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여기 새로운 고문 방법이 있다.
막상 듣고나면 굉장히 사소해보일테지만 사실 효과, 그래. 재료값 대비 효과 면에서는 상당한 고문이라고 할 수 있으니 안심하도록 하자.
우선 조교대상을 데려오자.
"읍, 읍읍...!"
인간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알고 있다면 누구나 알 유명인, 히에다 가의 당주다. 제 어미를 닮아 보라빛 단발이 어색하지 않다.
일단 그녀를 조용히 만들 필요가 있다. 재갈도 물리고 손발을 의자에 묶어 눈도 가려놨지만 목에서 나오는 아우성은 타인이 막아줄 수 없다. 이럴땐 자발적으로 멈추게 해야한다.
쾅!
"으끕!"
그녀가 앉은 의자의 다리, 그녀의 다리가 맞을 수 있으니 조심해서 의자 다리를 세게 차주자. 명심하자. 이 고문은 그녀에게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성사되어야한다.
"끄으..."
소리가 확실히 줄었다. 눈을 가리고 있으니 언제 어디서 피해가 들어올 것인가에 대해 경계하는게 눈에 보인다. 물론 때릴 일은 절대 없으니 그녀는 헛되게 겁을 먹은 셈이지만 그런걸 사실대로 말해봤자 지금 한 수고가 헛수고로 변해버릴테니 입을 다물자.
스윽
아, 이 물건을 보고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눈치챈 사람도, 고개를 갸우뚱한 사람도, 사색이 된 사람도 있군.
맞다. 이건 칠판이다. 요즘은 바깥 세계에서도 흔치 않은 철판제 칠판이다.
아직도 내가 뭘할지 모르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이 뭘하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끄기이이이이이이익
"끄으으으읍!!"
어이쿠, 미안. 너무 갑작스러웠나? 미처 대비하지 못한 당신들에겐 유감이다.
하지만 보아라, 이 소녀를.
"으읍! 읍, 읍, 끄읍!"
보이는 바와 같이 온 몸을 비틀고 있다.
아아, 알고 있다. 이 소녀가 이런 행동을 보이는건 고통스러워서가 아니라 그저 불쾌한 소음이니까라는걸 말이다.
명심하자. 단순히 재미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걸.
끼기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끄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긱
끼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
"으으으윽! 끕, 푸, 끄으으으으윽!"
끼이이이이이이이이기기기기기긱
끄득끄득끄득끄득끄득끄득
끄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극
끼시ㅣ이ㅣ이이이이익
"끄으으읍, 흐읍흐읍, 끄으으윽!"
괜찮은가? 듣는게 괴로워 보인다. 고작 칠판을 손톱으로 다양하게 긁을 뿐인데 조교사인 당신들마저 괴로워 보인다.
하지만 손찌검을 하지 않고 상대를 바꾸려면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이 소리를 지속적으로 이 소녀에게 들려줄..... 이런, 다들 나갔군.
.
.
.
.
자, 당신들을 겨우 다시 모을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 과정은 무수한 요청으로 인해 생략하도록 하고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해 당신들을 불러모았다.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이 작은 소녀는 1주일 전 당신들이 본 그 소녀가 맞다. 극도로 불안해 하는건 유감이지만 단언컨데 손 하나 까딱 건드리지 않았다. 장담한 대로 이 소녀를 건들지 않고 고문을 했다.
아, 안심해주길. 칠판은 가져오지 않았으니까.
음, 이 아이가 뭘 하고 있는 거냐고? 바깥 세상에서 유행하던 루믹 큐브라는 것이다. 저 정육면체를 이리저리 돌려 모든 면을 한가지 색깔로 맞추는 장난감이지. 당신들도 관심이 생긴다면 나중에 연락해주길. 나름 머리 쓰는 장난감이라 두뇌 운동에 좋다.
고문의 성과를 보고 싶다고? 이미 보고 있지 않은가. 그녀는 이제 무언가 몰두할 것이 없다면 살아갈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이 7일간의 기억을 암시할만한 무언가를 내놓고 원하는 일을 시킨다면 분명히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다. 기억을 뇌 한 켠에 세워두고 신경을 다른 일에 쏟으려 들테니까 말이다.
반대로, 지금 당장 저 큐브를 빼앗는다면 끊임없이 들려오는 환청에 버티지 못해 그녀는 곧바로 귀를 잘라내고 머리를 땅바닥에 쳐박아 죽어버릴걸?
그녀의 어미도 그리했으니까 말이다.
혹시 히에다 가 당주가 가진 능력을 알고 있는가?
그렇다. 무엇이든 기억하는 능력이다.
1주일간 칠판 소음을 들은 기억은 해독되지 않는 독으로 남아 굳이 칠판을 들지 않아도 머릿 속에서 뇌내재생되는 소음과 함께 평생토록 정신을 좀먹는 것이다. '히에다 가의 당주'이기 때문에 효과가 3~4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괜히 이 걸핏하면 픽 하고 쓰러지는 골치아픈 소녀를 데리고 온게 아니란걸 알아주길 바란다.
비효율적인 일이라며 욕하는 당신들, 이해한다. 우리 세계에 효율이란 조교사로서 반드시 몸에 지녀야 할 철칙 같은 것이니까. 하지만 알아두자. 99번의 실험이 1개의 지름길을 개척한다는 사실을. 당신들이 익힌 효율적인 방법들도 다들 이와 같은 괴상한 집념이 섞인 방법들 사이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나는 이 판이 고인물이 되길 원치 않아 1주일 전 여러분들을 초대했다.
이 고문을 보고 무언가 영감이 떠오르는가?
떠오른다면, 좋다. 자택에 돌아가 실험해보라.
떠오르지 않는다면, 괜찮다. 시간이 빠듯하지만 않다면 역시 이것저것 실험해보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기까지다. 들어줘서 고맙다. 부디 당신들이 해낸 수많은 실험이 더 많은 효율을 찾아내고 흐르는 강물이 되어 더 많은 조교사를 구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돌아가는 조교사들, 행운을 빈다.
그리고 히에다 가 10대째 당주 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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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 또 영문을 알 수 없는 글이 나왔다 Dr.K나 열심히 쓰는게 낫겠다 뭔가 쓰고있는데 시간을 날린 기분이 든다
2. 실제로 칠판긁는 소리 1주일동안 계속 들려주는게 정신붕괴올 정도로 괴로운지는 나도 모름 환상향이니 대충 그렇다고 해둡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