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랑자 게시▉▉▉

-매일같이 진화체▉▉ 유희.

-▉▉, 열차 내부와 같은 안전한 곳에서의 이용을 권장드립니다.-

▉▉▉▉▉▉퍼지는 진화체  정보는 신▉▉▉▉ 숙지해주세요.



▉▉▉▉▉▉

▼[ 160,241개의 숨긴 게시판 열기]

▶[ ---새 게시판 생▉▉






========




"액션?" 에딧이 피식, 대놓고 헛웃음을 키며 비웃었다.

"조명도 카메라도 없는 곳에서 액션을? 게다가 그런 멤버들로 말이지, 웃기네."



검을 들어 가볍게 손끝으로 돌리며 자세를 갖춘 그녀를 시작으로, 워커들이 하나둘씩 무기를 갖추고 다가왔다.

무기에 통일성은 없었다, 검에 총에 톱날에 파일 벙커에...다 각자 맞는 무기를 가지고 왔단 거겠지.

극단장의 등 뒤에서 숨어 있는 저 친구처럼 전향할 가능성? 있더라도 나중 일.

에딧의 행동거지를 보면 공포로 찍어눌렀을 가능성이 크다, 자칫하다간 회유하다 내가 칼 맞을 걸.




잠깐만.

바이올린 소리?




"야."

겟탄이 내 어깨를 툭 치면서 날 바라봤다.

"너 괜찮냐? 네 지시만 기다리고 있는데 너가 벙 쪄버리면 어떻게, 벌써 지척까지 왔잖아 새꺄."

"...여기서 탑까지 꽤 멀었냐?

"여기까지 오는 데? 엉,  꼴에 금수저들 노는 곳이라고 바리케이드도 존나 많던..."



끼긱.

나무판자가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문을 비집고 들어오려 했다.


"...좆됐네?"

워커.

거대한 체구와 직선 가득한 디자인의 기체는.

그렇게 문이 달린 벽 전체를 벌려 찢을 듯 몸을 구겨넣으며, 우리를 살피며 빛나는 렌즈를 깜빡였다.

아마도 한 명이 이곳에 들어왔다는 것은 뒤에 최소 열댓명이 더 있다는 것.



그 중에서 가장 상황판단이 빨랐던 것은 바로, 반응속도가 가장 빠를 수밖에 없는 자.

바로 주먹으로 먹고 사는 근성의 권이었다.


"좆됐다는 소리 하지 말고 그냥...뚫어!"


건틀릿, 협회의 공방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그렇다고 싸지는 않은 건틀릿.

그의 허벅지, 허릿심, 팔 근육까지 모든 힘이 싣겨 내지르는 주먹이 한순간 내 바로 옆을 스쳐지나가.

워커의 헬멧 부분을 정확히 강타했다.

쾅, 차라리 포탄 터지는 소리에 더 가까울, 귀 찢어지는 듯하지만 뭔가 익숙한 소리.


그것과 함께 워커는 허공에 살짝 떠올랐으며, 멈멈미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동감!"

기합이 되어버린 단어를 내뱉으며, 칼집을 채운 검과 다리를 동시에 회전시키며 깔끔한 돌려차기를 해냈다.

땅에 쳐박히듯 쓰러진 워커를 다른 이들이 한순간 지탱하려고 했으나, 볼링 핀처럼 와르르 무너져 버렸고.



근성의 권은 한순간 보여준 자신의 힘도 체감하지 않은 채 손을 털며 투덜거렸다.

"...늬들이랑 같이 싸우면 대책이란 게 없어지는 느낌이야, 진짜...원랜 내가 안 이랬거든?"

"그것도 동감한다..."

"근데...사실 더 생각하는 것도 싫어... 방랑자! 한번에 해결할 뚜렷한 대책 없어?"


난 고개를 끄덕였다.

"...탑에 올라서 테라피스트를 죽이고, 투사를 거기서 끄집어 낼 거야."

"이걸 뚫고 말이지? 이걸?! 뚫고! 아니지 정확히는! 우리가 그걸 짬맞는 동안! 말이지!!"

"그래! 부탁 좀 하자! 답이 없잖냐!"

"아오 뻔뻔한 새...!"




깡! 소리가 울려퍼지며 두 명이 거의 동시에 뒤이어 따라오는 워커의 강철 송곳을 막아냈다.

"썅놈의 거...이딴 거 수십대를 쳐 막으란 거 진짜 너가 생각해도 무리수인 건 알아라...A급 진화체 이상이야...!"

"어떻게든 틈을 만들어라...이것들은 뒤에 추진체가 있어서 밀리기 시작하면 끝도 없어져...!"



"아라무스."

누군가 짧게 중얼거리며, 멀리서부터 지면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돌진했다.


"...! 알았다!"

멈멈미가 바로 검날을 비틀어, 목소리의 주인이 돌진할 수 있는 공간을 남겨놓았다.


"...길을 뚫는 건 내 주요 담당이었다."

그리고 바스티오는 돌격했다.

에딧의 걸음처럼 민첩하진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로 둔탁하고, 묵직했으며.



대검까지 가세한 그것은 차라리 하나의 강철 야수요, 전차에 가까웠다.

안의 탑승자를 끄집어내는 것 또한, 조종석의 강화 유리에 대검을 쑤셔박고, 맥주병 뚜껑 따듯 힘을 주어 박살낸 후.

