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prologue





"내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소를 지은채 손을 맞잡고 밖으로 나아가는 두 남녀,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문이 닫히고 주위는 다시금 고요함에 휩싸인다


"하아아..... 이제 곧 11월인데...."



날씨가 점점 더 추워지고, 여러 휴일이 겹쳐옴에 따라, 이러한 시기에 온천을 주력으로 하는 관광업은 보통 성수기를 맞이한다. 

그것은 이 곳 '쇼이로(消色)' 마을도 마찬가지로, 온천과 독특한 지형으로 유명한 이 마을은 12월 말부터 마을전통의 새해 겨울 축제가 시작되며, 이 때 마을에 위치한 여관 대부분이 관광객들로 넘쳐나게 된다.

어떤 유명여관은 미리 몇 달 전부터의 예약을 필수로 하는 곳도 있는 모양이다. 즉...


"슬슬 알바를 구할 생각을 해야 한다는거지...."



내가 직접 유지하고 관리하는 이 곳은 '코무라(小村)'라는 이름의 전통식 온천 여관으로 그 이름 그대로, 에도 겐로쿠(1688~1704) 시대

이 일대가 아직 작은 마을이었던 시기, 근방 상인 및 성지 순례자와 같은 부유한 여행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던 어느 작은 숙박 시설을 그 기원으로 하고 있다.

이후 다이쇼(1912~1926) 시대에 전성기를 이루면서 이 마을의 성장을 직간접적으로 주도한... 그야말로 역사적인 점포다.


그러나 이 여관은 마을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관광업을 발전해나가던, 쇼와(1926~1989) 시기를 시작으로,

집중적으로 나타난 수많은 경쟁점포, 마을의 규모가 커져감에 따라, 점포의 위치가 시내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이 되는 등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지금에 이르러서는 가게의 규모와 비교해서 손님의 수가 많이 줄어든 실정이다.


그게 어느 정도인가 하면, 이렇게 사람이 몰리는 시기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나 혼자서도 가게의 유지 밎 관리가 가능할 정도다.

그래서 인건비를 아끼기 위한 목적으로, 평소에는 나 혼자 이 곳을 관리하고 있지만, 곧 있으면 전술한 이유로, 이곳도 가득 들어차기 때문에 적어도 2~3명 정도의 인력을 추가로 고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그냥 평소처럼 하면 되는거잖아? 근데 표정이 왜 이렇게 썩으셨을까? 설마 지금와서 사람 구할 돈이 부족하기라도 한건가?"


........


"........내가 아무데서나 튀어나오는거 그만해달라고 하지 않았냐?  가게 문은 저쪽이거든? 내 배후가 아니라?"



뒤를 돌아보자, 방금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없었던 장소에 묘령의 여성이 있다.

아름다운 금발에 사람을 홀리는 듯 혹은 조롱하는 듯 보이는 미소가 특징적이다.



"지금쯤이면 당신 일도 다 끝났겠거니, 해서 왔어."



여성은 곧 왼손에 쥔 황토색 병을 면전에 흔들어 보였다.



"뭔데, 그거"


"준마이슈, 차게 해서 가져왔어."


"으흠, 안주는 해물, 소고기 어느쪽으로?"


"소고기"


"그럼 나베할게. 스키야키. '희망'에 가서 미리 상펴고 사케는 이리 주고"


"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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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나는 1000년 지기의 술친구다.


이는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말 그대로의 의미

얼핏 말도 안되게 느껴지는 이 문장은 나와 그녀가 애초에 인간이 아니기에 성립한다.



그녀는 요괴, 나도 요괴

그리고 겉보기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각자가 1000세는 가뿐히 넘는 연령이니.....



앞서 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요괴라는 존재의 인과를 짧고 간단하게 설명해 보고자 한다.


지금과 같이 모든 인간들이 과학과 논리로 현상을 판단하는 시대가 오기 전

무지와 상상력으로 무장한 과거의 인간들은 자신들이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을 마주할때면 가끔씩 괴담을 만들어 이를 이해하고자 했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어느 마을에서 연속적인 실종사건이 벌어질때면, 지금과 같은 시대에는 합리적으로 실종의 원인을 찾으려 노력하겠지만, 과거에는 실종의 원인을 창작하고자 노력한 것이고, 이 예시에서 나온 대표적 괴담이 바로 카미카쿠시 괴담이 된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우리가 상상 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괴이들이 인간들의 믿음 아래, 그들 사이에서 실제로 존재할 수 있었다.

허나, 지금에 이르러 인간들은 점차 환상이 아닌 과학을 신봉해 나가기 시작했고, 이로인해 환상의 존재들은 현실속에서 서서히 몰락할 수 밖에 없게 되었으니,


그러한 현실아래 누군가가 '환상의 도피처'라는 명목으로 17세기, 어느 장소에 거대한 결계를 세워, 결계의 너머는 과학이 침범하지 않는 환상의 세계가 되었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그 공간을 이윽고 환상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하더라.

그 결계를 세운 장본인이 바로 '야쿠모 유카리' 


내 눈앞에 앉아있는 바로 이 요괴다.



