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마.

몬무스라는 환상은 다들 있잖아?
그래서 하지도 않는 등산 열심히 하다보니 발견했음, 오크 부락.

공용어도 나름 퍼져서 이야기도 통하겠다, 인사부터 박았지.

타투가 심하지만 나름 볼만한 여자 오크가 날 보자마자 놀라더니 팔을 덥썩 잡았어.
오~ 심상치않잖아.
드디어 개 쩌는 야스타임이구나! 싶었는데 그건 아닌지 온 몸을 만지작 만지작 거리다니 어디론가 끌고갔어.

오~ 씨싸개 엔딩인가?
싶었는데 남자며 여자며 많은 오크들이 있는곳에 도착했음.
여자 오크가 뭐라뭐라 하더니 근육 ㄹㅇ 좆돼는 꽁지머리 남자 오크가 다가왔어.
족장님이래.

그런데 하는 말이

"이 팔... 밥도 못 먹고 다니는 거구나..."
아닌데, 잘 먹고 다니는데

"기아가 보통 비쩍마르고 배만 나왔지..."
그냥 운동 부족인데

"근육이 존재하지 않아, 정말 가난하고 고된 삶을 살았구나..."
가난한건 맞지만 그 정도는 아니고 하루 세 끼, 두 끼 잘 먹는데요?

족장님이 뒤돌아서 이렇게 외치시더라.

"야! 소 한마리 저번에 잡은거 숙성 끝났지? 꺼내자! 어흑... 가엽고 딱한 이방인... 힘들고 고된 삶을 살았구나, 이 곳에 있으시는 동안 제대로 먹여준다. 마침 점심이었으니 지금부터 먹자."
"괜찮아요! 그 비싼걸!"
"우리 부락, 다른 오크 부락에 비해 많이 여유롭다고 자부한다. 사양하지 마라. 뭐 부담스럽다면... 야! 돼지도 한 마리 꺼내자!"

그 날 점심, 진짜 배 터질뻔했다.
아니 진짜로.

처음에 내 팔 잡았던 여자 오크는 족장 딸이었음.
옆에 딱 붙어 앉아서 이거 먹어라 저거 먹어라 강요하지, 족장님은 솔선수범해서 고기 돌리고 있지, 다른 오크들은 이방인이라고 구경왔다가 내 팔 보고 마른 이방인, 이거 먹으라고 고기 한 점. 야, 말이 고기 한 점이지 뭔 손바닥한 만한걸.

당연히 다 못먹고 거절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약 하나 내미는거야.
엘프산 소화제, 속이 꽉 막혔을때 순식간에 소화시켜줘서 뚫어준데.

오늘 전통 순대가 될 만큼 마음껏 먹으라는 그 미소가 사탄마귀로 보였다.
입 꽉 다무니까 족장 딸이 웃으면서...

내가, 진짜 고기에 생명에 위협을 느낄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점심을 넘기고 지쳐 쓰러져서 잠드니까 좀 지나서 일어나래.
저녁이라고.

이번엔 족장 딸 말고 주방을 담당하는 가슴은 크지만 정말 가벼운 복장으로 입은 아가씨가 내 옆에 달라붙어서.

"자, 이건 어디에 좋은 풀, 간에 좋은 풀, 호흡에 좋은 풀, 소화 잘 되는 풀, 그리고 전통 방식으로 만든 소스로 만든 샐러드니까 다 먹어라."
"못먹으면요?"
"갈아서 직접 식도에 꽂아준다."
" "

점심 너무 과하게 먹은거 같다고 저녁은 살살 준거래.
그런데 아니ㅋㅋ 양이ㅋㅋ
코끼리도 풀만 먹는데 내가 코끼리가 아니라고 말하니까 걱정하지말래.
엘프산 소화제는 하루 두 병까지는 적정량이래.

아니, 그 뜻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하려고 입 여니까 소화제를 꽂아버리더라.

"거 참, 말 많네. 공기만 먹어도 배부르니? 이제 먹어. 족장님이 잘 챙겨주랬어."

잘 챙기라는 뜻이 내 배에 음식을 때려박으라는 의미냐고 입 열려니까 샐러드를 때려박더라.

이쁜 아가씨가 과일 먹여주는 상상하지마라.
뒤지기 싫으면.
식고문이다.

저녁 샐러드.
또 먹다 지쳐잠들었더니 일어나니까 가죽 바닥이더라고.

"일어났니?"

그 요리사 여자 오크 집이야.

정신차리고 이젠 진짜 야스타임!!
하고 기대했는데.

"마침 잘 일어났다, 이게 오크식 꿀절임인데, 필수 미네랄과 근육 생성에 좋다... 아, 난 너가 이 마을에 오래 있으면 좋겠다."

두근두근하면서 왜냐고 물어보니

"밤마다 내 요리 솜씨 제대로 발휘해주마, 기대해도 좋다. 난 찌면 안돼는데 넌 찌워도 괜찮다."

나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다급하게 돌아가야 할 거라고 말하니 벌써 가냐고, 아침 고기 준비해놨다고 먹고 가라고 요리 아가씨가 내 팔 붙잡더라.

진짜 음식으로 살해 당하는 사람으로 역사에 남을뻔함.
사는곳 다 거기서 거리라는 말이 있잖아, 틀린말은 아닌데 거기가 자신의 눈으로는 손주가 비쩍 마른듯한 몸을 보는 할머니들로만 이루어진 마을 일 줄은 몰랐다.

오크 마을 조심해라.
몬무스는 환상이다.
그냥 우리와 다른 이 종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