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이야 그 당시에 나는 중학교 3학년 이었지.


그때 나는 연기학원을 다니고 있었어. 그 당시에 중등반은 나랑 여자애 1명이 전부였고,


대부분의 수업을 고등학생 형 누나들과 함께 받았었어.


그러던 여름 날에 학원에서 선생님과 대표님과 함께 다같이 민박이 있는 계곡으로 MT를 가게 됐어.


다들 모르겠지만, 연기하는 사람은 학원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상상을 초월하게 많아.


역사, 인문학, 발레, 무용, 아크로바틱, 발성, 성악 등


비싼 학원비 만큼이나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입시를 위해서 거의 쉬는 날이 없거든.


그래서 mt이야기 나왔을때 중3인 내가 숨통이 트인다고 느꼈으니까, 고등학생 형누나들은 더 했겠지.



아무튼 그렇게 계곡에 도착했어. 다들 짐을 풀고 민박 바로앞에 딸린 계곡에서 마음껏 수영하고 놀았지.


선생님들은 라면을 끓여주셨고, 수영하다 올라와서 라면도 먹고 하면서 낮 시간을 보냈어.


그러다가 어느덧 노을이 찾아왔어. 우리는 수영판을 접고 모두들 샤워를 하고 마당에서 수박을 먹고 있었어.


선생님은 이제 MT 의 대미를 장식할 담력훈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계셨지.


근데 그때 민박집 주인 아저씨가 리프팅 하는 고무보트 있잖아. 그걸 자기 동생이랑 끌고 있었어.


그러더니 우리 선생님한테 이렇게 이야기 하는 거야.


"그 뭐 담력훈련 한다카믄서 밤 늦게 산만디에 올라가고 그라믄 골치 아픕니데이."


그 말을 들은 대표님이 웃으면서 되물었어. 이번에는 사장님 동생이 대답했지.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요 동네는 땅이 보통 땅이 아이라가 여 사는 사람들도 밤늦게는 마누라를 산에 놓고 와도 안 돌아갑니더."


사장님 동생의 대답을 뒤로 선생님이 담배피면서 그 아저씨들하고 이야기를 나눴고,


우리는 그냥 선생님이랑 다 짜고 분위기 조성하는거라면서 전혀 심각성을 눈치채지 못했어.


그렇게 밤이 왔고, 다들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선생님이 짜준 조대로 담력훈련을 시작했어.


민박 뒤로 작은 산이 있었는데, 뭐 작다고는 해도 큰 산에 비해서 작은거지 동네 작은 동산들보다는 컸어.


어느 길로 올라가야 하는지 이야기를 들었어.


대표님이 정상에서 기다리고 계시고, 출발지점에 선생님 두분이 서 계시는 구조였지.


한 팀당 남자 1명에 여자 3명씩 총 4인 1조로 4개 조가 짜여졌어.(우리 학원은 남자가 몹시 적었으니까.)


난 그 중 두번 째 조였어. 내 동기 여자애 1명과 고등학생 누나들 2명이 있었지.


일단 누나들 자체가 워낙 연기도 공부도 잘하고 기가 쎈 누나들이라서 난 별 걱정이 없었어.


1조가 올라가고 10분이 지나고 나서 드디어 우리 조가 출발했어.


지금에서야 떠올려보면 솔직히 초반은 잘 기억이 안나. 그냥 평범한 산 오르듯이 5~10분 가량 올랐던 거 같아.


그때 내 폰이 뭐였냐면, 90~86년생들은 알 거야. 스카이 폰인데 MP3 가 되는 최초의 폰이었고,


카메라가 뒤에 달린게 아니라 안테나 옆에 달려서 앞뒤로 돌릴 수 있는 구조의 폰이었지.


그폰으로 음악을 틀고 걷고 있었어. 아 이제 뭐가 나올 법도 한데. 너무 시시한데 따위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


산 중턱쯤에 다다랐다고 생각했을 때였어.


내가 걷고 있는 길을 기준으로(절대 그때 그 산의 이미지가 잊혀지지가 않음.) 왼쪽을 바라보니까


넓은 들판 같은 곳에 망루? 오두막 집은 아니고 누가 한 명 올라가서 보초 설 거같은 나무 건물이었어.


그 바로 위로 달이 떠 있었는데, 그 달이 우리가 걷는 길을 비추고 있었지.


"산에 저런 게 있네. 뭔가 으스스하다."


