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과거회상을 하는 형식으로 전개되기때문에
----------- 표시가 된 곳에서 회상과 현실을 왔다갔다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결혼이야기-


"있잖아, 엄마랑 아빠는 어떻게 만났어?"

"응? 엄마랑 아빠? 그건 갑자기 왜?"

"그냥."


안방에서 내일 쓸 자료 정리를 마무리하고 있던 나는 딸과 아내의 대화를 듣고 재미있겠다 싶어 대화를 못 들은 척 거실로 문을 열고 나왔다.


벌컥-

"무슨 재밌는 얘기를 그렇게 하고 있어?"
 
"아, 오늘도 수고했어. 여보."

"아빠! 아빠! 엄마랑 아빠는 어떻게 만난거야?"

나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보며 해맑게 질문하는 둘째 딸 지아를 무릎에 앉힌 채 이야기를 시작했다.
 
"먼저 아빠랑 엄마가 처음으로 만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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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 20XX년 6월 2일. 토요일.

초여름이지만 꽤나 더운 날씨.
나는 저번에 면접을 봤던 사거리 모퉁이에 있는 편의점을 향해 가고 있었다.

"으, 더워."

오늘따라 날씨가 더운 하늘을 원망하며
여름이라면 으레 입에 달고 사는 말과 함께 나는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갔다.

딸랑- 딸랑-


"어서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들리는 한 여직원의 목소리.
아마 나와 교대하기로 한 알바생일거다.

난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여기서 일하기로 한 이재현이라고 합니다."

그러자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아, 네. 최나은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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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그때 생각나네..."

"난 전역한지 얼마 안 됐었고, 여보는 낯을 가려서 그런지 엄청 어색했었지"

그렇게 하하호호 이야기하고있는 도중 현관에서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삐-삐-삐-삐-  삐리릭-
 
"다녀왔습니다."

"언니다!"

"지수 왔니?" "잘 놀다 왔어?"

지수가 거실로 들어오며 말했다

"셋이서 뭐하고 있어?"

"아빠가 엄마 처음 만난 얘기 했어."

지아의 말을 듣자 지수는 재밌어하는 표정으로 누구보다 빠르게 나와 아내 사이에 앉았다.

"빨리 다시 얘기 해줘."

"손부터 씻고 오자."

말을 듣자마자 바로 고개를 끄덕인 후 손을 씻고 온 지수를 확인한 나는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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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매주 주말마다 만나게 된 나와 그녀는 천천히 거리감을 좁혀갔다.

***

"재현 씨는 학교 어디 다니세요?"
"저는 한국대 수학교육과요. 나은 씨는요?"
"저는 성삼대 유아교육과 다니고 있어요."

***

"재현 씨, 혹시 몇 살인지 물어봐도 돼요?"
"저 스물네살이요."
"...내가 누나였네."
"스물다섯이에요?"
"...(끄덕)"

***

"혹시...저희 말 놓는건 어떻게 생각해요?"
"...네?"
"아, 싫으시다면 괜찮아요. 그냥 해본 ㅁ..."
"좋아."

***

"누나."
"응?"
"그...알바 끝났는데 왜 안 가고..."
"밥 사줄게. 끝나면 같이 가자."
"사랑합니다."
"에...?"

***

"재현이 너 왜 편의점에 꾸미고 왔니?"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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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헤...흐헤헤..."

"우리 딸 입꼬리가 승천하려고하는데?"

"언니 무쌩겨써!"

"사진 찍자 사진."

내가 휴대폰을 찾는 척을 하자 지수는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다른 질문을 건넸다.

"크흠... 그러면 엄마아빠는 저렇게 썸만 타다가 언제 연애하고 결혼한거야?"

"음... 여기서부턴 여보가 할래?"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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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년 12월 2일, 일요일

평소처럼 아르바이트를 하며 짬짬이 재현이에게 톡을 남기던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톡도 안 읽고, 전화도 안 받고... 이따가 교대할때 무슨 일인지 물어봐야겠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원래 재현이가 와야하는 시각에 점장님이 오시며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해주셨다.

"그 애 교통사고가 나서 ㅇㅇ병원에 입원했다더라. 당분간 못 온대."

"네?"

그 말을 듣자마자 난 바로 택시를 불러 병원으로 출발했다.

"어느 환자분 찾아오셨나요?"
"오늘 교통사고로 입원한 이재현이요"
"관계가 어떻게 되시나요?"
"...여자친구에요"
"306호실입니다. 서류 작성하시고 올라가시면 됩니다"

최대한 빠르게 서류 작성을 마친 나는
서둘러서 306호실로 올라가 문을 열었다.

드르륵-

문을 열자 재현이의 부모님으로 보이는 분들과 웬 여자 한 명이 있었다.
그 여자가 말했다.

"누구세요?"
"...재현이 여자친구에요."
"....? 저 인간이? 여친을?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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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만나면 쟤를 진짜 확..."

"거기까지. 애들 듣는다."

"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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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동생분이신가요?"

"네."

마음 속에는 약간의 안도감과 함께 재현이에 대한 걱정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저...혹시 재현이 상태가 어떤가요?"

