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

























































시작하자.



애초에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뭐라 말할 일도 아니지만


원신 음식의 기원을 찾는 건 간단하기만 한 건 아니다.


물론 간단할 때도 있다.



근데


(참고 블로그 https://like-tea.tistory.com/304)


너무 간단해도 문제다.

내가 쓸 게 없잖아.


일단 딱 봐도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음식은 제외.

뭔가 아리까리하게 티바트 풍으로 로컬라이징돼서

이빨을 까는 맛이 있어야 주제로 쓸 수가 있지.



그래서 오늘 주제는 이거.

준비물은 구글.

우선은 메뉴의 이름을 그대로 검색해 본다.




대충 2페이지까지 둘러봐서

기원에 대해 조명한 글이 없다면 NTR은 없음.

주제로는 합격.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하면 되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이 흥얼채에 관해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지식이 없다.



그래서 일단은 인게임 데이터로부터 최대한 단서를 찾고,

부족하면 허니임팩트에서 다른 언어의 명명을 참조한다.




영어랑 일어는 별 도움이 안 되고,



중어로는 래래채(라이라이차이來來菜).


라이라이 ㅊ...



쓸 데가 없구만.


이 흥얼채라는 요리가 미호요의 순수 창작이라는 가정은 일단 접어 두고

어디엔가는 모티브가 된 요리가 있을 것이다.


우선 출신과 재료에서 힌트를 찾아 보자.


일단은 리월 요리니까 <중국>을 넣으면 되겠고, 



무슨 잡채 같은 요리인 줄 알았더니 재료에 쌀이 들어간다.


명백히 밥이나 죽은 아니고, 


(참고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udTe175-XrM)


요리를 재현하는 영상 제작자는 국수를 투입하고 있다.

확실히 요리 가운데의 저 허연 부분은 국수라고 생각할 여지가 충분하다.

그렇다면 나는

저것을 쌀국수라고 생각하도록 하겠다.


이렇게 되면 조사 범위는 상당히 좁혀진다.

물론 중국에서도 쌀국수는 즐겨 먹지만

(쌀이 밀을 주식경쟁에서 완전히 구축하려면, 아열대 내지 열대 기후 지역이 타당하다.)


밀국수를 밀어낼 정도로 주식으로 정착된 곳은 한정적일 것이다.

 

거기에 고기와 생선 , 새우와 두부까지.

국수치고는 단백질이 매우 푸짐하다.


중국에서 먹는, 고기와 생선 새우 두부가 들어간 쌀국수.

해당 키워드로 검색을 해 보자.



당연히 제대로 안 나온다.

키워드가 너무 많아서 쓸 데 없는 결과가 뒤섞여 버렸다.


이렇게 되면 검토할 페이지는 늘어나지만

키워드에서 단어를 하나씩 빼면서

이미지 검색으로 하나하나 유사한 메뉴를 찾는다.


지루하다.



볼 념글도 한가득 쌓였다.


사실 주범은 요놈이다.

카우방 재밌따.



그렇게  쓸 데 없이 한참 걸려서



한 장 찾았다.


근데



음식 이름이 없다.

번역기를 돌려봐도 알아볼 수 있는 건

hakka 라는 키워드 뿐.


하지만 키워드 하나도 소중하다.

단어 하나하나 악착같이 달라붙어 검색하고,

위키도 뒤져 본다.



이 hakka라는 건

객가(客家)라고 하는 한족의 일파이며,

중국 남부와 홍콩, 대만 등에 많이 분포하는 민족이라고 한다.


쌀국수라길래 설마 했는데, 

조사가 동남아를 낀 남쪽 지방에 점점 가까워져 간다.


암튼 그렇다면 

이 객가(학카客家)라는 키워드를 추가하고

다시 쌀국수 메뉴로 이미지를 훑어본다.


찾았다.


(참고 블로그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visit_taiwan&logNo=221282420301)


대만의 식당에서 어두미분과(위터우미펀궈魚頭米粉鍋)

라는 이름의 객가 요리를 복원해 팔고 있었다.


이 음식 이름을 직접 입수하는 게 중요한 게,

저게 정확한 기원이 아니더라도 

키워드로 사용해 해외 검색 결과를 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어의 압박은 요즘 성능이 매우 좋아진

번역 기술로 극복이 가능하다.



이 어두미분과...생선 대가리 쌀국수는

중국 남부를 걸쳐 대만부터 말레이시아까지

상당히 넓은 지방에서 훌륭한 외식 메뉴가 되고 있었다.


이름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국물은 돼지나 닭고기로 우려내는 만큼

흥얼채와의 연관성은 멀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별도로 찾은 말레이 쪽 기사의 언급에 따르면



중국 본토로부터 제면(製麵)기술이 동남아 지역으로 전래되었는데,

특히 그 중에서도 푸젠(福建)성 지역이 압도적으로 자주 언급된다.



저쪽의 대표 요리인 호끼엔 미( Hokkien mee )도

이름을 풀어 보면 '복건(푸젠)의 면 (Hok-kiàn-mī/福建麵) '이란 뜻이 되고.