누나 중에 한 명이 그걸 보면서 말했어. 난 제일 앞서 걷고 있다가 그걸 보고는 그 건물보다는


바로 위에 떠 있는 달이 더 무섭게 느껴졌어. 그리고 몇발자국 더 갔을까?


진짜 내가 세상 살면서 두번 다 시 느끼고 싶지 않은 그리고 처음으로 느껴본 엄청난 한기


진짜 차가운 얼음이 내 주변에 둥둥 떠 다니는 그런 기분이 들었어.


근데 중요한건 그기분을 나만 느낀게 아니었다는 거지. 나는 자연스럽게 음악을 껐고,


나를 포함한 네명 전부다 걸음을 멈췄어. 순간 내 머리로 스친 생각 하나가 있었어.



'아, 이거 뭔가 잘못된 거 같다.'



라는 생각과 함께 여자 셋과 있는데도 엄청난 두려움이 밀려오더라.


그때였어. 갑자기 내 뒤에 있던 누나가 내 어깨를 잡으면서 미친 사람처럼 비명을 질러대는 거야.


난 너무 놀래서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면서 누나 손을 뿌리치면서 왜그러냐고 소리쳤지.


그니까 누나가 고개를 못들고 손으로 우리가 걷던 길의 오른쪽을 가리키는 거야.


설상가상으로 털썩! 소리가 나길래 뒤를 돌아보니까 제일 끝에 서 있던 내 동기가 쓰러진 거야.


기절이고 나발이고 그런거 전혀 생각 안나고 그냥 난 그게 귀신인 줄 알았어.


1편에서처럼 난 또 얼어버렸지. 다리가 안움직이고 아무 생각도 안들고 아무것도 안들리더라.


진짜 오른쪽으로 돌아보기 싫었는데 나라는 인간은 왜 그따위인지 눈으로 확인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엄청, 아주, 정말 천천히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어. 그 사이 비명을 지르던 누나는 자리에 주저 앉아서


덜덜 떨면서 으, 으 거리기만했고 다른 누나 한 명은 기절한 내 동기의 뺨을 때리면서


나보고 제발 그냥 빨리 내려가자고 말했지.


이윽고 내눈이 그곳에 다다랐을때 난 정말 기상천외한 광경을 봤어.


늙은 소나무들이 우거져있는 가운데 무덤 하나가 떡하니 놓여있었어.


근데 그 무덤 바로 앞에 있는 소나무 밑둥에 뭐 허연게 쪼그리고 있는 거야.


근데 정말 내 모든 걸 다 걸고 말할 수 있는데 그게 뭔지 알아야 겠다는 생각이 두려움을 이겨버렸어.


난 그쪽으로 다가갔어. 뒤에서는 제발 가지말라고 울고 불고 생 난리가 났지.


아..쓰고 있는 지금도 무섭다...



암튼 가까이 가서 보니까 정확하게 형체가 눈에 들어왔어. 여자인건 분명하고 머리가 겁나게 길었으니까.


근데 얼굴을 무릎 사이에 파묻고 있어서 안 보여. 웅크리고 있더라고.


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을가지고 말을 걸었어


"여기서 뭐 하세요?"


이후에 돌아오는 대답에 난 마음속에 뭐가 철렁 내려앉으면서 울고 싶은 것처럼 겁이 났던 기억이 나.


정말 기계처럼 아무런 음정의 변화도 없이 낮은 저음으로 빠르게 말했어.


"말 걸지말고 내려 가.%".~&=.@"


다리가 떨리더라. 근데 난 뭔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 오히려 대답을 들으니까 용기가 나는 기분? 뒤에 저건 무슨 외계어? 방언? 진짜 뭐라는지 하나도못알아듣겠더라. 한글인거 같긴한데 뭔가 개소리같았어.


아무튼 계속해서


사람이 미지의 뭔가와 소통을 하면 겁이 사라지는 그런거 있잖아.


"시간이 늦었는데 여기에 계시면 너무 위험한 거 같아요."


"더이상 말 걸지 말고 내려 가."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지.


"네. 알겠어요. 근데요, 이런 곳에서 이러고 계시면 사람들이 놀래잖아요."


전 오히려 약간의 승질을 내면서 그 여자에게 따지듯 말하고 뒤돌아가려했어.


그 순간, 그 여자가 고개를 들었어. 그때 알겠더라. 심장이 차가워진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너무 놀래서 몸에 혈액순환이 안될 정도로 놀래는 거야.


