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기사 링크 : https://nlab.itmedia.co.jp/research/articles/146961/


'게이밍 아가씨' VS '대전 감사합니다.'

두 명의 작가에게 듣는 '격투게임 아가씨 만화'가 탄생한 이유


아가씨와 격투게임을 소재로 삼아 거의 동시기에 연재를 시작한 '게이밍 아가씨'와 '대전 감사합니다.(이하 대전 감사)'라는 두 편을 만화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점프 루키에 업로드되어 그림은 서툴지만 특유의 단어 선택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게이밍 아가씨'와, 그 작가에게서 '게이밍 아가씨의 상위호환'이라는 얘기를 듣고 올해 1월에는 애니메이션화까지 발표된 '대전 감사'. 싱크로니시티를 일으킨 두 편의 아가씨 격투게임 만화는, 강렬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와 농밀한 격투게이머의 심리를 그리고 있어 폭 넓은 층에게서 지지를 받는 인기 만화가 되었다.


이 두 만화의 작가는 서로의 만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번에 그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게이밍 아가씨'의 원작자인 다이@nani 작가와 '대전 감사'의 에지마 에리 작가의 대담을 실시하였다. '격투게임을 그리고 있다는 것의 고뇌'라는 화제 뿐만 아니라, '인기를 끄는 컨텐츠를 만드는 마음가짐'이나 '알기 쉬운 부분을 희생하여 재미를 얻는다'는 얘기까지 나오게 되었다. 덧붙여, 이 두 사람이 직접 얘기를 나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인간성이 결여되어 있으면 제대로 된 유행은 못 만든다.


- 오늘은 잘 부탁드립니다. 두 분의 만화는 우연히도 똑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어 화제가 되었는데요, 어째서 격투게임을 주제로 하게 되셨는지요?


다이@nani(이하 다이)

예전에 네토라보(이 대담이 올라온 사이트)의 기사(https://nlab.itmedia.co.jp/nl/articles/1912/08/news025.html)에서도 한 번 얘기한 적 있지만, '격투게이머 발언 모음집'를 만들어 봤던 게 마침 유행을 타서, 그대로 만화로도 한 번 그려볼까 하고 마음먹었다가 지금까지 흘러 왔다는 느낌이죠. 설마 이 정도로 화제가 될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니까요.



에지마 에리(이하 에지마)

제 경우에는 취미를 찾고 있던 게 계기가 되었네요. 만화도 취미라면 취미라고 할 수 있고, 연재 원고 이외에도 만화는 계속 그리고 있지만, 그걸로 생계를 책임지게 되면 만화를 그리는 일 말고 다른 건 아무것도 안 하는 꼴이잖아요. 그래서 조금 색다른 자극을 받고 싶어서, 격투게임을 시작하게 되었죠.


격투게임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되니까, 산책하고 있을 때에도 격투게임 생각만 하게 되었어요. 막 시작한 때여서 잘은 몰랐지만, '오늘 아비게일이랑 했던 판은 어떻게 하면 더 좋았을까'라던가, '(주캐인)캐미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은 액셀 스핀 너클을 질렀지만, 원래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요.


그러다보니 점점 만화로 그리고 싶어져서, 전에 연재했던 '유즈모리 양'에서도 내용에 그려넣곤 했었죠. 요약하자면, '만화와 상관 없는 취미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해 격투게임을 시작했는데, 빠지고 난 다음엔 이걸로 만화를 그리게 된 꼴이죠….


-그렇군요. 두 분 모두 취미의 연장선에서 시작하신거네요.


다이

그렇죠. 애초에 전 이게 연재가 되고 직업으로 삼게 될 거라곤 전혀 생각도 못 했으니까요.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긴 했지만.


에지마

진짜 엄청나게 큰 일이 됐어요….


