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절검록 비주얼 노블 버전




2-5

정보의 바다



물이 밀려오고, 빠져나간다.

물이 밀려오고, 빠져나간다.

눈앞에 보이는 곳은, 만세를 다해도 전부 볼 수 없는 지식의 창고.

허상이 있는 곳은, 평범한 육체로는 절대 간파할 수 없는 데이터의 바다.

물이 밀려오고, 빠져나간다.

정보의 물결이 남자의 의식과 충돌하고, 충돌하고, 충돌한다.

그는 정신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이 바다속에는, 말로 전달할 수 없는 자료들이 떠다니고 있다.

남자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그저 100억 분의 1만큼의 찌꺼기.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정보중에서, 쓸만한 것은 거의 없다;


만약 상세한 선별이 없다면,

무한한 지식을 얻는 것과 멍청한 것에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그래서 그는 찾고 있다.

알 수 없는 때, 알 수 없는 곳에서, 그는 상대를 격파했다—[허공만장]의 실체는, 여전히 그의 육신을 노리고 있다.

무한한 지식은 그것의 미끼, 무한한 기부는 그것의 무기,

남자는 그것이 남자의 안이한 마음을 계속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찾고 있다.

찾는 걸 멈출 수 없다.

이 모든 건 그 사람을 구하기 위해—

그래서, 이런 고생을 하는 건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건가?

이런 시간을 들이는 건가?

영원이란... 무엇일까?

물이 밀려오고, 빠져나간다.

물이 밀려오고, 빠져나간다.

남자의 의지는 흔들리지 않는다.

물이 밀려오고—

그는 계속 찾고 있다.


2-6

진기



태양이 하늘 높이 오르자, 나찰인의 눈에 다시 빛이 나타났다.

그가 아주 천천히 숨을 쉬었다.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바라보는 이소상의 귀는 피할 수 없었다.


"일어났습니까?"


"그래, 일어났다."

나찰인이 대답하고는, 마지못해 웃었다.


이소상이 입을 열었다 닫기를 몇번 반복하고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저기, 당신들 나찰인은 전부 잘 때 눈을 뜨고 잡니까?"


"...음?"


"반쯤 말을 하면서 자던데, 눈을 뜨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손을 흔들어도 반응이 없더군요."

소녀가 말하면서 하얀 손을 나찰인의 눈앞에서 휙휙 흔들었다.


"...아니, 그건 내 의식이 [허공만장]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의문점이 있어서, 그곳에서 답을 찾아야 했다. 걱정하게 해서 미안하군."


"반드시 집중을 해야 한다. 이 법기들의 위력은 매우 강력하지만, 이 힘에는 큰 대가가 따르기 때문이다.

[허공만장]에는 거대한 진리가 숨겨져 있어, 매번 위기가 있을때 찾아보곤 하지.

하지만 마음이 견고하지 않으면, 의식이 [허공만장]에 빠질 위험이 있다."

"마찬가지로 천명의 제3지보 [천화성재], 이 위력은 산과 바다를 가르기 충분하지. 하지만 불꽃이 나오고 나면, 반드시 되돌아와 보유자도 화를 면하기 어렵다."


"...널 치료하는데 사용한 [백화흑연]도 그렇다, 이 이능은 나조차도 완벽히 파악할 수 없지.

나도 그걸로 내 자신을 치료했다가, 결과적으로 큰 후유증을 겪었지— 너희들의 말로는, 아마 내상일 거다.

지금은 시간이 지날 때마다, 노쇠해지거나 어려지거나 하지, 회복되려먼 수십일이 걸릴텐데..."


"내상?......"


'진기가 혼란해서, 환골탈태라... 어디서 들어봤는데...'


...주화입마의 전조?


생각이 번뜩이며, 마치 악마처럼 이소상의 머릿속으로 뛰어들었다.



"—!!"

감정들이 갑작스럽게 소녀의 마음으로 들어왔다.

잠깐의 놀라움, 슬픔, 고통아래 있는 절망할 정도의 강렬한 살의.


주화입마에 빠진 자는, 자비없이 죽여야 한다—

그녀의 어머니와 사부가 어릴 적부터 끊임없이 가르쳤던 것, 태허일맥(太虛一脈)의 사명, 그리고 금기가 없는 [자재문](自在門)의 유일한 철칙.


소상이 [검심]이 순식간에 명경으로 떠올랐다.

