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군복을 입은 사람의 다리를 정확히 노리며 그의 다리를 걷어찼다.
 균형을 잃은 그가 휘청이는 동안, 발을 걸어 넘어뜨리며 목을 가격해 기절시켰다.
 모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였다.
 나는 조용히 몸을 낮춘 채 목표 지점으로 향했다.
 목표 지점에는 두 사람이 지키고 있었다. 둘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나는 주머니 속의 동전을 꺼내 들고 던졌다. 동전이 바닥에 튀어오르며 한 사람의 관심을 끌었고, 다가온 그의 목을 졸라 기절시켰다.
 이제, 마지막 한 사람이였다.
 몸을 낮춰 그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
 그가 방심하며 등을 보인 틈을 타 목을 잡고 그대로 땅바닥에 쳐박았다.
 이제, 남은 것은 목표 지점에 있는 깃발을 뽑는 것이였다.
 흰 깃발에 손을 뻗어 잡자마자, 등에서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느껴졌다.
 등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했어. 하지만, 이게 실전이였다면 넌 여기서 죽었을거야."
 .. 한강철 요원이였다.
 나는 그 몰래 그의 배에 가져다대고 있던 단도를 움켜쥐며 말했다.
 "만약 이게 실전이였다면.. 한강철 요원은 그 말도 하지 못한채 죽었겠죠."
 그제서야 단도의 정체를 눈치 챈 그는 미소를 지으며 총을 내려놨다.
 "KGB에 온 걸 환영한다."

 ".. 가십니까?"
 그는 큰 가방에 어느새 그 많던 짐들을 모두 넣었다.
 ".. KGB에서 일주일 뒤에 도착할 것을 명령했으니.. 지금 출발해야 늦지 않겠지."
 그는 사무적인 태도로 답하며 시선을 가방에 고정했다.
 ".. 혼자 가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오히려 같이 다니면 의심을 받을 우려도 있어. 보안 유지를 위해서라도.. 각자 따로 다니는게 안전하지."
 그는 가방을 잠근 뒤 현관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현관으로 마중을 나온 나를 바라보며 다가왔다.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걱정 하지 말고, 곧 돌아올테니.. 그때까지 조심히 있도록, 김명옥 요원."
 그는 마치 어린 여동생을 대하듯이 미소가 지긋한 얼굴로 현관문을 열고 집을 나섰다.
 조용한 집 안에서, 나는 조용히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졌다.
 훅훅 올라오는 열기를 겨우 진정시키며, 더운 숨을 내뱉었다.
 몸 끝에서 느껴지는 그 찌르르한 알 수 없는 감정이 내 몸을 휘감았다.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흐르며 바닥에 떨어지며 바닥의 마룻바닥에 자국을 남겼다.
 그 알 수 없는 감정에 대해 의아해하며, 복잡한 마음을 가진 채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 자국을 살폈다.
 ..한참을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