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0세기부터 ~ 13세기 후반까지 전기 중세 한국어(EMK)
그리고 14세기부터 ~ 16세기 초반(많이 쳐서)까지를 후기 중세 한국어(LMK)로 봄
16세기부턴 방점 혼란, 반치음 소실, 불파음화, 아래아 혼란, 모음조화 파괴(15세기에도 혼란이 있긴 했는데 대개 잘 지켜짐)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초기 근대 국어가 시작한다 보는 편이고
그럼 당연히 EMK와 LMK 이 둘을 구분짓는 이유도 있겠는데 그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건 거센소리(격음)임
12세기 초반의 계림유사(鷄林類事)에
鵲曰渴則寄(작왈갈칙기)
까치(鵲)는 갈칙기(渴則寄)라 한다
까치는 LMK에선 가치(kǎchí) CVCV 2음절인데, EMK에선 CVCVCV 3음절로 나타남
모음조화 지켜서 EMK로 재구하면 *가ᄌᆞ기가 되는데 뒤에서 ㄱ약화가 일어나 ㅈ + ㅎ = ㅊ 즉 가치로 나타난 것이지
大曰黑根
크다(大)는 흑근(黑根)이라 한다
LMK였다면 큰이겠지만 EMK니까 *흐근이지 그럼 EMK에선 *흐그다였을 테고 ㅎ + ㄱ = ㅋ 크다
구결(口訣)로 넘어가면 합부금광명경, 구역인왕경에 及(只)라는 토(吐)가 나옴
일단 及은 미치다로 ~에 미치다, ~에 미치지 못하다 할 때 쓰는 말임 미치다(狂)가 아님
얘는 LMK에서 및다임
국어학에 관심 있는 사람은 알다시피 只는 -ㄱ, 기로 읽힘
그럼 및다의 및-(mich-)은 EMK에서 *mic(V)k-이었다는 것이겠지
즉 EMK *미즉다에서 LMK 및다가 되었다는 것
다시 계림유사로 넘어오면
炭曰蘇戌(탄왈소술)
숯은 소술(蘇戌)이라 한다
숯은 LMK에서 수ᇧ(swusk)임
같은 공식으로 EMK에선 *수슥(*swusuk)으로 재구할 수 있지
이런 공식으로 EMK 한국어를 여러 가지 재구할 수 있는데
끊다(絶) LMK 긏다 / EMK *그즉다
마치다(終) LMK ᄆᆞᆾ다 / EMK *ᄆᆞᄌᆞᆨ다 / 제주 방언 마끄다
바빠하다(忙) LMK 밫다 / EMK *바ᄌᆞᆨ다
부치다(扇) LMK 붗다 / EMK *부즉다 / 제주 방언 부끄다
좇다(從) LMK 좇다 / EMK *조ᄌᆞᆨ다
등등
근데 CVCVK-가 아니라 CVKVC-일 경우도 있으니 무조건 맞는 건 아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