저기에 영향을 줬을 것 같은 푸젠 성의 면요리를 꼽자면



이 탕육사면((湯肉絲麵)을 꼽을 수 있겠다.

다른 지방에서는 우육면(牛肉麵)으로 통하고

본래 쇠고기가 주재료인 국수이지만,


고기보단 생선이 흔한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풍부한 고기 건더기는 완자나 새우 등으로 대체되고,

면도 남방에 친숙한 쌀국수로 바뀌면서

고기 육수와 해물 건더기가 합쳐진 지금의 모습이 된 거지.


그리고 이 탕육사면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또 재미있는 정보를 발견했는데,



푸젠성의 요리사인 천평순(陳平順)이 

일본 나가사키의 사해루(四海樓)라는 요리집을 열었고,

여기서 탕육사면을 참조해 만든 가성비 좋은 면 요리가



나가사키 쟌폰(長崎ちゃんぽん).


훗날 한국에서 짬뽕으로 통용되는 요리가 된다.



의외로 이 흥얼채와 한국의 짬뽕은

삼촌과 조카뻘  정도 되는 친척지간일지도 모른다는 거다.


아무튼 이 흥얼채의 기원은 대충 특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하나 더 있다.



이 '축제 요리'라는 부분이 대체 무슨 의미인가?


중국에 축제 때만 먹는 국수가 따로 있다는 건

어디에서도 연관성 있는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이 어두미분과와 근연 관계로 추정되는 요리를 하나 더 찾았다.



과교미선(궈챠오미셴過橋米線).

해석하면 다리를 건너는 쌀국수라는 이름을 가진 이 요리에는

그에 걸맞은 재미있는 전설이 있는데,



마치 집이랑 도서관 놔두고

꾸역꾸역 카페에 앉아 공부를 하는 대학생처럼

호수 한가운데의 작은 섬에서 굳이 공부를 하는 서생이 있었다고 한다.



이 서생은 특히나 국수를 좋아해서 즐겨 먹었는데,

오토바이고 배민이고 없었던 그 무렵,

국수를 조리해 식거나 불기 전까지 가져다 주어야 하는

아내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매번 이 ㅈ같은 일퀘를 내버려둘 수 없었던 아내는

한 가지 묘책을 내는데,



면과 육수, 고명을

따로따로 미리 조리를 해 둔다.


국수는 그릇 대신 한 사람이 먹을 만 한 작은 냄비에 담고,

완조리는 부엌이 아닌 목적지인 섬에 가서 한다.



밑준비는 약간 더 번거로워졌지만

아내는 미호요를 뒤집어엎을 필요가 없어졌고,

대신에 맞아죽기 싫었던 서생도

열심히 공부해 과거에 급제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전설이 무슨 상관이냐면,

그 조리법을 다시 한 번 보자.


면과 육수, 고명을 따로따로 준비.

먹기 직전에 합친다.

이거, 분명 원붕이들도 본 적이 있는 방식일 거다.



바로 잔치국수.


잔치라는 단어가 의미하듯

한번에 많은 사람을 대접해야 하는 상황에서

끓여서 놔두면 금방 품질이 떨어지는 국수를

최대한 신선하게 손님들에게 내려면



이렇게 국물과 면, 고명을 따로 분리해  놓는 건 필연적인 해결책이란 거다.


(교회 몇 번 다녀본 애들은 이 원리가 더욱 익숙할 것이다.)


그 존재 자체가 대규모 외식 인구를 생성하는

축제라는 이벤트에서

만약 국수를 만들어 대접한다고 하면,



이런 과교미선 형태의 메뉴가 나올 가능성이 높지.

내친 김에 찐으로 저거 만드는 사람도 있을 거고.


때문에 미호요의 누군가는 축제에서 저런 국수를 먹어 봤을 가능성이 높고,

그게 어두미분이던 과교미선이던

축제에서 맛보았다는 자신의 경험을 반영해

흥얼채를 탄생시켰을지도 몰라.


실제로 중국 축제 음식이 아니라도, 뭐 어때?



여기는 티바트 잖아?


끝으로

특제요리에 대한 추측을 뇌절로 하고 마치도록 하자.


면이 특제 요리인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



요즘은 대부분 즉석화 되어 있어 체감하기 힘들지만

주식 중에서 특히 면(麵)이라고 하는 건



만드는 데에 굉장한 숙련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즉,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는 거다.


특히 누군가를 위해 손을 바삐 움직인다고 하면


필연적으로 그 '누군가'에 대한 격렬한 화학 반응을 일으키게 마련이지.


즉,

원신에 면으로 된 특제 요리가 많다는 건

그 인물이 주인공에게 품은 친애의 감정을

음식 그 자체로 표현하려는 의도라고 생각이 돼.


어...그러니까...




요약하자.


1. 흥얼채의 기원은 어두미분과, 혹은 과교미선

2. 흥얼채는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국수라서 축제 음식이 되었다.

3. 치치야 사랑해 그러니까 그만 좀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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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이건 다음 편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