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에 제대로 글 쓰는 건 처음이고 지금 당황스러워서 두서가 없다 긴 글 미안하다 슬픔을 보일 곳이 없어서 여기에 쓴다... 그냥 무시해줘라


사이노를 보고, 사이노 PV를 보고 멋있는 분위기와 의외의 개그에 영업당해 윈드블룸 당시 원신을 시작한 유저다

처음 사이노 뽑고나서 얼마나 기뻤는지 부모님 다 계시는데 목소리 높여서 좋아하고 부모님한테 보여드리고 난리였다


어차피 소과금이라 다른 5성까지 뽑을 시간 없어서 그냥 덱에 항상 사이노를 넣고 다녔고, 친구들에게 덱에 사이노가 안 어울린다거나, 사이노를 제대로 못 쓰고 있다고 핀잔 먹어도 항상 사이노를 메인 딜러로 썼다. 그냥 좋으니까, 재밌으니까, 옆에 그 어떤 캐릭터가 있더라도 가장 먼저 눈이 가고 정이 갔으니까


윈드블룸에서 사이노의 개그를 마음껏 즐기고, 고대하던 수메르 스토리를 들어간 이후에는 매일 매일이 행복했다. 원신에 들어가기만 해도 사이노가 나왔고, 성우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니까


원신 카페 가는 친구에게 사이노랑 사진 찍은 다음에 나로 바꿔서 편집해달라고까지 말했을 정도로 사이노를 좋아했다, 외국 사이트를 다 뒤져서 해외 배송이 되는 사이노 관련 상품을 찾고 바로 생전 처음으로 알바를 해서 돈을 모아 샀을 정도로 좋아했다


사이노 테마 겉옷을 산 이후로 쪽팔린지도 모르고 어딜 가든지 매일 매일 입고 다녔다가 색이 바래서 손빨래를 했을 때도 마냥 즐거웠다

평소에는 일도 안 하고 용돈으로 여자애들 피규어나 사서 모으던 자식새끼가 갑자기 옷을 사고 밖에 나간다는 것에 부모님도 어지간히 충격을 받으셨는지 원신만은 끊으라고 하지 않으셨다


폰타인 스토리가 시작하고 나서는 잘 접속도 못했고, 스토리도 가볍게 읽고 넘긴 후 유튜브로 제대로 보는게 끝이었지만 사이노를 언제나 좋아했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사이노를 정말로 좋아했다는 걸 잘 알고 있고, 게임 캐릭터는 다 똑같이 생겼다고, 그런 거 좋아할 필요 없다고 말하시던 부모님도 사이노만은 알아보시게 되었다


나에게는 원신이라는 게임의 시작도 사이노였고, 원신을 하게 만들어준 원동력도 사이노였다

사막경찰인데 옷 벗고 있는 건 조금 웃겼지만 그 외 목소리도 스토리도 성격도 행동도 전부 마음에 들었다

사이노는 1년 동안, 원신을 넘어 인터넷 생활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준 캐릭터다 그리고 이우리 성우님도 그 일부셨다

처음으로 알바를 해보고, 제대로 상품을 사보고, 제대로 게임을 하면서 무언가 마음 속 응어리졌던 아싸의 우울감이 원동력으로 바뀌는 걸 느꼈다 지금까지는 그냥 기계적으로 게임을 하고, 돈을 쓸 뿐이었는데...

원신은, 사이노라는 캐릭터는 나를 완전히 바꾸진 못했더라도 내 일부를 뒤흔드는 데에는 성공했고 난 그것에 매우 감사하며 살고 있다


사이노를, 이우리 성우님의 목소리를 정말 진심으로 좋아했다 갑작스레 소식을 듣고 온갖 사이트를 뒤져보며 상황파악을 하고 나서 잠시 울기까지 했다... 잠시가 아니라,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조금씩 나오려고 한다


이우리 성우님을 진심으로 애도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언제나 내 마음 속 최고의 성우, 언제까지라도 내 1년의 추억 중 한 조각을 채워주신 분이실 겁니다

저 같은 인간을 일하게 해주시고,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것이 생기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이우리라는 성우를, 이우리가 연기했던 사이노라는 캐릭터를 좋아하겠습니다

별이 된 당신을 언제나 기억하겠습니다, 애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