오른손이 펴지며, 계검[열공](啟劍[裂空])이 나타났다.

지금 그녀의 손은, 모든것을 부수는 제마의 그릇이었다—


"아니... 두려워 할 것 없다, 이건 그저 법기의 부작용이니.

이것에 대한 해법은 이미 [허공만장]에서 찾았다."


나찰인이 우아한 자태로, 손을 내밀었다.


"그냥 그 때의 출력과 반대로 [백화흑연]을 사용하는 건데, 정확도를 조절하는 게 힘들 뿐이다.

내 법기는 원본보다 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량의 연산을 해야 하지만..."


말을 하면서, 나찰인은 용어로 또다시 소상이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아, 치료할 수 있으면 됐습니다. 주화입마에 빠지지 않도록 하시길...

상상할 수가 없군요, 법보를 어떻게 사용했길래, 그런 상처를 입은 겁니까?"


나찰인이 멈추고, 생각을 거듭 하더니:


"알려주지 않겠다."


"칫."


입을 삐죽 내민 소상을 보며, 나찰인은 미소를 지었지만, 마음은 고통스러웠다.

분명 닮은 점이 매우 적었지만, 이 동방의 소녀와 어울릴 때마다, 계속해서 [그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아, 그때도, 이런 나이였지...


카렌...

나찰인이 살구빛의 모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눈 앞에 미소를 짓고 있는 아름다운 소녀가 어렴풋이 보였다.


"저기, 대발명가—"


그래, 그녀는 그렇게 불렀었지...

기억속의 소녀가 뒷짐을 지고 서 있었고, 가벼운 바람이 은색 머리카락을 공중으로 날렸다.


"—나한테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너한테만 알려줄 테니까, 웃으면 안 돼."



귓가에 그 목소리가 남아있어, 마치 시간이 그 순간에서 멈춰, 조금도 나아가지 못한듯했다.

하지만, 이건 삼십몇 년 전의 일.

문득, 나찰인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이(李) 소저."

나찰인은 빠져드려 하는 스스로를 다잡았다.

지나간 추억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허공만장과 싸우는 것보다 어려운 일임을 누가 알았겠는가.


"며칠 동안 법기를 연속으로 사용해서, 진기의 소모가 극심하다;

신주의 무공 중에 진기를 전달하는 무공이 있다고 들었다, 들어봤는가?"


천명과 신주가 전쟁을 하던 해, 나찰인이 알아차린 것은...

같은 [진기]라는 심오한 에너지인데, 동서의 운용방식에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서방에서 진기는 역병으로, 이 오염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이것에 대항하기 위한 기술들이 많이 발전했다;


동방의 사람들은 이를 수용하고, 이용하여.

자신을 강화하는 힘으로 바꾸었다.

확실히, 천명에 비하면 신주의 과학기술은 뒤떨어진다;

하지만 진기에 대한 이해를 따지면, 오히려 동방이 서방보다 한 수 위였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거지?


"아, 그건 좀..."

이소상은 고민했다,


"당신이 말하는 무공은, 자신의 진기를 타인에게 주는 겁니까?

먼저 말씀드리자면, 우리의 태허검기가 그걸 못해서가 아니라,

그저... 다른 무공과는 달라서 말입니다."


"자재문의 창시자는 정위진인이십니다. 그녀가 천하를 돌아다니는 건, 바로 세상의 요인과 이수(妖人異獸)를 멸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그렇기에 진인께서 가장 두려워하신 것이 바로 주화입마였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만든 무공은, 진기를 연마하지 않습니다."


"오? 그 말은, 들어보지 못한 것이로군."


"그거야 당신은 외국인이니까 모르는 거죠— 아하하!"


어느 지점에서 이 소녀가 웃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소상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웃으며, 계속 말했다:



"그래서—끅— 우리는 다른 문파들처럼 내공과 단전을 연마하지 않고, 몸 자체를 진기의 통로로 만듭니다."


"아시겠습니까? 소위 [생천일기](先天一炁)의 실체란, 바로 생명의 원기입니다.

이건 어느곳에나 있습니다, 풀잎과 꽃 한 송이에도, 모두 진기가 존재합니다."


나찰인이 살짝 웃었다. 그가 보기에, 동방의 [진기]란— 붕괴보다는 생명력의 대명사로, 붕괴는 생명력의 파괴자라고 하는 게 더 적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소녀의 관점을 고쳐줄 필요는 없었다.


