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그래서, 네가 내 친구 시우라고?"

내 친구의 옷을 입은 눈앞의 여자는 짧게 "응"하고 대답하곤 고개를 숙였다. 맞지 않는 사이즈의 옷이 걱정됐지만, 가슴에 있는 엄청난 두 산봉우리가 흘러내리는 걸 막고 있었다. 그걸 유심히 관찰하던 여자는 고고학 현장을 발굴하는 학자의 얼굴로 그 가슴을 천천히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러곤 한쪽 입가를 씨익 올리며 만족스럽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하는 거야?"

"응? 아니, 이거 꽤 좋은 가슴이다 싶어서. 역시 내가 여자가 되면 이 정도는 할 거라고 예상했지."

녀석은 계속해서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주무르고, 쓰다듬고, 꼬집고, 비틀고, 찰싹 때려보고, 가슴을 만지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열중하고 있으니 내가 다시 물었다.

"걱정되거나, 당황하진 않는 거야?"

"으응?"

"아니, 보통 여자가 되면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거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불안해하거나, 성 정체성에 위기를 느끼는 게 정석 아닌가?"

"네가 평소에 뭘 보는 줄 모르겠지만 말이야,"

녀석이 가슴을 만지는 걸 그만두곤 자세를 바로잡았다. 한번 침대 위에서 퉁 하고 튀어 위아래로 흔들리는 가슴을 감상하더니, 어깨를 으쓱하곤 말을 이어나갔다.

"난 어차피 번듯한 직장도 없는 무명 연극 배우이고, 여자가 됐다고 여자랑 섹스할 수 없을 거라는 법도 없잖아. 21세기라고, 친구. 레즈비언이 눈에 띄고 싶어서 온 인터넷에 광고하는 시대야. 그 중 한 명 찾아보지, 뭐."

"어…. 그래. 너답다."

얼굴만 잘생겼지 할 줄 아는 건 별로 없는 바보. 성별이 바뀌어도 레즈비언과 섹스할 수 있다니 괜찮다는 사람은 아마 이 녀석밖에 없지 않을까? 아니, 저 모습에 녀석의 여자 다루는 기술이라면, 딱히 레즈비언이 아니라도 뻑 가 죽을 것 같은데. 비현실적일 정도로 예쁘게 됐잖아.

"그리고, 이젠 여자 가슴을 보려고 고급 레스토랑에 갈 필요도, 달콤하게 속살일 필요도, 내 유일한 재능인 연기를 써먹을 필요도 없잖아? 여자 알몸을 보고 싶으면 거울로 가면 되잖아! 이거 완전 개꿀 아니야?"

"가슴 가슴 하니까 생각났는데, 나도 만져도 되냐?"

"물론이지! 뭣하면 벗어줄 수도 있다고! 나를 찬양하라!"


녀석이 양팔을 벌리고 가슴을 내밀었다. 음. 장난이었는데.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순 없다. 마음껏 만지자.

오오, 말랑말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