상식 밖의 상황에 당황한 조종사의 몸을 붙잡아 끄집어올린다는, 짐승을 사냥하는 듯한 방식이었다.



"...잡았다, 아라무스. 연결된 선의 절단을."

"알았다."

아라무스가 검을 휘둘러 워커의 탑승자와 연결된 선을 절단한 뒤, 바스티오가 손날로 그녀의 목을 쳐 기절시켰다.

"겟탄, 그대로 업고 엑스트라에게 달려라, 그녀의 치유 능력은 익히 봤으니 그녀에게 일임하는 게 낫겠지."

"근성이 낫지 않아? 걔가 더 팔힘은 더 좋잖아."

"너가 더 발이 빨라."

"아 그래 뭐 썅! 드릴도 들었는데 얘를 못 들...어억 무거워...!"


겟탄이 워커 파일럿을 들고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용병단장의 침착하고 무던한 태도를 보자.

내 입이 열리며, 그녀에게 무언가를 요구했다.


"바스티오."

"음?"

"...난 탑으로 올라갈 거야, 이곳에서 남은 사람들의 방패가 되어 줘."

"음."



고개를 끄덕인 바스티오는 워커 하나를 들어올린 뒤-

어 잠깐만 저거, 저 사람 빠져나간 워커를 한 손으로 든다고? 저걸 방패로 쓴다고?

저걸 들고 그대로 돌진한다고?

어찌되었건 대검보다도 더 크고, 무거운 질량에 충돌한 워커 조종사들의 반응은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우회해서 무기를 뽑아들거나, 날아오르거나, 그 밖의 해답을 찾아내지 못해 그대로 충돌했다.

충돌해 넘어지면 그대로 들고 있던 것은 다른 워커에게 던져 버린 후, 입을 열었다.


"...히익! 히이이이익!"

"나와라, 네 동료도 투항했다. 저항하지 않으면 한 대로 끝난다."

"요...용병! 아 안그럴게요! 저희 기지는 지하에 있어요! 저희 부모님도 선로 사람이에요!"

"아이 참 진짜! 왜 그렇게 하나같이 다 작살을 내놓는 거야? 보는데 아까워가지고!"


목소리의 방향은, 어느새 돌아온 겟탄...의 뒤에 업혀 있던, 재버워크였다.

"...부수는 것 만큼 무력화하기 좋은 것이 있나? 이제 와서 탑승자를 죽이라는 명령의 선회를 바란 것도 아닐 테고."

"그게 아니고 일단은...어 반가워 언니!"

"어...? 너 그때 음료수 같이 먹었던..."

"괜찮다면 언니가 전향하도록 내가 설득해도 괜찮을까?"


상냥하고도 친절한, 그러면서도 예전보단 살짝 어른스러워진 그 목소리.

당연하게도 워커에게도 들렸겠지, 그래. 에딧의 징계가 두려웠는지 하늘 위로 올라가 우리에게 무기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것보다 먼저-


"안 됐네, 전향은 결국 배신으로 취급하는 주의라."

에딧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쳐맞아본 놈은 쳐 맞아본 대로의 배움이 있는 법이다.

예를 들어 어디서 어떻게 팰지, 어떤 식으로 아픈지 또한.

그리고 그건 몸의 반응속도가 상대보다 느리고, 따라할 수 없을 정도의 체력이라 한들.


"...반갑다 이 씨발년아!"

빡침이라는 좋은 추진력이 되어 어느 정도 내 뒷심을 실어 주거든.

보라 이렇게, 상대가 길게 뻗은 검날을 손도끼로 갈고리 걸듯 붙잡아 휘어잡고.

그대로 끌어당겨 에딧의 얼굴에 주먹을 때려박지 않았는가.


때릴 때의 느낌이 있다, 콧대 때린 감각. 확실히 코피 터졌다 이건.

물론 상대도 주먹을 얻어맞는 동안 내 갈비뼈를 다른 손으로 강타하긴 했지만.


뭐 어때, 30대 1의 스코어라고 해도 내가 1점 땄는데.

어 너 개좆밥이야.


"내가...내가 너한테 베이고 나서 여친 안을 때 얼마나 가슴팍이 따가웠는지 알아?"

"...뭐?"

"걔 몸에서 자연스럽게 이는 불꽃인 데다가 치유의 힘이라 뭐라 말하기도 뭐해! 그건...말을 말자 그냥."

"진화체하고 뒹구는 걸 즐기나 보지? 사랑 같은 문란함이 뭐가 좋다고..."


소리 없는 발걸음, 강철선로의 용병들에게 도드라지는 특유의 보법.

에딧이 사용하는 저 알 수 없는 장비와 겹쳐져 마치 유령같이 사라지는 특유의 싸움방식에 시너지를 더한다.

허나, 그 보법만이라면.


선로의 용병들도 사용할 수 있었다, 내가 도발해 시선을 끌어준다면 더욱.


"그거 아냐?"

"뭘."

"그 문란함의 결과가 너야 이 새끼야."


다시금 도끼를 휘두르며 손에 힘을 모은다.

동시에, 에딧의 뒤에 누군가의 손이 불쑥 나타나, 그녀의 슈트에 뭔가를 붙였다.

"...?"

"오랜만이다, 허벌아."