다이

뭐, 그냥 운이 좋았던 거죠. (웃음)


-운이 좋았다고 말씀하시지만, 다이@nani 작가님의 트위터를 보고 있으니 '유행을 일으키는 실력이 좋구나'란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이

하긴, 유행시키는 건 의식하고 있었어요. 제 그림이 서투니까, 이걸 사람들이 보게 하려면 트위터에서 유행시킬 수 밖에 없었거든요.


2019년 10월 19일, 그러니까 '격투게이머 발언 모음집'을 트윗한 날 말인데요, 꽤나 큰 태풍이 불어닥친 날이었어요. '이 시간엔 모두 트위터를 보고 있겠지' 싶어 트윗을 올렸어요. 결과적으로 지르기가 먹혔다는 느낌이 들었죠.



에지마

다이@nani님의 공방을 보고 있자니, 정말로 인터넷에 정통하신 분이란 생각이 드네요. 저는 트위터를 하면 할수록 정서불안이 된단 말이죠…. 인터넷을 접한게 성인이 되고 난 이후라서, 인터넷 분위기를 그렇게까지 잘 파악하진 못하겠어요. '게이밍 아가씨'를 보면서도, 이렇게 유행하면 보통 멘탈로는 못 버티겠구나 싶었거든요.


다이

말하는 방식은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제대로 된 말을 하고 있구나'하는 자신이 있으니까요. 그런 자신감을 가진  상태에서 유행시킬 수 있다면, 인터넷에서도 충분히 강한 사람이 되는 거겠죠.


노이즈 마케팅이란 게 있잖아요, 일부러 불타는 주제를 만들어 그 인플레이션으로 먹고 사는 거 말이에요. 하지만, 애초에 불판은 굳이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에요. 다수파의 의견을 취합한 후에 유행시키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죠. 그래서 무척 과격한 내용을 그린 다음에, 그 중에서도 '다수파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의견을 모아 유행시키자는 게 노림수였어요.


지금은 그런 일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그리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인간성이 결여되어 있으면 제대로 된 유행은 못 만든다고 생각해요.


-서로의 작품은 읽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영향을 받거나 하시진 않나요?


다이

'대전 감사' 9화를 읽고 '이건 졌구만'이란 생각이 들었죠. 그림에 들어간 힘이나 광기에서 차원이 다르다 싶었어요.


9화의 한 장면. 이 다음에 어머니에게서 '지정한 학교에 합격하거나,
나를 이기면 돌려준다'는 제안을 듣고 배틀 만화같은 전개가 시작된다.


제 작품에서는 '사람으로서 올바른 말을 한다'는 부분을 의식하고 있어요. 류코(게이밍 아가씨의 주인공)도 격투게임에 관해선 정신나간 말을 하지만, 인간적으로는 올바른 말을 하죠. 하지만, 이런 강력한 광기에는 지고 마는구나…하고 느꼈죠.


에지마

류코는 존경할만한 사람이 맞죠. 건실히 알바도 하고 있으니까요.


아가씨지만 알바를 하고 있는 류코 님.


-에지마 작가님은 '게이밍 아가씨'에서 어떤 영향을 받으셨다고 생각하시나요?


에지마

일단은… 표절이란 말을 엄청 많이 들었죠. (웃음)


다이

우연히 겹친 거지만… 면목 없네요. (웃음)


(본문: 오늘 발매된 코믹 플래퍼 2월호에서 에지마 에리 작가님의 '대전 감사합니다. ~아가씨는 격투게임 같은 거 안 해~가 연재된답니다.
여담이지만 12월 초순에 인터넷 아가씨가 유행하고, (아마도)4일에 연재가 결정나고, 게이밍 아가씨도 4일에 투고되었습니다만 완전히 우연이랍니다.)

완전히 우연


에지마 

아니에요. (웃음)


콘티를 그릴 때 니코니코 정화에서 이전 화를 확인할 때가 많은데요, '대전 감사'로 검색하면 '이걸 검색한 사람은 이것도 검색했습니다'라고 연관 검색어가 뜰 때가 있잖아요. 거기서 '표절' 같은 검색어가 나오는 거에요.


