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작중 시점은 10권 학급 내 투표 직후임)


학급 내 투표가 있었던 날로부터 며칠이 지난 일요일.

나는 이치노세에게서 연락을 받아 케야키 몰의 어느 카페에 와있었다.

확실한 용건은 잘 모르겠지만 저번에 있었던 투표에 관한 건으로 할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


솔직한 이야기, 그다지 그 날 일었던 일을 파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본마음이다. 

내가 여러 반들 사이에서 중개 역할을 했다거나 하는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진다면, 반 안에서도 내 입지가 묘하게 붕 떠버리고 마는 것이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류엔이 살아날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가만히 있을 순 없겠지. 특히 스도와 호리키타가.

그래서 설령 오늘 이치노세가 뭐라 감사를 다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나에게 고마워한다고 하더라도, 이후 그 이야기를 하지 않도록 그녀에게서 약속을 받아낼 생각이다. 

그렇다, 약속 장소에 올 때까지는. 그럴 생각이었다만...



◇ ◆ ◇ ◆



오늘은 일요일.

나는 어떤 남자애를 기다리고 있었다, 라고 말해도 그 애는 내가 아니라 호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오겠지만.

그 애와 서로 알게된 건 정말로 우연이었다.


내가 줄곧 소중히 여기고 있었던 부적을 주워준 것이 그 애, 아야노코지 키요타카 군이었다.

미야비나 호리키타 선배가 마음에 두고 있는 그 애는 확실히 신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 그를 보면 왠지 모르게 눈으로 쫓고 있었다.


으음 아닌가. 나는 그와 처음으로 대화를 나눴을 때부터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흥미라고 하는 게 도대체 어떤 방향의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지만, 그저 지금은 그에 대해서 여러가지로 알고 싶다.

라고 그렇게 순수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바로 요전번에 1학년들 사이에서 행해졌었던 학급 내 투표.

자신들의 손으로 반 친구를 퇴학시킨다고 하는, 과거에는 없었던 유형의 시험이었다.


처음에는 「올해의 1학년들도 참 고생이겠네」 라고 무사태평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말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것은 학생회에 소속되어 있는 호나미가 학생회장이기도 한 미야비에게, 퇴학을 저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400만 프라이빗 포인트를 빌리기를 원한다고 부탁한 일이었다.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미야비는 조건을 덧붙여서 승낙.

그 조건은 『자신과의 교제』였다. 

아무리 미야비가 하는 일이라고는 해도, 용인할 수 있는 일과 용인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그래서 나는 한번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후배에게 상담하기로 했다.


그래, 그것은 단순히 신에게 비는 부탁(바람)과 같은 것.

뭔가를 요구하고자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야노코지 군은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가 이야기를 들어준 것만으로 나는 만족했다.

그 다음은 호나미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그 애가 그것을 바란다면 나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정하고 있었다.


시험 당일

게시판에 붙여진 결과를 전부 살폈다.

B반은 퇴학자 없음.


즉 호나미는 미야비의 조건을 받아들였다는 건가.

일단은 납득을 하긴 했지만,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호나미를 불러내어 에둘러서 물어보자 웬걸 미야비의 이야기는 거절한 것 같다.

다만 그 이야기 자체를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자꾸 화제를 바꾸려고 했다.


즉 숨기는 일이 있다.

그리고 금세 짐작이 갔다.

호나미에게 손을 내민 것은 바로 그였다고.



"에, 아야노코지 군에게 말인가요?"

"응, 실은 전에 그에게 부탁을 좀 했었는데 그때 연락처를 물어보질 않았어서 연락을 할 수가 없었거든..."


"알겠습니다. 아, 그치만 아야노코지 군 그다지 다른 사람들 눈에 띄고 싶어하지 않아서 나구모 선배 분들과 놀 만한 장소에 불러낸다면 안 올지도 모른다구요?"


역시 그는 겉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애인 것 같다.

그것도 그럴 게 뭔가 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요 1년 간 그가 특별히 활약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유일하게 눈에 띄었던 건 체육 대회 때의 마지막 정도였으려나?


"그럼 장소는 케야키 몰의 카페로 할까나. 그 왜, 그 개별실 있는 곳 말야"

"알겠습니다. 그럼 거기로 와줬으면 한다고 아야노코지 군에게 전해둘게요"


그렇게 말한 호나미는 휴대전화를 꺼내어 메시지를 열심히 작성했다. 


"아, 맞아! 오는 건 내가 아니라 호나미라고 해줬으면 좋겠어"


당연히 호나미는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왠지 아야노코지 군의 깜짝 놀라는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니?"

"저는 볼 수가 없는데 말이죠"


아하하, 하고 웃으면서 호나미는 내가 말한대로 메시지를 보냈다.


"고마워, 호나미"

"아뇨 아뇨 별 말씀을요"


그 후 조금 잡담을 나눈 우리들은 해산했다.

그리고 그 날로부터 며칠이 지나, 드디어 약속의 날이 왔다.



시간은 다시 현재로 돌아와 일요일.

카페


"...아사히나 선배셨나요, 저를 불러낸 건"

"뭐니 그 리액션은!? 좀 더 놀랄 줄 알았는데~"


안내받은 개인실에 들어오자, 거기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던 아사히나 선배가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놀란 표정을 지은 얼굴을 찍으려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도촬이라구요 그거?"

"괜찮아, 허락받고나서 찍을 생각이었으니까"


그렇다고 놀란 얼굴이 되진 않는다며 츳코미를 걸 수는 없었다.

어째서 아사히나가 여기에 있는 것인가라는 쪽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장소에 불러내시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신 건가요?"

"합숙 때의 이야기 기억하고 있으려나?"