얼굴을 들었는데 눈 코 입이 없어. 진짜 얼굴이 그냥 하애 아무것도 없어.




내 머리에 든 생각은 하나 뿐이었다.


'정신차리자. 진짜.... 침착하자.'


뒤돌아보니까 이미 둘이서 쓰러진 내 동기를 끌고 내려가려고 하고 있더라고. 선생님을 미친 듯이 부르면서.


근데 그때 이 생각이 들더라. 진짜 이러다가 ㅈ되겠다. 내가 정신차려야 되겠다.


난 마치 그 여자 얼굴에 눈코입이 다 붙어있고, 정상적인 사람을 본것처럼 행동했어.


"그럼 계속 여기 계세요. 저흰 내려갈게요."


하고 뒤돌아서는데 뒤에서 웃음 소리가 소름끼치게 들리는 거야.




"으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딱 이거였다. 뒷꼴이 땅기고 머리털이 곤두서고 당장울음이 터질거처럼 뭐가 막 속에서 올라오는 기분 알아?


두려운 뭔가에서 내가 벗어나고 싶은데, 내 자의로 이건 당장 해결이 안된다는 걸 깨달았을때


누구도 나를 도와줄 수 없다는 걸 느꼈을때 말이야.


그래도 천근만근인 다리를 이끌고 누나들한테 갔어. 그리고 아주 크게 말했지.


"올라 가자. 내려가면 안 돼."


"미쳤어? 제발 내려가자. 제발."


그제서야 난 속삭였어.


"저 미친년이 시키는대로 할 거야?"


난 더이상 아무말도없이 동기를 업고 한손으로는 누나 한명을 끌고 웃음소리를 무시하면서


진짜 아무렇지도 않게 빨리가자, 빨리가자, 빨리가자, 이말만 계속했어.


내가 정상인처럼 막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니까 누나들도 거기에 용기를 얻었나봐.


그렇게 그 여자가 있는 지점을 지나자마자, 정말 거짓말처럼 위 아래에서 대표님과 선생님 목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들려오더라. 그리고 소리를 들은 우리가 멈춘 곳으로 다같이 모이게 됐지.


난 그제서야 어린 애처럼 펑펑 울었어.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라. 내가 이겨낼 수 없는 걸 이겨내고서


나보다 강한 어른들을 만났을때 온몸이 힘이 풀리면서 눈물이 쏟아지는 그건 진짜..


선생님이 오니까 기절했던 내 동기도 벌떡 일어났고, 누나들도 정신을 되찾았지.


첨엔 진짜 울고불고 생 지옥이었어.


자초지종 설명할 것도 없었어. 왠지 알아?


내려온 대표님이랑 올라온 선생님이 서로 대화도 없이 일시에 같은 반응을 보였어.


"일단 빨리 내려가자. 빨리."


우린 모두가 뭔가를 안다는 느낌으로 정말 미친듯이 산에서 내려왔어.


민박에 도착하자마자, 주인아저씨 깨우고, 아저씨 동생 깨우고, 사모님 달려나오고, 우리 비명소리 들은


마을 이장님이랑, 기타 등등 아무튼 민박으로 사람이 여럿왔어.


사모님은 우리 일행 보자마자, 소금을 엄청나게 뿌리셨고, 어떤 할머니는 진짜 큰 대나무 손잡이가 달린


빗자루로 우리를 한명 한명 정말 후려치듯이 쓸어내듯이 때리셨어.


그래도 우리는 정말 사람들과 있다는 그 안도감에 다리가 풀려버려서 자리에 주저 앉았지.


그리고 그 날은 모두가 한 방에서 같이 자기로 했고,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어.


하지만 다들 쉽게 잠들지 못했고 참다 못한 내가 우리가 겪었던 걸 이야기했어.


누나 1명이 제발 하지말라고 했지만, 나머지 누나들이 설득해서 일단 이야기를 했고,


내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바로 물어봤지.


"근데, 대표님이랑 선생님은 어떻게 알고 온 거에요?"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꼭대기에서 무전기를 들고 있던 대표님은 담배를 피고 있었는데


계속 주변에 누가 있는 것 같은 기분 나쁜 기분이 들더래. 나이 서른에 그런 더러운 기분은 처음이었대.


그래서 1조 형누나들이 도착하고 나서도 계속 무전을 했대. 무서웠겠지. 선생님한테 계속 무전을 했는데, 아무런 대답이 없더라는 거야.


