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의 컷신에서는 미호요가 미리 찍어둔 영상이 흘러나옴.


사실 이해하기 쉽게 말해서 영상이지, 기술적으론 좀 복잡한 문제임

저사양 폰으로 원신 돌려본 사람은 알겠지만, 컷신 때 엄청 끊기거든.

단순한 영상이었으면 그렇게 끊길게 아닌데 용량 감소를 위해 뭔가 기술적 처리를 한 것 같음.

난 기술적 문제는 잘 몰라서 이거에 대해 잘 아는 원붕이 있으면 부탁할게



쓸데없는 사족을 붙여버렸는데 다시 돌아와서

원신의 컷신은 2가지 방식으로 분류할 수가 있음




1) 3D 컷신


첫번째는 3D 컷신임.

가장 화려하고 가장 제한없는 연출이 가능한 방식임.

우리 입장에서야 이게 나오면 참 좋지만, 이게 많아지면 제작진이 갈려나가고 용량도 늘어남.



어쨌건 이게 미리 찍어 놓은 것인지라, 다들 알겠지만



인겜에서 다른 속성이어도 컷신들어가면 고정됨. (남행자 들고와서 미안하다. 얘가 속성확인이 편했다)





2) 2D 컷신


두 번째는 2D 컷신임. 이쪽이 내가 주로 다루고 싶은 거지.

원신은 2D 컷신에서 Live2D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

진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보다 라투디를 사용하는게 개발진들에게 훨씬 편하겠지, 용량도 아낄 수 있을지 모르고.

근데 원신의 라투디 연출은 좀 특이함.




그걸 설명하기에 앞서 먼저 알아볼게 있음.

영화같은 매체에서 사건을 묘사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임.

첫째는 '말하기' 방식이고, 나머지 하나가 '보여주기' 방식임.


둘 다 써져있는 그대로

'말하기' 방식은 사건을 등장인물들의 말을 통해 사건을 묘사하는 것이고

'보여주기' 방식은 사건을 직접 보여주는 것임


'말하기' 방식은 작가 입장에서 쓰기 참 편함.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다보면 아무래도 직접 보여주기는 좀 제약되는 상황이 생기는데, 막말로 그냥 사건에 대해 아는 엑스트라 한명 출연시키고 걔보고 설명시키면 되니까 아주 편하지.

하지만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보여주기' 방식에 비하면 묘사력이 많이 부족함. 말로 설명하면 요약이 들어갈 수 밖에 없거든


사실 이게 '소설이냐 영상 매체냐', 묘사할 대상이 '사건이냐, 인물의 성격이냐' 따위 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데

우리는 원신이라는 '영상 매체'의 '사건 묘사'만 생각하자





이것을 염두해두고 다시 원신의 라투디를 보자.



보통 컷신이라고 하면 '보여주기' 방식을 생각하기 쉬움.

하지만 원신의 라투디 연출은 이 둘이 섞여있는데 '말하기' 방식에 가까움.

사건을 설명해줄 인물을 설정하고 그 인물의 말을 통해 이야기가 서술됨.

이 화자로서 자주 나오는 인물로는 벤티(음유시인) 하고 이야기꾼이 있고,

과거회상을 할 때는 주로 당사자가 독백을 하며 말해주는 때가 많음.




장점은 특유의 미적효과 와 분위기 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

단점은 '말하기' 를 하느라 묘사력은 약해진다는 것


그래서 이 컷신은 연출 그 자체를 감상하라고 만드는 것이지, 이야기를 잘 묘사하려고 만드는 것이 아니야.

그리고 미적효과에 치중된 연출이니 만큼 좀 신경써서 배치를 하는게 좋지

아무 상황에서나 보편적으로 쓸만한 연출은 절대 아니라는 뜻임

미호요도 자신들의 연출 방식이 특이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서, 몇 가지 장치를 걸어놓곤 함.








컷신에 들어가기전, 이야기꾼이 분위기를 잡으면서 시작하는 방식은 익숙함.

몬드에서는 이 역할을 벤티가 맡을 때가 많지

연출이 특이하다 보니 갑작스럽게 컷신 돌입하면 어색해지기 때문에, 이런 애들이 분위기를 잡아주는 것임.





