그 늙은 여우년이 낙하산으로 꽂아준 주제에 당신이 앉은 자리에 보통 우리같은 정령들이 앉으려면 몇십년 아니 몇백년은 걸리는거 알아? 공무원 시험, 사법고시, 외무고시 뭐 그런걸로 다들 수십년을 썩어있는데 니가 씨발 2000년치 판례를 읽어본 적 있어? 5000:1 경쟁률의 외무고시를 쳐본적이 있어?"


"인류의 왕인지 나발인지 그 새끼 참 잘했다 이거야 그 잘난 여왕나리 사라져서 다들 얼마나 신난지 알아? 조만간 내각들 싹다 갈아치워질 예정이거든?줄 안선놈들은 조만간 정령석 채로 콘크리트랑 부워서 밑바닥에 영원히 쳐박을예정이고 근데 영주나리? 당신한테는 딱히 연줄이라 할만한게 있어? 태양이나 검은 매 기사단 그 새끼들 여왕님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닌 새끼들인거 알지? 메피스토펠레스 그 새끼가 뭐 내세울 빽이 있던가? 정령연합군? 아 그놈들은 좀 무섭긴 해 근데 그 새끼들이 여기에 뭐 개입할 수 있을거 같아? 명백한 내정간섭인데?"


"아마 잘하면 조만간 새로 왕이 선출될거야 구원자씨 이곳에 유리아 여왕 만큼은 아니어도 자랑스런 역사를 가진 솔레이 왕국에는 지위높은 귀족 인사들이 많거든 그 사람들 중에 누구든 간에 새로 왕으로 즉위하면 당신하고 당신 주변 인물들 말 그대로 이거야 이거"


수사관은 손날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한다.


"그래 새꺄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계속 해보자 다음에 왔을 때는 아사나 갈사한 시체로 발견되지나 않으면 다행이겠네"


수사관이 나가고 밖에서 자물쇠가 채워지는 소리가 든다. 구원자는 힘없이 머리를 책상에 박을 뿐이었다.


그런 구원자가 구출된 것은 12시간이 더 지나고 나서였다. 월권행위나 내정간섭이라는 비난을 감수하고 태양기사단과 정령연합군 측이 강제로 진입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