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일이라 시간대 틀릴 수 있음




언제 처음 격겜을 접했는지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어릴 때 다니던 태권도장에서 잘하는 애들은 오락시켜줄께 하고 가져다놓은 'KOF95'


우리는 그 오락기 하나에 열광했고 도장 수업이 끝나면 오락기 앞에 모여서 서로 게임을 했다


정확히는 게임을 한다기보다는 작은 손으로 레버를 막 돌리면서 버튼을 쾅쾅 손바닥으로 누르는게 전부였다


그래도 그 안에서 누군가는 잘하는 아이가 있었고 못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렇게 나는 격겜에 입문을 했다


정확히는 전자오락에 입문을 하게 됐다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고 친구들을 사귀면서 여타 또래 애들이 그렇듯이 오락실을 다니기 시작했다


문방구 앞 오락기는 이미 만원이었고


오락을 맘편히 하려면 오락실 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그때 당시에는 97이 유행이었고 모두가 잘 아는 


'미친 이오리' / '미친 레오나' / '미친팀' 을 고르는게 국룰이었다


웃긴건 그 때 다니던 오락실에서 가장 큰 화면의 기계가 97이었고 오락실 정 가운데에 떡 하니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콜로세움 같은 느낌도 들었다


미친 이오리, 레오나, 미친팀 히든 커맨드는 알음알음 다 퍼졌고 희안하게 나는 매번 고르다가 뻑났다 ㅅㅂ


친구한테 100원주고 해줘를 시키기를 여러번


조금씩 격겜이 손에 익기 시작하고 이렇게 하면 기술이 나가네! 우앙!! 하면서 또래들끼리 이기고 지고를 반복했다


그러다 우연찮게 고학년을 연승으로 이기면 쳐맞거나 화장실 끌려가거나 개쌍욕을 먹는것 또한 국룰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격겜을 하면서 킹오파가 질릴때 쯤




사립저스티스 학원이 나왔다


물론 나는 사쿠라를 골랐고 무한콤보로 동네 형들을 농락하다가 쳐맞고 욕먹고를 반복하다보니


조금 눈치가 늘었는지 쎄하면 내가 1P일때 오락기를 끄고 냅다 튀었다 시발새끼들



그리고 등장한 과학


우리동네만 기억나는게 6조가 있었다


모두가 미친듯이 했고 미친듯이 이기고 지고 쳐맞고 욕먹고를 반복했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상함을 느꼈다


나는 주인공이고 멋있는 이오리 테리 쿄 같은 메이저 캐릭들만 하는데


못생기고 이상한 캐릭을 하는 형들한테 매번 졌다


왜?


애네가 잘생기고 주인공인데 더 강한거 아닌가?


그리고 그 때 깨달았다


"아 나는 게임을 못하는구나"


그때부터 현타가 왔었고 격겜에 흥미를 잃었다


오락실을 가도 1945나 그냥 컴까, 아니면 갈스패닉 구경 정도만 했지


쉽사리 98 자리에 앉기 힘들었다


나는 평화롭게 컴까를 하고싶은데 형들이 자꾸 이으니까 질 꺼 뻔히 아는데 게임 하기가 싫었다


그러던 중 어떻게 보면 운명적인 만남을 겪게되는데



바로 스타글래디에이터를 접하게 된 거다


이 때 동네에서 3D게임이라고 얘는 200원인가로 기억하는데


그래서 사람들도 안했고 거의 나 혼자만 하는 게임이었다


컴까를 하다보니 자신감이 붙고 어느순간부터


나는 스타글래디에이터 한정 동네 짱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우쭐우쭐 하던 중 어떤 여자애를 만났다


링링이 주캐였던 그 아이는 내 오메가 (짤에 오른쪽 깡통로봇)과 박빙으로 싸웠다


내가 이 동네 짱이었는데? 애는 뭐지? 여자애가 오락실에? 기집애라 기집애 캐릭 고르네 ㅋㅋㅋ


근데 이 아이랑 어느순간 서로가 서로를 라이벌로 인식하게 됐다


내가 하고있으면 칼같이 잇고


저 애가 하고 있으면 내가 칼같이 잇고


서로가 서로를 "오메가 좆밥" / "링링 좆밥" 이라고 부르며


다음엔 안질꺼다 를 서로 입에 달고 살았다


그리고 이때 격겜에서 가장 중요한 "호승심" 이란걸 배웠다





재밌게 봤다면 2편 써올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