프래자일, 한손에 중지를 치켜들며 백스텝으로 빠르게 그녀에게서 벗어나는 용병.

그녀의 양손은 각각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한 손은 빳빳이 쳐든 중지.

다른 한 손은...


리모콘?

"전향하고 잘 지냈어?"

그녀는 정체모를 그것의 버튼을 클릭했다.

풍선껌 같은 걸로 접착시켜놓은 듯한 기기...녹음기구나 저거.

저것에 한순간 불이 들어오더니-



"...!"

눈을 질끈 감고 난 뒤에야 비로소 시각이 닫힌 만큼 청각이 열린다는 사실을 깨닫는 나, 참 바보같았다.

소리가 크다, 그때처럼 상상 이상으로 컸다.

몇 초 재생되지도 못하고 녹음기가 박살났지만, 그 여운은 한동안 귀에 남을 것처럼...


이상하다, 보통은 이때 먹먹해지거나 귀에 뭐가 흐르던데.

슬며시 눈을 뜨니 눈앞엔, 나처럼 눈을 질끈 감으며 귀를 막고 있는 에딧이 보였다.

아니, 살짝 푸르게.


"...어?"





"지난번, 비를 내리게 했던 거의 응용으로 주변 친구들에게 차단막을 살짝 만들어 봤는데..."

눈물 흘리는 용, 미리내.

하늘에 떠 있는 그녀는 워커들의 사격에도 여유롭다는 듯 천천히 거닐며 하늘에서 그렇게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아니, 실은 꽤 분주한지도 모르겠다.

하늘에서 그녀를 향해, 그리고 우릴 향해 퍼붓는 사격이 들어오지 않았던 건 그녀 때문인 것 같았으니.

일곱 개에서 조각나 일제히 산개한 그녀의 별의 조각들은 사방에 별무리처럼 흩어지며.

날아오는 총알을 막고, 갈아내며, 화약의 흔적만을 남기며 가루로 흩어지게 했다.


"...역시 사람 주변에 두르는 건 거리나 밀도 조절이 어렵네, 혼자서 싸우던 날을 좀 줄여야 했나..."

"미리내."

"투사를 구하고 싶어? 제자님."

"테라피스트의 뚝배기도 깨고 싶고요."

"확고해 보이네."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내 주위를 두르던 별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것을 한 곳에 모아 정렬해, 빛나는 별로 만든 다리와 비슷한 것을 만들었다.

푹푹 파이는 모래도, 멀리 떨어진 남부를 막는 장벽도 지나가 그대로 위를 향해 오를 수 있는 장벽을.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 알려나?"

"...예?"

"엑...그럼 데네브 알타이르 베가, 몰라? 별을 탐구한다는 애가? 아무래도 나중에 이거 공부를 시켜줘야겠구만."

"일단은 이거, 달리란 겁니까?"

"응. 탑 앞까지는 배웅 못 할것 같아 미안해? 그도 그럴게-"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빛들이 반짝였다, 워커들의 렌즈에서 점등하는 특유의 색이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그녀의 눈에는 익숙한 색이 흘러내렸다, 빛마저 섞여 반짝이는 듯한 그녀의 특유의 푸른 색.

그녀의 피.


"저긴 너무 많고, 난 여기서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제가 도울..."

"넌 아껴, 간신히 회복한 정신에 체력이잖아? 분명 거기서 너가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 게다가 이쪽은..."


미리내의 시선이 향하는 곳.

그곳에는 산처럼 포개진 워커들의 더미가 보였다.

탑승자를 빼앗겨, 텅 비어버린 고치처럼 그렇게 맥없이 굴러다니는 껍질들.

"...하아...하아...하아."


그것을 전부 꺼낸 것은 다름아닌 엑스트라였다.

"살...살려...살려 줘..."

애달프게 외치는 워커의 조종사, 안타깝게 바라보던 엑스트라는 마지막으로 꺼낸 워커의 파일럿을.


"...어?"

그렇게 꼭, 끌어안아 줄 뿐이었다.

어느새앤가 펼친 엑스트라의 날개도 마치 다친 이를 포용하듯, 그렇게 따스히.


그렇게 끌어안긴 사람은 처음엔 저항하다, 그렇게 곧 몸에서 밀려오는 따스함에 모든 공포를 잊고는...

저렇게, 곯아떨어져서는 몸을 축 늘어뜨리고 마는 것이었다.


"음, 저렇게 네 여친이라는 멋진 힐러가 있거든."

"치유하는 힘을 저렇게 쓸 줄은 몰랐는데..."

"뭐 사람이 관절 아플때 온천 가면 축 늘어지잖아? 딱 그런 느낌이겠지, 자!"


미리내가 툭하고 내 몸을 밀었다.

엉겁결에 달리기 시작한 몸이 서서히 박차를 가해, 반투명하고 푸른, 자칫하면 깨질 듯한 아슬아슬한 다리를 걷고.

달리기 시작했다.


["...방랑자가 탑 쪽으로 간다!"]

["그것만큼은 막아! 에딧 비서님의 지시야!"]

"너희, 못 막으면 전원 추출실에서...!"


워커들이 사방에서 나를 향해 날아오고, 에딧의 다급한 지시가 들려왔다.

검을 빼들고 또다시 기척을 감추려는 듯 했으나.


"어딜 가, 나랑 놀아야지."