"태허검심과 검형이 대성하면, 주변에서 진기를 끌어모아, 경락에서 흐르는것에 멈추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파도처럼 솟구치게 하거나, 개울처럼 흐르게 할 수도 있다 합니다.

그래서 다른 무공 보다는, 태허검기의 위력이 강한 겁니다. 그러나: 우리의 단전에는 진기를 저장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소상이 양 팔을 벌렸다:

"그래서 내공을 전해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네 말대로라면."

나찰인이 생각하였다,


"만약 네가 스스로 내력의 흐름을 조절한다면, 천지간의 진기를 얻어, 내 경락에 흐르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음... 될 것 같기도? 그런데 전 못합니다."


"내가 가르쳐 주겠다."


"당신이요?"

소상이 의아해했다,


"당신이?"


"너희 무공 체계에 따라 설명을 하자면;

동방과 서방에 진기에 대한 이해 차이는 있지만, 그 본질은 같다."

"내 머리에 있는 [허공만장]으로 태허검기의 근원을 이해하기만 하면, 그 방법을 유추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소상이 천천히 그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웃음이 터져버렸다:


"반응 못할 뻔했습니다, 저기, 당신들 나찰인은... 아, 맞다, 당신들은 천명파 하나만 있다고 했으니, 강호의 규율을 모르겠군요:

무공은 외부인에게 함부로 전수할 수 없습니다! 이건 엄청난 금기니까요!

만약 아무나 태허검기를 배운다면, 신주가 얼마나 혼란해지겠습니까!"


나찰인이 멍해졌다, 그는 신주에 그런 규율이 있을거라 생각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미안하군."


"음, 당신 탓은 아닙니다만... 당신... 도 내상을 치료하고 싶은거 아닙니까."


"이해했다, 이(李) 소저. 2주간 휴식하면, 내력조절이 끝나, 스스로 치료할 수 있을거다."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생각하고 있던 것은;

바로 천명의 보물 [백화흑연] 본체의 이상이었다,


모조품으로 법문을 역행하는 모험은, 자신의 방법으로는 할 수 없었고, 결국 동방인의 신묘한 무공에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에이— 왜 또 낯을 가립니까, 그냥 이소상이라 부르면..."

이소상이 무의식적으로 입을 삐쭉 내밀다가,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아마 나찰인이 자신의 내공을 아끼지 않고 매일 치료해 준 것을 생각했을 것이고,

소녀는 이 남자를 도와주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태허검기]는 절대 외부로 전할 수 없는 비밀.


그녀는 잠시간 머뭇거리더니, 갑자기 뛰어오르고는:

"나찰인, 지체하지 말고, 이제 움직입시다!"


"제가 보기에, 대략 반나절 정도 거리가 있으니까, 오늘 밤에나 집에 도착할 겁니다. 말을 좀 더 빨리 달리게 할 수도 있고...

사부를 뵙고 나서, 당신을 치료해달라고 부탁해보겠습니다. 사부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제가... 제가..."


소상이 계속 생각하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사부님을 싫어하겠습니다!"



2-7

무상자재



창 밖이 아직 캄캄할 시간, 능상(淩霜)은 이미 깨어있었다;

그녀는 항상 이 시간에, 일찍도 늦지도 않게 깨어난다.

맑은 물 한 대야로 세안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침대 위에서 무릎을 꿇고 검심결을 암송하는데, 2시진동안 일념하여, 천둥이 쳐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어서, 그녀는 일어나 비를 들고 바닥을 청소한다. 방을 청소하고 나면, 근처의 작은 시장에 가서 라우빙과 양고기를 사 온다;


만약 물이 바닥나면, 우물에 가서 물을 몇 통 길어왔다.


아침을 먹고 나면, 능상은 낡은 베틀에 앉아, 옷감을 짠다.

한때, 그녀는 하루 만에 그녀가 만족할만한 옷감을 만들어냈지만;

소상을 받은 후, 진도가 크게 늦어져 버렸다.

늦어도 일주일, 아무리 빨라도 나흘이 걸렸다.

이소상은 종종 자신이 나간 후, 사부가 여생에 무엇을 하고, 무슨 무공을 단련할지 궁금해했다.


두 사람은 근 10년을 가까이 지냈지만, 소상은 자신이 가자마자 사부가 모든 시간을 이 낡은 배틀에 쓸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방직과 단련에 연관이 없었고,

그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벌이였다.