그래서, '그런 말을 들을 바엔 대놓고 베껴주지'라고 생각했죠(웃음). 그래서 넣었던 게 '굳이 쓸 필요 없는 셋업 승천'이었어요. 그리고, 패치 얘기를 꺼냈던 화에서는 '격투게이머 발언 모음집'을 의식하면서 그렸어요. 그 두 부분에 있어서는 영향… 이라고 할까, 사실 완전히 베꼈죠.



굳이 쓸 필요 없는 셋업 승천 / 굳이 쓸 필요 없는 셋업 승룡


격투게이머 발언 모음집 스타일로 정리된 원망의 목소리들


-(웃음)


다이

게이밍 아가씨에서도, '다음엔 죽인다'란 대사는 '게이밍 아가씨'에서 가져온 거였죠. 처음부터 넣어보고 싶었던 대사지만, 표절 당했으니 다시 표절해주겠다는 느낌으로요(웃음).


에지마

게이밍 아가씨에서 '다음엔 죽인다'를 봤을 때, '비교 이미지를 넣는 게 좋을까?' 생각했지만, 그런 걸 트위터에 올리는 건 워낙 무서운 일이란 말이죠….


(역자 주: 번역할 땐 '발라줄게'로 옮겼는데, 원문은 둘 다 '次は殺す' 였음)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계신데, 역시 서로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고 계실까요?


다이

물론이죠. 엄청 의식하고 있습니다. '대전 감사'의 애니메이션 엔드 카드에 '게이밍 아가씨'라는 타이틀을 집어넣는 게 목표에요.


에지마

(웃음)




'격투게임, 죽이고 싶다'로 검색하고 '대전 감사'가 만들어졌다.


-격투게임을 그리면서 고생하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에지마

'대전 감사합니다.'를 구상하던 중에 플롯을 몇 종류씩 만들었는데, 무척이나 진행이 안 됐어요. 어쩐지 '너무 진지한데'라는 느낌이 들고, 그리는 도중엔 재미있었지만 다시 읽어보니 재미가 없더라고요.


대체 왜 이런걸까? 하고 생각하며 몇 번씩 고치면서 깨달은 게 있었는데… 그 무렵에 격투게임을 하는 게 괴로웠다는 점이에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랭매가 괴로웠던 거죠.


다이

아, 그럴 때가 있죠.


에지마

'유즈모리 양'이 끝났을 때는 '이제 격겜 할 수 있겠네!'라고 기뻐했어요. 그런데, 원고를 진행하던 짬엔 그렇게 재미있었는데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이 되니까 랭크가 더 이상 안 올라가고, '이 자식 한테는 안 지겠지'라고 여겼던 상대에게 티배깅 당하는 등 기분 상하는 일도 있었고요(웃음).


-(웃음)


에지마

심지어 '사는 게 재밌지가 않네'란 생각까지 들더라니까요(웃음). 격겜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게 되니까 만화도 안 그려지는게 아닐까 싶어서 '격겜, 스트레스'로 검색도 해 봤죠. 그러니까 '게임에서 열받을 때 돌이켜보면 좋은 세 가지'라던가 '분노를 다스리는 법' 같은 것만 잔뜩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좀 더 낮은 차원에서 고민하고 있는 건데….'란 생각밖에 안 들더란 말이죠.


다이

진짜 공감합니다….


에지마

그래서, 어느 날 검색어를 '격겜, 죽이고 싶다'로 바꿔 봤어요.


-(폭소)


에지마

그랬더니 '격겜으로 사람을 줘패라'라는 기사가 나왔어요. 거기서 감명받았던 게 '인성질'에 관련된 한 문장이었죠. '인성질은 '너를 빡치게 만들겠다'라는 의사표명이다.', '빡치는 건 아무 문제도 없다. 빡치게 하는 건 기분이 좋다.' '당신은 빡쳐서 싸우는 진정한 전사인가? 그게 아니면 젠체하면서 집으로 도망쳐 인터넷에서 읍습하게 키보드나 놀리는 것밖에 못하는 겁쟁이인가?'라고 써 있더라구요. 온라인 매칭이 메인이 되니까 상대의 얼굴을 못 보니까 잊어버리고 있던 건데, 다시 돌이켜보니 예전에는 그런 식으로 즐겼구나 하는 데 생각이 미쳤죠.