미리내의 소리가 들리며, 병기가 맞붙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살짝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별들을 긴 창들의 형태로 바꾸어 맞붙는 미리내와...미리내와...


몇명이 내 뒤에 따라붙는 거야! 설마 오던 중이던 2군이란 것들이 바로 이쪽을 향해서 방향을 틀었나?!

총! 총 갈긴다! 미사일 존나 쏜다! 와 씨발 방금은 바로 뒤에서 맞았어!

옷 멀쩡한 거야? 멀쩡해? 안 탄 거 맞...


"방랑자 오빠!"

"...엉?"

"내 손 잡아!"


옆에서 날아오르는 워커, 그러나 익숙한 목소리, 바뀐 렌즈의 색.

벌컥 열어젖혀진 그곳엔 재버워크가 있었다.

그녀의 등에 달린 작은 기계 날개, 그 마디 하나하나가 워커의 조종간에 박혀 기계를 통제하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것은...아, 15번 조종사였구나, 아무래도 그녀는 어드바이스를 위해 탔거나 재버워크가 끌고 왔겠지.

나는 재버워크의 손을 붙들고는...


"아무거나 꽉 붙잡아, 조금 흔들릴 거니까!"

"잠깐만, 안에 태우는 게 아니었..."


그대로 워커와 함께 날아올랐다, 허공을 향해, 2군을 떨쳐내기 위해 그 이상의 높은 속도로.

그러나 한순간 치솟았던 속도는 이내 줄어들며, 다시금 떨어지다가...


"뭐야? 갑자기 왜 이래?"

"일정 고도 이상은 워커가 버티지 못해요, 애초에 이건 완전히 비행용이 아니라...!"

"아, 그러니까 나 지금 대책없는 플라잉 관짝에 들어왔다 이 말..."

"...겟탄 아빠가 발명하던 거 터졌을 때 나한테 이렇게 말씀했지...너 그러다 인생 진짜 조진다고."


인공 바다의 수면에 닿기 직전.

"근데 그거, 아빠가 더해!"

치솟으며, 자욱한 물안개를 사방에 흩뿌리며 다시금 탑을 향해 추진력을 얻어 가속했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을 뿌리치며 나아가는 것이.

"...방랑자 잘 도망갔고, 지금 쏘면 될 것 같네."

"확인."


누군가에게 있어선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환경이었다.

["...저쪽으로 도망 갔잖아! 빨리 밟아!"]

["아니 갑자기 그런 또라이 같은 방식으로 워커를 몰 줄 누가...우악? 좌측 엔진! 좌측 엔진 피..."

["88번? 908번? 2팀 왜 답이 없어!"]

[" 방금 두 발이 이쪽을 향해 날아왔습니다! 아무래도 관통된 것 같습니다!"]


저격하기 딱 좋은 환경이.

해골세개와 극작가, 각자의 총을 들곤 자신이 쏘아올린 총알의 궤적을 따라 새겨진 연기를 감상하던 둘은.


"...정말 마술 탄환이었네, 뭐든 쏘아 맞힐 수 있다니."

"네 사격 실력에 힘을 실어준 것 뿐이야."

"아니, 방금 건 순간 빗나갔어...확실해, 네 총알이 휘어서 적을 맞춘 거야."

"너가 맞추고자 했잖아? 이제 여섯 발 남았어."

"근데 잠깐만...저거 떨어지는 조종사들...구할 수 있으려나?"


쾅, 또다시 뭔가 발사하는 듯한 소리. 워커가 뭘 쏘았나? 혹은 근성의 주먹?

재버워크 쟤는 왜 저렇게 떡 벌어진 듯한 표정을...


"..."

"진기한 재주가 있음은 인정하나, 그대의 부모님이 걱정해서 말일세, 사실 그 워커의 적정인원을 초과하기도 했어."

"호 선생?"


물 위를 달리는, 꿇어 앉은 범.

호 선생.

별 미친 짓거리를 태연하게 해내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대로면 가라앉는다네, 그 방랑자를 나에게 건네줄 수 있겠나?"

"그...수면을."

"음, 달리고 있지?"


...말을 말자.

나는 재버워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그대로 얌전히 호 선생에게 몸을 맡겼다.

그는...


"워커들이 꽤 많이 도착했더군, 나와 미리내는 에딧을 제압하는 대로 사이와 함께 다른 곳으로 빠질 생각이네."

"...뭐 생각해놓은 거라도 계세요?"

"자네가 일이 꼬일 가능성이 있잖나, 투사를 상대할 생각이지."

"가능하겠어요?"

"힘 빠진 우리 셋이라면...함께 죽는 것 정돈 가능하겠다만?"

"농담이라고 말해요 얼른, 거미가 깨면 내 목을 조를 거야."


하하, 호 선생이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웃지 마, 날 업고 수면을 무슨 제트스키마냥 빠르게 달리는 댁이 말하면 농담처럼 안 들려.


"그럼 그 말은 취소하지, 그럼 그 다음으로 생각해놓은 게 있다만..."

"예?"

"슬슬 뒤에 워커들이 바짝 쫒아오고 있어서 말일세, 더한 추진력이 필요할 듯 싶어."


한순간, 워커의 손에 내 정수리를 훑고 지나갔다.

호 선생은 나를 들쳐업은 채 자세를 바짝 수그렸다가-

"저기 가서 치료 받게."