마찬가지로 아래에 있던 선생님들도 뭔가 이상해서 무전을 계속 했는데, 꼭대기에서 아무런 회신이 없더래.


대표님은 대표님대로 2조가 안와서 걱정이었고, 아래에서는 두 개 조가 출발했는데 아무도 도착했다는 무전이 없으니까


슬슬 걱정이 되서 쌍방에서 우리를 찾으러 오르고 내리게 된 거야.


그때쯤 내려오던 속도가 올라오는 속도보다 더 빠르니까 대표님이 우리 비명소리를 들으셨대.


그리고 생각이 들었대.


'아 이거 장난이 아니구나. 애들 다칠 수도 있겠다.'


하고 막 달려서 내려오셨는데, 이상하게 아무리 내려가도 내려가도 왔던 길은 안보이고 우리도 안 보이고


1조 형누나들이 막 무섭다고 하던 찰나에 무전기로 선생님들 목소리가 전해지더래.


그래서 그제서야 서로 무전을 하고 가운데에서 만나자 식으로 되서 도착했는데 우리가 거기 서 있었던 거지.



다음 날이 되서 민박집 사장님이랑 사장님 동생이 우리한테 국수를 내주면서 말씀하시더라.


날이 밝자마자 이장님이랑 리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 모여사는 집 같은게 있는데 거기로 갔대.


가서 우리가 전날 밤에 겪었던 걸 대충 이야기 했더니 할머니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나왔대.




아주 아주 오래 전 이야기래. 정말 너무 오래되서 근현대시절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거야.


나라에서 세금으로 돈 대신에 음식이나 가축같은걸 가져갈 때였다더라.


너무 가난해서 더이상 낼 게 없는데 지역 유지가 자기 딸을 데려가버렸대.


혼자서 딸을 키워온 홀아비는 그길로 화병에 약을 먹고 자살을 했대.


근데 자살한 사람은 그렇게 장례 치르고 못했다더라? 암튼 내가 듣기로는 그랬어.


그래서 자기 아빠를 사람들의 도움으로 땅에 묻고 무덤을 만들었는데


원통함에 딸이 그 무덤 주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대.


그게 정말 너무너무 오래된 일이라서 할머니들이 아직도 그런 이야기가 있냐고 했더래.


할머니 때에는 못보고 위로부터 듣기만 했기에 아래로 전해지지 못했나봐.


그 산에 인면귀가 있는데, 나무꾼들을 그렇게 많이 홀려서 죽게 했대.


용하다는 무당들이 그렇게 많이 징을 치고 해도 안 되더래.


그래서 그 산에는 텃밭이 하나도 없고, 산 주인도 없어서 나라꺼라고 하더라.


생각해보니까 산오르면서 한 번도 누가 인위적으로 키운 식물이나 채소가 없었어. 과수원도 없었고.



그제서야 선생님이 화를 내면서 그런 곳을 왜 끝까지 안 말렸냐고 했고,


민박집 사장님은 이 이야기를 알았다면 말렸을텐데, 우리도 어릴적부터 어른들이 가지말라고 해서 안갔지


무슨 일을 겪어본 건 아니라면서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 거야.


그당시에 어른들이랑 누나들에게 장하다 대견하단 이야길들었었지만, 지금 떠올려봐도 상황대비 침착했던 내자신이 신기할정도로 이질적으로 느껴져.


진짜 살고싶다.


이생각 뿐이었던거 같아.


이렇게 이야기는 끝이야. 그냥 혼자 기억으로 갖고 싶었거든.


써봐야 믿어줄 거 같지도 않고, 괜히 나만 이상한 놈 될 거 같아서 말이야.


근데 티비에 컨저링인가? 그거 소개하면서 아미티빌 호러? 소개하더라.


그거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이제 귀신의 존재를 기정사실화 한다면서 그런말이 나오길래


여자친구한테 이야기한 후에 용기를 얻어서 썼어.




정말 하나 조언하자면 말이야..


사람들이 가지 말라고 하는 곳은 다 이유가 있고,


하지 말라고 하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거 같아.


젊은 날에 객기나 술김에 제발 사람 없는 으슥한 곳이나


모르는 곳은 절대 가지 말기를 바래..





난 그 뒤로 무려 1년 간을 가위에 짓눌리며 고생했어..



대체 그 여자는 얼마나 한이 맺혔길래 아직도 거기서 그러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