"선배와 했던 이야기는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나구모를 이겨보라는 그 이야기말인가요?"

"맞아 그거! 그 때의 난 농담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지, 최근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현실미가 나왔다고나 할까..."


뭘 말하고 싶은 거지?

그 이야기를 지금 한다는 것은 B반과 D반에 관한 일을 이치노세에게 들었다는 건가.


"그래서요?"

"아직 간접적이긴 하지만, 미야비와의 승부는 아야노코지 군이 2승을 거두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해"


이 말투로는 아직 미묘한 라인이다.

경솔하게 말했다가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도 있다.


"그런 일은 없습니다. 간접적이든 뭐든 아직 한 번도 겨뤄보지 않았으니까요"

"그치만 2번이나 호나미를 도와줬잖니?"


"그건 우연입니다. 그게 꼭 저일 필요도 없었죠. 그리고 2번째 때도 전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아사히나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역시 아직 확신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럼 아야노코지 군 이외에 호나미에게 손을 빌려준 학생이 있다고 하는 거니?"

"소문으로는 D반과 협력했다라는 이야기도 있으니까, 걔네와 뭔가 있었던 걸지도 모르죠"


"D반이라고 하면 류엔 군이네"

"알고 계시나요?"


"그야 그는 2학년들 사이에서도 유명인이니까. 절대 상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라고 다들 피하고 있는 느낌이야"

"나구모는 어떤가요?"


"에, 미야비? ...글쎄, 그런 이야기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를 의식하고 있을 수도 있고, 신경도 쓰지 않고 있을 수도 있어. 거기까지 나는 잘 모르니까"


지금까지의 말투로 보아하니 정말로 모르는 것 같다.

다만 나에 관해선 입밖으로 이야기를 꺼내면서 의식하고 있는 반면에, 류엔에 관해서는 화제로도 꺼내지 않는다.

즉 류엔을 이용해서 나구모에게 덤벼드는 것도 하나의 수단이라는 뜻이 된다.


"그런데 아야노코지 군은 정말로 아무것도 안 했었어?"

"아까부터 말하고 있습니다만, 전 아무런 짓도 안했습니다. 이번에는 완전히 예상 밖의 결과로 끝났어요"


그렇게 단언했다.

내가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는 어떻든 간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것으로 선배는 만족해 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쭉 손이 뻗어져 왔다.

평소라면 즉각 반응할 수 있었을 테지만, 한순간 몸을 돌려 피하는 것이 늦었다.

이제까지 이런 식으로 뻗어왔던 손에는 살기가 있었지만, 이번에 내게 닿고자 뻗어온 손에는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그 손은 피하는 것보다도 더 빠르게 내 머리에 닿았다.


"...무슨 생각이신 건가요?"

"그 때 말했잖니? 내가 아야노코지 군에게 말한 건 단순히 신에게 비는 부탁(바람)이었다구. 솔직히 호나미에게는 미야비에게 부탁하는 것 이외의 선택지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말야. 그치만 결과는 달랐어. 아야노코지 군이 그 일련의 사건에 관계되어 있든 아니든 간에, 나에게 있어서는 네가 바로 그 신님 같은 존재가 되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하며 내 머리를 쓰담쓰담 어루만졌다.


"...이제 만족하셨나요?"

"아, 싫었어? ...저기 만약 그 때 이야기를 믿는다고 한다면 나도 너의 동료에 넣어줄 수 있니?"


아까 전의 이야기로 내 관여는 없었다고 확실히 전했지만, 합숙 때의 아사히나 선배를 판별하기 위해 했던 말이 아무래도 그녀의 마음에 걸리는 것 같다. 


"유감입니다만 제게도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습니다. 나구모를 이기는 건 당분간은 먼 훗날의 이야기가 되겠습니다만 기다려 주실 수 있으신가요?"

"물론 기다릴게"


그 나구모에게 물든 2학년들 중에서 이렇게까지 내 이야기를 믿고자 하는 선배의 모습을 보며 나는 한 가지 확신했다.

언젠가 이 선배는 나구모를 끌어내리는 데에 필요한 조각이 될 거다, 라고


"그나저나 나는 사이가 좋은 애한테는 남녀 관계없이 이름으로 부르려고 하는데, 아야노코지 군도 이름으로 불러도 괜찮을까?"

"...?"


"어라? 나 뭔가 이상한 말 했어?"


이상한 말을 했다는 자각이 없는 것 같다.


"방금 선배는 '사이가 좋은 애'라고 말하지 않으셨나요?"

"말했다구? 후배 남자애 중에서는 아야노코지 군하고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내가 착각한 거야?"


딱히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싫은 건 아니다.

그룹에서는 이미 그렇게 불리고 있기도 하고, 케이에게도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다만 '사이가 좋다'라는 게 마음에 걸렸을 뿐이다.


"아뇨, 딱히 그렇게 부르셔도 괜찮아요"

"그러면 키요타카? 음~ 뭔가 느낌이 다른 것 같은데. 역시 키요타카 군이 낫겠네"


그렇게 말하며 웃는 아사히나.

뭐라고 불러주든 상관없다만, 뭐가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걸까?


"그럼 키요타카 군은 나를 나즈나 선배라고 불러줘"


....


"...그건 좀 봐주세요"


어쩌면 나는 성가신 교우관계를 구축해버리고 만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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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 번역할 시간이 없어서 주말된 김에 간만에 해봤어. 코지X아사히나 팬픽이긴 한데 플래그 꽂일 정도의 이야기는 아닌 거 같네.

아사히나가 등장하는 픽시브 팬픽이 적기도 한데, 얘는 조연으로 주로 등장하지 주역으로 나오는 팬픽이 극히 적어서 아쉬움. 


꾸준히 재밌는 거 또 열심히 찾아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