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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그렇게 되었으니, 부탁드려도 될까요? 선생님.」


지적인 안경을 쓴 검은 장발의 소녀……연방학생회 소속 간부・나나가미 린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려 의사를 전하자, 그녀는 귀에 걸린 머리칼을 쓸어올리고 안경을 슥 추켜올린 뒤 다시 한 번 말했다.


「그러니까, 선생님께 이 ”샬레 병설 카페”의 운영과 영업을 맡기고 싶다는 말입니다」


샬레 병설 카페……확실히 방 안에는 다인수가 쓸 만한 테이블과 의자, 주방과 훌륭한 커피 사이펀이 눈에 띄었다.


제법 먼지가 쌓여 있어서 지금까지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도 동시에 짐작할 수 있었지만, 카페로서 필요한 물건은 전부 갖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선생인데 카페를……?”


「네.」


“내가?”


「네.」


“……어째서!?”


「네, 그것이 ”선생님”이니까요.」


무슨 당연한 말을 하냐는 듯이 담담히 말하고는, 시간을 확인하고 '다음 업무가 있으니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해 주시길.' 이라고 짧게 고하며 린은 방을 나가 버렸다.


휑뎅그렁한 카페에, 교사가 단 한 명…….


학생들과의 교류니 뭐니 했던 것 같은데……그렇지만 역시, 무슨 관련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시시각각, 멍하니 선 채로 시간만이 흘러간다.




“…………해야겠지.”


어딘가 석연치 않은 느낌도 있지만, 팔을 쓱 걷어붙이고, 근처의 창문을 열고, 먼저 주변 청소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내 학생들이, 자신이 연인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실례하겠어!!」


쾅 하고 문이 열린 순간, 준비중인 카페 안으로 줄줄이 들어온 것은 게헨나 학원 제일의 문제아 집단. 1일 1악, '돈만 준다면 뭐든지 합니다.' 가 모토인 페이퍼 컴퍼니, 흥신소 68의 면면들이었다.


「자, 무기를 버리고 손을 들도록!!」


철컥, 철컥철컥! 하고, 전원이 총화기를 겨누고 있다.



학원도시 키보토스에서는 소녀들이 총기를 휴대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사실로 되어 있다. 이런 트러블도 빈번하게 일어나며, 굳이 말하자면 맨몸에 총을 맞으면 위험한 자신이 이상할 정도다.


그렇기에 본래 이 상황은 절체절명의 위기, 당황해야 할 상황이지만……상대가 상대였다.


지금 선두에 선 검은 털 달린 망토를 나부끼고 있는 이 인물이야말로, 회사의 사장이자 조직의 우두머리인 유달리 눈초리가 날카로운 소녀, 리쿠하치마 아루다. 추방된 몸이긴 해도 게헨나 학원 소속이자 나의 소중한 학생이며, 몇 가지 의뢰를 맡았던 협력자임에 틀림없다.



주방에서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녀는 굳은 표정을 풀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선생님!」


……허나 부하들의 시선이 일제히 꽂혀, 짐짓 으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표정을 고쳐, 팔짱을 끼고 늠름한 목소리를 내었다.


「에헴,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선생님. 우린 오늘 이 카페를……”납치”하러 왔어!!」



두 웅 !



모 해적만화라면 이펙트가 붙을 정도로 흥에 겨운 미소를 지으며 선언하는 사장의 모습에 실장인 말괄량이 꼬맹이・아사기 무츠키는 즐거운 듯이 쿠후후 하고 웃었고, 고생하는 역할의 과장・오니카타 카요코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평사원을 맡고 있는 이구사 하루카는 눈을 반짝이며 경애하는 사장에게 아낌없는 전력의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카페……납치?”


