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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남자에게도 속하지 않은 여성을 강간하는 것은 전혀 범죄로 취급되지 않았다.

복잡한 거리에서 누군가 잃어버린 동전 하나를 줍는 것은 도둑질로 취급받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남편이 아내를 강간했다면 범죄가 아니었다.

사실 남편이 아내를 강간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모순이었다.

남편이 된다는 것은 아내의 성을 완전히 마음대로 할 권리를 가진다는 뜻이었다.

남편이 아내를 '강간했다'는 말은 누군가가 본인의 지갑을 훔쳤다는 말처럼 비논리적인 것이었다.

이런 사고방식은 고대 중동에서만 통용되던 것이 아니었고, 2006년 기준으로 53개국에서 아내는 남편을 강간죄로 기소할 수 없었다.

심지어 독일에서도 1997년에 이르러서야 강간법이 개정되어 부부간 강간이라는 법적 범주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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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들어, 진화는 남자로 하여금 임신 가능한 여자와 성관계를 해서 유전자를 퍼뜨리면 쾌감이라는 보상이 주어지도록 만들었다.

만일 성관계에 따르는 쾌감이 그리 크지 않다면, 힘들여 그런 수고를 하려 드는 남자는 드물 것이다.

그런데 또한 우리는 그 쾌감이 재빨리 사라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이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만일 오르가즘이 영원히 지속된다면 행복한 남자는 음식에 흥미를 잃은 탓에 굶어 죽고 말 것이고, 다른 임신 가능한 여자를 찾는 수고를 하려 들지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