그대로 상대를 걷어차 저 멀리, 정확히 엑스트라의 옆으로 날려 버리고는 다시 수면에 착지해 달리는 것이었다.


"보시다피시 이런 상황이라, 자네를 가능한 한 힘 줘서 던질 생각이니 먼저 도착해 있게."

"그냥 끝까지 같이 달려주면 안 됩니까."

"나도 자네를 던져야 물 위로 올라갈 수 있는지라, 그쪽이 시간을 더 아껴 더 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이네."

"아니, 나도 좀 도우라고요 미친 인간아."

"..."

"..."

"...내 제자는 충분히 강하다 믿고 있네."

"님아."


한순간, 우리의 앞으로 추진력을 가한 뒤 뒤돌아, 워커 하나가 우리를 가로막았다.

뒤이어 뒤에서, 위, 하늘.

그렇게 우리를 감싸안은 그들은 이내 추진력을 꺼 버리고 우리에게 달라붙었다.

동귀어진이라도 하려는건가? 이대로 같이 가라앉아 버리게?


"다리에 힘 꽉 주게나."

호 선생은, 그럴 생각이 없는 듯 했다.

뒷머리가 찰랑거리는 수면에 닿기 직전, 그는 나를 걷어찼고.


나는 마치 팔랑거리는 나비, 종이 인형이라도 된 것처럼 허공을 날아.

"야이 씨-!"

허공의 익숙한 바람과 공기를 다시 한번 체감하며 저 워커들을 피해, 별을 작동시킨 뒤-

마지막으로 나라는 목표를 놓친 채, 호 선생을 향해 날아가는 저 모습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는.


내 발바닥에 붙인 별을 발동시켜, 추진력을 얻고, 더, 더, 더-

========
  
     *포디움 제약 공식회선 *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라, 무지를 몰아낼 별빛이 우리다-


! 남겨진 메시지가 총 32건 있습니다 !


-고객센터 부서

어... 에딧 비서님? 

...오셔서 보셔야 할 일들이...꽤...많으실 것 같은데....


========


"도대체 왜 돌아가는 모든 선로행이 끊겼는가! 강철선로의 열차는 제약이 건드릴 수 없다는 걸 알 텐데!"

"게다가 서비스도 다 형편없어! 내가 이 제약에 얼마를 붓고 있는지 몰라서 그러나? 아내 말대로 차라리 북부 투어나 갈 걸 그랬어!"

"워커는 왜 갑자기 다 가동된 거죠? 뭔가 문제가 생긴 거 맞죠, 그쵸?"

"속 시원하게 이야기를 하라고! 그래야 우리 쪽이 방랑자를 부르건 말건 할 수 있을 것 아냐!"




"아하하...예, 저희 쪽도 지금 확인된 바가 아무것도 없습니다...답변이 나오는 대로.."


"...갑자기 왜 저렇게 민원이 폭등하는 거야...죽고 싶다..."


"죽더라도 나중에 죽어, 방위실장님 전화 받으셔? 다른 쪽은?"


"비서님 아까 전에 전화 받으셨는데...만약 뭔가 일이 생겨도 거기 있는 워커 정도면 알아서 할 수 있을 거라고..."


"그 ㅆ-년 진짜 낙하산으로 올 때부터 불안불안했는데...야, 일단 다들 덮을 거라도 좀 드리고 이 카드로 뭐 좀 사와."


"법인카드도 아니고 선배님 카드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애들도 있는데 그럼 굶겨? 나중에 경비신청 딱 받아낼 거야, 일단은 긁..."


"방, 방금 소리 들으셨습니까? 분명 저쪽은 인공 바다밖에 없는데..."


"들렸어, 뭐 터지는...쓰읍, 폭탄 실험은 VIP들 받고 난 뒤로 저기서 안 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어, 어. 어어어! 저기! 저기! 뭐가 날아옵니...!"



====


남부의 중앙광장.

거대한 강화유리로 한 면 전체가 덮인 휘황찬란한 지식과 과학의 총본산.


...아무래도 그 외벽을 뚫는데 필요한 건 거대한 워커 세네 대 정도의 질량과, 방랑자 한 명이면 충분한 것 같았다.

그래, 나.

처음의 작은 구멍이 나로 인해 뚫리고, 그 뒤로 뒤쫒아온 워커들이.


그 다음은, 문을 걷어차고 들어온 호 선생이.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 앞으로 서서는, 그대로 주먹을 내질러-

내가 바닥에 발이 닿고 구름과 동시에, 뒤이어 다가오던 워커들과 함께 남은 유리벽 마저 한번에 터트려버린 것이었다.


워커? 사람이 들어 있던 부분의 뚜껑은 완전히 날아간 채로 땅에 추락한 것이, 완전히 박살난 오픈카의 그것과도 같았다.

"으...아아...머리야."

"방금...뭔...히...히이이익?"

"투항하겠나?"

"할게요!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날 따라오게, 가서 금빛 머리의 여인에게 치료를 청하..."


호 선생이 워커의 조종사들을 들쳐업다, 어느 누군가와 시선이 마주쳤다.

다른 워커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 더 경량화된 듯한 슈트를 입은 여인.

"아 방위부서장."

"...이게...무슨 소란입니까?"

"자네의 비서가 하극상을 했네, 봄은 벌써 왔건만 비서의 봄은 아직인가 보네."

