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때였어.

그때 새로 반 배정을 받고 애들끼리 서로 처음 얼굴을 대면하게 된 거였지.

그때는 번호순으로 앉아서 내가 15번이었고 짝은 16번이었다고 치자.

짝이랑은 이야기하다 보니 꽤 친해졌고, 그 짝 옆을 17번이라고 할게.

짝이랑 이야기하던 와중 옆을 둘러보니 17번이 앉아 있었지.

그러다가 눈이 딱 걔랑 마주친 거야.

걔 얼굴이 현대 전형적 미인상이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눈은 꽤 컸고 키도 작은 편은 아니었지.

하여튼, 그때부터 뭔가 감정이 있었던 것 같아.

걔는 그래도 다른 애들이랑 페이스북에서 대화하는 거만 보면 충분히 인싸는 될 듯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고등학교에서는 인싸로 지내고 있었더라는 후문이...)

뭔가 마이웨이 느낌이었다고 해야 하나...

그때 우리 반이 또라이들이 많았는데,

반 인싸들과 대화를 잘 안 했던 건 예사에,

체험학습도 나오지 않았고, 병으로 빠지는 일도 잦았던 것 같아.

어쩌면 반에 관심이 없었는지도 모르는 일이지.

어쨌든, 걔랑은 번호도 마침 비슷했어서 모둠 시간에 같이 앉는 일도 많았어.

내가 몸무게가 가볍다 보니 졸업사진 찍으러 장소 갔을 때에는 걔가 남자애들이랑 같이 나를 들고 찍기도...

성격은 뭐랄까, 4차원이었던 것 같아.

뭔가 종잡을 수 없었던 애였다고 해야 하나?

모둠 미술시간 도중 걔가 나한테 고백했다가 차였다고 농담한 적도 있고,

자기만의 예술 정신 이야기를 한 적도 있었지.

아까 16번이 내 짝이라고 했었지?

걔랑 은근히 어울려 다녔었어.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다만.

이름도 비슷하고 성도 같아서 내가 두 사람 가지고 놀리기도...

사실 좋아한다고 말한 적은 없어.

주변인들에게 티를 내본 적도.

그때는 내 감정이 사랑이었는지도 몰랐거든.

친구 중 한 명은 같은 반 얘 좋아한다고 하다가 차여서,

나도 차인다는 게 두려워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어.

하여튼, 졸업 때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고,

고등학교가 갈려 버린 뒤쯤이었지. 

내가 본격적으로 페이스북을 시작하고 난 뒤에야,

걔의 소식도 알 수 있었어.

남친을 사귀었었더라.

뭐 그래도 걔가 행복하면 된 거니까.

어쨌든 페이스북 친구로 등록은 되어 있어서,

간혹 그렇게 소식을 듣다 어느 순간 계정 탈퇴가 되어 있었지.

지금 생각하면 페메라도 해봐야 했을까.

지금은 뭐하고 지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