(본문: 2년 전에 읽고 엄청난 영향을 받은 문장입니다.)

해당 기사 링크: https://caesarcola.hatenablog.com/entry/2018/10/03/220947


-하긴, 서로를 잘 아는 사람끼리 말을 나누며 플레이하는게 즐거운 법이니까요.


에지마

그래서, 미오('대전 감사'의 주인공 중 한 명. 통칭 '흰 백합님')의 지능지수를 엄청나게 낮췄어요. 거기서부터 '대전 감사'의 방향성이 정해졌다고 볼 수 있죠.


대전에 지고 3선을 제안하는 흰 백합님.


다이

(웃음) 저도 그런 비슷한 느낌이네요. 요새 격투게임 판은 멋있는 세계처럼 포장하려는 느낌이 꽤나 있어요. 그렇게 홍보하고 싶은 마음은 잘 이해합니다만, 결국 격투게임을 하는 이유는 '저 새끼한테 이기고 싶다', '저 새끼 죽여버리고 싶네' 같은 본능적인 부분이란 말이죠. 그러니까, 멋있는 부분만이 아니라 '스포츠맨십이 통하지 않는 뜨거운 부분'도 강하게 어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알기 쉽게 되는 것만으론 재미가 없다.


-두 분은 격투게임 자주 하시나요?


다이

연재하는 도중엔 좀처럼 시간을 내긴 힘들지만, 그래도 하고는 있죠. 스스로 잘 한다고는 못 말하겠지만요.


에지마

전 요샌 좀처럼 못 하고 있어요. 사실 2D격투게임을 플레이한 시간 자체가 그렇게 길지가 않네요. 시작한 것도 저번 연재 도중이었고, 원고를 하는 도중에 잠깐씩 콤보 연습을 하고, 1개월 후에 처음 랭크 매치… 정도의 페이스로 플레이 했으니까요. 제대로 파기 시작한 건 연재가 끝나고 반 년 정도라고 할까요.


-그렇군요. 격투게임을 직접 해보지 않고는 그릴 수 없겠다 느꼈던 부분이 꽤나 있는데요, 격투게임 관련한 정보는 어떻게 모으고 계신가요?


다이

일단은 프로게이머 분들의 방송이 먼저겠죠. 그리고 '진심으로 격투게임을 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이런 생각을 하겠지'하는 생각을 전제하고 그리고 있습니다. 알고 지내는 격투게이머가 전부 재미있는 사람들 뿐이라 '이 녀석들을 그대로 옮겨서 그려볼까' 해서요.


모 격투게임 방송을 패러디한 걸로 보이는 '응애타가리 TV'


에지마

'대전하는 도중에 이런 기분이 든다'는 등의 감각적인 부분은 저 스스로가 경험한 걸 그리기도 하지만, 좀 더 구체적인 공략이나 옛 사람들이 말할 것 같은 깊이 있는 부분은 방송에서 유명 플레이어 분들이 말씀하신 부분을 상당히 참고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격투게이머에게 고수들의 의견을 절대적이니까요 (웃음)


다이

저는 감각적인 부분을 그릴 때가 많긴 하지만, 실은 게임의 심오한 부분도 꽤나 그려보고 싶어요. 하지만 플레이어들의 뜨거운 심리적인 부분이 아무래도 알기 쉬우니까요.


이 부분이 어려운 것 같아요. 격겜을 좋아하니까 격겜의 심오한 부분도 그려보고 싶은데, 격겜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먹히는 만화가 당연히 더 좋은 법이잖아요. 그래서 어느 정도까지 격겜의 세세한 이야기를 해도 좋을지 아직도 고민하고 있어요.