하지만 능상의 눈에는, 모든 것이 하나인데, 방직과 단련에 연관점이 없었을까?


어느새, 방직은 능상에게 검심을 단련하고 무예를 연마하는 수단이 되었다.

검의 길은, 모든 것을 끌어안고, 검 자체는 그저 수단일 뿐이기에.


모든 움직임, 의식주... 인생에 무도가 없는 곳은 없고,


일거수일투족에서 무예를 익히고, 움직이지 않고 검을 연마하는 것, 이것이 [혼연천성]이다.(渾然天成』)


그리고 소상의 사부, 정위의 다섯째 제자, [자재검](自在劍)능상은—

바로 그 [혼연천성]의 사람, 세계 최고의 검이라 할 수 있다.


정위의 가장 재능 있는 제자, 의심할 여지 없는 무림 제일의 고수가, 무슨 이유로 아무 말도 없이 막북에서 다년간 은둔하는 것일까?

알고 있는 사람은 매우 적었고, 그나마 과거의 동문이 있었지만, 그들은 절대 발설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능상은, 그저 매일같이 검심결을 읽고, 베틀을 돌렸다.

온 것을 아는 자도 없었고, 간 것을 아는 자도 없었다.



...이렇게 이소상이 시검을 위해 외출한지 8일째,

능상이 베틀 앞에 앉아있다가, 저 멀리 말발굽 소리를 들었다.



2-8

신검?





금사단의 가장 좋은 말 두 마리가 짐수레 하나를 끌며 쏜살같이 질주하고 있다.

이소상은 수레 위에 엎드려,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나찰인, 그 신통은 좀 거두지 그럽니까. 보시죠, 바람이 이렇게 시원하게 부는데."


질주하는 수레에 부는 바람이, 소상의 땋은 머리를 흔드는데, 마치 두 개의 까만 시냇물 같았다.

곁에 있는 나찰인은 무형의 공기막을 사용해 자기 주변을 둘러싼 상태였다.

법보 [허공만장]으로 만들어낸 영역에서, 남자의 긴 머리칼은 움직이지 않았고, 얼굴색 또한 침착했다.


"덥지 않은가?"


"덥지요, 하지만, 사막이 원래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그런가."

나찰인이 무형의 막을 넓혀 소녀를 넣으려다, 그 말을 듣고는 멈췄다.


"기분이 별롭니까? 에이, 죄송합니다만, 누가 대체 그런... 그런 마차를 만든단 말입니까."


만약 첫째 날 나찰인의 마술을 소박하다고 한다 치면,

둘째 날의 마술은 소상의 허용범위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 마차는 동그랗고, 울퉁불퉁했으며, 눈에 아주 잘 띄는 주황색이었다.

나찰인은 이것이 서방의 특산품인 [호박]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그걸 둘러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소상은 크게 질색하며, 이런 마차를 타느니 차라리 걷겠다고 말한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당신은 부상을 입은 몸이니, 위험하게 법술을 쓰지 말고...

...그냥 이렇게 앉아있는 게 좋습니다!"


소상이 진심으로 나찰인을 걱정했다, 그가 얼마 남지 않은 내력을 헛되이 쓸까 두려웠다.

하지만, 나찰인은 바람과 불구대천의 원수인 것 같았다.

자리는 허름한 수레에 양보할지라도, 저 아무렇게나 흩어진 금발은 절대 날려서는 안되는 건지, 깔끔하고 품위 있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당신은 이렇게나 능력이 있는데, 왜 흑뢰에 갇혀있던 겁니까,

정말로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잡혀? 나는 그 두목의 초청을 받고, 그들의 진지에 작객으로 있던 것이다."


"...작객?"

이소상이 눈을 깜빡이더니,


"흑뢰의 작객?"



"...좀 이상한 지방인 줄 알았다."

나찰인이 손으로 턱을 문지르며,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 두목이 내게 말하길: [이 땅의 모든것은 내 것이니, 그대의 모든것을 내게 위탁하시오. 마차에서 내려, 내 하인들을 따라가되, 번잡한 예절들은 생략하겠소.] ...이건 초청이 아닌가?"


"...신주의 언어를 잘못 이해한것 아닙니까."

이소상이 머리를 긁적였다,


"정상인이 누가 그렇게 말합니까, 그가 어떻게 말했습니까?"


"이곳은 내것.

너도 내것이다.

