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어둑해진 밤거리를 뒤로 하고, 집 문을 조심히 열었다.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로 만들어진 이 판잣집의 문은 언제나 큰 소리를 내며 열렸고, 그 때문에 이불 속에 몸을 파묻고 자고 있던 동생의 잠을 깨워버렸다. 아, 어쩌면 내가 문을 열면서 들어온 한기가 그녀를 깨웠을까?
 그녀는 눈을 비비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왔어요?"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짓고 말했다.
 "어어.. 그래.. 미안해, 깨워서.."
 그녀는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뇨.. 뭐.. 괜찮아요.. 그런데 저.. 아저씨가 야간 학교 신청이 내일까지라던데.."
 나는 죄를 지은 사람처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 어.. 그래.. 그게.. 미안하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
 "또 그거에요..? 병원비 대신 내는거..?"
 내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자, 그녀는 얇은 이불을 움켜쥐고 말했다.
 "학교는 안 가도 괜찮아요. 제 또래 애들도 저처럼 공장에서 일하니깐.. 중학교 졸업했으면 더 욕심 부리면 안되는 것도 아는데.. 집주인이 월세 올려달라고 오늘 말했거든요.. 이거 못 내면 우리 여기서도 못 살잖아요.."
 그녀의 말에 울음이 묻어나오자, 나는 고개를 숙이고 그대로 집을 나왔다. 집에선 훌쩍이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고,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찾다가 담배가 없음을 깨닫고 구멍가게로 향했다.
 구멍가게에서 담배를 사고 구멍가게 앞에 쪼그려앉아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찾던 와중, 이번엔 라이터가 없음을 깨닫고 불을 빌리려 몸을 일으켰다.
 그 때, 구멍가게에 붙여진 여러 광고 전단들 중 못보던 광고 전단을 유심히 바라봤다.
 '노무 상담, XX상가 2층'
 나는 불현듯 이 건물로 가보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노무 상담. 이 네 글자가 내 심장을 뛰게 할줄은 꿈에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