-두 작품 모두 격투게임 전문 용어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죠. 하긴 격투게이머 이외의 사람들도 즐길 수 있으려면 이런 용어는 줄이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긴 하네요.


다이

'게이밍 아가씨'에서는 처음부터 '아가씨력'이라는 뜬금없는 단어가 등장한 시점에서 '아, 이건 흐름 보여주는 식으로 대충 넘어가면 되겠네'하는 느낌이었죠. 물론 '이해를 못 하면 스토리를 따라갈 수 없는' 용어들은 설명을 달고 있습니다.


에지마

저는 만화를 그릴 때 '알기 쉽게 그리자'는 생각은 안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알기 쉽게 하려고 애를 쓰면 이해는 쉬워질 수 있어도, 그게 곧바로 재미로 이어진다는 생각은 안 들거든요. 특히 '대전 감사'에서는 '전문용어를 줄이면 줄일수록 재미도 옅어진다'고 생각해요.


'앞대시를 약손으로 끊는다'는 격투게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장면


-하긴 그렇겠네요. 인터넷에서 반응을 검색해 봐도 '전문용어는 잘 모르겠지만 재미있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꽤 많아보였으니까요.


다이

그렇죠. 솔직히 말하면 '안 읽어도 돼'라는 생각도 가끔 하거든요.


에지마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안 읽어도 돼'라는 거.


'대전 감사'를 그리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어요. 캐릭터 얼굴이 나오고, 그 옆에 말풍선이 달리고, 그 안에 뭔 소린지 모를 대사가 있으면, 읽는 쪽에서도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구나 하는 걸요.


굳이 해설도 같은 걸 끼워 넣으면, 독자들이 '이거 무조건 이해하고 넘어가야 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히카루의 바둑(고스트 바둑왕)'을 보면 바둑의 룰을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잖아요.


다이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 보다 기세로 진행한다는 말씀이군요. 그 지르기가 먹히면 약간 거칠어도 재미있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가공의 게임'과 '실제 게임'의 차이


에지마

'게이밍 아가씨'에서는 스파5를 소재로 하고 있으시죠. 게임 속의 구체적인 예를 들수록, 나중에 '패치로 불가능해졌다'는 부분이 생길지도 모르겠네요.


다이

진짜 여러가지 있죠…. 그래서 더욱 너무 깊은 부분까진 설명하지 않으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네요.


-'게이밍 아가씨'는 실제 게임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대전 감사'는 가공의 게임을 쓰고 있죠. 두 작품의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각각 어떤 메리트가 있을까요?


다이

'게이밍 아가씨'는 캡콤을 빽으로 둘 수 있다는 게 메리트죠.


-(웃음)


다이

그리고, 실제 게임을 소재로 하면 리얼리티도 있고 공감을 사기도 쉽잖아요. 타겟 독자층은 좁아지지만,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집어넣어 자잘한 재미를 줄 수 있겠다 싶었죠.


알 만한 사람은 아는 '3연 쇄골'
('쇄골'은 류의 특수기인 '쇄골깨기'를 말한다. 앉아 가드로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가드를 부수는 수단의 하나로 사용할 수 있다.)


(본문: 게이밍 아가씨 보고 뿜었다. 우메하라가 쇄골 세 번 하는 거 본 적 있음ㅋ)

3연 쇄골은 트위터에서도 잠시 화제가 되기도 (링크)


-에지마 선생님은 가공의 게임을 소재로 만화를 그리고 계신데, 어떤 메리트가 있을까요?


에지마

설정을 짜 두고 그걸 기초로 각 화의 콘티를 짜고 있는데요, 분위기를 타면 이야기의 전개가 설정과 달라지는 경우가 꽤나 있어요.


그럴 때, 저는 지금 그리고 있는 콘티에 맞춰서 기본 설정을 바꾸는 경우가 꽤 많아요. 만화 초보가 흔히 하는 실수가, 설정을 기반으로 '내 안에 있는 것'을 충실하게 옮기는 게 목적이 되기 쉽다는 점인데요, 결과적으로 재미만 있다면 뭐든지 괜찮다 싶거든요.  그래서 가공의 게임을 소재로 하면, '시합 전개를 이런 방식으로 가고 싶으니까 기술 성능을 이렇게 바꿔 놓자'는 경우도 가능해지죠.