나와.

저들을 따라가라.

꾀를 부리지 마라."

나찰인이 "노응"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거의 진짜 같이 말했다.


"...나찰인, 참으로 정성스럽게 해석했습니다..."


"불평마라, 너희의 언어가 복잡해서 그런 거니."


이소상은 무심한 금발의 남자를 수상하게 쳐다보았다, 나찰인이 자신을 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겉모습이야 보기 좋지만, 규칙 같은 걸 따르지 않으니,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었다.


"참, 당신과 대화를 하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

말 곳곳에 함정을 파놓고, 제가 뛰어들어 웃음거리가 되는 걸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

천명파에 대해서나 다시 이야기해주시죠."


"음?"

잘생긴 얼굴이 손에서 미끄러져, 손목에 탁 하고 부딫혔다. 나찰인이 튀어 오르더니, 눈을 비볐다:


"아니, 그건 너무 머리가 아파서..."


"어휴—"

이소상의 예쁜 얼굴이 실망으로 가득했다.


"그건 뒤로 미루지, 내가 먼저 정리한 다음... 다른날 들려주겠다."


"하지만 집에 도착하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단 말입니다. 아무런 말도 안하면, 얼마나 무료하겠습니까."


나찰인이 잠시 망설였다:

"네가 이야기해도 괜찮은 거 아닌가? 선인에 대해 말해보는 건 어떤가?

말하고 보니 생각이 났는데: 정위와 관계가 어떻게 되지?"


"사이가 깊은 것은 사부와 어머님이시고, 저... 저는 상선을 본 적이 없습니다."

소상이 열심히 기억을 떠올렸다,


"정말로, 저는 본 적이 없고, 부모님과 사부도 선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정위진인의 일은, 오직 유모님만이 제게 말해주신 겁니다."



"선인은 세상에서 유일한 진선이라, 수천년을 살고, 불로불사라 하였습니다.

법력의 끝이 없고, 삼계를 초월해, 손으로 신주를 만들고, 검으로 천하를 평정했다 했습니다.

신주의 수호자로서, 그녀에게 쓰러진 요마의 수는 세지 못할 정도입니다."


"조정은 그녀를 상선에 봉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정사를 살피지 않았고, 왕조가 바뀌는 걸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모든 황제가 즉위하면, 태허산에 올라 그녀에게 인사를 해야 했습니다.

상선을 뵙는다면, 장수하고, 왕조가 흥성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선인을 뵙지 못한 군왕은, 중도에 왕조가 무너지거나, 강산의 주인이 바뀌거나, 여하튼 좋게 끝난 적이 없었습니다."


"—대략 이정도 입니다, 다른 이야기도 있는데, 제가 잊어버렸습니다."


"음..."

나찰인이 소상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그것들은 전부 허구 하닌가, 실제 사례가 있나?"


"실제라... 마교주 염세라(閻世羅)를 참한것? 무형검으로 이도의 요수를 벤 것?

이것들은 전부 강호의 전설이며, 진위 여부는 모릅니다.

어떤 걸 듣고 싶습니까? 저도 유모에게 많이 듣지는 못해서..."


"예를 들어..."

나찰인의 시선이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선인의 법력이 끝이 없고, 삼계를 초월했다면, 죽은 자도 되살릴 수 있나?"


"죽은 자를... 되살려요?"


"그래."

나찰인이 조용히 말했다.


남자의 눈이 이소상을 향했지만, 그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소녀 곁에서 빛과 열을 내는 거대한 무언가를 바라보는 듯이, 그의 시선도 뜨거워지고, 밝아졌다.


"기, 기억 안 납니다..."

소상이 뜨거운 시선을 피하며, 그의 앞에 있는 관에 눈을 돌렸다,

머릿속이 반짝이며, 무언가를 깨달았다:


"당신... 누굴 살릴 생각입니까?"


"아."

나찰인이 입을 벌리고는,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을 뱉었다.


말이 사라지고, 그의 눈은 어두워지고, 차게 식었다. 빛과 열이 순식간에 흩어져 버렸다.

다시 소상의 곁에는, 가끔 정신이 나가버리고, 가끔 농담을 던지는 이방인이 있었다.


"그랬군요, 왜 신선을 찾나 했습니다! ...사람을 되살릴 생각입니까?"


"그렇지."

나찰인의 눈이 아래로 내려갔다,


평범한 사람이 이런 소망을 가지는건, 평범한거 아닌가?