"...예? 예?!"

"저 아이가 그 하극상을 저지하려는 것 같은데, 혹시 엘리베이터에 출입할 키카드라도 있나?"

"그 키카드라면 비서님이...어제 직급명 수정 건으로 가져가 보관하셨는...잠깐만..."


현실을 깨달은 그녀는 당혹한 듯 표정을 구겼다.

"...왜 눈치채지 못했지? 게다가...난 왜 그걸 순순히 넘겨줬던 거지? 분명 그건 규칙 위반이었는..."

"괜찮나?"

"잠깐만요! 바이올린 소리 안 들려요? 언제부터 내가 이걸 듣지 못했던 거지? 이 소리..."


...나는 별을 작동시켰다, 아무래도 표정도 맛이 가고 있는 듯 했으니.

호 선생은 알게 모르게 작게 한숨을 내뱉은 후, 가볍게 주먹을 쥐며 그녀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대화 몇 마디 나눈 옛정이 있으니, 짧게 끝내주도록 하겠네."

"그게 아니라! 안 들립니까?! 이 선율! 이 선율 안에...그 일에 한...해답이 있어요! 이 해답이면 분명..."


퍽,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호 선생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자신보다 먼저 움직인 상대를 살짝 놀란 듯 바라볼 뿐.

손에 들린 평범한 진압봉, 그것을 든 것은...


"셰프카."

"남아 있던 제 분신 중에...커피를 꽤 많이 마신 개체가 있었나 봐요, 관찰하다 보면 자주 있는 실수죠."

"..."

"그래서 본체도 자고 있는데 이건 깨 버렸어요, 걱정 마세요...무리는 아니니까, 당신에겐 거짓말 안 해요."

"유지하는 데 쓰이는 영양분은 섭취하셨습니까?"

"없어요, 곧 한계에요."


그녀는 즉답했다.

"당신들의 싸움을 잠귀로 들었는데 꽤 격렬하시더라고요, 만의 하나의 경우를 대비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대피시켰죠."

"...그래서 사람이 얼마 없었구나."

"예, 저쪽에 남으신 분들은 진상 중에서도 상진상, 어떻게 움직여야 하나 고민했는데 마침 움직일 이유를 만들어줘서 고맙네요."


그러고선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뿌드득 소리를 내며, 인간이 돌릴 수 없는 각도와.

"...그러니까 절 따라 움직여요, 아니면...제가 당신들의 객석에 기꺼이 동승해서 샴페인도 따 드리는 걸 바라세요?"

지금까지 그녀가 지은 표정은 양반이라는 듯, 분신을 만드는 동안 갈라지는 그녀의 얼굴보다도 더 흉측한 얼굴을 드러내며.


호 선생은 그녀의 어깨를 두드릴 뿐이었다.

"더 힘 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저분들을 터미널의 다른 열차에 모시는 것도 제가 할 테니."

"..."

"그리고 좋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따르라, 라고 말하는 건 효력이 떨어집니다, 가능한 한 웃는. 웃는 얼굴이 좋죠."

"...제가 지금 기분이 좀 꿀꿀한데요."

고개를 저은 그가, 제자의 질문에 답했다.


"표정엔 감정이 따릅니다, 감정엔 행동이, 생각이 뒤따릅니다, 감정을 부정하라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

"전 당신의 웃는 얼굴이 최고로 예쁘다고 생각하거든요."


답을 받은 제자는 곧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 곧.

"...저도요, 그래서 제가 당신에게 구원받은 걸지도요."

배시시, 그렇게 미소짓는 것이었다.


그런 표정을 지은 그녀는 곧 쑥스러우니 보지 말라는 듯, 내 어깨를 툭 두들겨 줬다.

한계라는 것이 헛말은 아닌지 맥이라곤 전혀 없는 손놀림이었지만.


"고마워요 방랑자, 당신 덕분에 살다살다 저 쑥맥남한테 먼저 예쁘다는 말도 다 들어보네요."

"둘다 살아준다면 내가 더 고마울 것 같은데."

"둘이 축구팀 꾸릴 때까지 살 거에요."


하하, 하고 바짓주머니에 무심코 손을 넣고 웃자니 그곳에 무언가 붙잡혔다.

꺼내 보니, 아까 전 새벽에 손에 들고 웃었던 수녀님들이 만든 식량.

그러니까 빵, 잘 구운.

무심코 다시 집어넣었구나, 이 정도면 영양 밸런스로도 괜찮을 거고.


그러니 거미의 고개가 아까 전처럼 꺾이더니 침을 흘리는 것도 당연했다.

"그거 저 주세요, 내놔요. 줘."

"한입만 먹고, 나도 저 꼭대기까지 뛰어 올라가려면 체력을 아껴야 하거든."


반을 뚝 갈라 그녀에게 던지고 나도 베어 문다.

입 안에 집어넣자마자 느껴지는 맛에 살짝 안도하면서도, 넓어진 시선에 뭔가가 들어와 꽂혔다.


워커들, 저것들 도대체 얼마나 만든 거야? 정말 저거로 방랑자를 대체하기라도 하려고 했던 건가?

"아하이 옝병....어떠켕 숭 돌릴 시강 일 붕을 앙 중나용..."

"햄스터처럼 입에 물고 대화하는 거 안 좋은 버릇입니다."