「우후후후후, 놀랐구나! 그래, 맞아! 카페 납치! 시대는 바로 카페 납치야! 내가 봐도 정말 무서운 악행을 생각해 냈다니깐!」


「그러게 말야~! 값싸고 상냥했던 단골 라면가게를 폭탄으로 날려버려서 제대로 밥도 못 먹게 되었다지만, 설마 이번엔 신세를 진 선생님한테마저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역시 아루야, 아주 외도의 극치인걸~.」


「대단해요, 아루님!! 존경스러워요!」


「아하핫! 더, 좀 더 칭찬하라구!!」


「…………하아~」


4명의 평소와 같은 촌극을 감상하면서 테이블에 올린 의자를 내리고, 행주로 테이블을 꼼꼼히 닦고, 탁상의 설탕과 냅킨 등의 양을 체크하기 시작한다……슬슬, 카페의 개점시간이 가까워진다.



스스로 보기에도 카페 일이 익숙해진 것 같다.


선생과 카페의 마스터, 양쪽을 모두 해야 한다니 억지라고 생각한 때도 있었지만, 인간이란 준비된 환경에 적응하도록 되어 있는 것인지, 어느 틈엔가 나도 이런 생활에 푹 빠져 버리고 말았다.



바닥을 대걸레로 간단히 닦고 있자니, 누군가가 꾹꾹 하고 소매를 잡아당겼다.


「자, 잠깐, 선생님, 아까부터 얘기 듣고 있는 거야!?」


우와!


어느새 코앞에 다가온 아루 사장이 얼굴을 붉힌 채로, 입술을 삐죽 내밀고 훅훅 숨을 몰아쉬고 있다. 부들부들 떨면서 눈가에는 눈물까지 글썽이고……이렇게 보면 귀여운데.


“드, 듣고 있었어.”


스윽 물러난 뒤에도 더욱 의심스럽다는 듯이 눈을 치켜뜨고 이쪽을 바라보는 아루.


「……진짜?진짜로 진짜야?……뭐 됐어. 그럼 바로 ”그것”을 내놓아 주실까, 선생님」


아루는 가까이 있던 의자에 털썩 앉더니 다리를 꼬고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그것?”


「선생님도 참, 모르는 척 하기는! 카페 납치잖아? 그리고 ”그것”이라고 하면 ”그거”밖에 없지!」


활짝 웃으면서 말해도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겠지만, 다른 학생들은 이해한 모양인지 응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그거” 말이군요……!」


「아~, ”그거”네, ”그거”.」


「……아니, ”그게” 대체 뭔데?」


「어머, 카요코도 모르는 거야?”그거”란 말이지……」



「아침밥이야!」


「비과세인 현찰이지~!」


「토지권리서와 영업허가증이죠.」




「「「어?」」」



위에서부터 사장 아루, 실장 무츠키, 평사원 하루카 순이지만, 뒤로 갈수록 내용이 잔혹해졌다…….


「저기 아루, 일부러 위험한 샬레 한복판에서 카페를 납치해 놓고 겨우 그 정도로 만족하기야!?」


「겨, 겨우라고!? 그 정도가 아니야! 배가 고프면 의뢰를 수행할 수 없다고 하잖아! 그리고 업무 중에는 나를 사장이라고……」


「아루님! 전부 빼앗을까요? 몽땅 다 털어버릴까요? 아루님이 명령만 하신다면 제가……」



척 하고 총을 드는 하루카를 보고 안색이 새파래지는 아루.


「아니아니! 그건 좀 너무하지 않을까!? 상대는 선생님인데……」


「애초에 납치하는 시점에서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그렇게 자기들끼리 다투는 와중, 짤랑짤랑 하고 입구의 벨이 울렸다.


들어온 것은 트리니티 종합학원의 교복을 입은 정숙해 보이는 학생으로, 조심조심 문을 열고 주뼛주뼛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어서 오세요.”


「저, 저기~! 오늘은 영업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벌써 개점시간이 지났는데, 아직 폐점 문구가 그대로 있어서……」


“아뇨, 괜찮습니다. 어서 들어오세요.”「서, 선생님!?」



그러자 소녀는 안심한 듯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문을 붙잡은 채로 뒤를 돌아보며……





「모두 들으셨죠! 오늘은 ”샬레의 선생님 카페”가 영업한다고 해요!」



와! 하고 밖에서 여러 명의 소녀들의 목소리가 들렸다.……이 목소리, 꽤 많은 것 같은데……!?



