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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들어 한 놀이가 유행하고 있다. 본래 혼기가 차지 않은 드래곤들의 내기 게임에서 시작된 것인데, 그 참기 힘든 중독성으로 인하여 여러 다른 종족들에게도 인기를 끌었다.


비교적 어린 아이에서부터 잘생긴 청년들은 물론, 댄디한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이 놀이의 대상이 된다.


그 목격담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애인이 있는 한 남자가 대낮에 번화가를 걷는다. 태양이 황홀히 떠 있고 오가는 사람이 많아, 도심의 흥취가 가라앉지 않은 점심 시간이다. 남자의 경계심이 클 리 없다.


이때 한 드래곤 여인이 남자 앞에 나타난다.


개체를 타지 않고 키가 크며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종족이므로, 젊은 기운이 한창 때인 청년은 매혹당한다기보다는 이 고상하고 창연한 모습에 압도감을 느낀다.


그런데, 드래곤의 얼굴이 심상치 않다.


양 볼이 잔뜩 부풀어 있는 그녀는, 억지로 혓바닥을 가만히 두려는 듯 부자연스럽고, 표정이 알게 모르게 음탕하여, 얼굴이 도홧빛을 띠면서 가늘게 뜬 눈이 움씰거린다. 무언가를 참는 듯한데, 그 꼴이 고결함과는 거리가 있어 청년은 불편한 일이 있나 걱정스러운 마음부터 든다.


"괜찮으세요?"


무언가에 홀린 듯이 청년이 묻는다. 입 밖으로 소리가 튀어나가자마자, 남자의 목소리가 그다지 미색이라고는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드래곤은 매우 행복한 듯이 웃어보인다. 그러고는 이렇게 답한다.


"눼헤에에-♡"


그녀가 입술을 벌리고 발음하는 순간, 입 안에서 허여멀건한 액체가 쏟아져 나온다. 동시에 지독하고 음란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정액이다. 그것을 입에 머금고 다녔던 것이다. 오랫동안 볼 안을 빵빵하게 채워서 가지고 다닌 탓에 다소 묽어졌다는 것까지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정액을 머금고 길거리를 쏘다니다가, 행자들이 지켜보는 것도 아랑곳않고 입 속의 정액을 길바닥에 쏟아내는 드래곤 여인이라니. 괴팍한 망상가가 아니고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존재가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첫인상의 고상함을 믿을 수 없게도, 그녀는 수많은 목격자 앞에서 탕녀임을 드러내더니 이제는 자신을 쳐다보면서 또 입맛을 다시는 것이다.


이쯤 되면 남자는 하도 어이가 없어 허수아비마냥 그 자리에 얼어붙게 된다.


그 진퇴양난하는 모습을 보면서 드래곤은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이는 실로 투쟁의 장면이고 하나의 매사냥이라 할 수 있다. 남자가 이 단계에서까지 마음에 드느냐 부족하느냐에 따라 그의 운수가 결정된다. 남자의 매력이 성에 차지 않으면, 드래곤은 그를 놓아 준다. 그러나 어쩔 줄을 몰라하는 남자가 귀엽게 느껴져서 마음에 든다면, 드래곤은 곧바로 날개를 펴서 남자를 납치해 도망간다. 그러고는 아까 내다 버린 것을 도로 채우기 위해 남자를 범한다.


성관계로 정액이 생기면, 그것을 다시 입에 가득 넣어 볼을 부풀리고, 다시 사람들이 많은 장소로 가 같은 일을 반복한다.


이 간단한 놀이는 순전히 성적 쾌감을 얻기 위한 것으로, 마구잡이로 관계를 갖고 난 드래곤이 드디어 지쳤거나 따분해졌을 때나 끝이 난다. 여럿이서 내기를 겸해 즐기는 경우도 있으며, 시간 내에 잘생긴 남자를 몇이나 범할 수 있는지가 규칙이 되기도 하고, 납치해 온 남자의 용모와 정력을 재어 겨루기도 하는데, 다른 규칙은 이따금 변동이 있으나 반드시 도시에서 한다. 그 까닭은 아직 분명치 않다. 다만 소수의 사례와 증언에 따르면, 드래곤들이 공공장소에서 성적인 면박을 가하고 당하는 것을 모두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 남자의 일상을 망치고 희롱할 뿐만 아니라, 그 자신 역시 긍지 높은 종족의 일원으로 명예를 아는 족속에 속하는데도, 군중 속에서 음행을 일삼는 수준미달의 드래곤으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 참을 수 없는 쾌락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은 인간의 상식 선에서는 이해하기 몹시 힘든 성도착적 행위일 뿐만 아니라, 종래의 드래곤들이 갖는 풍속과도 크게 다르다. 드래곤은 다소 남편감을 고르는 데 까탈스럽고 신중하여, 평생의 반려를 찾는 데에 백 년의 시간을 들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 세대에 와선 그마저 변화를 맞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실제로도 나이든 드래곤들에게 이와 같은 과도한 개방성은 도를 넘은 것으로 여겨져 배척되기도 한다. 현생 드래곤의 대다수가 보수적이고 고령인 개체들임을 고려하면, 이 놀이문화는 종족 전체의 주류에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다수의 저항감에도 불구하고, 워낙 다른 종족에게 널리 확산된 나머지 이제는 그 근원이 드래곤들에게서 비롯하였을 뿐 드래곤들의 손을 떠났다.


이로 인하여 남자들이 타인의 고충을 귀담아 듣지 않아, 누군가 길을 물어도 입을 열지 않고 그대로 뒷걸음질하며 도망간다. 오늘날 도회의 모습이 번창함에도 한편으로 사람이 각박한 까닭은 드래곤의 탓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