"읍...하아...예예, 제가 저분들을 모시죠."

"그럼 제가 맡고 있겠습니다."

"당신은..."


훅, 숨을 들이킨다.

올라갈 수 있으려나.

중간에 워커가 와서 엘리베이터 째로 끌고 가면 어쩌지, 상자에 담겨 진상되는 꼴이려나.


"달려요."

별이 움직인다, 수많은 생각을 품고.

처음엔 발에 붙어 다리를 더 빨리 떼게, 그 다음 추진력이 붙으면 등에 붙어 계속 추진력을 준다.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다리가 걸려 넘어지는 일 존나 많다, 여기 계단은 왤케 지랄맞은지.

걸려 넘어지고, 걸려 넘어지고, 때로는 유리창도 깨서 떨어지다가 간신히 다시 별을 발판 삼아 뛰어올라가 매달리고.

기어 올라가며.


심지어 그때도 내 마음이 나를 괴롭힌다.

엑스트라는 멀쩡할까, 미리내 눈 이제 그냥 피가 안 멈추던데.

재버워크는 오는 길에 격추당하지 않았겠지?

겟탄은? 혹시 그 회장을 죽였다고 우리가 덤터기를 쓰진 않겠지?


발걸음 하나하나를 뗄 때마다 진창같이 계속 얽어매는 것들. 계속 달리며 뿌리쳐 왔다.

동부에서도, 서부에서도, 이 남부의 지하 바닥에 가라앉아 자매회의 수녀들을 보아왔을 때도.

계속, 쭉. 몇 번이고.


인위적으로 누군가 적어 놓은 이성 같은 건 해방시키고 마음 가는 대로 살아야 편하다며, 테라피스트가 연주한다.

허세뿐인 감성 같은 것은 던지고, 모두가 사회의 부품이 되어야 한다며 회장이 결론짓고, 자신의 작품을 만들었다.


양 끝에 위치한 답, 그 양극단의 답에서 내가 내릴 결론은 뭔가.

내릴 시간 따위 주지 않고 또 다른 워커가, 나를 향해 덮쳐들었다.


다시금 유리창을 깨고, 한층 강해진 돌풍에 하, 하는 짧은 숨을 토할 시간조차 주지 않으며.

손도끼로 내려찍고, 주먹이 내 몸을 강타하고.

그것이 내 몸을 붙잡고 유리벽에 드드득 하고 유리째로 갈아버리며 올라가는 동안에도 계속.

별 괜찮냐? 이거 자칫하다간 구워버릴 척추도 없어질 각인데.


그대로 다시금 건물로 내던져진 곳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저곳엔 갇힌 진화체, 저곳엔 그 해삼을 닮은 진화체.

올라가기 직전에 보았던 과학실의 풍경, 지금은 진화체들을 제외하면 텅 비어버린 그곳.


그곳에서 난 별을 최대한으로 충전시켰다, 가로막는 것을 없앨 수 있으려나.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그곳엔 세 네명. 나를 막아내기 위해 가로막는 그것들이 있었다.


그제서야 난 별의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왜냐면 그녀들도 에딧의 공포에 억눌린 자들이었으며, 그들도 살기 위해 나를 가로막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난 그 이상으로, 장담컨데 그녀들 이상으로 하고 싶은 게 많았다.


그래서 나는, 별을 바닥에 내려놓고.

모아놓은 충전을 터트리기 위해 발에 힘을 실어 그 별을 밟았다.

별은 폭발하며, 내 몸을 위로 치켜올리고.


나는 몇 번이고 천장을 뚫으며, 엘리베이터의 유리 통로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며 위로 솟아올라-


=====


[일은 도대체 언제쯤 풀리는 거지?]


[다시 한번 말하는데 너 뮤지컬도 안 가봤니? 기본이 세 시간이야, 천천히 느긋하게 기다려.]


[내가 원한 건 진화체가 아니라 내 뜻대로 통제되는 워커야, 전자라면 모를까 후자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텐데!]


[그렇지?]


[그렇고가 아니고 그게 네 힘이잖아! 왜 지금 당장도 워커들이 공포에 질려서 당황해 하는 거야! 왜 죽이길 주저하는 거냐고!]


"내 힘은 그런 게 아니니까."


[...뭐?]


"나는 감정을 발화시켜, 마음 속 사슬을 끊어낼 뿐이지 없는 감정을 창조하진 못해, 방향을 돌릴 수 있는 거라면 몰라도."


[네가 분명 그것도 가능하다고 말했을 텐데, 선로의 계약을 어긴 건가?]


"설마, 가능하다니까? 죽일 마음이 있다면 내가 얼마든지 돌려 줬지, 하지만 그러지 않는 건...그 아이들이 바라지 않는 거야."


[말장난에 어울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을 텐데!]


"...그거 알아? 투정 많은 애새끼님."


[...뭐?]


"너 처음 봤을 때보다 더 화가 많아진 것 같지 않아? 막 괜시리 아침에 일어났을 때 쑤신다거나..그런 건 없니?"


[알아듣게 말해.]


"네 차에 독을 탔어."


[...]


"고전적인 농담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야, 그때 마시던 홍차에 그녀의 피를 섞었거든, 아주 미세한 방울이어도 충분했고."


[...그래서 너가 그렇게 티타임 이후로 뻔뻔해졌군..]