「기대되어요~」「듣자하니 ”꿀맛”이라는 모양이에요~」


「와」「이런……」「뭐, 뭐냐고~!」



이렇게 흥신소의 넷을 마치 없는 사람인 양 취급하면서 카페에 들어와, 좌석은 금세 초만원으로……!?




그 상황에 당황한 것은 아루였다.


「자, 잠깐 선생님!? 지금 우리가 ”카페 납치”중인데~!!?」


“그랬지, 하지만……”




「점원 님, 주문해도 될까요?」


「예!? 저, 저……요?」


「저, 이 쪽 좌석에 메뉴가 없는 것 같은데요……」


「응? 그럼 이 쪽에 앉은 애들이랑 합석해~」


「꺅! 죄송해요, 뭔가 흘렸는데……」


「아~, 잠깐만, 지금 닦을 거 가져올게……」


곳곳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아가씨들의 요청에 응하는 흥신소 68의 사원들.


……다만 혼자서 때앵! 하는 표정을 짓는 사장은 제외다.




「자, 잠깐, 너희들! 원래 목적을 잊으면 안 돼! 나는 선생님을 독점하기 위해……」



응?



헉 소리를 내는 얼굴을 마주보니, 낯을 빨갛게 물들이며 '아무 것도 아냐, 오호호호호!' 하며 부자연스럽기 그지없는 웃음을 보였다.




「서, 선생님! 커피랑, 치즈 케이크를, 4개씩……인 것, 같아요……」


「이쪽은 허니토스트랑 홍차 5개씩이래! 자자, 빨리 만들라구~. 선생님 너무 느려~!」


"알았어. 아루는 주방 일을 도와주면 좋겠는데”



「에? 에~~~~!? 선생님과 둘이서……?」



“아루”



「…………정말! 어쩔 수 없네! 선생님이 그렇게 부탁한다면야!」


말하는 것과는 달리 들떠 보이는 그녀와 주방에 들어가, 다시 기합을 넣고 바로 준비에 착수했다.





「「「「하아……」」」」

 



피크를 넘기고, 네 명은 테이블 위에 축 늘어졌다.


오늘은 어찌 된 일인지 그 뒤에도 끊임없이 아가씨들이 찾아왔다.


와 주는 건 고맙지만, 그녀들은 전원 트리니티의 양갓집 규수들.


밖에서는 카페에 가는 일도 그다지 없는 듯 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치는 일이 많아서……. 이만큼 사람이 있어도 바빠서 눈코 뜰 새가 없었다.


뭐, 도중에 주문을 다 기억하지 못해서 총과 폭탄으로 진심으로 자해하려던 하루카의 폭주를 막거나, 아루가 특유의 허당끼를 발휘해 주방에서 대화재를 일으키거나 하지 않았다면 좀 더 일이 쉽게 풀렸을지도 모르겠지만…….



「선생님 말야~, 항상 이만한 손님들을 혼자서 상대하는 거야~?」

 


“그래.”



「어른은 큰일이네~, 아하하하!……하아」

 


제대로 쉴 틈조차 없었으니, 그만한 인파를 이겨낸 것도 다 그녀들 덕분이 틀림없다. 평소에는 그렇게 시끌벅적했던 흥신소 68의 멤버들도 지쳤는지 조용하다.



「………………킁, 킁킁……응? 선생님!? 이, 이 냄새는 설마!!?」

 


비틀비틀 일어나는 모두의 앞에 놓인 것은 거대한 미트볼이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스파게티였다.


수북이 담긴 파스타 위에 붉은 토마토 소스가 끈적하게 흐르고, 식욕을 돋우는 갓 익힌 미트볼이 기름과 어우러져 번지르르한 광채를 냈다.


“다들 열심히 해 준 답례야. 입에 맞을지는 모르지만.”