또는 동화나 전설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도 자주 나오는 패턴이지. 동화나 전설을 이야기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건 어울리니까 말야






문제는 원신이 이 '말하기' 방식 연출을 자주 사용하는 정도가 아니라, '말하기' 방식만 사용하고 있다는 것임

컷신의 연출이 대개 비슷비슷해 졌고. 매번 비슷한 이 연출에 질려버리게 될 경우 장점인 미적 효과가 퇴색되어 버리는 문제가 생김


그리고,


누군가가 분위기를 잡으면서 이야기를 시작          ---->     컷신 돌입   OR

전설이나 동화에 관해 알아봄                               ---->     컷신 돌입 


이런 패턴이 생겨버리기도 하였는데,

이게 잘못되면 화자가 이야기해 주겠다며 등장하거나, 전설이나 동화에 관심을 가지는 전개 자체에 작위성을 느끼게 될 수 있음.

실제로 아까 말한 리월의 이야기꾼은 순전히 컷신 때문에, 스토리에 등장시킨거 거든

이미 여기에 작위성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거라 생각함




미호요가 2D 컷신에서 이 말하기 연출만 사용하다 보니, 그렇게까지 '말하기'를 고수할 필요가 있나 싶은 장면들이 좀 있었음.

그리고 이것이 제대로 한 번 터졌던 것이



라이덴의 과거에 관한 묘사를 컷신 하나 와 성유물·무기 스토리로 때운 이나즈마 마신 임무임

마신 임무의 중요인물이었던 라이덴의 과거를 상세히 묘사할 필요가 있었는데, 묘사력이 약한 연출로는 한계가 명확했음

아마 리월에서 '모락스가 죽음을 위장한 이유' 에 대해, '갑자기 은퇴하고 싶어졌음' 한마디만 하고 끝냈다면 비슷한 상황이 되었겠지


사실 어찌보면 컷신 자체는 죄가 없다고 할 수 있음.

컷신의 묘사가 부족했다면 그 외 스토리 진행을 통해 제대로 묘사를 했으면 됐을 문제니까

하지만 당시 미호요는 이 컷신으로 묘사가 충분했다고 생각했거나, 미적 연출로 문제점을 가릴 수 있다고 판단 한 것 같음





이렇게 쓰니까 이 연출이 안 좋으니까 쓰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 같음

보편적으로 쓰기에 안 좋을 뿐, 섬세하게 잘만 배치한다면 충분히 좋은 연출은 맞음


그런 의미에서 원신에서 가장 좋았던 2D 컷신 두 개만 보고 글을 마치려 함






첫 번째는 중간장 1막(신학 전설)의 컷신임.

경극이 좋았는지 안 좋았는지는 둘째치고,(내 취향은 아니었음)

이 컷신은 미호요가 상당히 공들여서 배치를 한 컷신임.


경극 공연을 하고 싶다는 운근을 등장시키고, 운근이 공연할 <사원을 가른 선녀> 이야기가 신학의 이야기라는 것이 드러남.

원래 얘네는 갑자기 이야기꾼을 출연시킨다거나, 아무런 맥락도 없이 컷신에 돌입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중간장에서는 운근이 경극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신학의 컷신으로 넘어가도록 빌드업을 성의있게 하고있지.

또한 묘사가 부족해지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중간장 전체를 통하여 신학의 과거에 대해 세세히 묘사하고 있음





그리고 원신에서 가장 좋았던 2D 컷신은



중간장 2막, 층암거연의 컷신이야.

층암거연 지하에 단 둘만 남겨진 백양과 부사가 점점 피폐해지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지.

이 컷신에서 미호요는 그동안의 고집을 버리고, '보여주기' 방식을 채택하였음.


피폐해져가는 백양과 부사,

죽기 직전 기억을 되찾은 부사가 주마등을 보는 듯한 장면,

마지막으로 이름이라도 알려달라는 백양과 멋지게 자신을 소개하는 부사. 


이 모습을 나레이션이 아닌 대사와 연기를 통하여 보여주니 그 전달력이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지


이전이었다면 야란 같은 애가 나레이션으로 붙어서


"지하에 남은 야차와 백양은 점점 피폐해져 갔어.

백양은 지상에 남겨둔 가족들의 환영을 보는가 하면,

야차는 백양과 야차 동료들을 구분하지 못했지.

야차는 죽기 직전 잃어버린 기억을 떠올렸어

백양은 이름이라도 알려달라며 외쳤지"


이런식으로 진행했을 거임.





가능하면 층암거연 같은 컷신의 수를 늘리는것이 좋겠다는게 내 생각이야.

그 전까지는 연출이 너무 획일화 되어있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