금발의 남자가 상냥한 미소를 보였다,


"나는 그녀를 살리고 싶다. 이리도 간단한 것이지.

하지만, 간단한 소원일수록, 이루기 어려워지는 구나...

19년. 이제 나흘만 지나면, 19년을 채우는군."


"와..."

이소상은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감탄만 할 수밖에 없었다:


"오래됐네요."

그녀는 고작 15세, 사랑받은 시간은 적었고,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도 없었으니, 나찰인의 말에 담긴 감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19년..."


"짧은 시간일 뿐이다. 내겐 시간이 있고, 그녀도 마찬가지니까."

나찰인의 손가락이 관을 스쳐갔다,


"우리가 선인을 만나면, 그녀는 돌아올 것이다."


—[우리].



이소상은 자기를 언급한 줄 알고 놀랐다.

하지만 나찰인의 비취 같은 눈동자는 그녀의 존재를 잊은 듯, 그 관을 바라보며 정신이 나가있었다.

그런 그를 보면서, 소상은 갑자기 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인이 정말 사람을 살리실 수 있을까?'


소녀가 오싹해졌다.

그를 사부에게 데려가, 사부가 그에게 상선을 만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별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녀는 나찰인이 전설 속의 선인에 그렇게 큰 희망을 가질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이소상은 스스로 그의 소원 속으로 뛰어들고 말았다.

부주의하게 뱉었던 말이, 그녀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그녀는 그저... 아니, 자신도 확실하게 말할 수 없었다.


"될 겁니다, 그러니까, 돌아올 겁니다!"

소녀의 자신감 없는 말,


"그러니까... 나찰인, 우린 가서 사부를 보고, 그리고, 선인도 보고, 그럼 당신은..."

그녀가 나찰인을 위로할 생각으로 더듬거리며 말했지만,

부끄러웠던 나머지, 아무리 말을 하려 해도,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분명... 원하는 바를 이룰 겁니다."


"......"

나찰인이 입꼬리를 올리며, 있는 듯 없는듯한 미소를 지었다.


"고맙다, 소상."


이소상이 멍하니 있다가, 자기가 바보같이 웃고 있다는 걸 발견하고는,

황급히 뺨을 부풀리더니, 아예 시선을 돌려버렸다.


"아—"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시야에서 한 사람과 말 한 필이 소상과 약속이라도 한 듯,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 사부가 아시는 분이 계셨나?'


이미 기수의 얼굴이 잘 보였다: 노란 머리와 구레나룻을 가진 중년의 남성.

이소상은 지난 10년간 저 외부인을 본 적이 없었지만, 저 남자를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거한 또한 이소상과 나찰인을 보았다.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갑자기 어떤 곳을 보더니, 별안간 갑자기 날카롭게 변했다.


"...제기랄."


거한이 눈을 감더니, 곧바로 다시 떴다.

얼굴에는 근심, 그리고 흥분에 극에 달한 기쁨이 있었다.

그가 손을 들어 올렸다,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검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덜컹!


수레의 고삐가 소리를 내며 끊어졌고, 두 말이 앞발을 차대고 소리를 지르며, 먼 사구로 미친듯이 달려갔다.

수레가 모래에 박히고는, 다시 높이 솟아오르더니, 또다시 떨어졌다.


소상은 몸을 회전시키며, 태허수검형[정련]을 운용해 —몸을 바로 했다.(太虛守劍形[凈蓮])

그녀는 그러면서 나찰인을 잡으려 했지만, 부드러운 벽이 그녀를 잡아주었다. 나찰인이 재빨리 무형막을 펼친 것이다.

두 사람은 흔들렸지만, 끝내 넘어지지는 않았다.


"!!!"


뜻밖의 사고가 터지자, 이소상은 내심 놀랐다.

그녀가 잘 알고 있는 초식 때문이었다: 갑자기 사고를 낸 이 남자가 사용한 식은,

바로 태허검기[개검형]의 [암파]! 太虛劍氣[開劍形][巖破]


'누구지? 어떻게 태허검기를?'


하지만 이소상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이 있었다,

—이 남자가 칼을 던질때, 두 손에는 분명 아무것도 없었다.



무형의 기운으로, 검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분명 태허오온(太虛五蘊) 지고의 경지.

그녀가 아는 바에 따르면, 오직 사부만이 깨달았다는...


[신검]?!




계속...