다이

그런 것도 되겠네요. '게이밍 아가씨'는 스파5를 소재로 하고 있다 보니 스파5에서 불가능한 행동은 불가능하고, 해서도 안 되죠. 가공의 게임으로 하면 어떤 행동이라도 괜찮단 말이죠. 고우키 같은 캐릭터가 백관떨구기 같은 기술을 써도 괜찮고. …그래도 캡콤의 비호는 못 받을 테니까. (웃음)


에지마

역시 안정적인 느낌이 있나요? (웃음)


다이

공식 매체에서 선전을 해 주기도 하고, 캡콤에서 홍보 의뢰를 받기도 하니까요. 역시 캡콤을 뒷배로 두면 이루 말할 수도 없이 안정적이니까….


캡콤에서 온 홍보 의뢰를 만화로


게이밍 아가씨 담당 편집자 

잠깐만 끼어들게요. 캡콤은 무슨 조폭 같은 게 아니거든요….


일동

(웃음)




격투게이머의 매력은 '뜨거움'


-격투게이머에게서 만화 내용에 대해 태클이 걸리기도 하나요?


다이

최대한 현실에 맞춰서 그리고 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놓치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죠. 그 부분은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전 한 시간에 한 번, 하루에 스물 네 번 씩 제 관련된 걸 검색하는데요, 태클을 걸어주신다면 오히려 감사히 참고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에지마

그런데, 그리기 전에는 '무지 태클 많이 들어올 것 같아…'하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시작한 다음에는 격투게임을 오래 한 분일수록 따듯하게 지켜주신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다이

아, 그건 정말이에요.


에지마

스파5를 시작했을 무렵에, 캐미 게시판에서 질문을 했던 적이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이런 행동을 하면 이렇게 되는데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하고요. 그랬더니 지금 생각해보면 요점을 벗어난 답변을 말하며 억지부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실력자로 보이는 분일수록 상냥하고 정확한 가르침을 주시더라고요.


다이

프로게이머 같이 실력자인 분들은 정말 신사시죠. 인격적으로도 그렇지만, 격투게임을 대하는 방법도요. 결국 열정으로 헤쳐내고 올라온 사람들이니까, 열정을 가지고 잘 하고 싶은 사람들을 대할 때는 진지하게 답변을 해 주시죠. 격투게이머는 인간성이 쓰레… 성격이 장난 아닌 사람들이라고들 하지만, 그런 부분에선 절대 배신하지 않으니까요.


'인간 쓰레기가 될게요'


-(웃음)


에지마

격투게이머에게 들은 태클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만화는 일단 만화 자체가 재미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많은 격투게이머에게 탄성이 나올만한 내용을 그리는 건 엄청 노력하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지상 목표가 되어버리면 무언가를 잃어버린다고 해야 할까요, 간단하게 재미없어진다고 확신하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격투게이머들에겐 인정받았지만, 연재는 종료되어 버렸습니다'하는 꼴이 되겠죠. 솔직히 말해 격투게이머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은 정말로 굴뚝같긴 하지만, 그건 '재미있는 만화를 만든다'는 기준에 비교하자면 아무래도 차이가 있죠.


한편으론, 붐이 꺼진 시대에도 '유행따위 알까보냐'하는 마음으로 격투게임을 계속하는 분들이 계셨던 덕분에 지금도 격투게임 신이 존재하는 법이니까, 거기에 늦게 올라탄 제가 '격투게이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상관 없어'라는 방향으로 너무 나가는 것도 영 아니라고는 생각해요.


다이

그렇겠네요. 격투게이머라는 사람들의 매력은 역시나 '뜨거움'이라고 생각하니까, 그 부분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게 중요하죠.


