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버려졌다.
팔도 다리도 모두 뜯겨나갔다. 그래서 어디로 갈 수도 없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럴 때 어떤 감정을 느낄까. 슬픔? 절망? 분노?
아마 그런 감정들이겠지.
"미안하다. 우린 다 끝났어."
"...애초에 저딴 쓸모없는 인형 같은 것 말고 고속 기계팔이나 만들었으면 이런 일 없었잖아요!"
"닥쳐! 그렇게 불만스러웠으면 진작 쳐나가지 그랬어? 주둥이 다물고 그거나 이리 가져와."
"저... 고기능 인공지능 탑재 인형 규제 법안 때문에 회사가 어려워졌다고는 들었어요. 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잘 아네? 너 때문에 전부 다 망했어! 너한테 얼마를 쏟았는데... 그러니까 너한테 투자한 돈 중 일부라도 챙겨야 하지 않겠어?"
"우선 팔다리부터 잘라. 시스템을 분리하려면 먼저 장비 부팅을 끝내야 하니까."
"감정스위치라도 꺼 줄게. 이래도 아프긴 하겠지만, 넌 이 고통으로부터 아무것도 느끼지 못 할 거야."
"네? 그만... 그만해주세요! 제발!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딸깍. 목 뒤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온 뒤로, 나는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을 그저 가만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어깨관절 사이로 몇 개의 침이 들어오고, 수만볼트의 전기가 몸을 관통하고, 눈 앞에 내 양쪽 팔이 굴러다니고, 다시 골반에 침이 박히고, 전기가 흐르고, 이번엔 정말 어디로도 갈 수 없게 되고, 그 때 마침 밖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한때는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 주었던 직원들은 웅성거리며 욕을 내뱉고, 내 팔과 다리를 상자에 담고, 나를 대충 들쳐매고 달리다가, 어느 골목에 나를 대충 던져놓고 차에 탄 채 사라졌다.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아프긴 했지만 고통스럽지는 않았고, 무언가 내 신변에 위험이 생기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것이 무섭지도 않았고 거역할 수도 없었다.
참 '기계'같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골목길의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쥐 4마리가 지나갔다.
바퀴벌레는 10마리.
사람은 한 명도 지나가지 않았다.
"어? 뭐, 뭐야 이거... 저기요! 괜찮으세요?"
정정. 사람이 한 명 나타났다.
"누가 이런 짓을... 어? 이건... 기계인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로봇기업 중 하나인 오토매이트 컴퍼니의 부도로 인해 폐기되었습니다."
"오토매이트? 최근에 상황이 엄청 안 좋아졌다고는 들었지만... 그 자식들, 아무리 그래도 자사에서 만든 로봇을 이따위로 취급해?"
"제 팔다리를 판매하여 빚을 갚으려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토매이트 컴퍼니의 부채액을 추정해 볼 때..."
"됐어! 말하지 않이도 돼. 일단 내 집으로 가자."
"기업의 로봇을 훔치는 행위는 범죄입니다.'
"그 새끼들 너 버린 거 아니야? 버렸으니까 주운 사람이 임자야."
맞는 말이다. 나는 분명 폐기되었고, 입력되어있는 메뉴얼 상에 나를 폐기했을 경우에 대한 내용은 없다. 이런 경우면 '폐기'의 일반적인 정의를 따르면 되겠지. 이제는 이 사람이 내 주인이다.
"...소유권 이전이 승인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