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차는 좀 급하게 만들었다.



원래 올리려고 했던 특집이 생각보다 범위가 커져서

조사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고


가볍게 써 보려던 소설도 판이 커졌다.



암튼 책 펼치자.


건륭제(乾隆帝, 1711~ 1799)


엄밀히 말하면 우리나라 선대왕은 아니지만

이 얼굴을 잘 기억해 두자.

앞으로도 두고두고 우려먹을 아조씨다.


오늘도 이 아재는 미복잠행이란 명분으로

잘도 싸돌아댕기고 있었는데




이번에 간 곳은 상하이에서 살짝 남쪽에 위치한 

항저우.


차에 대해 관심이 있는 놈이라면 들어봤을

용정차라는 녹차가 생산되는 곳이 바로 이 항저우야.


오랜만에 바람도 쐬면서 민가에서 차도 얻어 마시고

좋은 찻잎도 선물받아 기분 좋아진 황제는



언제나처럼 골목의 그럴싸한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기로 했지.


중국의 식사에는 차가 빠질 수 없는 법.

마침 선물 받은 찻잎을 사장님한테 넘기며

차도 좀 타 달라고 했지.


그 순간

소매 안쪽으로 슬쩍 보이는 황제의 옷인 용포.


왔구나.

사장님은 온 만감이 교차했지.


오늘 여기는 VJ특공대가 오든가

아니면 골목식당을 찍게 될거라고.


일단 받은 찻잎을 주방에 잘 모셔 두고

사장은 메다닥 위층으로 가서 가장 좋은 찻잔과

주전자를 가지고 다시 내려왔어.



그런데


분명히 탁자에 올려놨던 찻잎이 사라졌다.


"야, 주방장아."

"여기 있던 찻잎 어디로 갔냐?"


냄비에서 새우를 볶고 있던 주방장이 벙찐 얼굴로 대답했어.



"그거 대파 아니었슴까?"






황제께서 하사한 거나 마찬가지인 찻잎은 

이미 냄비 속에서 새우와 함께 볶아지는 중이었어.







물론 가게에도 찻잎은 있었지만


중국에서 입맛 까다롭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저 아저씨가 알아차린다면?


사장은 결정을 내려야 했어.


이걸 사실대로 말하고

우리가 차 하나도 제대로 못 끓여오는 기열찐빠 식당이라고 욕을 먹거나


다른 찻잎을 내서

황제를 기망한 죄로 모가지가 날아갈 위험을 감수하거나.



그래서

사장은 주방장을 붙들고 작전을 주입하기 시작했어.


"잘 들어라.

우린 옛날부터 새우를 찻잎과 함께 볶아 먹었다.

우리 부모님도 그렇게 드셨다. 알겠나?"


...


"저는 새우 입니다.

저희 부모님도 새우 입니다."


"좋아."


준비를 마친 사장은 접시에 담긴 곰

아니 새우볶음을 들고

손님에게 향했어.



평소에 넣던 파가 아니라

녹찻잎을 함께 볶은 민물새우는

쌉싸름하면서도 개운한

기묘한 향이 났어.



그리고 다행히

이 기묘한 손님도 만족스러운 평을 했지.


하지만 그렇다고 

사실은 구라를 쳤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

그 때부터 항저우 사람들은

진짜로 찻잎을 새우와 함께 볶아 먹기 시작했어.


지금까지도 말이지.


뭐, 맛은 있다니까 된 거 아닐까?



그래서 이 요리가 

룽징샤런(龙井虾仁)이라는 민물새우 요리이자

야란의 특제요리 '소스를 묻힌 새우살'의 원본인 거 같애.


요리 설명에 민물새우와 차 소스가 언급되는 점을 볼 때 

이 정도면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해.


덧붙여서 일반 새우살 볶음은


수이징샤런(水晶虾仁)이라고 부르는 것 같고,



사장님이 원래 내려고 했던 새우 요리는 


충바오샤런(葱爆虾仁)이라고 부르는 것 같애.



근데 가만 보면

이 새우살 볶음은 주인인 야란과는 뭔가 핀트가 안 맞는 느낌인데



본인 스스로도 매운 요리를 좋아하는 데다가

자기가 만든 것도 뭔가 불만족스러운지

캡사이신을 퍼부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일단 매운 맛을 선호하는 이유는

업무 스트레스가 심한 바바라와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는데


다른 매운 요리도 잔뜩 있는 리월에서

새우살 볶음을 굳이 특제요리로 택한 이유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


얼마 전부터 계속 언급되고

차가 유명한 교영 마을과 연결점을 부각하려는 시도로 보이는데


개인적으론 이 점 때문에 교영 마을의 모티브를

항저우로 추정하는 중이야.




조만간 저 동네에서 뭔가가 있기도 하고.

글쎄 어떠려나.


끝으로 언급하고 넘어가자면


황제 아저씨가 녹차 새우볶음을 잘 먹고 간 걸로 

이야기는 좋게좋게 끝났지만

과연 본인은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이번 전설퀘 보고 나니까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것 같은데.

알고도 잠자코 먹어주는 게

그 사람의 도량이나 성품을 나타내는 장치로 종종 쓰이기도 하니까. 



요약하자.


1. 야란 특제요리의 원본은 녹차 민물새우 룽징샤런(龙井虾仁). 

2. 야란과 교영 마을에 대한 떡밥이 계속 언급되고 있음.

3. 교영 마을과 항저우는 관계가 있을지도? 없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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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치즈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