-좋아하시는 프로게이머는 있으신가요?


다이

'게이밍 아가씨'가 유행하는 계기가 되었던 게 스톰쿠보 님과 키치파무 님 두 분이 리트윗해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덕분에 지금도 두 분의 팬입니다.


-…일단 여쭤보는 건데, 잡기캐 싫어하시죠?


다이

물론이죠. 잡기캐하고 싸우는 건 인생 낭비니까요.


(본문)

-어떤 캐릭터가 쓰레기 캐릭터라고 생각하시나요?

다이@nani 

잡기캐죠. 셋업이 강력하면 더 쓰레기캐릭이구요. 시스템적으로 기상 공방을 극단적으로 강조하게 만들면, 필연적으로 셋업 캐릭이 더럽단 소릴 듣게 되고, 대책이 극단적으로 어려운 기술을 가진 캐릭터는 헤이트 수치가 높아지니까요. 절대 다수의 플레이어가 납득할수 있는지 아닌지가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그렇군요. 그러면 (잡기캐를 혐오하기로 유명한)프로게이머인 네모 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이@nani

전 세계의 모든 잡기캐 유저를 없애버리시는 그 날까지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점프 루키판 '게이밍 아가씨'가 화제가 되었을 때 다이@nani 님과 한 인터뷰 기사에서 발췌. 정말 잡기캐가 싫은 모양이다.


에지마

저는 캐미를 쓰니까 캐미 유저들의 영상을 자주 보는데요, 좋아하는 플레이어가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역시 우메하라 씨.


다이

역시 그렇겠죠. 그 분은 방송도 재미있으니까요. 그렇게 재미있는 아저씨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웃음).


에지마

저는 우메하라 씨를 게이오대 마루노우치 시티 캠퍼스 강연 영상을 보고 알았어요. 거기에서 게임에 질린 사람에게 답변을 해 줄 때, '게임에 질린 게 아니라 성장하지 않는 것에 질린 거다.'는 유명한 말이 나와요. 저도 만화를 그릴 때 똑같은 걸 느꼈던 적이 있는데, 그 부분을 제대로 된 문장으로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셔서 감동을 받아 그 부분을 5번, 10번, 20번 씩 반복해서 봤어요.



(역자 주: 이건 아마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번역해주신 게 있을거임. 그거 찾아보면 좋을듯)


그래서 우메하라씨의 책도 전부 읽었는데, 그러다가 '이걸로 이해한듯한 기분이 들면 그걸로 되나?' '절대 아냐!'란 생각이 들어 스파5를 사게 됐죠.


-격투게임을 시작한 계기가 우메하라 씨였군요.


에지마

말하고 행동이 정말로 주인공이라는 느낌이 들잖아요. 물론 그런 말을 하는 것 뿐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겠지만, 확실하게 결과를 내고 있잖아요.


저는 격겜이라는 비공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뒀는데요(웃음), 토키도 씨에게 7대 0으로 졌을 때※ 사람들이 하도 '우메하라도 이제 끝났네'라는 식으로 얘길 해서 저까지 침울해졌거든요. 그런데 그 이후로 재기하는 과정이 장난 아니었죠. CPT 온라인※에서 바로 우승을 했잖아요. 이것도 진짜 만화 같았죠. 이 사람은 이런 역경을 몇 번이고 헤쳐나온거구나 하고요.


※ 토키도에게 7대 0으로 졌다. : 2020년 봄에 치뤄진 토팡가 챔피언십(제1기)에서 우메하라 선수는 토키도 선수와 결승 리그에서 만났다. 과거의 전적으로 보아 우메하라 선수의 우승이 예상되었으나 놀랍게도 스트레이트로 패배하여 화제가 되었다.

※ CPT 온라인 : 캡콤이 온라인에서 진행한 대회. 예년 세계 각지에서 치뤄지던 대회가 온라인에서 치러졌기 때문에, 우승한 우메하라 선수는 공식 세계 대회인 캡콤 컵 2020에 출장권을 얻었다. (하지만, 이후 캡콤 컵 2020은 중지되었다.)


