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내가 스파6을 직접 컴으로 해본 건 아님. 내컴은 ㄹㅇ 똥컴이라 스파5도 옵션 최대로 깎아야 간당간당한 수준이니... 시각장애인 지인이 스파6은 앞점프 소리와 뒷점프 소리가 다르다는 말에 혹해서 질러서 플레이하는 걸 구경한 입장에서 적는 거라 아주 정확한 평가는 못됨.
1. 전맹 시각장애인 혼자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측면에서 보았을 때의 접근성은 아직 많이 부족해보였음. 겜 처음 실행하고 나서 약관동의, 언어설정같은 초기셋팅부터 애먹는 게 보이더라. 그때 잘못했으면 화면 표시 언어부터 한국어가 아닌 이상한 언어가 되버려서 나중에 다른 비장애인 도움 받을 때 애로사항이 꽃필 뻔 했음. 스크린리더에서 지원하는 ocr을 켜놓고 화면 내 문자열을 조금씩 읽어가면서 진행했는데 이 ocr도 만능은 아니기 때문에 아예 스크린리더와 연동되어있는 스컬걸즈랑 비교하면 많이 딸림.
하다못해 게임에서 지원하는 오디오 접근성 기능을 셋팅하는 데에도 별도의 안내가 없어서 이후 눈 보이는 다른 지인 도움을 받아야 했음.
2. 오디오 접근성 관련으로는 여러가지 신경쓴 게 보였음. 일단 캡콤정도의 대기업 격겜에서 시각장애인 접근성을 신경써줬다는 것만으로도 좋게 평가해주고 싶음. 하나하나 이야기해보겠음.
-스테레오 및 기본적인 음향 효과는 스파5에 이어서 굉장히 훌륭함. 스테레오가 거리별 구분이 명확하고, 주먹과 발의 소리가 다른 것을 확인했음. 슈퍼아츠게이지가 차오를 때마다 고유한 사운드가 나는 것도 좋았음. 다만 드라이브 임팩트와 ex기술이 발동 시 소리가 같아보여서 헷갈릴 것 같긴 한데 이건 내가 본격적으로 확인해본 게 아니라서 함부로 말을 못하겠다.
-플레이어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옵션이 추가됨. 물방울 소리같은 핑이 계속 나는데, 상대와 거리가 멀면 소리가 낮고 느리게 재생되고 거리가 가까워질 수록 빠르고 높은 소리가 남. 방향이 바뀌면 소리가 달라진다. 다만 솔직히 이어폰 빼고할 거 아니면 실전에서 사용할만한 기능인지는 의문임. 어차피 스테레오가 있어서 격겜 경험이 있는 시각장애인은 저런 소리가 없어도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오히려 이 소리에 다른 중요한 소리가 묻혀서 대처를 못할 수도 있음. 실제로 시각장애인 지인의 경우 잠깐 켜서 해보다가 산만하다고 꺼버렸음.
-상중하단 피격 시 각각 고유의 소리가 나는 옵션이 추가됨. 상단공격을 맞으면 도, 중단은 솔, 하단은 한옥타브 낮은 도 소리가 남. 상대 공격을 맞았을 때 무엇을 잘못했는 지 알 수 있고, 내가 캐릭터 기술이나 기본기를 쓸때도 어떤 기술이 어떤 판정인지를 바로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아보였음. 역가드났을 때의 소리도 따로 있다는 카더라가 있는데 시각장애인이 스스로 역가드 상황을 만들어내는 게 쉬운 건 아니라서 확인은 못해봄.
-메뉴를 이동할 때 이를 읽어주는 기능이 어느정도 추가됨. 스파5나 대부분 자체 시스템 아나운서가 있는 경우에도 메뉴를 선택했을 때에만 무엇을 골랐는지 알려줄 뿐 메뉴 위에 커서만 옮겨도 읽어주는 경우는 흔치 않았는데 스파6이 어느정도 이를 구현했음. 특히 캐릭터 셀렉트 시에 캐릭터를 셀렉트했을 때가 아니라 커서를 그쪽으로 옮겼을 때 캐릭터 이름을 읽어주도록 하는 옵션이 추가된 건 아주 좋다고 생각해. 한번 캐릭터를 고르면 취소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캐릭을 잘못고르면 어찌할 수 없었거든.
다만, 이 기능이 아주 완벽하진 않음. 메뉴를 읽는 것도, 캐릭터/스테이지를 제외하면 아주 큰 카테고리에 한정됨. 예를 들어서 온라인이라는 카테고리는 읽어줘도 그 속에 작은 메뉴들은 읽어주지 않음. 특히나 옵션설정은 아예 안읽어주는 터라...
캐릭별 음성언어 설정에 있어서도 스파5에서는 캐릭터별로 언어가 바뀌었을 때 각자의 언어로 자기 고유대사를 말했는데 스파6에서는 그러지 않아서 아쉬웠음.
그래도 다시 말하지만 캡콤정도의 대기업에서 이정도라도 시각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해줬다는 건 아주 고무적인 일임. 시작이 반이라고 다른 격겜 제작사에서도 접근성이나 오디오 디자인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더 해주면 좋겠음. 나중에 전맹 시각장애인 혼자서도 스스로 온라인 매치 방을 찾아서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게임이 나오기를 기원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