내가 묻자 아버님께서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다더구나.
내일이면 깨어날거란다."

그 말을 듣자마자 온 몸의 긴장이 풀리며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아가, 괜찮니?"

"네, 순간 긴장이 풀려서..."

"다행이구나."

어머님께서 나를 걱정해주셨지만 그것과 별개로 나에겐 꼭 해야할 말이 있었다.

"저...혹시..."

"응?"

"재현이가 깨어날 때 까지 제가 옆에 있어줘도 괜찮을까요?"

거절당하면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걱정과 함께 큰 마음을 먹고 내뱉은 이 소원은

"그러려무나."

"...네?"

"음? 네가 원한 것 아니었니?"

"그...너무 쉽게 허락해 주시는게 아닌가 해서..."

"우리 아들 옆에 좋은 사람이 곁에 있어준다는데 싫어할 부모가 어디 있겠니. 오히려 우리가 고마워해야지."

"감사합니다..."

너무나도 쉽게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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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턴 다시 여보가 해 줘."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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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날.

"으음..."

"...!!!"

신호를 못 보고 달려오던 차에 치이고 쓰러진 뒤 의식을 되찾은 후 바로 보인건 눈가가 빨개진 누나의 얼굴이였다.

"...누나?"
 
그 말을 하자마자 누나는 내게 안겨 울기 시작했다.

"나...흐으...너 잘못된 줄 알고....흑...얼마나 걱정했는데..."

나는 그대로 누나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나 여기 있어."
"훌쩍...응..."

그렇게 누나와 내가 안고 있는 중 얼마 지나지 않아 병실 문이 열리고 익숙한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르륵-

"야! 엄마가 옷 갖다주..."

""...""

"죄송합니다. 제가 눈치가 없었네요."

드르륵 - 쾅!

아무튼 그 눈치없는 멧돼지 습격사건 이후에도 누나는 평일엔 학교, 주말엔 알바가 끝나면 곧바로 병원으로 와서 매일 내 옆에 있어 주었다.


그리고 양력 12월 24일, 음력 12월 15일.
퇴원하는 날.
인적이 드문 공원.

"드디어 퇴원했네. 축하해."
"누나가 더 고생했잖아."
"누구는 고생 안한것처럼 얘기한다?"
"..."

"...새삼스럽게 말하는거지만, 내가 네 옆에 계속 있었던 이유가 뭐일 것 같아?"
"...좋아해서...겠지..."

"정답이야. 그래서 말인데... 조금 많이 늦은것 같긴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연인이 되어 보는건, 어떻게 생각해?"

저 말을 들은 지금 내 머릿속은 굉장히 혼란스러웠다.뭐지? 이미 사귀고 있던게 아니었나? 내가 고백을 안 했었나?

찰나의 순간, 혼란스러웠던 머릿속을 걷어내고 상황을 다시 곱씹어보았다.

지금 나는 연인이 되자는 고백을 받은 상황. 그리고 나는 프러포즈 준비를 하기 위해 반지를 맞춰 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답변은-

"싫어."

"......어?"

"난 연인보다는 부부가 좋아서."

이렇게 말하며 난 반지함을 꺼내 보였다.

"이제부터 부부가 되어 보는건 어떻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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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때 너희 엄마 표정이 나라잃은 표정에서 행복으로 가득 차는 모습을 너희가 봤어야 하는데"

""......""

"아빠! 엄마 얼굴이 빨갛고 언니 얼굴도 이상해!"

"잠깐 두면 괜찮아 질거다. 아무튼 이어서 말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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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덕)"

나는 이제 아내가 된 누나의 약지에 반지를 끼워주며 말했다.

"놀랐지?"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진짜..."

"프러포즈 준비하려고 했는데, 이거보다 좋은 시나리오가 생각이 안 나네"

"기억에는 확실히 남겠네.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월 아래에서 고백을 거절하면서 하는 프러포즈라니."

"하하하..."

""...""

그렇게 만월이 밝은 밤, 적막 속에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누나, 사랑해요"

누나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여보, 사랑해"

이후 시작된 둘 만의 밤은 길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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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저러고 어떻게 됐어요?"

"저날 지수 니가 생겼...악!"

"이사람이 애 앞에서 뭔 소리를 하는거야!"

"아빠, 아파?"

"응, 지아가 호~ 해줘."

"에휴..."

"근데 아빠는 스물넷이었다면서 엄마한테 결혼하자고했는데, 너무 이른거 아니야?"

"저런 아내를 또 어디가서 찾아. 있을때 잡아야지. 있을 때."

"에헤... 아빠 그러면 지아는 언제 생겼어?"

"지수야, 시간이 늦었다 자러가자."

"엄마, 아직 10신데?"

"일찍 자야 키가 크는거야. 빨리 씻고 양치하고 자러 가."

"말 돌리기는... 알았어."

"지아는?"

"아빠 품에서 자고 있네."

"그래. 엄마아빠도 자러갈테니까 지수도 빨리 자자. 좋은 꿈 꾸고."

"안녕히 주무세요."






잠시 후, 침대.
 
"...여보, 내일 쉬는 날이지?"
"...어?"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