-'게이밍 아가씨', '대전 감사' 모두 상대를 비난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이 부분에서 특별히 신경쓰이지는 않으신가요? 요즘 같은 시대에는 꽤나 두려운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다이

당연한 말이지만, 인종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건 절대 안 되는 거고, 외형적 부분을 건드리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요. 되받아치지 못할 말도 NG라고 봐서, 집어넣을 거면 반드시 받아치는 장면을 넣으려고 하고 있죠. 인성질을 할 거라면 반드시 재미있는 장면이어야 하니까요.


에지마

'대전 감사'에서는 어떨까요…. 1화에서는 분명히 그런 장면이 있긴 하지만, 그 외에는 그렇게 많이 있는 것 같진 않네요. 그리고, 1화의 그 장면면을 말해보자면 '이겼다고 생각해서 인성질을 한 상대에게 거꾸로 발라버린 다음'이기 때문에 그런 느낌으로 나올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하거든요. …아니, 애초에 이건 제가 실제로 생각했던 거니까요.


아마도 '대전 감사'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다이

(웃음)


에지마

이런 짓을 오프라인 대전이나 오락실에서 대전 상대가 근처에 있는데 한다면 위험한 사람이겠지만, 온라인 대전이라면 직접 듣지도 못하니까 입 밖으로 낼 수 있는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게다가 내가 먼저 인성질을 당한 상황에서 역전승을 했을 때 나온 기쁨의 표현이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요.


인상적인 장면이니까 ''대전 감사'에서 이 컷은 본 적 있어'하는 사람도 꽤나 많은 모양이라, 잘못된 인식을 가지실 수 있어 이것만큼은 해명하고 싶었어요. (웃음)


-모처럼 성사된 기회니까, 두 분 께서 질문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것도 한 번 들어보고 싶은데요, 에지마 선생님은 어떠신가요?


에지마

다이@nani님은, '격투게이머 발언 모음집'이 유행을 탄 걸 계기로 만화를 그리셨다고 했는데, 원래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계셨나요? 다른 표현 방법도 있었을텐데, 왜 굳이 만화를 선택하신걸까 하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다이

그렇군요. 어쩐지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했었죠. 하지만 만화를 그리는 데는 범상치않은 파워가 필요하기도 하고, 그림이 서툴러서 못 할거라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고 있었어요.


애초에 '격투게이머 발언 모음집'도 만화를 그리려고 모아둔 소재들이었거든요. 그게 유행을 탔으니 그려봐도 되겠다는 결심이 선 거죠.


-그 시점에서 벌써 만화로 만들 걸 의식하고 계셨단 말씀이군요. 그러면, 다이@nani 선생님은 에지마 선생님께 묻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다이

어디 보자… 애니메이션 얘기가 나왔을 때는 어떤 기분이셨나요?


에지마

저는 목표가 있어요. 상업 연재는 '대전 감사'로 세 번째지만, 처음의 목표는 '세상에 내보내는 것', 그 다음 목표는 '세간에 얘기가 나오는 것', 그리고 '대전 감사'는 '잘 팔리면 좋겠다. 잘 되면 애니메이션까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물론 기뻤죠. 고작 2권이 나왔을 때 그 제의가 올거라곤 생각 못 했지만 말이에요.


'대전 감사'는 2021년 1월에 애니메이션화가 발표되었다.


-'대전 감사' 애니메이션이 시작되면, 격투게임 인구가 늘어날지도 모르겠네요.


다이

그렇겠네요. 저도 '게이밍 아가씨'를 보고 격투게임을 시작했다는 분이 계시다면 정말 기쁠테니까, '대전 감사'에 편승해서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면 좋겠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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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2주쯤 전에 뜬건데 바쁜 일이 있어서 좀 늦었다.

흰 백합 만화는 손 떼긴 했지만 이런 인터뷰는 관심있을 거 같아서 한 번 해 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