「주륵……헉!? 서, 선생님! 말해 두겠는데, 이런 걸로 우리를 회유해 봤자 소용없어! 그리고 선생님은 요리를 할 틈이 없을 만큼 바쁘잖아? 그러니 요리의 맛도 기대할 수 없을, 맛있어어어어어엇!!?」

 

「뭐야 이거, 엄청 맛있잖아!?」

 

「…………의외네. 선생님한테 이런 특기가 있었을 줄이야. 우물」


우적우적, 후루룩!!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기세로 스파게티를 먹어치우기 시작하는 소녀들. 그 먹성은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다.


오늘 만든 미트볼 스파게티는 이곳 샬레……『싯딤의 상자』에 보존되어 있던 비전의 레시피 중 하나다. 카페를 시작할 때 비서 겸 메인 OS인 ”아로나”에게 상담했더니 찾아 주었다. 일부 팬들에게는 더없는 진미라고 하던데……아무래도 잘 만들어진 모양이다.




「잠깐!! 무츠키! 그 특별히 큰 미트볼은 내 거거든!? 얌전히 사장에게 상납해!!」


「에~! 열심히 일한 부하에게 포상하는 것도 아루의 책임 중 하나 아냐?」


「크으으, 그건 그렇지만……그, 그래도 그건 안 돼! 왜냐면 그건, ”나의 선생님”이 날 생각해서 만들어 준 거니까! 미트볼의 크기가 바로 그 사랑의 크기란 말이야!」


응? 지금 뭐라고……


「……아니, 그렇게 따지자면 접객과 모두의 실수의 뒷처리로 제일 노력한, ”선생님의 최고의 이해자인” 내가 받아야 할 텐데?」


평소엔 이럴 때 한 발짝 물러나서 어른스럽게 대응하는 카요코가 웬일인지 반발한다.


이상하게 여기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다 안다는 듯이 굳은 표정을 풀고 마치 애인과도 같은 상냥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데……?


「저, 저기, 어, 어쩌면, 저를 위한 것, 일지도……! 그, 그게, 선생님은 저한테 무척 상냥하시고, 언제나 만나서 기쁘다고 말해 주시고, 거, 거기다, 선생님도, ”저를……조, 좋아해”라고……말씀하셨으니까, 에헤, 에헤헤」

 

확실히 ”학생으로서” 좋아한다고 말한 적은 있다.


하지만 하루카의 상태를 보니, 아무래도 다른 뜻으로 이해한 듯한…….


「쿠후후! 다들 재밌네―! 선생님은 ”사랑하는 연인인” 무츠키에게 먹이려고 만든 게 당연한데 말야~!」



「우후후」「아하하」



히죽히죽 미소를 띄우는 소녀들. 누군가의 접시에서 바닥으로 포크가 떨어져, 금속음을 낸 다음 순간!


「「「「아하하하하하핫!!!!?」」」」


히익!?


콰과과과광! 하고 눈을 번뜩이며 큰 웃음소리와 함께 총기를 난사하는 소녀들이……!?


「선생님의 사랑을 내놔!!」


「제거에요제거에요제거에요제거에요제거에요제거에요제거에요제거에요제거에요제거에요제거에요제거에요」


「이것만큼은 아루네 부탁이라도 무리라구, 그러니까~포기해라?」


「그렇다면, 실력으로……빼앗으면 되는 거지?」

 


쨍그랑 접시가 깨지고, 벽에는 구멍이 뚫리고,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다.



어째서, 어째서 이런 일이……!!?




 




그 뒤의 일은……그다지 기억나지 않는다.


울려퍼지는 발포음과 웃음소리, 어째선지 미트볼을 가진 사람이 연인에 어울린다는 식으로 내용이 왜곡된 결과 참전한 트리니티의 정의실현위원회와 게헨나의 풍기위원회, 그 외 다수의 동아리들……


전장은 혼돈을 낳고, 카페는 반파되어 약 1개월간 영업정지에 처했으며, 흥신소 68의 학생들은 200만 자를 넘는 반성문 제출과 억대를 넘는 빚의 변제를 떠안게 되었다…….



덧붙여서 미트볼은 싸움 중에 가루가 되었다.







일본은 왤케 줄을 띄어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