"당신, 내가 몇번이나 권유해도 환상향으로 갈 생각이 전혀 없어보인단 말이지...."



그러나, 이 세계에도 아직 환상향으로의 도피를 선택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해 있는 존재들이 여럿 있다.

그중 한명이 나인 거고,



"이 가게가 없었다면 나도 그 쪽으로 넘어가서 유유자적 생활하고 있지 않았을까나? 단지 살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포기하기에는 내가 이곳에 애착이 너무 많거든....."


"저번에도 그렇게 말했었지."



유카리는 비어있는 내 술잔에 가져온 술을 따르며 말했다.

환상향으로의 권유는 내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에도 그녀와 내가 만날 때면 의무적으로 행해지는 문답이었다.



"아까 전에 구인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엄청나게 한숨을 푹 내쉬고 있었지? 요즘 사람 구하는게 어려워?"


"그럴리가, 그냥 조금 트라우마가 생겨서 그런거야"


"트라우마?"



나는 표정을 썩히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두 번째 술잔이 오가며 다시 말을 이었다.



"작년 12월에, 구인 전단을 돌려서 오사카 출신의 취업생 한 명이랑 방학을 맞은 동경 출신 대학생 두 명을 단기로 고용했었거든.... 근데 대학생 두 놈이 서로 연인 사이였다는거지...."


"그랬는데?"


"문제는 그 미친 놈들이 한번은 사람이 지나가는 복도 구석에서 서로 섹스를 하고 있었다는거고, 게다가 그 모습을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이 손님이였다는거지......."


"하하! 그거는 재난이였겠네"



"더 큰 충격은 그 놈들이 동성애자 커플이었다는거고..."


"???"


"원래 남성 2명에 여성 한 명이라는 성비를 맞춰서 고용했었던 거거든. 오사카에서 온 녀석이 홍일점이었는데, 계가 나한테 그 사태를 처음으로 알려줬고...."


"......"


"나갈때 세명 다 표정이 죽어 있더라고.... 물론 나랑 그 손님도 말이지..... 열심히 부탁해서 입을 다물어 줄 것을 약속 받기는 했다만....."


"그건.... 트라우마가 생길만 했네....."



나는 유카리의 빈 술잔에 술병을 기울이며 말을 이었다.



"애초에 그게 아니더라도, 단기 알바를 구하면 그 밖에 해야될게 또 여러가지 있는 법이야. 사람을 구한다고 해도, 예전에 이러한 일을 해본 경력이 없다면 처음부터 직접 하나하나를 다 가르쳐야 되고.... 비슷한 일을 해본 경험을 조건으로 달아도, 한 두명은 그런 경력을 사칭하고 있기 쉽상이라서...."


"그러면 그냥 단순히 알바를 구하는게 귀찮다는거야?"


"그런거지...."



유카리는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말했다.



"그럼 올해는 내가 도와줄까?"


"에?"



내가 쳐다보자 유카리는 이상야릇한 미소로 고개를 까딱였다.



"뭘 그렇게 놀라? 나도 경력있는 여자라고? 예전에도 한번 도와준적 있었잖아?"


"그래... 그랬었지, 한 100년인가 전이던가? 그 때는 나도 점주가 아니었지. 아마"


"사람 수 맞추는 거 도와달라고, 끈덕지게 달라붙었었지"


"그랬었지... 갑자기 무슨 변덕이야? 너가 자발적으로 그런 소리도 다 하고? 그 때는 꽤나 튕겼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단순한 변덕이지"



유카리는 자신의 배후를 엄지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공교롭게도 저쪽에 돈이 궁한 친구 몇명을 알고 있거든. 일도 아주 잘할 수 있을거고, 뭣하면 저쪽 손님도 끌어줄 수 있다고?"


"멀쩡한 여관에 무슨 백귀야행할 일 있어?"


"왜? 괜찮지 않아? 환상향은 바깥 세계랑은 다르게 화폐 가치도 작아서 인건비가 더 싸게 먹히는데다가, 내가 공인하는 애들인걸.... 인간들 앞에 내놓아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는 애들이라니까?"



생각해보니까, 확실히 괜찮게 들리기는 한다.



"....."


"어떼?"


"뭐... 한 번 정도라면 나쁠 것도 없을까나?"


"음! 결정됐네. 그럼 내일 이 시간에 그 애들 데리고 다시 돌아올게"


"내일? 바로?"


"쇠뿔도 단 김에 빼라 그러잖아?"


"그래... 네 맘대로 해라"



언제나 반복되는 일상, 하루 

그것은 언젠가 우연속에서 퍼져 일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작은 변화....

그것이 그 시작이었음이다.


continue...




오랜만에 '이세계 주점 노부' 읽고 영감을 받아서 러프하게 설정만 짜봤음

쓰다보니 뭔가 텍겔에 올리기에는 이상하게 된거 같기는 한데, 

불편한 놈 없으면 격주 형식으로 시간나고 심심할 때마다 한편씩 써볼것임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