"그래서 내가 방랑자들을 더 좋아하게 됐고, 다들 한 방울도 안 마시더라고?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지금 그쪽으로 가겠다.]


"와서 뭘 하려고? 내가 바이올린을 킨다고 네가 뭘 할수 있는데?"


[널 죽여야지, 애초에 처음부터 너랑 일을 함께한다고 한게 실수였어.]


"실수고 자시고 간에 난 처음부터 투사를 구하겠다고 말 했다? 너가 못 알아 쳐먹은 거지, 그러니까 막 화내기 전에..."


[끊지.]


"너 같은 지랄농축액이라도 잘 받아주면서 널 앙앙거리게 할 수컷이나 잘 찾아 봐- 는 끊었네."



"통화가 길어져서 미안! 그래서, 계획은 잘 들었지?"



"...그냥 내 차에 우유 쳐붓는게 족같아서 후려 쳤더니만..."


"그런 게 들어있을 줄은 몰랐지? 어때? 내 트릭은."


"확실히 그때 목을 꺾어버렸어야 했다 넌...하아...하아..."


충전된 별의 힘이 소진되고, 간신히 기어올라 온 탑.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리고, 먹구름이 피어오르며.

누군가의 애타는 절규는 계속해서 울리다 끊기고, 또다시 녹음된 것이 멈추다 재생되듯 불길하게 울려 퍼진다.


마치 어딘가, 인지 못하는 곳에서 무언가가 풀려나려다 잠잠해지듯이.


"...에딧 수녀 마음에 안 들지?"

"걔가 방해한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라서 말이야, 내 친구를 건드리기도 했고."

"그렇게 말이야, 처음부터 아니꼬왔어. 처음 차 마실 땐 내가 우유 부어 줬더니만 그 찻잔을 나한테 집어던지더라니까?"

"그건 니 업보."


힝, 토라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더 죽여버리고 싶어졌다.


"연주를 멈출 생각은 없겠지."

"연주는 떨림, 떨림은 진동, 진동은 심장, 마음의 울림이야."

"그래서."

"누군가가 심장을 멈추라 말한다면, 넌 그 명령에 따를 생각이야?"


그녀의 표정이 슬쩍 바뀌었다.

기쁨에서 슬픔, 애탄마저 섞여 있는 듯 했다.


"...너도 투사가 어떤 꼴인지는 봤잖아, 스스로 정신을 자폐시켜, 희생이라는 같잖은 말장난에 희생된 아이일 뿐이야."

"알아, 대화까지 했는걸."

"그럼 내버려 둘 거야? 나는 이런 위선뿐인 곳이라면 부서져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럼 부순 다음에 어떻게 하려고."

"너희를 위한 곳을 만들어야지! 방랑자들의 새로운 터전을, 안 그래? 너희는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니까?"



그녀는 사랑했다, 사랑하고 있었다.

방랑자를, 인간을, 그녀에게 없는 우리의 장점을.

그게 너무나도 멋져 보인 나머지, 더더욱 열렬히 구애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너가 생각하는 것 만큼 그렇게 멋진 놈들이 아니야."

"..."

"나부터가 당장 앞으로의 대책도 없이, 너와 회장이 이용할 뿐인 투사를 구한다는 단편의 계획밖에 없는 걸."

"..."

"앞으로의 미래? 투사로 만들 치료제? 몰라, 애초에 이 지경까지 내버려 둔 윗대가리들이 잘못인 것 같단 생각도 들고."

"..."

"그러니 오해하지 마, 그 방랑자들이 원했고 필요했기에 세워진 곳이 이 남부야,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야."

"그렇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넌...나랑 닮았어, 그 추한 모습마저 인정한다는게, 하지만 난 그 면만큼은 너희보다 한 발 앞서거든."

"..."



"사랑하지."


그녀는 어딘가 안쓰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스트레스 해소 카페 같은 곳에 가 봤어? 방망이 같은 거 들고 안의 소품을 잔뜩 부수는 카페."

"아니."

"가면 있지? 다들 주저해, 그러다가? 내리쳐, 그리고 그 감정엔 서서히 가속이 붙어."

"..."

"자기가 이랬나 싶을 정도로 격하게, 하지만 그러면 있지? 자신의 감정의 한계를 알게 돼, 그 깊이를 알게 되고."


♫♪♬♩


테라피스트의 바이올린에 다시금 음악이 울려 퍼졌다.

그 순간, 별에 남아 있던 모든 힘을 끌어다, 그녀에게 달려들었지만. 어느새엔가 또다시 나타난 악기가 빨랐다.

그 음파로, 나를 짓눌러.

벽면에 달라붙게 할 뿐이었다.


"연주가 끝나는 동안 잠시 보고 있어, 금방 후렴구니까."

"...야, 너!"

"따뜻함을 그리워하는 자들아, 추위를 거부하는 자들아,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사랑을 갈망하는 자들아."


"이 향기를 맡으라, 이 추억에 젖으라, 이 노래에 빠져들라."



기뻐하라, 이 음악은 오롯이 그대들만이 누리기 위해 기다려온 것이니.







======



...들었지? 호랑이 양반, 사이.


들었네.


깼어? 그럼 음...폼나게 가 볼까?




그래, 설헌이 있으면 딱이었는데...없는 건 좀 아쉽긴 하지만....

음...

마지막 춤을, 한번 춰 보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